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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행

[런던여행] 딤섬집 야우아차 Yauatcha, Soho

단 단 2016. 2. 12. 19:00

 

 

 

 

 

더이상 '간지'날 수 없는 딤섬집, 야우아차.
영국 와서 딤섬집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 본 집입니다. 소호점과 씨티점, 두 곳이 있는데 런던 여행 오셔서 야우아차 가실 분들은 기왕이면 소호점으로 가세요. 같은 음식을 내는데도 소호점은 미슐랑 1-스타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바로 옆에 차이나타운이 있어서 그야말로 중국 분위기가 물씬 나거든요. 중식당들도 많지만 중식 재료상들도 많아 구경할 게 많아요.

 

 

 

 

 

 

 

 

개업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홍보 영상입니다.
이것도 감각적으로 잘 만들었죠.
영상에는 주방의 모습만 담겼는데, 인테리어는 어떻냐면요,
☞ 야우아차 소호점의 모습


근사하죠?
중식당의 저 진부하기 짝이 없는 빨간색, 금색, 용은 일절 배제하고 놀랍게도 실내를 파란색으로 꾸몄습니다. 복층으로 돼 있는데, 지하는 바bar 분위기가 나면서 어둡습니다. 지상층은 좀 더 밝고, 입구에 알록달록 눈이 즐거운 쁘띠 갸또petit gâteau 진열장이 별도로 마련돼 있습니다.

 

 

 

 

 

 

 



자리에 앉으니 메뉴판을 주면서 음료는 무얼 마실 것인지를 먼저 묻습니다. 곧이어 상이 차려지고요. 이 집은 식전 콕테일로도 유명한 집입니다. 딤섬집이라 차 종류도 많지만 콕테일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요. 저희는 목이 말라 그냥 탄산수를 시켰습니다.


그나저나, 저 그릇들 좀 보세요.
이 집은 그릇을 도자기 회사의 제품도 아니고 무려 ☞ 디자이너 식기로 씁니다. 딤섬집 중에서 이 집보다 멋진 그릇을 쓰는 집 있으면 저 좀 알려 주세요. 도예가의 딸이라서 저는 영업집이 어떤 식기를 쓰는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서양식 오이 피클과는 많이 달랐던 오이 피클.
향신료 없이 단촛물로만 맛을 낸 것 같은데, 여기 유럽 피클들과는 정반대로 신맛이 적으면서 단맛이 많이 나네요. 이게 이 집 피클만의 맛인 건지, 중식 오이 피클이 원래 그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피클이 유럽 피클들보다는 순합니다. 염화칼슘calcium chloride 넣어 아삭하게 만든 오이 피클이 아니라 그냥 집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 먹는 오이 피클처럼 약간 무르면서 오돌오돌한 식감이 나는데, 껍질을 보니 품종도 아삭한 영국 오이가 아니네요. 중식에 쓰는 오이를 구해다 쓰는 모양입니다.


내용 추가
뿌까 님께서 덧글로 중국식 피클이 맞다고 도움 말씀 주셨습니다.

 

 

 

 

 

 

 



장은 모두 세 가지를 놓고 갔는데, 청펀을 제외하고는 딤섬들이 모두 그 자체로 간이 딱 맞고 완성도 있어 장을 찍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장들은 다 맛있었는데, 저 XO 소스 느낌의 말간 고추기름장이 특히 맛있어서 장만 그냥 후루룩 마셨습니다. 으응?

 

 

 

 

 

 

 

 筍尖鮮蝦餃 Har gau £6.40



하가우.
감탄하면서 먹었습니다. 조미료 맛 덜 나고 세련된 맛에 식감이 아주 좋아요. 저의 ☞ 하가우 고군분투기 기억 나시죠? 아직도 실험중인데, 이 집의 레서피를 구해서 찬찬히 읽어 보니, 헉, 100개 이하를 만들 때는 맛을 잘 내기가 어렵다고 써 있네요. 결국, 사 먹으라는 소리잖아요?

 

하가우 처음 만들어 보는 제가 고군분투를 했던 게 당연한 것이, 중국 문화권에서도 딤섬집 요리사의 솜씨를 가늠하려면 이 하가우 만드는 걸 시켜 보면 된다고 할 정도로 제대로 만들기가 어렵답니다. 재료는 매우 단순한데 배합 비율을 통해 요리사의 미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재료 다루는 솜씨, 빚는 솜씨 등으로 요리사가 가진 기술적인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하죠. 그 말인즉슨, 딤섬집에 와서 하가우를 시켜 먹어 보면 그 집의 솜씨를 알 수 있다는 거지요.

 

 

 

 

 

 

 

 豬肉蝦燒賣 Pork and prawn shui mai £5.90



돼지고기와 새우살 "씨유마이", "슈이마이" 혹은 "샤오마이".
(발음이 하도 다양해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진 버섯 조각들이 간간히 보이는데, 돼지고기만 쓰거나 돼지고기에 다진 버섯을 섞는 것이 전통식이랍니다. 철 따라 재료가 달라질 수 있어 봄에는 부추를, 여름에는 양고기와 호박을, 가을에는 게살을, 겨울에는 이런저런 해산물 혼합 등을 쓰기도 하고, 영업집마다 또 달라 관자나 새우를 넣은 일도 흔합니다. 이 집의 다양한 씨유마이 중에서는 그래도 이게 전통식에 가장 가까워 보이길래 주문해 보았습니다.


이것도 맛있었습니다. 이 집은 음식들에 MSG를 아예 안 넣는 건지, 아니면, 아주 소량만 넣는 건지, 하여간 짜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고, 과한 우마미도 안 나고, 좋네요.


이것도 잘 빚었죠? 씨유마이도 맛을 보기 전에 먼저 빚은 모양새를 보고 그 집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대로 서 있질 못 하고 옆으로 기울었거나 쓰러져 있으면 만든 이의 허술한 영혼을 탓하고 소를 아끼려는 딤섬집 주인의 빈곤한 영혼을 탓하며 속으로 츳츳거려도 되나 봅니다. 당당하게 잘 서 있게 하려면 속을 꽉꽉 많이 채워 넣어야 한다네요. 소를 거의 우직한 원기둥처럼 넣어야 하니 재료가 많이 들게 생겼습니다. 허리를 잘록하게 집어서 내는 씨유마이도 많이 보는데, 그런 것들은 모양은 예뻐도 아무래도 소가 덜 들어가지 않나 싶어요.

 

 

 

 

 

 

 

 帝皇蟹小籠包 King crab Shanghai siew long bun with pork £7.20

 


소롱포.
원어민 발음을 들어 보니 "쌰올 롱 바오".

즙이 뜨거울까봐 염려해 좀 식혔다 먹었는데, 아, 제가 판단을 잘못했습니다. 이미 먹기 좋을 정도로 알맞게 식혀서 냈던 모양입니다. 추가로 식히고 나니 너무 식어버려서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가 없었어요. 다음 번에 다시 먹어 봐야겠습니다. 이건 맛 평가를 유보하렵니다. 생강채와 전용 장은 주지만 중국식 우묵한 숟가락은 주지 않으니 숟가락 필요한 분들은 달라고 요청하세요. 숟가락 없이도 잘 먹는 고수들 많지만요.


가만 보니, 이 집은 대나무 찜기에 여느 딤섬집들처럼 구멍 뚫린 유산지나 오래 써서 너덜너덜 누래진 면보를 깔지 않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쓰는 것 같은 빳빳한 녹색 잎을 동그랗게 예쁘게 오려서 깝니다. 시각적으로 좀 더 깔끔하고 좋아 보입니다. 왠지 기분도 제대로 나고요.

 

 

 

 

 

 

 

 腐皮蝦腸粉 Prawn and beancurd cheung fun £8.80

 


튀긴 두부와 새우 쌀피말이.
집에 있는 중식 요리책들을 보니 쌀피말이를 "지청펀" 혹은 줄여서 "청펀"이라고 부릅니다. 부들부들 관능적인 질감의 쌀피 밑에 바삭하게 튀긴 고소한 두부판을 대고 속에 새우를 채웠습니다. 먹고 와서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 집 주방장이 자기가 만들어서 내는 이 집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거랍니다. 저희도 이 청펀 먹을 때 신음을 내뱉으며 먹었습니다. 보기에도 벌써 굉장히 잘 만든 티가 나죠?

 

 

 

 

 

 

 



으으으...
비싼 기찻삯 들여서 이것만 달랑 먹고 오라고 해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만큼 맛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식감이 예술. 이거 시키면 춘권을 따로 시킬 필요가 없어요. 부드러운 청펀과 바삭한 춘권을 합친 듯한 식감이 나거든요.


저는 영국음식과 서양 음식이 입에 잘 맞아 영국에서 한식 일절 안 해먹고도 잘 살고 있는데요, 서양식 조리법에서 아쉬운 게 딱 하나 있다면 바로 이 '찜'입니다. 저 야들야들한 찐 피가 입술에 살짝 닿았다 떨어질 때의 느낌, 정말 관능적이죠. 딤섬마다 피 재료도 달라 입술에 닿는 느낌도 다 달라요. 영국 여행 오셨는데 딤섬집에서 웬 아담한 한국인 아줌마가 서툰 왼손 젓가락질로 딤섬 간신히 집어들어, 먹기 전에 입술에 붙였다 떼었다 하고 있는 모습 보시면 이 단단인 줄 아세요. 이태리의 속 채운 파스타들로는 절대 이 느낌을 못 냅니다.

 

 

 

 

 

 

 


 馬式炒貴刁 Stir-fry Penang kwetio noodle

with prawn, scallop and peanut £14.80

 

 

말레이시아 페낭풍 볶음 국수.
새우와 관자, 땅콩 다진 것이 들어갔습니다. 이것도 맛있었습니다.


동남아시아풍 국수라니, 그러고 보면 딤섬 참 '글로발'하지 않나요? 중국인이 퍼져 살고 있는 나라들의 요소가 딤섬 이것저것에 담긴 것을 볼 수 있지요. 심지어 영국식 커스타드 타트도 보이고요.

 

 

 

 

 

 

 



편평한 앞접시 외에 작은 개인 사발도 별도로 제공합니다. 옮겨 담았습니다. 국수 항목에서 음식 설명 보고 왠지 맛있을 것 같아 고른 건데, 이것도 나중에 집에 와서 알아 보니 이 집 주방장이 위의 청펀과 함께 이 집에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꼽습니다. 허헛, 본의 아니게 제가 음식들을 잘 골랐던 거예요. 으쓱으쓱.

 

 

 

 

 

 

 


 马来四大天皇 Spicy aubergine, sato bean,

okra and french bean with peanut £12.40

 


채소 요리에서도 하나 골라야지요.
메뉴판에서 채소 요리들 설명을 찬찬히 보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저 'sato bean'이란 게 뿌까 님이 소개해 주셨던 그 '페타이 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호기심에 주문해 보았죠.

 

이 채소 요리, 정말 맛있었습니다. 채소도 잘 볶였고 양념도 참 맛있었어요. 동남아시아풍 말린 새우로 만든 장을 썼는데, 말린 새우에서 나는 우마미가 끝내줍니다. 콩은 페타이 빈이 맞는 것 같아요. 반으로 가른 녹색 나는 쭈글쭈글한 표면의 큰 콩이었는데, 콩에서 난데없이 표고버섯, 그것도 표고 중에 고급이라는 백화고의 아릿한 맛이 나서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양념에 특유의 새우 풍미가 좀 있으니 이 채소 볶음은 동남아시아 음식 잘 드시는 분들께만 추천 드리겠습니다. 그릇이 오목해 소스가 자꾸 가운데에 고이니 계속 뒤적여서 소스를 골고루 묻혀가며 드셔야 합니다. 사진에는 콩이 몇 개 안 보이는데 밑에 장과 함께 더 깔려 있었습니다. 고추가 들어가 제법 매콤합니다.

 

 

 


- 2016년 2월 12일 금요일 저녁, 권여사님과 이모부 모시고 2차 방문 -

 

 

 

 

 



어른들 모시고 이번에는 저녁 때 갔습니다.


휴...
내가 미쳤지.
런던에서 사람 가장 많이 모이는 곳 중 하나라는 소호를, 그것도 소호에서 가장 '핫'한 식당 중 하나라는 이 집을, 하필 젊은이들 떼로 몰려 드는 저 '불금' 저녁에 모시고 가다니.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크악, 영감, 여기 그때 우리가 왔던 그 딤섬집 맞아?!


지하로 자리를 배정 받았는데, 조용했던 평일 낮시간 대의 지상층과는 달리 이건 뭐 클럽이 따로 없어요. 컴컴한 실내에, 쿵쾅쿵쾅 음악에, 저보다는 다들 어려 보이는 잘 차려입은 런더너들로 북적북적. 자유로운 영혼의 20대 미혼분들은 금요일 저녁에 이 집 오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저희는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아니,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그런데, 우리 이모부는 왁자지껄한 금요일 밤 소호 분위기를 신기해하시면서 은근히 즐기시는 듯한 눈치여서 조금 안심.)


음료는 금요일 저녁 이곳의 분위기에는 좀 안 맞는 고샨챠Taiwanese high mountain oolong tea로 주문했습니다. 콕테일로 주문할 걸 그랬나요? 고샨챠로 주문한 이유는, 제가 영화 <음식남녀>(1994)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주인공인 둘째 딸과 요리사 아버지가 좋아하는 차가 이 고샨챠로 나오거든요. 정말 훌륭한 차입니다. 그런데, 주전자에 찻물을 다시 채워 달라고 했더니 나중에 계산서에 추가가 된 거 있죠. 이 집은 차에 '리필' 혹은 '재탕'의 개념이 없는 집이니 차 주문하실 때 주의하세요. 비싼 찻잎이라서 재탕을 안 해 주는 모양입니다. 찻잎을 넣어 우려 주질 않고 아예 우린 찻물을 담아서 갖다 줍니다.

 

 

 

 

 

 

 



점심 때 헤스톤 <디너>에서 과식을 해서 사실 저녁은 건너뛰어도 될 상황이었는데, 어른들 모시고 다니면서 끼니 거르면 안 되죠. 먼 이국 땅에 오셨는데 밥 안 드리면 얼마나 서러워하시겠어요.


다들 배가 부르니 딤섬 중에서는 간단하게 그때 그 하가우와 청펀만 시키고,

 

 

 

 

 

 

 

 四川香酥鴨 Crispy aromatic duck

£17.80 quarter / £30.80 half

 


영국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크리스피 아로마틱 덕'을 반 마리 시켰습니다. '페이킹 덕'과는 다른 겁니다. 미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중식들이 있는 것처럼 영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중식들이 있어요.


염지한 오리를 먼저 한 번 찐 다음 튀깁니다. 페이킹 덕처럼 장시간 굽는roast게 아니라 우리나라 치킨처럼 그냥 튀겨버리니 어찌 보면 편법이죠. 그래도 여기 사람들은 바삭하다며 잘들 먹습니다. 먹기 편하라고 서버가 오리를 정성껏, 그야말로 '찢어 발겨' 주고 갔습니다.

 

 

 

 

 

 

 



전병과 오이, 파채, 달착지근한 해선장도 나옵니다.
오리 조리법만 다를 뿐 먹는 방법은 페이킹 덕과 같은 모양입니다. 저도 영국식 '크리스피 아로마틱 덕'은 이날 처음 먹어 봤어요.

 

 

 

 

 

 

 



권여사님은 서울의 고급 중식당에서 드시던 페이킹 덕이 계속 생각 나시는지 "어어, 이거 아닌데... 이렇게 튀긴 껍질과 고기를 막 섞어서 주면 안 되고 바삭하게 잘 구운 껍질만 얌전하게 발라서 줘야 하는데..." 하십니다.


으응, 엄니이, 이건 페이킹 덕이 아니라 크리스피 아로마틱 더억. 런던에 오셨으니 그냥 이런 게 있다는 것도 한번 경험해 보시라고.


이 옆에 있는 차이나타운에 가면 제대로 만들어 내는 페이킹 덕 전문집이나 광둥식 로스트 덕 전문집이 있습니다. 이 영국식 크리스피 아로마틱 덕은 광둥식과 쓰촨식을 결합한 형태에 영국식이 더해진 거라고 하네요. 중국 안에서도 오리 조리법이 나뉘나 보죠?


튀겨서 그런지 살코기는 약간 건조한 편인데, 바삭한 껍질과 함께 쌈을 싸 먹으면 다른 재료들과 어우러져 제법 씹는 맛이 있습니다. 이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두 차례에 걸쳐 방문한 야우아차의 모습은 이랬습니다. 음식 종류가 굉장히 많아 올 때마다 다른 것을 시켜도 십수 번을 와야 할 판입니다. 메뉴판이 책처럼 두꺼우니 집에서 미리 메뉴를 공부하고 가시면 좋을 듯합니다.
☞ 길고 긴 야우아차의 메뉴판

 

 

 

 

 

 

 

 야우아차의 홍보 사진

 


찐 음식들이 그리워 'steamed dim sum' 위주로 주문해 먹었는데, 다음에 올 때는 구이, 튀김 등도 골고루 맛봐야겠습니다. 맛보지 못 한 다른 딤섬들이 궁금합니다.

 

이 집은 인테리어도 그렇고, 딤섬 만듦새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서비스도 그렇고, 정말 미슐랑 스타를 받을 만합니다. 저 딤섬 빚어 놓은 모양 좀 보세요. 중국인들의 야무진 손끝이 그대로 느껴지죠.


그런데, 이 집의 특장점은 또 있습니다. 아래 사진들을 보세요.

 

 

 

 

 

 

 



동양인들의 후식이란 게 서양인들의 관점에서는 영 시답잖다는 걸 간파한 레스토랑 주인이 아예 기술과 모양 면에서 딤섬과 쌍벽을 이루는 서양의 쁘띠 갸또들로 레스토랑 입구에 따로 진열을 해 두었습니다. 딤섬을 먹고 난 뒤 이 매대에 와서 각자 먹고 싶은 쁘띠 갸또들을 하나씩 고르고 자리로 돌아가면 잠시 후 근사하게 플레이팅을 해서 자리로 갖다 줍니다. 이것만 먹으러 오후 티타임에 이 집 오는 사람들도 꽤 많아요. 납품 받는 게 아니라 이 집 소속의 페이스트리 셰프들이 직접 만듭니다. 이것도 딤섬 못지않게 종류가 많습니다.

 

 

 

 

 

 

 

 

 

 

 

 

 

 

 

 

 

 

 

 

 

 



발렌타인스 데이가 코 앞이라고 하트 모양 쵸콜렛도 내놓았네요. '차이니즈 뉴 이어' 기념 제과들도 내놓고요. 저희는 딤섬을 하나라도 더 맛보고 싶어 이 쁘띠 갸또 후식을 생략하고 딤섬들만 시켰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맛봐야겠습니다. 이것도 딤섬 못지않게 고르는 즐거움과 고통이 따를 듯합니다.

 

 

 

 

 

 

 

 

이 집의 페이스트리 주방 모습. 

 

 

 

 

 

 

 



'차이니즈 뉴 이어'라서 홍등을, 원숭이 해라서 원숭이 오리가미를 창가에 늘어놓았습니다. 저는 저 중국의 홍등을 정말 좋아합니다. 홍등을 보면 제가 좋아하는 중국 문화권 영화들 장면이 떠오르거든요.


두 번에 걸쳐 야우아차를 다녀온 뒤, 같은 미슐랑 1-스타 딤섬집끼리 비교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콩의 미슐랑 1-스타 딤섬집이라는 ☞ 팀호완과 한번 비교해 보세요.

 

팀호완은 식기가 죄 멜라민이고, 식탁 위에 종이 메뉴를 깔며, 양념류도 식탁 위에 상시 비치해 두고 있으며, 딤섬도 대나무 찜기에 구멍 뚫은 유산지를 깔아 얹어 냅니다. 주문한 음식도 서버가 던지듯 놓고 간다고 하네요. 딤섬 만듦새도 매우 떨어져 보입니다. 재료의 질도 아마 야우아차에 비하면 한참 못 할 겁니다. 인테리어는 따질 계제도 아니며, 기나긴 대기 시간에 식당 안팎은 온통 어수선. 낯선 이와 합석도 해야 한다니, 런던의 야우아차에 비하면 무엇 하나 나은 게 없..


결정적인 요소가 빠졌네요.
2년이라는 시차가 있긴 해도 저 팀호완은 값이 훠얼씬 싸다는 거. ㅋㅋㅋㅋㅋ 저 집이 세상에서 가장 싼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이라면서요?

 


똑같은 미슐랑 1-스타 딤섬집인데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1. 맛 좋고 값도 싸나, 오래 줄 서야 하고, 정신 없고, 서비스 후지고, 식기 싸구려고, 분위기 없는 집.


2. 맛 좋고, 음료와 디저트 선택 폭 넓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서비스 괜찮고, 식기 좋고, 인테리어 좋고, 분위기 좋으나 비싼 집.

 

사실, 팀호완 같은 집은 굳이 미슐랑 스타를 받지 않아도 되지요. 딤섬집들은 조금만 맛있어도 장사가 잘 되니까요. 미슐랑 스타를 받든 안 받든 저런 집들은 항상 손님들로 북적일 텐데, 서비스도 인테리어도 별로인 집에 뭐하러 굳이 미슐랑 스타를 달아 주려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싸고 맛있는 집에 수여하는 'Bib Gourmand'로도 충분할 텐데요. 아시아의 저렴한 맛집들은 사실 그것도 필요 없을지 모릅니다. 가끔은 미슐랑이 만용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미슐랑의 저주? 홍콩 맛집들 임대료 폭등에 '눈물'

 

참, 야우아차는 예약이 가능한 집이니 가급적 예약을 하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두 번 다 예약하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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