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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레몬 소울 Lemon Sole - 관 속에 잠든 소울 Soles in Coffins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레몬 소울 Lemon Sole - 관 속에 잠든 소울 Soles in Coffins

단 단 2017. 1. 25. 00:00

 

 

 

레몬 소울lemon sole, 학명은 'Microstomus kitt'.

 

 

 

 

 

 

 

 포fillet 뜨는 법. 

 

 

 

 

 

 

 

레몬 소울 서식지.

[지도를 누르면 큰 그림으로 뜹니다.]

 

 

 

레몬 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소울도 아닌데 '레몬 소울'이라는 이름이 붙은 불가사의한 생선을 소개합니다. 소울sole 과가 아니라 플레이스plaice, 할리벗halibut과 같은 과입니다. 납작한 생선이 대개 그렇듯 레몬 소울도 심해 바닥에 붙어 살기 때문에 낚시로는 잡히지 않습니다. 가을과 겨울에 먹는 것이 가장 좋고, 4월부터 9월까지는 산란기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은데, 이 시기에 잡은 것들은 어차피 알roe이 너무 크고 생선살도 스폰지 같아서 맛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17년까지도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영국에서 팔리는 것들은 대개 4년생이며, 몸 길이가 25cm보다 작은 것들은 사 주지 않는 것이 생태계를 위해 좋다고 요리사들이 당부를 합니다. 심야에 갑각류, 따개비 등을 먹고 살아서인지 살에서 고소한 갑각류 맛이 나 새우나 굴, 조개 등이 레몬 소울 요리에 자주 곁들여 올라오곤 합니다. 어획고가 아직까지는 염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서 레몬 소울이 제철일 때는 코드cod와 해덕haddock만 찾지 말고 레몬 소울도 같이 먹자며 캠페인을 하기도 합니다. 


레몬 소울은 살살 녹는 식감으로 특히 유명한데, 과연 영국 와서 맛본 흰살 생선 중에서는 가장 부드러웠습니다. 부드러운데다 가시도 없고 맛도 순해 아기들한테 처음 생선을 소개할 때도 좋다 하고요. 납작한 생선류 중에서는 값도 싼 편에 듭니다. 고든 램지나 네이싼 아웃로Nathan Outlaw 같은 영국의 일류 요리사들은 레몬 소울이 도버 소울Dover sole보다 맛있고, 심지어 터봇turbot만큼 맛있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값은 이 두 생선의 반 정도밖에 안 하니 레몬 소울 산지에 사시는 분들은 관심을 한번 가져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레몬 소울이 제철이니 오늘은 이를 활용한 영국 전통 요리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름이 또 심상찮습니다. '관 속에 잠든 소울soles in coffins'.


어떻게 만드냐면요, 쟈킷 포테이토 만들 때처럼 구이용 감자를 오븐에 구운 뒤 반을 갈라 속을 파냅니다. 파낸 속살은 매쉬트 포테이토로 만들고, 파낸 자리에는 레몬 소울을 돌돌 말아 새우 크림 소스와 함께 담고 오븐에 다시 잠깐 구워 줍니다. 속을 파낸 감자가 관처럼 보인다고 이런 이름이 붙은 거지요. 'Sole'은 'soul'과 발음이 같고요. 재미있죠. 바삭한 감자 껍질, 새우 크림 소스에 익힌 레몬 소울, 부드러운 매쉬트 포테이토를 함께 먹게 되는 겁니다. 구성 요소는 그대로이면서 담음새와 조리법에 살짝 변화를 준 현대식 레서피로 적어 드리겠습니다. 영국 전통 음식을 재해석해 선보이는 마커스 웨어링의 ☞ <The Gilbert Scott> 레스토랑 메뉴입니다. 영업집 레서피를 소개해 드리려는 거니 눈 크게 뜨고 보세요. 해먹어 보니 기차게 맛있습니다. 집에서도 할 만하고요. 한국에 계신 분들은 순한 맛에 부드러운 식감을 지닌 흰살 생선이면 어떤 것이로든 대체할 수 있겠습니다.    

 

 

 

 

 

 

 

 

관 속에 잠든 소울, 소울스 인 코핀스

[4인분] 

 

재료

 

감자

구이용 감자 큰 것 2개, 껍질째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뒤 칼 끝으로 여기저기 꼭꼭 찌를 것

 무염 버터 50g

 생크림 50ml [영국에 계신 분들은 유지방 48% 가량의 농후한 더블 크림double cream을 쓰시면 됩니다.]

 소금·후추

-
 올리브 오일 소량, 감자 껍질에 바를 용도


소스

 샬롯 2개, 결대로 채썰기 

 납작잎 파슬리flat-leaf parsley 1/2다발 분량의 줄기stalk만 사용 

 타라곤tarragon 1/2다발 분량의 줄기만 사용 

 무염 버터 10g

-
 흑후추 5알

 드라이 버머쓰dry vermouth 100ml [저는 집에 있던 누에이 파트Noilly Prat를 썼습니다.]
-

 생선 육수 300ml

 생크림 300ml [영국에 계신 분들은 더블 크림을 쓰시면 됩니다.]

 레몬 반 개 분량의 즙

 

생선

 레몬 소울 4마리, 위 동영상에 있는 것처럼 포를 뜰 것

 밀가루plain flour, 생선에 입힐 것 소량

 식용유 2큰술 [1큰술 = 15ml]

 

곁들임
 브라운 쉬림프Morecambe Bay brown shrimps 100g, 껍질 벗긴 것으로.
[구하기 힘든 분들은 일반 콕테일 쉬림프를 쓰셔도 됩니다. 깡통에 든 염장 안초비를 한 포fillet 갈아서 새우에 버무려 주시면 비슷한 맛이 날 겁니다. 귀찮으면 안초비 버무리는 과정은 생략하셔도 되고요.]

 장식용 향초나 채소 [씨 아스터sea aster, 처빌chervi, 쌈파이어samphire 등 그때그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쓰시면 됩니다. 쌈파이어는 우리말로 퉁퉁마디, 또는 함초라고 부릅니다.] 

 

 

만들기

1. 오븐을 180˚C로 예열한다. 팬fan 오븐은 160˚C. 감자를 1시간 반에서 2시간 가량, 혹은 속까지 익도록 굽는다. 

 

2. 오븐에서 감자를 꺼낸 뒤 오븐 온도를 100˚C로 낮춘다. 구운 감자는 뜨거울 때 반 갈라 속을 파내 버터, 크림, 소금, 후추와 섞어 매쉬트 포테이토로 만든다. 


3. 반 가른 감자의 빈 껍질은 길이로 다시 2등분, 즉, 감자 한 알의 껍질을 길이로 4등분해 올리브 오일을 바르고 소금을 뿌린다. 베이킹 트레이에 펼쳐 담고 그 위에 베이킹 트레이를 하나 더 올려 감자 껍질이 납작하게 눌리도록 한다. 그 상태로 100˚C의 낮은 온도 오븐에 넣어 바삭해지도록 약 1시간 가량 말리듯이 굽는다. 


4. 감자 껍질이 구워지는 동안 소스를 만든다. 샬롯, 파슬리 줄기, 타라곤 줄기를 6~7분 가량 버터에 볶는다. 

5. 흑후추알과 버머쓰를 넣고 부피가 반이 될 때까지 졸인다. 

6. 생선 육수를 넣고 부피가 또 다시 반이 될 때까지 졸인다.

7. 크림을 넣고 적당한 농도가 될 때까지 얌전히 보글보글 끓인다simmer.

8. 레몬 즙, 소금, 후추를 넣어 간을 한 뒤 불에서 내린다. 

9. 이번에는 생선을 준비한다. 레몬 소울을 3단으로 접어 베개 모양으로 만든다. 소금·후추로 간하고 밀가루를 양면에 묻힌다. 지짐판frying pan에 식용유를 두르고 양면을 각각 1~2분간, 혹은 노릇노릇한 색이 날 때까지 지진다.


10. 조립할 시간. 매쉬트 포테이토와 소스를 데운다. 브라운 쉬림프와 쌈파이어는 각각 버터에 잠깐 동안만 볶는다. 자체에 간이 있는 재료들이므로 소금 간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뜨겁게 데운 접시에 체에 거른 소스를 깐 뒤 매쉬트 포테이토를 얹고 그 위에 생선과 감자 껍질을 올린다. 쌈파이어와 브라운 쉬림프를 흩뿌려 곧바로 제공한다. 끝.

 

 

 

 

 

 

 

 

구이용 감자를 사다가 오븐에 구운 뒤 속은 파내서

매쉬트 포테이토로,

 

 

 

 

 

 

 

 

 빈 껍질은 기름 바르고 소금 뿌려 구워 바삭한 과자로.

 

 

 

 

 

 

 

 

 완성. 번거로운 것 같지만 해산물을 제외한 요소들은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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