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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고기 ◆ 이태리 모르타델라 볼로냐 Mortadella Bolgna PGI, 피짜 비앙카 Pizza Bianca 본문

조제 고기

조제고기 ◆ 이태리 모르타델라 볼로냐 Mortadella Bolgna PGI, 피짜 비앙카 Pizza Bianca

단 단 2016. 4. 5. 00:30

 

 

이태리의 조제 고기들.

 

 

 

 

 

 

 

 


오늘 소개해 드릴 조제 고기는 햄이 아니라 익힌 소세지입니다. 볼로냐 지방에서 만든 것은 특별히 유럽연합이 지리적 표시제PGI로 보호를 합니다. 제가 사 온 건 이태리 어디서나 만들 수 있는 일반적인 모르타델라라서 포장에 '볼로냐' 문구도 없고 'PGI' 표시도 없습니다. 어떤 것이든 모르타델라는 꿈 같은 분홍빛이 나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종잇장처럼 얇아 꼭 보들보들 하늘하늘한 손수건 같기도 하고요. 살면서 본 소세지들 중 이 모르타델라가 지름이 가장 큽니다. CD보다도 커요. 지름이 크면서 이렇게저렇게 잘 접히니 멋내서 플레이팅 하기 좋고 쓰임새가 많겠습니다.

 

 

 

 

 

 

 



다쓰베이더가 부엌에서 포장을 뜯는데 맛있는 향이 거실까지 진동을 합니다. 고기를 매우 곱게 갈아 압착해 만든 소세지라서 질감이 부드럽고 균일합니다. 하얀 지방을 깍둑 썰어 넣어 저렇게 군데군데 하얀 네모가 보입니다. 익힌 고기라서 색이 빨갛지가 않고 연분홍색을 띱니다. 소금은 제법 들었으나 양념이 과하지 않아 돼지고기 특유의 풍미가 도드라지는 편이며, 첫 인상은 조제 고기 특유의 짜다는 느낌보다는 섬세하고 순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 온 제품의 성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pork, salt, sugar, white pepper, ascorbic acid (antioxidant), garlic, sodium nitrite (preservative), coriander, bay leaf, cinnamon, clove, rosemary, nutmeg, mace, orange peel. 끝.

 

 

 

 

 

 

 



이건 델리 카운터에 있는 큰 덩이에서 저며서 산 '신선한' 볼로냐 모르타델라인데, 점원이 너무 두껍게 썰어주는 바람에 먹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두께가 달라지면 식감뿐 아니라 맛도 달라집니다. 이렇게 두껍게 썰면 돼지고기 특유의 향이 강해져 먹는 즐거움이 반감됩니다. 델리 카운터에서 사실 때는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세요. 공기에 닿아 산화된 첫 장은 빼고 그 다음 장부터 사고 싶으시면 맛을 한번 보자고 해서 첫 장은 시식해 없앤 뒤 사시면 됩니다. 시식한 건 계산에 넣지 않습니다.

 


모르타델라 즐기기 - 로마의 오래된 빵집, 캄포 데이 피오리

 

이태리 사람들은 이 모르타델라를 어떻게 즐기느냐?
일단 아래의 영상을 한번 보세요. 로마의 캄포 데이 피오리Campo dei Fiori 광장에 있는 같은 이름의 빵집forno에서 온갖 빵과 과자를 만드는 모습입니다. 유명한 집입니다. 재미있어서 아마 넋을 놓고 보시게 될 겁니다. 중간에 이 모르타델라가 나오니 유심히 보세요. 모르타델라뿐 아니라 앞서 소개해 드렸던 조제 쇠고기인 브레자올라도 보이고, 조제 돼지고기인 프로슈토와 살라미들도 보입니다. 빵집을 이태리에서는 '포르노forno'라고 부르나 봅니다. '오븐'이라는 뜻입니다. 로마 여행 가서 이 집에서 군것질 하는 분들 많지요.

 

 

 

 

 

 

 

 

단빵과 단과자도 많이 나오지만 갖가지 종류의 짭짤한 로마식 피짜가 보이니 식욕에 그냥 불을 당깁니다. 눈이 다 어지러울 지경인데, 프랑스 제과점들과는 느낌이 또 다르죠. 이태리 빵집들은 이렇게 피짜 도우 위에 자기네 특산 조제 고기들과 구운 채소들을 올린 식사용 빵들을 내곤 하니 식사 시간, 간식 시간 상관 없이 손님이 항상 많겠습니다. 이 집은 로마식 피짜인 피짜 비앙카pizza bianca = white pizza로 특히 유명합니다.



나폴리는 피짜 마르게리따, 로마는 피짜 비앙카


나폴리 사람들은 토마토 소스, 버팔로 모짜렐라, 바질, 올리브 오일을 올린 마르게리따 피짜pizza Margherita를 먹고, 로마 사람들은 올리브 오일과 소금만 뿌려 구운 피짜 비앙카를 먹는다고 하죠. 피짜 반죽에 토마토 소스를 바르지 않고 굽는다고 해서 '하얀 피짜'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모양도 마르게리따 피짜처럼 동그랗지가 않고 포카치아focaccia처럼 긴 직사각형을 하고 있는데, 구운 뒤에는 포카치아처럼 그냥 먹기도 하고 반 갈라 취향껏 속재료를 넣어 샌드위치처럼 즐기기도 합니다. 포카치아보다는 좀 더 바삭하고 단단하고 질깁니다.

 


모르타델라를 넣은 피짜 비앙카 샌드위치


피짜 비앙카 샌드위치 속 재료 중 가장 흔한 것은 위에서 소개해 드린 모르타델라 소세지이고, 여기에 종종 치즈와 로켓rocket, rucola 등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영상에서도 모르타델라 소세지만 넣은 것과 치즈와 로켓을 추가로 더 넣은 것, 두 가지 모두 보이네요.


피짜 비앙카는 아마 일반 빵집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집에서 다음의 레서피를 이용해 구워 드시면 됩니다. 저 같은 귀차니스트들을 위해 무반죽 레서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손톱 길러 예쁘게 칠한 분들도 만들 수 있습니다.

 

기웃이: 뭣? 빵을 반죽도 하지 않고 만든다고?

 

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결과물은 매우 훌륭합니다. 가정용 오븐은 온도가 아무리 높아 봤자 250˚C밖에 되지 않으므로 영업집의 저 500˚C 넘는 어마어마한 열기의 화덕과 같은 결과를 낼 수는 없으나 이 레서피로 구운 것도 맛은 아주 좋습니다. 정말 쉬운 레서피인데, 이것마저도 귀찮은 분들은 그냥 포카치아를 사다가 반 갈라 모르타델라를 얹어 드셔도 됩니다.

 

 

 

 

 

 

 



귀차니스트들을 위한 무반죽 피짜 비앙카


재료


파스타∙피짜용 강력분 super fine 00 grade pasta flour 500g
소금 10g
드라이 이스트 5g
미지근한 물 375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4큰술 [1큰술 = 15ml]
결정이 크고 예쁜 바다 소금 [영국에 계신 분들은 깔끔한 맛의 질 좋은 자염인 'Maldon Sea Salt'나 'Anglesey Sea Salt'를 쓰시면 됩니다.]



만들기


1. 우묵한 큰 그릇에 밀가루, 소금, 이스트를 넣고 고르게 퍼지도록 꼼꼼히 섞는다. 미지근한 물을 붓고 나무 숟가락으로 마른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잘 섞는다. 마르지 않도록 그릇에 랩을 씌워 실온에 하룻밤 둔다.


- 다음날 -

 

2. 직사각 베이킹 팬에 유산지baking parchment를 깔고 밀가루를 도포한다. 단단한 실리콘 스패출라를 써서 부풀어 오른 반죽을 유산지 깐 베이킹 팬에 옮겨 담는다. 반죽이 매우 질기 때문에 맨손으로 다루기는 좀 힘들 것이다. 정 가운데에 볼록한 모양이 되도록 옮기면 된다. 젖은 수건을 덮어 실온에서 2시간 더 발효시킨다.


3. 1시간 30분쯤 지나면 오븐 선반을 중상으로 배치한 뒤 빈 베이킹 트레이를 넣고 최대 온도로 예열한다.


4. 2시간이 지나면 2차로 부푼 반죽을 물 묻힌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며 직사각 베이킹 팬 전체로 펼친다. 잡아 늘이거나 들어 올려 늘이지 말고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면적을 넓혀 가야 한다. 반죽 속에 공기를 최대한 잘 보존하도록 조심히 다룬다.


5. 표면에 올리브 오일을 골고루 넉넉히 뿌리고 소금을 뿌려 15분에서 20분간 굽는다. 올리브 오일 때문에 빵이 튀기듯 구워질 것이다. 표면에 먹음직스러운 구운 색이 날 때까지 구우면 된다.


[화덕 피짜 같은 좀 더 바삭한 바닥을 원하시면 구운 뒤 5분쯤 지나 베이킹 팬에서 들어내 유산지를 제거하고 베이킹 트레이에 바로 올려 나머지 시간을 구우셔도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안 해도 바닥 바삭하고 맛있습니다. 귀찮으니 그냥 한 번에 굽자고요.]

 

6. 5분 정도 식힌 뒤 먹는다. 따뜻할 때 먹으면 듁음이다. 식어도 맛있다. 끝.

 

 

 

 

 

 

 



단면.
이렇게 슬렁슬렁 만들어도 이토록 맛있는 빵이 나온다니 감격입니다. 레서피가 아주 좋네요. 작년 가을에 출판된 ☞ <The Food Lab>의 저자가 일러준 레서피입니다.

 

 

 

 

 

 

 



적당한 크기로 썬 뒤 반을 갈라 모르타델라 한 점 올려 '오픈 샌드위치'로 드셔도 좋고,

 

 

 

 

 

 

 



모르타델라 두 점을 얹고 뚜껑 덮어 샌드위치로 드셔도 좋습니다. 취향껏 하세요. 로켓과 치즈를 추가해도 맛있습니다. 재료는 일반 빵과 다를 바 없는데 올리브 오일이 들어가니 색다르고 풍미가 참 좋습니다.

 

집에 앉아 로마 여행 간 기분을 다 내 봅니다. 로마는 머언 옛날 제 신혼 여행지 중 한 곳이었습니다. 옛날 생각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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