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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여행] 엄청 자세한 고어 호텔 리뷰 The Gore Hotel, Kensington, London 본문

영국 여행

[런던여행] 엄청 자세한 고어 호텔 리뷰 The Gore Hotel, Kensington, London

단 단 2016. 2. 8. 00:00

 

 

오늘부터는 런던 여행기를 올리겠습니다. (영국 사는 사람이 웬 런던 여행기냐?) 유럽 인테리어와 물건에 관심 많은 어이구내새끼를 위해 사진 잔뜩 올리고 설명도 구구절절 달았으니 오늘 글은 읽기가 좀 벅찰 거예요. 여러분은 그냥 빠르게 사진만 훑어보세요. 

 

 

 

 

 

 

 



이모부 문예진흥기금


설을 맞아 단단의 모친 권여사님께서 딸이 그간 얼마나 삭았나 확인하러 런던에 오십니다. 단단의 이모부께서 런던을 다시 한 번 구경하고 런던에 살고있는 그리운 친척들도 만나 보고 싶다 하셔서 같이 오시기로 하셨습니다.
이번 여행 경비는 감사하게도 이모부께서 모두 대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말하자면, 이모부 문예진흥기금인 거지요. 

 

철도 민영화 이후 영국은 기차삯이 유럽에서 가장 비싼 나라가 되었습니다. 기찻삯이 하도 비싸 잘 돌아다니지를 못 했는데 이번에 이모부 덕에 런던 올라가 구경 실컷 하게 생겼습니다. 런던 밖에 사는 사람이 런던 한 번 다녀오려면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들어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영국에 친구나 친지 있다고 "여행 갈 테니 런던에서 보자" 소리 막 쉽게 하시면 안 돼요. 런던 한 번 다녀오면 유학생들은 차비로만 1-2주치 식비가 날아갑니다. "차비 대 주고 밥 사 줄 테니 런던에서 보자." 아, 이래야만 겨우 갈 수 있어요.

 

 

 

 

 

 

 



여행의 시작 - 호텔 정하기

 

우리 부부끼리만 여행하는 게 아니라 어른을 모셔야 하니 호텔 고르는 일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번쩍번쩍한 현대식 호텔보다는 작아도 영국 느낌 물씬 나는 고풍스럽고 조용한 부티크 호텔이 좋을 것 같아 켄싱턴에 있는 <고어 호텔>로 예약을 했습니다[빨간 점]. 방이 50개밖에 없는 작은 호텔입니다. 켄싱턴은 영국 전체에서 억대 연봉자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런던의 부촌 중 하나죠. 동네가 일단 조용하고, 건물들은 다들 크고 뽀얗고 아름다운 데다, 공예품 박물관인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과 거대한 음악회장인 <로얄 알버트 홀>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어[파란 점들] 문화생활 즐기는 여행객들한테는 더없이 좋은 위치입니다. 아이들 있는 집은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도 쉽게 갈 수 있고요. 북쪽의 녹지는 켄싱턴 가든과 하이드 파크입니다.

 

매년 7월부터 9월까지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로얄 알버트 홀에서 <BBC 프롬스Proms>라는 클래식 음악 축제를 여는데, 이를 즐기러 영국의 지방 거주자들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이들 찾아옵니다. 이때가 이 호텔로서는 손님이 가장 많은 시기죠. 저희는 비수기에 묵었기 때문에 좋은 조건에 조용하게 잘 지내다 올 수 있었습니다.

 

저희들 여행 짐까지 끌고 공항에 어른들 모시러 나가면 번거롭고 정신이 없을 것 같아 런던에 하루 먼저 올라가서 묵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확인하고 준비할 겸 미리 가 있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침 식사가 제대로 잘 나오는지 확인하고 만일 부실하다 싶으면 <와사비> 같은 일식 도시락 집에서 도시락을 별도로 사다 드릴 것. (와서 보니 조식이 괜찮아서 그럴 필요 없었음.)


저녁에 바에서 술을 한 잔 즐기실 수 있어야 하는데 바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만일 시답잖으면 근처에 분위기 좋은 펍이나 바가 있는지 알아볼 것. (바도 괜찮아서 그럴 필요 없었음.)


두 분 다 활기차게 걸으실 수 없는 상황이니 아침에 호텔 주변을 어디까지 산책하실 수 있을지 미리 답사할 것. (두루 돌아다녀 보고 산책지 결정했음.)

 

 

 

 

 

 

 



호텔 조식

 

위 사진은 고어 호텔 레스토랑 전경입니다. 분위기 좋죠? 이곳에서 아침, 점심, 아프터눈 티, 저녁을 다 합니다. 조식은 투숙객뿐 아니라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고, 점심과 저녁에는 일반 레스토랑으로 변신을 합니다. 아침에는 가운데의 큰 원탁 자리에 흰 천을 씌운 긴 브렉퍼스트 부페 테이블이 놓입니다. 조식은 오전 7시부터 10시 반까지 제공합니다. 외부인이 와서 조식만 먹고 가는 것을 보고는 여행 경비가 넉넉지 않을 때는 잠은 좀 저렴한 곳에서 자고 가까운 데 있는 조식 잘하는 호텔을 찾아가 조식만 따로 즐기고 나오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실제로 <클래리지스Claridge's> 호텔을 수십년간 매일 아침 찾아가 조식만 즐기고 나오는 노인 이야기를 TV에서 본 적 있습니다.

 

 

 

 

 

 

 



조식 메뉴입니다. 저희는 겨울 비수기 장기 투숙 특전으로 대폭 할인된 숙박 요금에 조식 중 가장 비싼 '고어 브렉퍼스트'를 기본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영국식 아침도 먹어 보고, 컨티넨탈식 부페도 먹어 보고, 컨티넨탈 부페와 동시에 주방에서 조리해 내는 요리도 먹어 보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비싼 조식이라 그 아래 가격대의 조식으로는 얼마든지 전환이 되거든요. 메뉴에 반갑게도 얼마 전에 소개해 드렸던 영국식 훈제 청어 '키퍼kipper'가 보입니다. 훈제 연어와 훈제 해덕haddock도 보이죠. 영국의 격 있는 호텔들은 자국 전통 조식인 훈제 생선 요리들을 키친 메뉴에 올리곤 합니다. 아래에 조식 사진들을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저희가 앉았던 2인 테이블.

 

 

 

 

 

 

 



어른들 오셨을 때는 저 뒤에 보이는 창가 쪽 넓은 소파 테이블과 액자 앞 큰 원탁에 앉았었습니다.

 

 

 

 

 

 

 

 

 

빳빳하게 풀 먹인 흰 냅킨.
기분 좋더라고요.

 

 

 

 

 

 

 



영국 호텔답게 자국 디자이너의 커틀러리를 씁니다. 로버트 웰치입니다.

로버트 웰치 커틀러리 구경하기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홍차.

오, 차맛 상당히 좋은걸요? 험하지 않고 향기로워 브렉퍼스트 홍차를 우유 없이도 잘 마셨습니다.

이 집이 채택한 차 브랜드

 

나중에는 웨이터가 "두 분은 커피 드시고, 두 분은 홍차 드실 거죠?" 하고 저희 일행의 아침 음료 취향을 기억했다가 먼저 묻더라고요. 커피는 재미있게도 캬페티에(cafetier, 프렌치 프레스)에 담아서 냅니다. 여기 사람들이 아침에 그렇게들 마십니다.

 

 

 

 

 

 

 



먼저,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호텔이라 격을 생각해서인지 베이크트 빈이 빠졌습니다. (권여사님을 위해 부연 설명을 좀 하자면, 'baked beans'는 토마토 소스에 조리한 빨간 콩 스튜를 말합니다.) 저는 풀 브렉퍼스트에 베이크트 빈 없으면 섭섭해하는 사람입니다. 손님한테 깡통에 든 시판 제품 데워 내는 게 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호텔 주방에서 직접 잘 만든 걸 소량 곁들여 낼 수도 있을 텐데 대개의 호텔들은 그냥 손쉽게 베이크트 빈을 빼버립니다. 직접 만든 걸 내는 호텔들도 더러 있는데 아, 이러면 또 베이크트 빈 애호가들한테 점수를 듬뿍 받죠.

☞ 베이크트 빈 집에서 만들기

 

원래 올려야 할 영국식 백 베이컨back bacon 대신 미국식 스트리키 베이컨streaky bacon을 올린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질 좋고 맛있는 베이컨이라 이것도 괜찮았습니다. 블랙 푸딩도 좋은 것으로 올렸습니다. 토마토도 아주 잘 익은 걸 써서 맛이 진했는데, 다쓰베이더가 블랙 푸딩과 토마토가 맛있다고 신나했습니다. 소세지도 맛있었습니다.

영국 소세지

☞ 칼집 낸 소세지

☞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 주부한테는 남이 해주는 밥이 최고다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에 꼭 곁들이게 돼 있는 토스트입니다. 흰 빵과 통밀 빵 중 선택할 수 있어 각각 하나씩 시켜 보았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식빵을 식용유에 부쳐 먹었으나 (꽥) 요즘 사람들은 그냥 토스트 해서 취향껏 버터나 잼을 발라 먹습니다.

 

 

 

 

 

 

 

 



잼 3종, 마말레이드, 꿀.
영국의 유서 깊은 잼 회사 ☞ 윌킨 앤드 선스 사의 제품들입니다.

 

 

 

 

 

 

 

 

 

컨티넨탈 부페


이번에는 컨티넨탈 부페 테이블을 찍어 보겠습니다.

 

 

 

 

 

 

 



생채소들.

 

 

 

 

 

 

 

 

 

체다, 쌍 따귀르Saint Agur, 브리.
아니? 블루 치즈를 자국 스틸튼Stilton으로 내놓지 않고 왜 프랑스 쌍 따귀르로 올렸을까요? 이것도 맛있는 블루 치즈이긴 하나 우리 한국인들 입맛에는 금속성 매운맛의 쌍 따귀르보다는 구수한 된장 풍미의 스틸튼이 더 잘 맞을 텐데 아쉽네요. 권여사님과 이모부께 영국 블루 치즈 맛을 좀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요.

 

 

 

 

 

 

 



훈제 연어 2종과 훈제 청어kipper.

얼마 전에 소개해 드렸던 ☞ 키퍼가 부페 테이블에도 따로 놓여 있어 반가웠습니다[가운데]. 과메기처럼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고 맛있다며 권여사님이 매일 아침 키퍼를 한 점씩 꼭 드셨습니다. 훈제 연어도 냉동했다 해동한 제품이 아니라 냉장 유통 제품이라서 살이 흐물거리거나 질척이지 않고 오돌오돌 힘 있고 쫀득한 게 아주 맛있었습니다. 영국은 훈제 연어 산지이니 냉동을 할 이유가 없어요. 스코틀랜드에서 잡아 스코틀랜드에서 훈제를 합니다. 런던 큐어London Cure 훈제 연어도 유명합니다.

 

훈제 생선들 옆에 얇게 저민 살라미와 햄도 몇 종류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제가 빼먹고 사진을 찍지 못 했습니다. 왼쪽에 살짝 보이죠?

 

 

 

 

 

 

 

 

 



빵과 페이스트리viennoiserie.
다들 맛이 괜찮았는데 왼쪽에서 두 번째 페이스트리가 특히 맛있어서 매일 아침 하나씩 꼭 먹었습니다.

 

 

 

 

 

 

 



물, 자몽 주스, 복숭아 주스, 오렌지 주스.

 

 

 

 

 

 

 



뮤즐리 바muesli bars.

 

 

 

 

 

 

 



뮤즐리용 건과일과 견과류.

 

 

 

 

 

 

 



씨리얼 3종.

 

 

 

 

 

 

 



그릭 요거트와 블루베리.

 

 

 

 

 

 

 



요거트.
체리맛 두 병은 이미 우리 테이블로 빼돌리고 없음. 

 

 

 

 

 

 

 



생과일들.
어떤 날은 자두도 놓여 있었는데, 제철도 아닌 자두를 대체 어디서 구해다 놓았는지 신기했습니다. 사진에도 철 안 맞는 천도복숭아nectarine가 하나 놓여 있죠. 그 외 프룻 콕테일과 라이스 푸딩 단지도 있었는데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컨티넨탈 부페 + 키친 메뉴 한 가지

 

이건 오믈렛 좋아하시는 권여사님이 부페 테이블 음식 외에 주방에 별도로 주문해 드신 '햄 앤드 치즈 오믈렛'입니다. 조식 값에 이미 포함돼 있으므로 메뉴에서 원하는 건 무엇이든 주문해 먹을 수 있었습니다.


호텔 조식은 이랬습니다.
이제부터는 심야에 이용했던 호텔 바를 둘러보겠습니다.

 

 

 

 

 

 

 

 


<Bar 190>

 

이 호텔의 주소가 190번지라서 바 이름에 "190"이 붙었습니다. 저희가 앉은 쪽에서 바라본 실내입니다. 안쪽으로도 공간이 한참 더 있어요. 여기도 분위기 좋죠? 벽에 웬 사진이 걸려 있네요.

 

 

 

 

 

 

 



하하.
<비틀즈>와 쌍벽을 이루었던 영국의 록 밴드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네요. 이 사람들 사진이 왜 여기 있느냐? 롤링 스톤즈가 이 바를 좋아해 즐겨 찾았답니다. 1968년 <거지 연회Beggars Banquet> 음반 작업을 마치고도 이 바에 와서 진탕 퍼마시고 놀았다고 하죠. 그때 남긴 사진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바라본 바 모습.

 

 

 

 

 

 

 



이번에는 바 쪽에서 바라본 우리 자리.

창가 푹신한 자리에 앉았었습니다.
의자가 편했습니다.

 

 

 

 

 

 

 



"영국에 왔으니 '진앤토닉'을 마셔야지." 이모부가 드셨던 고수, 자몽, 주니퍼 베리로 향 낸 "London N. 3". 맛있으셨는지 이튿날 저녁에도 같은 걸 주문해 드셨습니다.

 

 

 

 

 

 

 



안주로 주문한 비프 버거.
양이 많아 나누어 먹었습니다.

 

 

 

 

 

 

 

 

 

무알콜 콕테일.

일명 '목테일mocktail'.

모방 콕테일이라는 뜻입니다.

 

 

 

 

 

 

 



목테일 2.


체류 기간 동안 바를 두 번 이용했습니다.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바 메뉴를 걸어 드립니다.
☞ Bar 190 Menu

 

 

 

 

 

 

 

 


호텔 방 둘러보기


이제부터는 가장 중요한 호텔 방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Classic < Superior < Deluxe < Junior Suites < The Tudor Room 중에서 가장 저렴한 'Classic'과 그 위 등급인 'Superior'로 예약을 했습니다. 가장 저렴한 방이고 비수기에 머물긴 했어도 4성 호텔이라 기본적으로 비용은 꽤 듭니다.

 

먼저, 클래식 룸 모습.
방 이름에 걸맞게 '클래식'하면서 분위기 좋죠?
침대 헤드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오오!

 

 

 

 

 

 

 



오오오!
흡사 드라큘라 같기도 하고 중세 고딕 성당 같기도 한!
튜더 시대 삘도 나고요.

 

 

 

 

 

 

 



이건 제가 찍은 게 아니라 호텔 측에서 제공한 사진인데, 이렇게까지 넓은 방은 아니었는데 넓어 보이게 참 잘도 찍었습니다. 직원 중에 부동산 실장님이 계신 모양입니다.

 

 

 

 

 

 

 

 


이것도 호텔 측이 제공한 사진인데, 침대는 같아도 방이 다르네요. 이 방은 아름다운 철제 구조물의 발코니가 있습니다. 침구와 커튼이 가벼운 색이고 밖에 나뭇잎이 푸릇푸릇 한 걸 보아 여름에 찍은 사진인 듯합니다.

 

 

 

 

 

 

 



이것도 호텔 측이 제공한 사진인데, 방 등급은 같아도 이번에는 침대가 다릅니다. 이 호텔이 방마다 침대와 가구에 신경을 좀 쓰는 모양입니다. 이 침대도 예스럽고 근사하죠?

 

제가 네일 숍이나 마사지 숍처럼 보이는 조잡한 부티크 호텔, 이케아 쇼룸같은 호텔, 공항 라운지처럼 생긴 특색 없는 호텔, 한국의 결혼식장 같은 키치kitsch한 호텔 방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호텔은 좀 오래되긴 했어도 영국스럽고 개성 있습니다. 멋져요, 멋져.

 

 

 

 

 

 

 



옷장과 책장, TV, 금고 등이 보입니다.
미니 바는 TV 아래 흰 장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예약한 레스토랑들 다니느라 배가 불러 이용을 하나도 못 했습니다. 사진도 안 찍었네요. 저런.

 

 

 

 

 

 

 



호텔 곳곳에 이런 초상화들이 많았습니다.
이 작은 방에도 초상화가 두 개나 걸려 있었습니다.

 

 

 

 

 

 

 



욕실.
키가 작아 세면대 앞에 서니 거울에 까만 머리 꼭지 2cm만 겨우 보입니다. 흑.
변기에 앉으니 발이 땅에 닿지를 않아 몸에 힘을 줄 수가 없어 응가도 안 나옵니다. 흑.
침대 매트리스에 오르려면 등반을 해야 합니다. 흑.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우리 집 침대로 착각해서 쿵 떨어졌습니다. 흑.
호텔 탓은 아니고 제가 작은 탓이지요. 서러워요.

 

 

 

 

 

 

 



1870년 빅토리안 시대 때 창업한 향수 및 목욕 제품 전문 회사 ☞ 펜할리곤스 의 이런저런 제품들.

 

 

 

 

 

 

 



지금 보니 왕실 인증 마크가 다 있네.
예쁜데 그냥 가져올 걸 그랬나...
펜할리곤스의 향수들 중 1978년에 출시된 여성 향수 ☞ 블루벨과 1902년 에드워디안 시대 때 출시된 남성 향수 ☞ 블레넘 부케가 특히 유명합니다.
이 목욕 제품들도 블레넘 부케 향이네요. 옛 시절에 창조된 향수들은 합성 향이 아닌 천연 재료들로 향을 냈기 때문에 향이 오래 지속된다고 하죠. 일단 창조된 향수는 레서피를 함부로 바꿀 수가 없어 계속해서 천연 재료들을 쓸 수밖에 없답니다. 그래서 이 회사 향수들이 좀 비싼 편입니다.

 

 

 

 

 

 

 



세면대.
수도꼭지 좀 보세요.

 

 

 

 

 

 

 



21세기에 웬 냉온수 분리 수전이냐 하시겠지만 영국인들은 이 분리된 수전을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이렇게 생긴 수전은 클래식 수전이라고 너무들 좋아해요. 호텔이 고풍스러우니 수전도 이런 걸로 맞춰 줘야 하는 겁니다. 고전 인테리어에 현대식 막대 수전 쓰면 분위기 왕창 깨는 거지요. 여기 사람들은 정말로 이런 걸 따집니다.

 

 

 

 

 

 

 



가장 저렴한 방인 클래식 룸들에는 욕조가 없고 샤워 부쓰만 있습니다. 그 위 등급부터는 욕실에 욕조가 들어갑니다.

 

 

 

 

 

 

 



이 샤워 수전도 멋있죠?
영국에서는 이 수전이 또 대단히 중요하고 큰 시장입니다. 집 주인의 취향이나 집이 지어진 시기의 인테리어에 맞춰 수전도 고심해서 고릅니다. 이 호텔이 채택한 영국 명품 수전 회사의 시대별 수전들을 한번 구경해 보세요.

Lefroy Brooks

 

 

 

 

 

 

 



해바라기식 샤워입니다.
위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어 불편하다는 리뷰도 있었는데 저는 손이 편해서 이것도 괜찮았습니다. 호텔이 오래돼서 온수도 잘 안 나오고 물 쫄쫄 나올까 염려했는데 이건 뭐 폭포수입니다. 물에도 얻어맞을 수가 있더라고요. 물 자알 나옵니다. 피로가 싸악 풀렸죠.

 

 

 

 

 

 

 



방은 좀 작긴 하지만 아늑하고, 고풍스럽고, 침대도 멋지면서 편하고, ☞ 고급 침구[Frette Linens]라 살에 닿는 감촉도 좋고, 비수기라 그랬는지 방도 조용하고, 창 밖도 조용하고, 온수 콸콸 잘 나오고. 하여간 저는 이 방에서 잘 쉬었습니다.

 

 

 

 

 

 

 

 

 

창 밖 풍경입니다.
우기라서 비가 옵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가지가 앙상한데
봄과 여름에는 잎이 파릇파릇 돋아 창 밖이 예쁘겠습니다.

 

 

 

 

 

 

 

 


이건 한 등급 위의 방입니다.
욕조가 있고 방 평수가 약간 더 넓다고 하는데 침대가 두 개 들어가니 체감 평수는 오히려 아래 등급 방보다 적은 듯 보입니다. 트윈 베드는 호텔의 50개 방 중에서 딱 두 방만 있다고 했습니다. 그 중 하나를 예약한 거죠. 침대가 작고 앙증맞죠? 잘 때 서로 방해 받지 않도록 침대에 커튼을 치게 돼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호텔 구석구석 엿보기

 

방 밖으로 나가 봅니다.
복도입니다.

 

 

 

 

 

 

 



복도 벽에도 액자들이 한가득입니다.
옛날 동판화에 채색을 했습니다.

 

 

 

 

 

 

 



방 앞에 걸려 있던 거울.
거울이 여기저기 참 많이 걸려 있었는데, 호텔 안에서 제 눈으로 직접 본 거울만 한 12종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본 것마다 다 달랐어요.

 

 

 

 

 

 

 



옛날식 리프트lift라 작습니다. 성인 네 명이 들어가면 꽉 찹니다.
영국에서는 "엘러베이터"라 하지 않고 리프트라고 합니다.

 

 

 

 

 

 

 

 


리프트에 사람이 꽉 찼을 때는 계단을 이용해도 되지요.
계단도 훌륭하죠?
늘 리프트만 이용하셨던 권여사님은 이렇게 멋진 계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십니다.

 

 

 

 

 

 

 



리프트 옆에 있던 의자들.
다리 아픈 분들은 느릿느릿 내려오는 리프트를 여기 앉아서 기다리면 됩니다. 한국식으로는 1층입니다. 영국에서는 1층을 'ground floor'라고 하고 2층을 1층이라 부릅니다. 영국 처음 온 분들은 헷갈려 하죠. 우리가 묵었던 3층은 그러니까 한국식으로 치면 4층인 거지요.

 

 

 

 

 

 

 



여긴 우리가 자주 이용했던 그라운드 플로어의 <The Green Room>입니다. 어우, 이 공간이 아늑하면서도 얼마나 멋진지 몰라요. 런던 사는 친척들을 이곳으로 불러 저 소파에서 담소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분위기 좋죠?

 

 

 

 

 

 

 



서재를 겸합니다.
저렇게 버튼이 숭숭 박히고 부드럽게 말린 둥근 선을 가진 소파를 '체스터필드 소파Chesterfield sofa'라고 부릅니다. 영국 고전 소파죠. 가죽 재질로도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다쓰 부처는 갈색 가죽으로 된 체스터필드 소파를 좋아하는데, 꼭 달걀 흰자로 광택 내 구운 맛있는 빵처럼 보여 기분이 좋아져요. 동글동글 잘 부푼 빵 같죠.

 

 

 

 

 

 

 



양장본은 이런 데 쓰는 건가 봅니다.
맨 아래 층은 브리타니카 백과사전이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의 장남이자 그 다음 군주였던 에드워드 7세의 초상화. '에드워디안 시대' 할 때의 그 에드워드가 바로 이 양반입니다[재위 기간 1901-1910]. 이 호텔에 묵은 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가스불 벽난로.

 

 

 

 

 

 

 



에드워디안 시대를 풍미하던 호주 출신의 성악가 넬리 멜바Nellie Melba. <다운튼 애비>에서도 잠깐 나오죠. 이 호텔 단골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방 중에 넬리 멜바의 이름을 딴 호화로운 방이 있습니다.

 

 

 

 

 

 

 

 

 

벽난로 맞은편.

 

 

 

 

 

 

 



이 호텔은 지방 귀족이나 교외 귀족들의 런던 별장이었던 건물을 매입해 개조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호텔로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지은 건물이라고 하네요. 빅토리안 후기(1892)에 지어진 호텔인데, 천장을 보니 오래된 티가 납니다. 반복된 페인트 칠로 선명하고 또렷해야 할 양각이 얕아지고 흐려졌어요.

 

 

 

 

 

 

 



호텔 측이 제공한 응접실 전경 사진.

 

 

 

 

 

 

 



응접실 전경 2.
벽 페인트 색과 소파 색이 다른 걸 보니 계절 따라 바꿔 주는 모양입니다.

 

 

 

 

 

 

 



이건 지하에 있는 공간.


이 호텔의 다른 등급 방들도 한번 구경해 보세요. 방들이 다들 옛날풍 멋진 침대와 가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The Gore Hotel

 



예약 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

 

이 호텔은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료를 내야 합니다. 이용료 낸 것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고 불평하는 투숙객들이 제법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점 참고하시고요. (2020년 6월 현재 호텔 전체 와이파이 무료)


그리고, 방에 커피나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는 설비가 없습니다. 뜨거운 음료를 마시고 싶으면 레스토랑이나 바를 이용해야만 합니다. 방마다 비싼 고가구가 있고 침구나 커튼을 고급 재질로 써서 그런 것 같은데, 저희는 여행 기간 내내 외식을 열심히 하고 들어와 방에서 차나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필요를 못 느꼈으나 이런 게 중요한 분들은 섭섭할 수도 있으니 이 점도 참고하셔야겠습니다. 조식에 커피나 차 등 뜨거운 음료가 포함돼 있기는 합니다. 저희나 어른들 모두 저녁 때는 숙면을 위해 카페인 섭취를 안 하므로 조식 때만 제공돼도 충분했습니다.


미니 바에 있는 음료와 간식들은 제법 비싸지만 자기가 밖에서 사 온 물이나 음식물을 얼마든지 넣어 둘 수 있습니다.



소회


호텔이 작아서 그런지 직원들이 다들 매우 친절하고, 서비스도 빠르고, 음식도 괜찮고, 비수기여서 그랬는지 호텔 안팎 모두 조용하고, 아늑하고 특색 있어 저희는 잘 지내다 왔습니다.


제가 이번에 깨달은 것 한 가지 -
여행할 때는 대개 여행지의 자연 환경과 문물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숙소는 최대한 알뜰하게 선택하고 아침 일찍 숙소를 박차고 나와 부지런히 관광을 하게 되죠. 새로운 장소나 물건들을 사진기에 가득 담고, 사 먹은 음식들도 추억 삼아 담고요.


그런데, 고어 호텔에 머물면서 저는 문물, 즉, 문화의 산물에는 그 나라의 호텔도 포함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호텔 관광'이 즐거웠습니다. 호텔이 채택한 소품 하나하나, 인테리어 하나하나, 가구 하나하나 살피는 것이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응접실 벽난로 앞에 앉아 담소도 나누어 보고, 책도 꺼내서 보고, 방문객 초상화나 사진들 보면서 호텔의 역사와 당대 있었던 일들도 들여다보고요.


게다가, 여행지에서 사 먹은 음식들의 추억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인데, 곰곰 생각해 보면 여행 기간 동안 그 어느 음식점 음식보다도 자주 먹게 되는 것이 이 호텔 조식입니다. 아침 식사는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친밀한 것이죠. 영국식 아침과 이들이 좋아하는 전통 훈제 생선, 달걀 요리 등을 먹고, 이들이 마시는 홍차 등을 특별한 환경에서 마시며 그날 하루를 여는 행위는 조용하면서도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조식 장소에 사진기 들고 나타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음;;)

 

하여간, 여행에 있어 숙소와 조식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사진 빼곡이 붙여가며 이렇게 장황하게 드리고 있는 겁니다. 촌놈이 독특한 분위기의 4성 호텔 한 번 묵어 보고는 신나서 이럽니다. 5성 호텔 갔다간 책 한 권 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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