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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고기 ◆ 이태리 펠리노 살라미 Salame Felino PGI 본문

조제 고기

조제고기 ◆ 이태리 펠리노 살라미 Salame Felino PGI

단 단 2016. 5. 23. 06:00

 

 

 

이태리의 조제고기들.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의 파르마 지방. 

 

 

 

 

 

 

 

 

 

파르마의 햄은 이미 소개를 해 드렸고, 오늘은 파르마의 소세지인 펠리노 살라미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펠리노는 파르마 지방 안에 있는 작은 읍 이름입니다. 파르마 햄과 함께 이 펠리노 살라미가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의 양대 조제고기로 통합니다. 파르마 햄과 마찬가지로 생산자들은 그 지역 특유의 미생물이 담긴 공기와 환경이 살라미 맛을 내 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로마 이전 시대, 로마 시대, 중세, 르네상스까지만 해도 살라미들을 익혀서 먹었고, 18세기 후반에 와서야 건조 생 살라미들을 먹은 것으로 추정을 합니다. 이 시기 회화에 건조 생 살라미가 처음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펠리노 살라미에 관한 언급은 무려 1세기까지도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럽연합에 의해 PGI로 보호·감독 받고 있으므로 제조법이 대략 정해져 있습니다. 살코기와 지방은 중간 정도 크기의 입자로 갈고 지방은 25~30%를 넣습니다. 소금·후추·마늘은 필수, 설탕과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선택, 락토스lactose나 분유는 쓰지 않고, 케이싱도 천연 돈장만 씁니다. 건조는 13~24˚C에서 4일에서 최대 6일까지, 숙성은 12~18˚C에서 최소 25일간 숙성을 해야 합니다.

 

포장에 인쇄돼 있던 제품 설명:

Traditional Italian salami, produced in the small town of Felino, noted for its salami heritage. Awarded a IGP/PGI status. IGP는 이태리어로 읽었을 때의 약자이고, 영어로는 PGI가 됩니다. 

 

성분:

Pork, Salt, Sugar, Black Pepper, Sodium Nitrite and Potassium Nitrate (Preservatives), White Pepper, Garlic. 끝. 

100g의 펠리노 살라미를 만들기 위해 144g의 돼지고기를 씁니다.  

 

 

 

 

 

 

 

 

 

앞서 소개해 드렸던 스피아나따 로마나 살라미와 비슷하게 생겼죠. 이 펠리노 살라미가 양끝이 좀 더 둥근데, 스피아나따 로마나 살라미처럼 원형이었던 것을 납작해서 눌러 재성형한 것이 아니라, 원형 살라미를 썰 때 대각선으로 길게 썰어서 저런 모양이 나오는 겁니다. 차이를 아시겠지요? 단면의 모습을 충분히 감상하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으려면 대각선으로 썬 길이는 지름의 두 배가 되면 좋다고 합니다. 60˚ 각도로 썰면 됩니다.    

 

 

 

 

 

 

 

 

 

생산자가 추천하는 잘 즐기는 방법:

Serving Suggestion - Served as part of an antipasti platters or with toasted ciabatta and sliced vine tomatoes.

 

저는 이 설명을 미처 보지 못 한 채 접시에 그냥 저렇게 담아 먹었는데, 나중에 이 글 쓰면서 생산자가 권한 것과 비슷하게 담아 먹었다는 걸 깨닫고는 혼자 웃었습니다. 빵은 사진에 있는 것의 4분의 1만 먹었습니다. 제 한 끼 식사량이 이 정도입니다. 한 300kcal쯤 됩니다. 그러니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 가서 8-코스, 3-코스 먹느라 제가 얼마나 고생을 했겠습니까. 

 

 

 

 

 

 

 

 

 

참, 후추알은 왜 올렸냐면요, 이 펠리노 살라미는 후추알 두께로 썰어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고 해서 생산자가 맞게 잘 썰었나 확인해 보려고 올린 거였습니다.  후추알 두께보다는 조금 얇긴 했지만 근접합니다. 

 

먹기 전에 먼저 향을 맡아 봅니다. 

 

아아, 세련된 누룽지향. 
우리는 이 향을 구수하다고 표현하고 영국인들은 'sweet and nutty'하다고 표현하죠. 탄수화물이 고온에 지져질 때 생기는 그 캬라멜화한 당의 풍미는 우리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 단백질과 지방뿐인 살라미에서 이같은 향이 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펠리노 살라미는 여느 살라미들보다 한층 더 세련된 누룽지향을 내는데, 아마 별도로 첨가한 설탕이 후추와 약한 훈증으로 생긴 은은한 훈향과 만나 이런 향을 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심지어 살라미에서 으레 나기 마련인 산미도 거의 안 느껴집니다. 의아해서 성분표를 다시 보니 산화 방지제인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이나 아스코르빅 나트륨sodium ascorbate 같은 신맛 내는 식품 첨가물을 넣지 않고 와인도 넣지 않아 산미를 낼 만한 요소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맛을 봅니다.
휴... 
한숨 나올 정도로 맛있습니다. 맛이 자극적이지가 않고 우아해요. 일반 살라미들에서 느껴지는 시큼한 맛도 없고 후추도 과하지 않고요. 소금은 다른 살라미보다 조금 더 들었는데도 오히려 덜 짜게 느껴지는 건 아마 산미가 약해 짠맛이 덜 증폭돼서 그런 것이겠지요. 

 

맛과 향만 좋은 게 아니라 이에 닿는 감촉도 환상적입니다. 다른 살라미들보다 두툼하게 썰어서 그런지 씹으면 촉촉하면서 기분 좋게 기름지고unctuous, 이에 살짝 들러붙었다가 떨어져 구강을 섬세하게 울리며 자극합니다.  

 

이에 닿는 느낌만 좋은 게 아니라 혀에 닿는 감촉도 매우 부드럽고 관능적입니다. 원형으로 얇게 썬 여느 살라미들과 달리 이 펠리노 살라미는 두께감 있게 썬 데다 대각선으로 길게 저민 것 때문에 입 속에 들어오는 시간이 훨씬 길고 양도 더 많아 입 안 가득 넣고 음미할 수 있어요. 얇게 썬 원형 살라미들은 짧고 양이 적기 때문에 입에 넣으면 바로 어금니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한데 이건 도톰하고 길어서 혀를 반드시 거쳐야만 합니다. 혀 위에 머물다 간 살라미라... 그래서 더 관능적인 걸까요? 그간 먹어 본 살라미들 중에서는 이 펠리노 살라미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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