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길을 가는데 내 머리 위에 잠깐 내려앉았다 떨어진 잎.
와아, 이렇게 큰 낙엽이.
(커다란 잎을 머리에 얹어봤다고 흥분한 단단.)
알새우칩, 와사비칩, 카레칩.
바작바작 와삭와삭.
(낙엽 보고도 식욕이 돋다니 큰일이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해봅니다.
지난 가을을 돌아보며 1400년대에 작곡된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한 곡 걸었습니다. 당대 유럽 최고 인기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었던 벨기에 출신의 지일 방슈와(뱅슈아 Gilles Binchois, c. 1400-1460)가 쓴 롱도(rondeau)입니다.
롱도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불렸던 'ABaAabAB'의 형식의 유행가(chanson)를 뜻하는데, 같은 음악에 같은 가사를 쓸 때는 대문자로, 같은 음악에 다른 가사를 쓸 때는 소문자를 써서 형식을 표기합니다. 알파벳이 달라졌다는 건 음악이 달라졌다는 뜻이고요.
그러니까, 이 'ABaAabAB' 롱도 형식의 옛 시절 유행가에서는 곡이 끝날 때까지 A, a, A, a, A의 순서로, 처음 등장한 선율이 무려 다섯 번이나 반복된다는 거지요. 새 선율도 B, b, B 순으로 세 번 반복되고요.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선율. 그래서 곡이 끝날 때쯤 되면 그 곡을 처음 들은 사람도 외워서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각인되는 음악. 바로 롱도 감상의 묘미입니다. 노래 부르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선율만 따라서 불러보세요. 600년 전쯤의 유행가는 이랬습니다. 이 시기는 아직 화음의 위계와 기능이 정립되지 않은 때이니 '코드chord' 찾지 마시고 노랫말과 노랫가락에 집중해 감상하시면 됩니다.
안녕 안녕 나의 즐거운 추억이여
(Adieu, adieu, mon joileux souvenir)
Adieu, adieu mon joyeux souvenir,
Le plus haut bien qui me puist advenir,
Belle et bonne que j'aime autant com moy. [A]
Le dire adieu me donne tant d'anoy
Qu'à grant peine puis je la bouche ouvrir. [B]
Ce seroit fort que me puisses jouir,
Quand j'eslonge mon souverain desir,
Et la chose que plus volontiers voy. [a]
Adieu, adieu mon joyeux souvenir,
Le plus haut bien qui me puist advenir,
Belle et bonne que j'aime autant com moy. [A]
Adieu vous dy, il est tamps de partir,
Adieu celle que tant ay chier veir,
Mon pouvre coer vous remaint, par ma foi. [a]
Aultre que vous ne jouira de soy,
Tous deux vous lesse, hélas, quel desplaisir. [b]
Adieu, adieu mon joyeux souvenir,
Le plus haut bien qui me puist advenir,
Belle et bonne que j'aime autant com moy. [A]
Le dire adieu me donne tant d'anoy
Qu'à grant peine puis je la bouche ouvrir. [B]
안녕, 안녕 나의 즐거운 추억이여,
내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여,
나 자신만큼 사랑하는 아름답고 선한 그대여.
작별을 고하니 너무나 괴로워
겨우 입을 열 수 있을 뿐이네.
내가 즐거움을 누리기란 어려운 일이리라,
나의 가장 큰 소망에서 멀어질 때,
그리고 가장 기꺼이 보고 싶은 것에서 떠날 때.
안녕, 안녕 나의 즐거운 추억이여,
내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여,
나 자신만큼 사랑하는 아름답고 선한 그대여.
안녕이라 말하오, 떠날 시간이 왔네,
보기를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그대여,
맹세컨대, 나의 가련한 마음은 그대와 함께 남겠네.
그대 말고는 누구도 그것을 즐기지 못하리,
둘 다 남겨두나니, 아,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안녕, 안녕 나의 즐거운 추억이여,
내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여,
나 자신만큼 사랑하는 아름답고 선한 그대여.
작별을 고하니 너무나 괴로워
겨우 입을 열 수 있을 뿐이네.
방슈와는 우울한 감성의 가사와 선율을 잘 짓기로 유명했습니다.
두 곡 더 들어볼까요.
☞ Triste plaisir et douloureuse joye
(영어 번역)
Sad pleasure and sorrowful joy,
bitter sweetness, agonizing comfort,
laughter full of tears, dwindling memories,
those are my friends, even though I am alone.
This is my treasure, my only wealth.
That is why Distress is full of envy:
if only he could see my advantage,
for he hates me for what Love has given me.
☞ Amours mercy de trespout non pooir
(영어 번역)
With all my strength I thank Love,
as much as I can, for she has
given me the choice,
very sweetly, and exactly as I wanted,
she has selected a rich delight for me.
Each time I think of this,
my heart is filled with joy;
melancholic feelings have no grip on me,
for I had the luxury to choose him freely,
and also Love who recommended him to 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