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치즈 ◆ 프랑스 퐁 레베크, 퐁 리베크, 퐁 리베끄 Pont l'Eveque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프랑스 퐁 레베크, 퐁 리베크, 퐁 리베끄 Pont l'Eveque

단 단 2014. 6. 28. 00:00

 

 

 바스-노르망디Basse-Normandie.

 

 

 

 

 

 

 

 

 

원어민 발음을 들어 보니 "퐁 리붹-킈"로 들리네요. 첫 소리 'Pont'을 "ㅍ"로 쓸지 "ㅃ"로 쓸지 고민하게 합니다. 끝의 "킈" 는 들릴락 말락 약하게 발음합니다. 자음은 "ㅋ"와 "ㄲ"의 중간 발음쯤 되고 모음은 "ㅡ"와 "ㅣ"의 중간 발음쯤 되는데 "ㅢ"로 발음하면 얼추 비슷합니다. 저는 그냥 '퐁 리베크'로 쓰겠습니다.

 

바스-노르망디 레지옹region의 칼바도스Calvados 데파르트멍department의 퐁-리베크 마을에서 만드는 치즈라 해서 이름이 이렇게 붙게 되었습니다. 옛 시절에는 '엉쥘로Angelot, 아기 천사'로 불렸다 하고요. 비가열, 비압착 방식으로 만드는 소젖 반연성 치즈입니다. 숙성 기간 동안 껍질을 소금물로 닦아 주거나 소금으로 문질러 주기 때문에 껍질에 은은한 주황빛이 돌면서 강한 냄새가 나게 됩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노르망디 치즈들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습니다. 13세기 기욤 드 로리Guillaume de Lorris의 시 <로망 들라 로즈Roman de la Rose>에도 언급이 다 되어 있다고 합니다. 16세기 들어 치즈 이름을 '엉쥘로'에서 생산지 이름인 '퐁 리베크'로 바꾸면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하네요. 우리 생각에는 엉쥘로라는 이름이 더 인기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퐁 리베크는 사각형의 치즈입니다. 한 변의 길이가 최소 8.5cm에서 최대 21cm까지 다양하며 크기에 따라 쁘띠Petit, 데미Demi, 그랑Grand 등으로 나뉩니다. 제가 사 온 치즈는 'Petit'가 붙은 것으로 보아 제품군 중 가장 작은 크기인 듯합니다. 치즈를 숙성시킬 때 치즈 밑에 깔아 놓는 밀짚이나 플라스틱 망 자국이 치즈 표면에 새겨지게 됩니다. 치즈 표면에 가는 줄무늬가 보이죠?

 

대개는 5~6주 숙성을 시키는데, 이때는 치즈 속살에 자잘한 구멍이 많은 반연질 상태였다가 6~8주가 지나면 더욱 부드러워져서 거의 흘러내릴 정도가 됩니다. 냄새도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면서 껍질도 끈적해지고요. 어린 치즈에서는 오랫동안 감도는 단맛이, 숙성 치즈에서는 강한 맛이 납니다. 요즘 만드는 퐁 리베크는 옛날 퐁 리베크에 비해 색이 창백하고 맛이 싱겁다고 전문가들은 평을 합니다. 제가 사 온 것도 색이 좀 흐리네요. 소규모 농가에서 전통 방식에 따라 만드는 것들은 껍질 색이 훨씬 진하고 맛과 향도 강하다고 합니다. 치즈 농가가 직접 젖소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원유 관리가 한결 수월하기 때문에 품질도 더 낫다고 하고요.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을 하는 것들은 시작부터 완성까지 좀더 세심하게 관리를 할 수 있는데, 계절에 따라, 우유의 점도에 따라, 치즈 장인이 소금양을 미세하게 조절하기도 합니다.

 

 

 

 

 

 

 



이 치즈는 수분이 많아 속살이 심하게 흐르는 치즈입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내 아직 차갑고 단단할 때 먹을 만큼을 미리 썰어 두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어요. 아래 사진들을 보세요.

 

 

 

 

 

 

 

 

냉장고에서 꺼낸 지 5분이 채 안 됐는데도

벌써 흐르려는 기미를 보임.

 

 

 

 

 

 

 

 

20분 뒤.

 


이 치즈의 향은 생각하기에 따라 친숙한 향이 될 수도, 다소 역한 향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북어향이 강하게 나거든요. 향만 북어향이 나는 게 아니라 맛도 말간 된장국물에 북어 듬뿍 넣고 끓인 북엇국맛이 납니다. 여기에 빵이나 막걸리의 누룩yeast맛도 살짝 가미되고요. 산미와 톡 쏘는 탄산 느낌도 있습니다. 맛과 향 모두 강한 축에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푸아스Epoisses보다는 순합니다. 피에 덩글루와Pie d'Angloys보다는 기운이 세고 이푸아스보다는 순하니 이 치즈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껍질을 닦은 (반)연성 치즈'를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는 분들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으악' 하실 거예요. 제법 단단한 껍질을 가졌으나 그 위에 보송보송한 흰곰팡이가 섬세하게 피어 있으며 속살은 쫄깃쫄깃 씹히면서도 매우 부드럽습니다. 다음의 것들을 곁들이면 좋다고 합니다.


 Stout
Full-bodied red wine from Bordeaux, Burgundy, or Cotes-du-Rhone.

 

와인과 맥주, 어느 것에든 잘 어울리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도 인기기 있어 수요가 많다고 합니다. 참고로, 프랑스인들이 좋아한다는 자국 치즈 상위 10개는 다음과 같습니다[2010년 통계]. 퐁 리베크는 7위를 차지했는데, 저는 목록에 콩떼가 보이지 않는 것이 다소 의아했습니다. 프랑스인들이 콩떼를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1. Camembert
2. Brie de Meaux
3. Roquefort
4. Boursin
5. Reblochon
6. Munster
7. Pont l'Evèque
8. Epoisses
9. Chèvre
10. Tomme de Savoie



단단이 좋아하는 프랑스 치즈도 한번 꼽아 볼까요? 아직 못 먹어 본 프랑스 치즈들이 수두룩하니 먹어 본 것들 중에서 재미로 한번 추려 봅니다. 알파벳 순으로 적어 봅니다.


 Brie de Meaux 8주 숙성시킨 것으로.
Comté 24개월 미만으로 숙성시킨 것. 24개월 이상 숙성 제품은 써서 못 먹겠음.
Epoisses Berthaut 제품으로.
Ossau Iraty 또는 Petit Basque 둘 다 맛과 질감이 비슷하나 굳이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오쏘 이라티.
Saint Agur 크림 치즈 버전 말고 조각 치즈 버전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