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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펄 라스 Perl Las 블루 치즈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펄 라스 Perl Las 블루 치즈

단 단 2015. 6. 2. 00:30

 

 

 

 Caws Cenarth Cheese in West Wales

 

 

 

 

 

 

 

 

 

 

 

 

 


바쓰의 ☞ 파인 치즈 컴퍼니에서 사 온 블루 치즈입니다. 영국 치즈인데 어째 어감이 좀 낯설죠? 이국스럽게 들리는 단어들은 대개 스코틀랜드, 웨일즈, 콘월 말 중 하나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 치즈는 웨일즈 치즈입니다. '펄 라스Perl Las'는 웨일즈어로 '파란 진주'라는 뜻입니다. 블루 치즈 이름으로 적절하죠.

 

이 치즈가 세상 빛을 보게 된 데는 복잡한 사연이 좀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이전에 존재했던 유럽경제공동체EEC가 1984년에 각 회원국들에게 우유 생산량 할당제milk quota를 시행할 것을 지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각 회원국의 낙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때 사업을 아예 접는 이도 있었고, 대를 이어 해오던 일을 차마 접을 수 없었던 농가들은 부가가치 높은 아티잔 치즈 생산에 뛰어들었습니다. 영국 아티잔 치즈들 중 상당수가 이때 나온 것들입니다.

 

왜 이같은 극단적인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느냐? 당시 유럽 전체에서 우유가 너무 많이 생산돼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남아도는 우유를 분유와 버터로 만들어 두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번에는 또 이 분유와 버터 재고가 너무 많아져 각국 정부들이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농가들의 우유 생산에 제한을 두기로 EEC가 고육책을 내게 된 겁니다. 내다 팔 수 있는 양을 초과해 생산되는 우유로 다들 아티잔 치즈를 만들기 시작해 오늘날 이토록 다양하고 훌륭한 수제 치즈들을 맛볼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치즈는 웨일즈의 전통 치즈인 ☞ 캐필리의 블루 치즈 버전입니다. 이 치즈를 만드는 농가 역시 우유 생산량에 제한을 받게 된 수많은 낙농가 중 하나였는데, 기왕 치즈 생산에 뛰어든 거, 웨일즈의 전통 치즈인 캐필리를 전통식 수제 아티잔 치즈로 고급화해 부가가치를 더 높이면 좋겠다고 판단을 했던 모양입니다. 이후 꾸준히 치즈를 생산해 현재는 웨일즈 지역에서 아티잔 치즈 생산의 선도 농가로 통하고, 전통식 캐필리를 가장 오랫동안 생산해온 곳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이 블루 캐필리인 펄 라스의 탄생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어느 날 숙성실의 수제 아티잔 캐필리들 중 몇 개에 자연적으로 푸른곰팡이가 피었다고 합니다. 푸른곰팡이 치즈가 아닌데 푸른곰팡이가 피면 잘 못 만든 거죠. 그런데 이게 맛을 보니 기가 막히더랍니다. 고생 끝에 그 맛을 재현해 계량화하는 데 성공하고 이후 이 블루 캐필리도 같이 생산을 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것도 역시 수작업 아티잔 치즈로 만듭니다.


생산과정
저온살균유를 쓰고 식물성 효소로 굳힙니다. 유기농이고 바다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생산 비용이 좀 더 들고 치즈 값도 살짝 오르겠죠. 푸른곰팡이는 블루 치즈 생산에 가장 흔히 쓰이는 페니실리움 로끄포르티penicillium roqueforti로 피웁니다. 성형을 마친 치즈는 소금물에 담그지 않고 바다소금을 뿌려 문질러줍니다. 이렇게 하면 소금물에 담그는 것보다 소금기가 좀 더 천천히 치즈 속살로 침투한다고 합니다. 숙성실에서는 완전히 막힌 판자형의 선반이 아니라 공기가 최대한 많이 닿을 수 있는 롤러 선반 위에 올려 치즈 밑바닥까지 공기를 흠뻑 쐬게 해줍니다. 알맞게 숙성이 되면 포일로 싸서 맛이 충분히 들 때까지 추가 숙성을 시킵니다. 그래서 위 사진에서처럼 껍질 자리에 스틸튼 같은 두툼하고 마른 껍질이 생기질 않고 수분이 많아 질척거리는 겁니다. 이렇다할 껍질이 형성되지는 않았으나 어쨌거나 겉은 얇게 한 번 저며내고 먹는 게 맛이 깔끔합니다. 속살은 금빛의 밝은 노란색을 띱니다.



☞ 코니쉬 블루와 이 펄 라스 중 어떤 치즈가 먼저 나온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치즈에서도 코니쉬 블루풍의 참크래커 같은 고소한 맛이 납니다. 강도가 좀 약하긴 하지만요. 대신 쨍한 우마미가 있고 향긋한 꽃향 비슷한 것이 납니다. 맛이 강하면서도 둥글고 섬세해요. 바깥쪽으로 갈수록 참깨 페이스트 먹는 듯한 고소한 맛이 납니다. 전반적으로는 참깨 페이스트와 소금 친 삶은 달걀 노른자와 레몬 즙을 합친 맛이 나는데, 이 레몬 산미 때문에 블루 치즈인데도 뒷맛이 깔끔합니다. 질감은 스틸튼보다 부드럽습니다. 단단하면서도 일단 씹기 시작하면 부드러우면서 매끄럽게 녹습니다.

 

 

 

 

 

 

 



활용
맛있는 치즈라서 잘 고른 크래커나 빵 위에 얹어 그냥 먹는 게 가장 맛있긴 하나 소스나 수프 만들 때, 또는 샐러드에 부숴 넣어도 좋겠습니다. 치즈 생산자는 자기가 만든 치즈를 즐길 때 오틀리Otley O1 에일을 곁들인다고 합니다. 웨일즈 에일입니다. 웨일즈 치즈이니 웨일즈 술을 곁들이겠다는 고집이 엿보입니다. 이런저런 대회에서 수상을 많이 한 잘 만든 에일이라고 합니다. 치즈 생산자 누리집을 걸어 드립니다. ☞ Caw Cenarth Che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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