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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물 추천 - 국중박 굿즈 '신라의 미소 소스볼' - 만두 러버 필수템 본문
8년간 한국에 머물다 귀국하는 중국인 친구로부터 고별 선물을 받았습니다.
기계로 놓은 수繡이겠지만 화려하고 정교한 중국식 선물 상자들은 언제 봐도 근사합니다.
무엇이 들었느냐.
중국 느낌 물씬 나는 다구가 들었습니다.
단단이 중국차 애호가라는 걸 이 친구에게 알렸더니
반가워하며 온갖 중국 차와 중국 다구를 선물해주었어요.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좋아하는 건 소문 내서 나쁠 것 없습니다.
저는 살면서 덕을 많이 봤어요.
상대방도 선물 고를 때 장시간 고민하지 않아도 돼 좋고요.
삼재 개완입니다[왼쪽].
뚜껑, 잔, 받침으로 구성된 개완을 삼재 개완이라고 부릅니다.
고급 중식당에서 많이들 보셨죠. (대개 흰색 무지)
제가 선물받은 것은 클래식 문양이라서 이름도 따로 있는데,
어디 가셔서 이런 문양의 이렇게 생긴 그릇을 보시면
'청화 보상화당초문 삼재 개완'이라고 유식한 척 하시면 됩니다.
이 친구가 사천Sichuan성 출신이라서
제가 일반 차호에 사천성 자스민 녹차를 우려 마시고 있는 것을 '쯧쯔...' 하는 측은한 눈빛으로 보더니 선물한 겁니다.;;
사천성에서는 차를 개완에 마시거든요.
제가 손이 작고 뜨거운 걸 잘 못 만져 개완은 갖고 있질 않았습니다.
단단의 첫 개완이 되겠습니다.
개완 음차의 발흥지 사천성 친구한테 받은 개완이라서 뜻깊습니다.
그런데,
선물을 받았으면 답례를 해야지요.
차와 다구의 본고장 사람한테 한국 차와 한국 다구를 선물하려니 어쩐지 기가 죽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
'한국의 얼'을 담은 선물로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점에서 이걸 골랐습니다.
값이 비싸지 않아 친구 줄 것 사면서 제 것도 같이 샀습니다.
한 상자에 2만 5천원.
짠.
어디서 영감을 얻은 건지 알아보시겠습니까?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신라 보물 '얼굴무늬 수막새'(일명 '신라의 미소')를 본떠 만든 간장 종지입니다.
중국인들도 간장 종지를 쓰니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더없이 실용적인 선물이 되겠습니다.
친구가 무척 좋아했어요.
친구 것과 친구 부모님 것까지 두 상자를 건네면서
쓰다가 깨지면 까짓거 비싸지 않으니 또 사서 부쳐줄 수 있다, 그러니 아끼지 말고 마구마구 써라,
당부했습니다.
건네면서 또, 한국인은 완벽한 것보다 불완전한 것을 좋아해 깨진 이 유물을 몹시 아낀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간장 종지가 'Made in Korea'라서 다행이긴 하나, 성형 과정에서 표면이 패이거나, 눌리거나, 유약이 안 발린 곳이 있는 등 만듦새가 썩 좋지는 않아 온라인으로 주문한 것을 한 번 교환받았습니다. 사용하는 데는 문제없으나 교환받은 것도 마감이 깔끔하지는 않고요. 그러니 외국인에게 선물 줄 때는 한국인은 불완전한 것을 좋아한다고 둘러대면 좋을 듯합니다. (찡긋)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설명이 있어 외국인에게 선물할 때 편합니다.
한국의 LG 기업 로고가 '얼굴무늬 수막새'와 문자를 결합한 거라고 알려주니
친구가 한국 가전제품에서 만날 보던 로고 배경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며 놀라면서 즐거워합니다.
'얼굴무늬 수막새'에서 '수막새'가 뭔지 설명해드릴게요.
기와에는 오목하게 패인 암키와와 볼록 솟은 반(半)원통형의 수키와가 있고, 기와 끝에는 막새라는 타일로 마감합니다.
이 사진에서 웃는 얼굴을 한 원형의 것은 수막새, 그 뒤에 붙은 반(半)원통형 기와는 수키와,
수막새 사이사이에 있는 꽃문양의 넙적한 것은 암막새, 그 뒤에 붙은 오목한 판은 암키와.
저 이거 처음 안 날 흥분했었습니다.
기와에도 남녀가 있었다니요?!
중국인 친구도 이 이야기를 듣고 신기해하네요.
꺄륵.
만두나 부침개, 전 먹을 때마다 어찌나 신나는지.
명절 선물이나 축하 선물 할 일 있을 때는 앞으로 이걸로 해야겠습니다.
헛;;
자,자네두 간장 종지를 꿈꾸는감?;;
부작용:
얼굴무늬 수막새 간장 종지를 쓰기 시작한 후 단단은
스타벅스 사이렌을 보면 커피가 아니라 만두를 떠올리며 군침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스타벅스가 좀 많냔 말이죠.
외출하면 하루종일 만두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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