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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영국인들, 티타임 없으면 큰일 나

단 단 2009. 12. 4. 17:37

 

 

세미나실 한쪽에 마련된 간이 티테이블.

크림빛 식탁보도 다 깔았다.



영국인들의 차 사랑에 관해서라면 오늘 있었던 세미나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될 것 같다.


아침 9시에 시작되는 세미나를 위해 10분 정도 일찍 도착 - 시작하기 전 룸 한 켠에 조촐하게 마련돼 있는 뜨거운 차와 비스킷으로 몸을 녹인다. 

세미나 시작 후 한 시간이 지나면 강사는 지친 목을 쉬게 하고 참석자들은 서먹함을 깨트릴 겸 차와 비스킷을 먹으며 또 티 브레이크를 가진다. 수줍음 많은 영국인들은 제삼자가 서로를 소개해 주기 전까지는 여간해선 자발적으로 통성명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훈훈한 차의 기운을 빌어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영국의 날씨는 매우 변화무쌍하므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났을 때는 실제로 날씨 이야기를 많이 한다. 

두 번째 세미나가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나면 이제는 점심식사를 하러 각자 뿔뿔이 흩어진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세미나를 위해 모이면 또다시 새로운 티테이블이 준비된다. 식후의 더부룩함을 달랠 겸 다소 산뜻한 차와 비스킷으로 후식을 삼는다.

오후 세미나가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나면 강사가 또 목을 쉬어야 하므로 다시 한 번 티 브레이크를 가진다. 믿을 수 있나? 네 시간의 세미나에 차 마실 기회가 무려 네 번이나 주어진다니. 밥 굶고 와도 차와 비스킷만으로도 적당히 배를 채울 수 있을 정도다.

인원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사람이 모일 때면 간단한 티테이블이 준비돼야 하므로 주최측에서는 항상 대략의 인원수 파악을 위해 "참석할 분 미리 연락바람" 공지를 띄우기 마련이다.

집 밖에서 일회용 종이컵이 아닌 묵직한 도자기 찻잔과 받침을 손에 들고 홀짝거리는 홍차의 맛을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부슬부슬 비 오고 바람 부는 스산한 영국 늦가을 날씨에 뜨거운 홍차 한 잔만큼 고마운 게 또 있을까? 이들에게는 우리 한국인이 지글지글 끓는 온돌방 아랫목에 눈 게슴츠레 뜨고 앉아 발 담글 때 느끼는 행복감 같은 것이다.

 

 

 

 

 

 

 

일회용 종이컵을 쓸 법도 한데

따끈하게 데운 도자기 찻잔을 준비해 놓았다.

 

 






코피 (영국발음) 마실 사람은 코피 디스펜서를,

차 마실 사람은 뜨거운 물을 이용한다.










차는 취향껏 고른다.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향초차 등 트와이닝 사의 다양한 티백 제품으로 구비해 놓았고, 설탕도 백설탕과 감미료 두 가지로 준비해 놓았다.









영국인들의 티타임엔 항상 우유가 있다. 젓개도 두 가지 - 티스푼과 나무막대. 오늘은 늙은 학생들이 모이는 다소 자유로운 자리였으나 교수들이 모이는 좀 더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번쩍이는 은제 3단 티푸드 스탠드와 꽃병까지 다 등장한다.









진한 버터 풍미의 스코티쉬 쇼트브레드, 쵸콜렛과 체리 비스킷. 영국에서는 '쿠키'가 아니라 '비스킷'이다. '쿠키'라고 말하는 영국인을 본 적이 없다. 영국도 유럽인지라 쵸콜렛, 밀가루, 유제품은 특별히 맛있다. 빵과 비스킷, 쵸콜렛, 치즈, 우유 등은 저렴한 제품이라도 기본적으로 맛이 좋다.

저런 저런,

비스킷을 집어먹고 싶어도 수줍은 영국인들, 눈치만 보고 있네.

 

"행사 관계자님! 제가 이 과자 비닐 좀 벗겨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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