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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고기 ◆ 이태리 프로슈토 디 스펙 Prosciutto di Speck 본문

조제 고기

조제고기 ◆ 이태리 프로슈토 디 스펙 Prosciutto di Speck

단 단 2016. 4. 19. 00:30

 

 

 

 이태리의 조제고기들

 

 

 

 

 

 

 

 



오늘은 훈제한 프로슈토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펙speck'은 영어로 고래나 물개의 지방을 뜻하고, 독일어로는 고래나 물개의 지방 외에도 돼지의 지방을 뜻하기도 합니다. 돼지의 지방만을 가지고 조제한 독일의 '슈펙'은 오늘 소개해 드릴 같은 이름의 이태리 '스펙'보다는 오히려 '라르도lardo'에 더 가깝습니다. 영국에서는 '스펙' 하면 독일의 슈펙보다는 이태리의 훈제 프로슈토를 먼저 떠올립니다. 이태리 북부 사우스 티롤South Tyrol에서 이태리산 돼지로 만든 것들은 유럽연합에 의해 지리적 표시제PGI로 보호를 받습니다. '스펙 알토 아디제Speck Alto Adige'라고 부릅니다. 제가 사 온 것에는 PGI 표식이 없는데, 생산지는 사우스 티롤이 맞아도 원료인 돼지가 이태리산이 아닌 네덜란드산이어서 PGI 인증을 받지 못 한 모양입니다.

 

낮은 온도에서 훈제하는 냉훈법을 쓰기 때문에 이것도 기본적으로는 생햄입니다. 3주간의 염지를 마친 뒤 훈제에 들어가는데, 훈제는 1회로 끝나지 않고 몇 달에 걸쳐 반복 시행합니다. 진resin이 적게 나오는 나무를 써서 타르 기운을 최대한 억제하고 낮은 온도에서 섬세하게 훈향을 입히는데, 한 번에 약 한두 시간 정도만 연기를 쏘인다고 하네요. 천천히, 약하게, 오랜 기간 동안 반복해서 훈향을 씌우면 고기 안쪽까지 깊숙히 훈향이 입혀지면서도 험하지 않은 은은한 훈향을 낼 수가 있다고 하죠. 빠른 시간 안에 강하게 연기를 씌우는 일반적인 훈제 고기들은 고기의 겉면에만 훈향이 씌워지게 된다 하고요. 파르마 햄이나 산 다니엘레 햄과 마찬가지로 이 스펙 장인들도 알프스 산자락의 건조하고 청량한 공기가 맛을 더해 준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포장을 보니 스펙 100g을 만들기 위해 155g의 고기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식품 묘사는 이렇습니다.


8 Slices, Prosciutto di Speck, Air Dried, Spiced and Smoked Ham
Speciality of the Alto Adige region in Northern Italy. Produced using selected hams, smoked over beechwood and rubbed with heritage herbs and spices of juniper berry, pepper, and rosemary.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Pork, salt, dextrose, juniper berries, caraway, pepper, rosemary, garlic, sodium nitrite (preservative).

 

 

 

 

 

 

 

 

 

훈제 고기라 그런지 훈제 안 한 프로슈토들에 비하면 색이 좀 더 빨갛고 짙은데다, 겉이 말라서 가장자리에 크러스트가 살짝 형성됐습니다. 사진상으로도 확인 가능합니다. 살코기쪽 가장자리에 살짝 크러스트가 형성된 게 보이죠?


향을 맡아 보니 짙고 매캐한 타르 같은 훈향이 아니라 은은하고 우아하고 세련된 꿈같은 훈향이 납니다.


맛은 더 환상적입니다. 지금까지 맛본 훈제 조제 고기들 중 이 스펙이 가장 맛있고 훈향도 가장 좋습니다. 유명한 파르마 햄이나 산 다니엘레 햄보다도 맛있습니다. 심지어 조제 돼지고기들이 갖는 '돼지 냄새'도 거의 안 납니다.

 

이 스펙의 포장에는 6개월 숙성을 시켰다는 표시가 있었는데, 6개월밖에 숙성을 안 시키고도 12개월 이상 숙성시키는 파르마 햄이나 13개월 이상 숙성시키는 산 다니엘레 햄보다 맛있으니 재미있지 않나요?


훈제를 해서 그런지 파르마 햄보다는 약간 더 건조한 편입니다. 이 때문에 아스파라거스나 이태리 브레드스틱grissini 같은 것에 부드럽게 밀착시키며 돌돌 감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이 먹으면 좋다고 생산자가 포장에 조언을 해 놓았습니다.


Serving Suggestion
Great as part of an antipasti platter, served with a mature Gorgonzola Picante and baby leaf watercress (물냉이).

 

이태리의 스펙 생산지에서는 스펙에 빵과 와인을 곁들여 기본 식사를 구성하고, 여기에 그 지역 치즈와, 치즈에 어울리는 과일 등을 더 올려 먹기도 한답니다. 저도 그간 이 스펙이 맛있어서 여러 차례 사다 먹었고, 먹을 때마다 이것저것 곁들여 보기도 하고 요리에 써 보기도 했는데요, 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단독으로 드세요. 그게 스펙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입니다. 무언가를 곁들이니 스펙의 섬세한 훈향과 염지제가 더해 준 세련된 풍미가 가려져 온전히 음미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영국에 계신 분들은 시간 나실 때 <세인즈버리즈>나 <막스 앤드 스펜서> 수퍼마켓 가셔서 스펙 사다 한번 맛보시기를 권합니다. 두 곳 다 잘 만든 제품들로 들여놓았습니다. <세인즈버리즈>의 자사 상품들 중 최고급인 '테이스트 더 디퍼런스Taste the Difference' 제품군에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것들이 많습니다. <웨이트로즈> 것들보다 나은 경우도 많아요. 이건 <웨이트로즈>에서도 못 봅니다. 맨입에 그냥 드시라는 의미에서 오늘은 활용 레서피를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막스 앤드 스펜서>의

훈제 안티 파스티 모듬에 포함된 스펙[맨 오른쪽].

살코기 가장자리에 크러스트가 형성돼 있다.

 

 

 

 

 

 

 


일년 뒤 다시 사 먹어 본

<막스 앤드 스펜서> 훈제 안티 파스티 모듬.

맨 위가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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