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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스팅킹 비숍 Stinking Bishop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스팅킹 비숍 Stinking Bishop

단 단 2015. 6. 3. 02:30

 

 

잉글랜드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 England.

 

 

 

 

 

 

 

 

 

 

 


바쓰의 ☞ 파인 치즈 컴퍼니에서 사 온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washed rind cheese'입니다. 훈남 점장이 치즈를 꼼꼼히 잘도 싸 줬습니다.

 

 

 

 

 

 

 

 

 

크으...
포장을 끄르자마자 발 냄새, 메주 냄새, 청국장 냄새, 북엇국 냄새, 온갖 고약한 냄새가...

 

영국 치즈 중 가장 냄새 나는 치즈로 정평이 나 있죠. 치즈 이름에 벌써 '냄새 고약한stinking'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잖아요. 제 치즈 시식기를 빼 놓지 않고 보신 분들이라면 이제 치즈 겉에 저렇게 주황색이 나는 것들을 보면 딱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겁니다. '아하, 특별 조제한 소금물이나 술로 숙성 기간 동안 반복해서 치즈 껍질을 닦아 주었구나. 냄새는 고약하지만 맛은 냄새만큼 '숭악'하지 않고 제법 맛있겠구나.' 이렇게요.

 

이 치즈는 숙성 기간 동안 배pear 술인 페리perry로 표면을 닦아 줍니다. 영국에서는 글로스터셔, 헤러포드셔, 우스터셔 주county가 페리로 유명합니다. 이 치즈는 글로스터셔에서 생산되고 있고요. 100종이 넘는 페리용 품종 배 중에서 '스팅킹 비숍'이라는 품종을 생산하는 성질 고약한 그 고장 어느 농부의 성을 따서 치즈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1994년에 첫 선을 보인 젊은 치즈입니다. 저온살균한 전지유로 만듭니다. 일년에 20톤만 생산하기 때문에 치즈 전문점을 일부러 뒤져서 사 먹어야 하죠. 아무데서나 팔질 않아요.

 

훈남 점장이 시식 치즈 잘라 주면서 "이거 향 엄청 고약하고 맛이 셀 텐데..." 걱정을 합니다. 일본 가서 전통 장류를 맛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비슷하게 고약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하더라고요. 다쓰 부처는 시식 치즈를 받아 눈 하나 깜짝 않고 먹으면서 "우리 한국 건 그보다 훨씬 강해. 한국 장류에 비하면 이 치즈의 맛과 향은 아기인걸." 해 줬습니다. ㅋ 그렇긴 해도 향이 하도 강해 밀폐 용기에 담았는데도 오는 동안 기차 안에서 향이 솔솔 샜습니다. 다른 승객들이 혹 저희 체취로 오해할까봐 어찌나 민망했던지요.

 

 

 

 

 

 

 



카리스마 넘치죠?
수분이 많고 표면이 끈끈해 맨손으로는 절대 못 만집니다. 맨손으로 만졌다가 씻어도 씻어도 고약한 냄새가 안 가셔서 혼났어요. 자알 숙성했습니다. 4개월 숙성시켰다고 합니다.

 

 

 

 

 

 

 

 


'비숍'이라길래 집에 있는 그릇 중 가장 찬란하고 영화롭고 '영광'스러운 접시를 꺼내 봅니다.

 

 

 

 

 

 

 

 

 


껍질에서는 생굴 같은 생해산물 향이, 속살paste에서는 된장류 향이 납니다. 영국인들은 이 치즈를 놓고 "땀 흠뻑 흘린 럭비 선수들의 탈의실 냄새"라고 하더군요.

 

질감

치즈도 부드럽고 빵도 갓 구운 빵이라서 촉촉해 둘 다 칼로 써느라 애먹었습니다. 아무리 가느다란 치즈 나이프를 써도 찐득하게 들러붙으면서 뭉개지죠. 이럴 땐 그냥 버터 나이프로 스프레드 발라 먹듯 빵에 문질러 펼쳐야 합니다. 칼로 자른 '조각'이란 게 생길 수가 없는 치즈예요. 실온에 한참 내놓았는데도 속살이 차가우면서 매끌거리고 이에 찐득하게 들러붙으면서 녹습니다. 껍질 표면에 페리가 마르면서 남긴 미세한 입자가 지근지근 씹히기도 합니다. ☞ 탈렛지오 먹을 때도 느껴지는 질감으로, 껍질을 닦은 연성, 반연성 치즈들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입니다.

 


하하, 청국장 맛을 영국 식품에서 보게 될 줄이야!
껍질을 닦은 치즈들은 그간 많이 먹어 보았는데 이 스팅킹 비숍이 우리 청국장 맛에 가장 가깝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마른 오징어를 불에 따닥따닥 구워 청국장과 함께 먹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국인들은 베이컨 맛이 난다고도 표현합니다. 껍질쪽만 따로 먹으면 약국에서 조제해 준 마른 가루약 먹을 때 나는 그 콩가루 같은 고소한 맛과 쓴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나고, 여기에 게나 바닷가재 같은 갑각류의 달면서 고소한 우마미가 뒤따릅니다. 프랑스의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인 ☞ 이푸아스에 비하면 꿀향은 적으나 단맛과 단 향이 있고 우리 된장(청국장) 같으면서 전체적으로 풍미가 더 강합니다. 이푸아스보다는 좀 더 묵직한 맛이랄까요. 탈렛지오보다는 효모yeast 풍미가 덜 나고요. 잘 만든 맛있는 치즈이니 영국에 계신 분들 중 청국장과 해산물 잘 드시는 분들은 한번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생산자 누리집
☞ Charles Martel & Son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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