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관리 메뉴

cloudspotter

[런던여행] 폴렌 스트리트 소셜 Pollen Street Social 본문

영국 여행

[런던여행] 폴렌 스트리트 소셜 Pollen Street Social

단 단 2016. 9. 22. 00:00

 

 

 

 

영감 생일을 맞아 생일밥 먹으러 <폴렌 스트리트 소셜>에 다녀왔습니다. 런던의 고급 식당가인 메이페어Mayfair에 있습니다. (영감이 필요한 직업이라서 제가 늘 영감이라고 불러 줍니다.)

 

 

 

 

 

 

 



폴렌 스트리트 소셜은 미슐랑 1-스타 레스토랑입니다. 그러나 영국의 레스토랑 평가서인 <The Good Food Guide 2017>에는 미슐랑 2-스타, 3-스타인 집들을 제치고 무려 4위에 올라 있습니다. 흐음... 이 집이 미슐랑 2-스타인 헤스톤 블루멘쏠의 <디너>보다도, 마커스 웨어링의 바클리 호텔 레스토랑보다도, 브렛 그레이엄의 <레드버리>보다도 낫다고? 정말?


다쓰 부처가 직접 검증을 해보기로 하지요.

 

 

 

 

 

 

 



이런 곳에 갈 때 너무 일찍 도착하면 꼭 바에 가서 콕테일을 마시게 합니다. 어떻게든 한푼이라도 돈을 더 쓰게 만들죠. 특히 남녀가 왔을 때는 남자가 여자 앞에서 체면을 차릴 것으로 기대해 더 그러는 경향이 있어요. 저희는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시간 딱 맞춰서 들어갔습니다. 돈 아끼려는 것보다는, 둘 다 위장이 작아 음료를 많이 마시면 내준 음식을 다 못 먹게 되기 때문입니다.

 

 

 

 

 

 

 



허, 시간 딱 맞춰서 들어갔는데도 아직 테이블 준비가 덜 됐다며 억지로 바에 앉힙니다. 준비가 덜 됐다는데 어쩝니까, 하는 수 없이 바 소파에 앉아 기다려야지요. 그런데 저희보다 1분 늦게 도착한 여성 세 명 일행은 바로 자리로 안내를 하는 겁니다. 뭔가요?


바텐더가 뭘 만들어 줄까 물으러 왔길래 "우리도 다이닝 홀로 바로 들여보내 줘." 하고 안내를 받아 앉았습니다. 준비 멀쩡히 잘 돼 있었구만요, 뭘.

 

 

 

 

 

 

 



레스토랑 측이 준비한 안 예쁜 생일 카드.
카드말고 먹는 거나 하나 더 주지.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앞접시는 전-전식pre-starter을 받기 직전에 도로 걷어 갔습니다. 왜 놓아 두었던 걸까요?

 

 

 

 

 

 

 



pre-전식.
영국에서는 불어인 '아뮤즈 부쉬amuse bouche'라는 용어도 쓰지만 '세이버리savoury'라는 자국어를 쓸 때가 더 많습니다. 식사 전이나 후식 다음에 내는 까나페 같은 한입거리 짭짤한 음식들을 뜻합니다. 날 잡아 영국의 세이버리들만 따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세이버리는 버섯 수프까지 해서 모두 네 종류가 나옵니다.

 

 

 

 

 

 

 

 Savouries ① smoked salmon



평범하기 짝이 없는 맛의 훈제 연어 세이버리.
맛이 없지는 않았으나 식욕을 돋우고 호기심을 일으킬 만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Savouries ② cornbread, cucumber, dill cream

 


제철인 스위트콘을 넣어 콘브레드를 만들고, 그 위에 역시 제철인 오이를 절여서 얹고, 그 위에는 딜dill로 맛낸 크림 치즈를 얹었습니다. 제철 재료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나 콘브레드가 너무 달아 다른 구성 요소들 맛을 전부 가립니다. 짭짤한 걸 기대했다가 식사 전에 단맛 물씬 나는 머핀 질감의 탄수화물을 먹게 되니 흥이 깨지고요. 차라리 오이 맛을 살려 청량한 느낌을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Savouries ③ beetroot purée, blackberries

 


제철인 비트루트 퓨레에 제철인 블랙베리.
어우... 이거 왜 이렇게 맛없어...
제철 재료만 쓰면 답니까, 맛이 있어야죠.


입맛을 돋워야 할 세이버리 세 가지가 전부 맛있지가 않고 '세이버리'하지도 않아 갑자기 불안해졌습니다. 일인당 무려 85파운드짜리 5-코스 테이스팅 메뉴를 주문했거든요.

 

 

 

 

 

 

 



아까운 재료들.

 

 

 

 

 

 

 

 Savouries ④ mushroom & parmigiano reggiano soup

 


마지막 세이버리인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로 맛낸 버섯 수프.
프렌치 어니언 수프 느낌이 물씬 나는 갈색의 짠 버섯 수프에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녹은 게 둥둥 떠 있었습니다. 이건 짭짤하면서 맛이 괜찮았으나 그래도 너무 익숙한 맛입니다. 세이버리로 낸 것들 중 어느 것도 '탄성을 자아낼' 만한 게 없었어요. 수퍼마켓에서 연말연시 파티용으로 내는 레디 밀ready meal 핑거 푸드들이 훨씬 맛있습니다.

 

 

 

 

 

 

 



빵 네 종류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와서 한 사람당 한 개를 고르게 합니다. 밀 이삭을 닮은 프랑스 빵인 에피epi 한 덩이 떼어 낸 것과 통밀 사워도우 브레드를 골랐습니다. 빵은 괜찮았으나 버터 핸즈butter hands 한 짝에 올려서 낸 저 스프레드가 맛이 없어요. 아니, 어떻게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빵에 발라 먹는 스프레드가 다 맛이 없을 수 있습니까. 수퍼마켓에서 그냥 버터 사다가 올려도 이거보단 맛있을 텐데요. 부드럽지도 않은 데다 시큼하기만 하고 버터풍의 기름지고 고소한 느낌이 전혀 없어 도대체 뭘로 만든 거냐고 서버한테 물어 보니,


"버터밀크요."
"버터밀크만요?"
"네."
"정말요? 버터나 커드 치즈나 크림 치즈 같은 것과 섞지도 않고 버터밀크만요?"
"네."


서버가 귀찮아서 이렇게 대답했을까요? 버터밀크는 신맛만 있는 게 아니라 고소한 맛도 있는데 어째 스프레드가 저렇게 텅 빈 신맛만 날 수 있을까요? 참고로, <레드버리>나 헤스톤 블루멘쏠의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는 꽉 찬 맛을 위해 대개 다음과 같은 재료들을 섞어서 스프레드를 만듭니다. 비율은 취향껏 조절하세요. 아니면 질 좋고 맛있는 버터를 구해 버터만 단독으로 내든지요.


 무염 버터 100g
사워 크림 50g
크림 치즈 50g
레몬 즙 약간
소금 약간


버터는 소젖 버터 대신 염소젖 버터로 쓰셔도 되고, 크림 치즈도 고트 커드로 바꾸셔도 됩니다. 이렇게 하면 스프레드에 '고티goaty'한 향이 살짝 가미됩니다.

 

하여간 이 집은 빵 인심도 참으로 박하고, 맛없기 힘든 스프레드도 참으로 맛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 - 버터와 버터밀크를 섞어서 만든답니다. 그런데 저렇게 거친 질감이 나면서 맛이 없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군요. 너무 시었어요. 레몬 즙을 균형이 깨질 정도로 잔뜩 넣은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이 집은 심지어 손님이 집에 가져갈 수 있는 '오늘의 메뉴판'도 따로 인쇄를 해 놓지 않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나니 메뉴판을 그냥 가져가 버리네요. 여러 코스를 먹는데 메뉴판이 없으니 다음 음식 기다리면서 좀 심심했습니다. 음식 나올 때마다 읊어 주는 재료 적느라 불편하기도 했고요. 메뉴판에 박아 놓은 재료와 그날 실제로 쓴 재료가 수급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어 대개는 매일매일 메뉴를 인쇄해서 손님한테 제공을 합니다. 특정 재료에 과민증이 있거나 꺼려서 안 먹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우리 식탁 옆에 있던 디저트 바.

 

 

 

 

 

 

 



와인 트롤리는 따로 있었고, 이건 스피릿 트롤리.

 

 

 

 

 

 

 


 1st course: roasted Isle of Mull scallop,

artichoke & black olive soup, lemon, celery.



전식인 관자 요리.

관자가 참 싱싱한데다 어찌나 달고 맛있었던지. 수산시장 옆에 살지 않는 한 저 같은 도시의 소비자는 수퍼마켓 피쉬 카운터에 놓여 있는 '묵은 것'을 사다가 조리해 먹을 수밖에 없으니 절대 이런 선도를 경험할 수가 없지요. 이런 건 그냥 솜씨 좋은 고급 식당에 와서 사 먹는 게 최고입니다. 말린 관자를 불려서 쓰는 중국식 관자 요리는 맛이 진하기는 하지만 말린 관자 특유의 군내와 쓴맛이 있죠. 서양식으로 싱싱한 생물을 살짝 익히기만 해서 낸 것은 향긋하면서 단맛이 물씬, 매우 부드럽고 즙도 많습니다.

 

관자 위에 올린 셀러리와 레몬 다진 것도 맛있었고, 옆에 놓인 까만색 올리브 크럼도 풍미 짙으면서 짭짤한 게 맛있었고, 아티쵸크와 올리브로 맛냈다는 소스도 진해서 맛있었는데, 문제는, 소스가 지나치게 농후해 섬세한 관자와 그 위에 올린 상큼한 고명들의 맛을 전부 덮어 버립니다. 한마디로, 접시 위에 올라 온 각각의 요소들은 조리를 잘해서 맛있었는데 조화가 안 됩니다. 희한한 일이죠. 앞서 세이버리 먹을 때도 느꼈던 건데 요리에서도 같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어요.

 

 

 

 

 

 

 


 2nd course: Eyemouth crab salad, apple & coriander,

black garlic, lemon purée, brown crab on toast.

 

 

깔끔한 맛의 흰 다릿살과 농후한 맛의 갈색 몸통살, 이중으로 요리를 구성했습니다. 여기 요리사들은 원래 이렇게 'white meat'와 'brown meat'를 따로 사용합니다. 흰살에는 새콤하게 절여 잘게 깍둑 썬 사과와 얇게 저민 흑마늘을 넣었는데, 흑마늘은 너무 적게 넣어 존재감이 없는 데다 맛도 썩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오른쪽의 갈색 몸통살 퓨레에는 호밀빵이나 통밀빵 토스트를 곱게 갈아 넣어 맛을 낸 것 같았습니다. 가벼운 게살 샐러드와 농후한 게살 퓨레. 판이한 요소를 대비시켜 즐기라는 거지요. 각각은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먹어야 할지 좀 난감했습니다. 둘을 번갈아 먹기에는 퓨레맛이 너무 진하고 잔상이 오래 남아 흰살 샐러드 맛에 훼방을 놓는 듯하고, 흰 살을 먼저 먹고 퓨레를 나중에 먹기에는 퓨레가 많이 느끼합니다. 전식starter이니 산뜻한 흰살 샐러드를 좀 더 비중 있게 다루고 퓨레는 양을 좀 줄였으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대비를 준 것까지는 좋았으나 맛이 너무 안 어울립니다. 마치 '오양 맛살' 한 조각 먹고 땅콩 버터 한 숟갈 먹는 느낌이랄까요. 바로 전의 관자 요리에서와 같은 문제가 보입니다. 여기 요리사Jason Atherton가 가벼운 해산물 전식에 지나치게 무거운 소스나 퓨레를 잔뜩 곁들이는 좋지 못한 습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집도 커틀러리를 매번 교체해 줍니다.
다음 요리를 위해 고기용 칼로 바뀌었습니다.

 

 

 

 

 

 

 

 

 3rd course: Cornish lamb loin, braised neck,

salt baked carrots, yuzu, charred lettuce, mustard.

 


다쓰베이더가 선택한 어린 양고기.
이 날 다쓰 부처 둘 다 양고기를 처음 먹어 보았습니다. 어린 양이라서 고기 냄새가 많이 나지는 않고 양젖 치즈 먹을 때 느꼈던 양젖맛 비슷한 맛만 희미하게 납니다. 성체의 고기였다면 이보다는 향이 좀 더 짙었겠지요. 맛 괜찮은걸요?


저기 저 소금에 감싸 구웠다는 당근만 빼고는 다 괜찮았습니다. 당근은 놀랍게도 아무 맛도 안 나고 그저 종잇장 씹듯 뻐득거리기만 합니다. 소금 안에 가두어 구운 건 맞나, 준비를 미처 못 해 그냥 생당근을 썰어서 낸 건 아닌가 의심이 다 들 정도로 아무 맛이 안 나면서 식감이 나빴습니다.


불에 그을린 상추가 보이죠. 요즘 파인 다이닝 요리사들 사이에서 상추를 직불에 살짝 구워 내는 게 대유행인데, 이건 참 맛있더라고요. 소의 골수bone marrow 같은 걸 써서 기름진 맛을 더하나 봅니다. 별미입니다. 저도 집에서 따라해 봐야겠습니다.

 

 

 

 

 

 

 



통통한 노란색 머스타드 알갱이와, 오른쪽에는 양고기 소세지merguez sausage도 보입니다. 소스는 유자yuzu로 맛을 냈다고 합니다. 일본 유자도 서양 요리사들 사이에서 인기 있습니다.

 

 

 

 

 

 

 



뜨거운 열로 겉을 지지다가 소량의 액체를 넣고 부드럽게 익힌braised 목살. 양 고기에 딸린 요리입니다. 별도의 작은 그릇에 따로 담아서 냈네요. 심심하기 짝이 없는 어린 양 등심보다는 차라리 이 목살이 고기향이 좀 더 풍기면서 맛있습니다. 그런데 고기 밑에 깐 당근 퓨레가 너무 달아요. 등심에는 뻐득거리는 당근 슬라이스 잔뜩, 목심에는 달디단 당근 퓨레 한가득, 단맛 내는 요소의 양이 너무 많습니다. 고기 요리에 당근 퓨레 같은 단맛 강한 요소를 올릴 때는 보통 스퀴즈 보틀squeeze bottle 같은 데 넣어 접시에 몇 방울 찍거나 작게 한 술 정도만 놓고 펼치지 않나요? 당근 퓨레를 마치 으깬 감자mashed potato, pomme purée처럼 고기 밑에 잔뜩 깐 것도 모자라 당근 슬라이스까지 저렇게 많이 올렸어요. 사진에 보이는 슬라이스만도 열 네 개나 됩니다.

 

 

 

 

 

 

 

 

 3rd course: saddle of rabbit, pancetta,

salt baked turnips & tarragon



제가 주문한 토끼고기입니다. 토끼고기의 맛은 다음 글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토끼고기는 무슨 맛?

 

이 접시에서는 저 주황색 지롤girolles, golden chanterelles 머쉬룸만 맛있었고 나머지는 맛이 안 났습니다. 맛없었다는 게 아니라 맛이 너무 밋밋해 뭐라고 평가할 만한 맛이 안 났습니다. 토끼고기도 심심, 곁들인 채소들도 심심. 채소들은 식감도 썩 좋지가 않았고요. 여기 요리사가 당근, 파스닙, 터닙, 비트루트 같은 뿌리 채소들을 특히 잘 못 다루는 것 같아요. 주재료에 적절하게 맞춰 활용할 줄도 모르는 것 같고요. 기본 중의 기본 영국 재료들인데, 영국 요리사가 이걸 못 하면 어쩝니까, 큰일이죠. 다른 요리사들은 고기 요리에 뿌리 채소 기가 막히게 맛내서 올리던데요.

 


소스를 끼얹기 전입니다.

 

 

 

 

 

 

 

 


소스를 끼얹은 후.


양고기 요리에는 당근을 잔뜩 올리고, 이 토끼고기 요리에는 터닙을 잔뜩 올렸는데, 들척지근하거나 아무 맛 안 나는 것들을 잔뜩 올리니 고기 먹는데 참 흥이 안 납니다. 어설프게 익혀서 식감도 안 좋고요. 차라리 흔하긴 해도 고소하게 조리한 감자를 올리면 좋았을 텐데요. 세이버리에서도 뜬금없는 단맛의 콘브레드로 시작부터 초를 치더니.

 

 

 

 

 

 

 



일인당 10파운드를 추가로 내면 맛볼 수 있는 치즈 코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치즈들만 낸다고 합니다.


배가 불러서 역시나 치즈 코스는 건너뜁니다.
식사 마치고 버러 마켓에 치즈 잔뜩 사러 가야 하므로 건너뛰어도 됩니다.

 

 

 

 

 

 

 

 4th course: blackcurrant "Eton Mess"



디저트.
딸기, 머랭, 거품 낸 크림으로 만드는 영국의 여름 디저트인 '이튼 메스'를 늦여름과 초가을 과일인 블랙커런트로 바꿔서 맛을 냈습니다. 제철 재료를 열심히 활용하는 점 하나는 높이 삽니다. 그런데 전식과 후식에 제철 재료를 부지런히 쓰는 건 어느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든 다 하는 겁니다.

 

 

 

 

 

 

 

 


속은 이렇습니다. 막 부수고 섞어서 '난장판mess'을 연출하면서 먹으라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머랭을 처음부터 부수어 섞어 내지 않고 먹는 사람이 손수 난장판을 만들면서 먹으라고 저렇게 멀쩡한 집을 만들어 씌운 거지요. 이 집 요리사의 '시그너춰'쯤 되는 디저트인가 본데 아주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딸기 철에 딸기로 맛내면 좀 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 이튼 메스 집에서 만들어 먹기

 

 

 

 

 

 

 

 

 5th course: bitter chocolate pavé, olive biscuit,

olive oil conserve, chocolate ice-cream.

 


계절 안 타는 디저트도 하나 나옵니다.
영국에서는 커스타드, 바나나, 레몬, 쵸콜렛 등이 계절 안 타는 디저트의 단골 재료로 쓰입니다.

 

 

 

 

 

 

 



쌉쌀한 비터 쵸콜렛 아이스크림 디저트입니다. 맛있어요. 그런데 평범합니다.

 

 

 

 

 

 

 

 After-dinner ① fruit jelly



빈티지 틴에 담겨 나온 프룻 젤리.
사람은 둘인데 젤리를 왜 세 개만 주는 걸까요? 
재료비 많이 드는 것도 아닐 텐데.


저는 이 날 이 집에서 먹었던 것들 중 이 새콤달콤한 과일 젤리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뒤에 나오는 것들 다 필요 없고 이거나 좀 많이 주지.

 

 

 

 

 

 

 

 After-dinner ② chocolate ganache pot

After-dinner ③ bakewell tart



쵸콜렛 가나쉬.
방금 후식으로 쵸콜렛 디저트를 잔뜩 먹은 사람한테 쵸콜렛 가나쉬는 뭐하러 또 내주는 걸까요?


베이크웰 타트.
베이크웰 타트 자체는 맛있는 음식이나, 이 묵직한 걸 가벼운 후식 두 개를 먼저 먹게 한 뒤 낸 게 아쉽습니다. 마커스 웨어링처럼 이건 그냥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게 하는 편이 더 낫겠습니다.

 

저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의 저 '쁘띠 푸흐petit fours' 가짓수 많이 내주는 관행이 탐탁치가 않습니다. 보세요, 지금도 고기 요리 먹고 나서 (치즈 코스도 있는데) 단 음식을 무려 다섯 가지나 내잖아요. 요리에 맞춰 와인까지 여러 잔 마시는 사람은 도대체 한 끼 식사에 얼마나 많은 열량을 섭취하라는 겁니까? 술 자체도 열량이 높잖아요. 어쩌다 한 번 기분 내는 거라고는 해도 한끼 식사로는 지나치게 음식 양이 많고 열량이 높죠. 한 4,000kcal는 되지 않을까 싶어요. <디너>처럼 코스에 포함된 후식 한 가지 외에 식후 커피와 함께 먹을 간단한 것 한 가지만 더 내는 정도가 알맞다고 봅니다.

 

 

 

 

 

 

 



이런저런 단것들을 먹고 있으니 식탁 위에 커피잔 겸 찻잔을 두 개 내려 놓습니다. "커피로 하시겠습니까, 차로 하시겠습니까?" 묻길래 차로 하고 싶은데 혹시 'herbal infusion'도 있냐고 되물었습니다. 있다고 해서 민트 티로 주문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생향초 화분과 뜨거운 물을 실은 실은 수레가 식탁 옆으로 왔습니다. 하, 이거 하난 서비스가 좋구나, 생잎을 직접 따 바로 우려 주려나 보다, 하고 신나했었죠.

 

 

 

 

 

 

 



민트 화분에서 민트 잎을 떼어 내고 있는 중입니다. 스위트 바질, 그리스 바질, 민트 화분이 있었습니다.

바질 잎도 우려 마실 수가 있더라

 

 

 

 

 

 

 



배불러서 한 포트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두 개나 만들어 줍니다. 결국 포트 하나는 그대로 남겼습니다. 중국 녹차와 민트 잎 잔뜩 욱여 넣고 우리는 모로코식 민트티에 비하면 생잎이 몇 개 안 든, 그야말로 민트향만 희미하게 나는 차죠. 그래도 청량해서 괜찮았습니다. 생강도 작게 편을 썰어 하나 넣어 주었습니다.

집에서 모로칸 민트티 우리기

 

 

 

 

 

 

 



계산서.


응?

식후 커피나 차를 그냥 줄 것처럼 묻지도 않고 식탁 위에 잔부터 내려놓더니 돈을 받네요? 마커스 웨어링 레스토랑은 똑같은 5-코스를 여기 반밖에 안 되는 값에 내면서도 (1인당 49파운드) 음식은 이 집보다 훨씬 맛있고, 생일 케이크에 초까지 다 켜서 갖다 주고, 집에 가져가서 먹으라고 갈 때 예쁜 상자에 담은 케이크 한 쪽도 각 사람 손에 쥐어 주고, 식후 커피나 차도 그냥 주던데?
 

게다가, 묻지도 않고 자선단체 후원금 1파운드를 붙여 놓았습니다. 후원을 하고 싶으면 자기들이 레스토랑 수입에서 떼어서 할 것이지 손님한테 묻지도 않고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이렇게 떠억 계산서에 청구를 해 놓다뇨.


85파운드짜리 코스는 여기 사람들 체감 물가로 8만 5천원짜리 코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국에서 8만 5천원짜리 코스 내는 집의 음식과 비교해 보세요. 예를 들면, ☞ 이런 집도 있다고 합니다. 어느 집 음식이 더 나아 보이는지요?

 

이 집은 위에 열거한 단점들 외에 너무 시끄럽고 어수선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서버를 너무 많이 둔 게 오히려 문제가 되는데, 넓지도 않은 다이닝 홀이 분주하게 오가는 서버들로 붐벼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식탁 간격도 너무 좁아 옆 식탁에 목소리 조금만 큰 사람이 앉아도 마주앉아 같이 밥 먹는 일행 목소리가 안 들립니다.


영국의 레스토랑 평가서 <The Good Food Guide 2017>에는 이 집을 영국 최고의 레스토랑 4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미슐랑 1-스타인 이 집을 2-스타, 3-스타 집들보다도 잘하는 집이라고 평가를 해놓았죠.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가 경험해 본 미슐랑 2-스타 집들보다 음식도 서비스도 수준이 한참 떨어지고, 심지어 다른 1-스타 집들보다도 맛이 많이 처집니다. 미슐랑 가이드의 평가가 저희한테는 더 정확했던 거죠.

 

조리 기술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요리 사진들도 다들 멀쩡해 보이죠. 기본 기술은 쟁쟁한 사람들 밑에서 잘 배운 것 같은데, 문제는, 음식이 맛이 없어요. 접시 위에 올라 온 구성 요소들 각각은 조리가 그럭저럭 잘 된 편이나 그 요소들간 궁합이 너무 안 맞는다는 게 이 집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 다음은 코스 구성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

 

심지어 음식에서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향도 안 납니다. 요리도 예술이라는데, 요리사가 노력은 부단히 하지만 안타깝게도 감각과 재능은 없는 모양입니다. 재료들 간에 맛이 하도 안 어울려 혹시 '맛치'는 아닐까 생각까지 다 들 정도였습니다.

 

음식도 맛없는데 서비스도 손님을 접대한다기보다는 어떻게든 돈 뜯어내려고 하는 게 눈에 보여 마음 상했고요. 이 돈이면 버러 마켓에서 사고 싶었던 것 다 사고도 남았을텐데. 피 같은 내 돈.


이걸 어떻게 되갚아 주죠? 
<The Good Food Guide>에 회원 가입해서 꼭 평을 남겨야겠습니다.


맛없는 음식 먹고 배부른 것,
비싼 음식인데 맛없는 것,
이 두 가지가 저한테는 가장 짜증 나는 상황인데
맛없는 음식 비싸게 사 먹고 배부른 날이었습니다. 

 

 

 


링크를 걸어 놓긴 합니다만, 추천하지 않습니다.

☞ 폴렌 스트리트 소셜



아래의 집들은 다 맛있었습니다. 

☞ 레드버리

☞ 디너

마커스 앳 바클리

☞ 아웃로스 앳 더 캐피탈

☞ 야우아차

 

 

 

댓글 2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