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영화 덩케르크, 던커크 Dunkerque, Dunkirk ③ 잼 듬뿍 바른 토스트 본문

영국음식

영화 덩케르크, 던커크 Dunkerque, Dunkirk ③ 잼 듬뿍 바른 토스트

단 단 2017. 8. 6. 00:00

 

 

 

 

영화 <덩케르크>의 예고편입니다.
1분 10초부터 토스트 먹고 홍차 마시는 장면이 나오니 유심히 보세요.

 

 

 

 

 

 

 

 


영국 영화에 차 마시는 장면이 안 나올 리가 없지요.
이 영화에서도 한 서너 번 나왔던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문제의 바로 그 장면.
저거 보고 집에 돌아와 홍차에 잼 듬뿍 얹은 토스트 곁들여
'덩케르크 콤보', '덩케르크 정식' 드신 분들 많아요.

 

 

 

 

 

 

 

 


식량 조달하기 쉽지 않았던 전시인데도 병사들에게 저렇게 딸기잼 듬뿍 얹은 토스트를 나눠 주다니, 대한민국의 어느 군필자가 그걸 보고 몹시 서러웠던 모양입니다. 군인에게 단것이란, 초코파이 한 개를 얻기 위해 일주일마다 종교도 바꿀 가공할 위력의 것이라죠.

 

자자자, 서러워 마시고.
영국음식 소개 또 이어집니다.
오늘은 '덩케르크 정식' 맛있게 먹는 법.

 

 

 

 

 

 

 

 

낭만 토스트. 영국의 골동품점에 가면 저 토스트용 쇠꼬챙이를 자주 볼 수 있다.

채리티 숍에서도 가끔 본다.

 


화면이 빨리 지나가 토스트한 식빵인지 맨 식빵인지 못 알아보겠습니다만, 일상에서 영국인들은 샌드위치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식빵은 거의 반드시 토스트를 해서 먹습니다. 버터와 잼 듬뿍 바른 토스트에 밀크티. 영국의 흔한 아침식사죠. 저 옛날 영국에 건너온 프랑스인들이 긴 쇠꼬챙이에 빵 꽂아 벽난로 불에 구워 먹는 영국인들을 보고는 "이곳 사람들은 'burnt bread'를 먹는다"며 기겁했다는 기록도 다 있어요. 가정집에 하나씩은 있게 마련인 토스트기도 1893년 영국에서 발명되었습니다. 토스트 못 먹으면 큰일 나는 사람들입니다.

 

 

 

 

 

 

 



덩케르크 정식을 만들어볼까요?
먼저, 식빵을 준비합니다. 다쓰 부처 입맛에는 <63 베이커리>의 생크림 식빵이 토스트용으로 참 맛있었는데, 여의도 갈 일이 있을 때만 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너무 더워서 집에서 제과제빵 하는 건 당분간 꿈도 못 꾸고요. 케이크든 빵이든 그냥 집에서 가장 가까운 데 것을 사다 먹고 있죠. 

 

 

 

 

 

 

 

 

 

접시도 준비합니다.
(이때다 하고 그릇 자랑.)

 

 

 

 

 

 

 



토스트기에서 꺼내자마자 가위로 재빨리 3등분 했습니다. 저는 입 크기에 맞춰 잘라 먹는 것을 좋아하고, 다쓰베이더는 영화에서처럼 큰 식빵 그대로 '콰직콰직' 베어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4~5등분 해서 더 가늘게 자른 것은 '병정들soldiers'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자른 것은 ☞ 'Egg and Soldiers'에 쓰입니다. 이것도 영국인들의 아침상에 흔히 오릅니다. (저는 쓴맛에 예민해서 슬라이스 식빵은 항상 테두리를 제거하고 굽습니다.)

 

 

 

 

 

 

 



잼은 취향껏 선택하시면 되는데, 영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 세 가지를 꼽자면 딸기잼, 라즈베리잼, 마말레이드. 딸기잼과 라즈베리잼은 하루 중 어느 때나 먹을 수 있지만 마말레이드는 꼭 아침에만 먹습니다.

 

 

 

 

 

 

 

 


저는 라즈베리잼을 선호하나 오늘은 영화에서처럼 딸기잼을 써보겠습니다. 색에 비유하자면, 딸기잼은 꿈 같은 분홍색 맛, 라즈베리잼은 강렬한 빨간색 맛. 라즈베리잼이 좀 더 시고 맛이 강하죠. 그런데, 잼은 맛만 중요한 게 아니라 질감도 중요합니다. 쫀쫀하고 탄력 있어야 맛있어요. (이케아 잼들은 식감이 풀죽처럼 푸슬푸슬 형편없어서 권하지 않으렵니다.)

 

 

 

 

 

 

 



참, 잼만 바르면 안 되고 그 전에 반드시 버터도 발라주셔야 합니다. 버터와 잼. (클로티드) 크림과 잼. 영국에서는 불문율입니다. 그냥 잼만 발라 먹는 것과는 천지 차이죠. 얼마나 맛있는데요. 아끼지 말고 버터도 잼처럼 듬뿍 바르세요.


버터는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놓아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워진 걸 쓰면 잘 발리고 보기에도 예쁩니다. 질감도 좋고요. 빵이 너무 뜨거울 때 바르면 버터가 녹아 기름처럼 흐르니 한김 식혔다 바르세요. 그런데 또 빵이 너무 식어 버리면 질겨지고 풍미가 반감돼 토스트기에서 꺼내 한김 식힌 후부터는 서둘러야 합니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짧으므로 식빵을 미리 여러 장 구워 두지 말고 귀찮더라도 한 장씩 구워 먹어야 해요. 다쓰베이더는 아예 토스트기 옆에 앉아서 먹습니다.


또 하나.
토스트는 식어도 질겨지지만 충분히 굽지 못했을 때도 질깁니다. 집집마다 토스트기 성능이 다르고 식빵 두께와 온도도 달라 바삭하게 잘 굽는 것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터득해야 합니다.

 

 

 

 

 

 

 

 


홍차도 있어야지요.
요즘 같은 날씨에 뜨거운 홍차를 즐길 분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이야기 꺼낸 김에 마저 소개합니다.


영국인들은 식사와 함께 홍차를 마실 때는 묽게 타서 물처럼 마십니다. 팔팔 끓인 물 200-220ml를 머그에 붓고 꽉 찬 맛을 내도록 블렌딩한 홍차 티백 하나를 넣어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뚜껑을 덮습니다. 5분간 충분히 우려주어야 몸에 좋은 성분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1~2분 정도로 짧게 우리면 초기에 우러나는 카페인만 섭취하게 됩니다.
다 우린 다음에는 티백을 꼭 짜서 마지막 '엑기스' 한 방울까지 알뜰히 얻으세요.

 

설탕은 넣든 말든 취향껏 하시면 됩니다. 저는 단 음식과 함께 먹을 때는 차에 설탕을 넣지 않지만 영국인들은 대개 넣어서 먹습니다. 설탕 넣는 것을 당연히 여겨 "한 스푼? 두 스푼?" 하고 묻기도 하죠. 그 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우유를 밥숟가락으로 한두 술(15-30ml)정도 넣어줍니다. 이렇게 하면 식사용 영국식 밀크티가 됩니다. 물 양, 우유 양, 설탕 유무 등은 입맛에 맞게 조절하셔도 되나 물 온도와 우리는 시간만은 지켜 주시는 게 좋습니다.

 

한국 와서 밀크티용 영국 홍차들에 어떤 것들이 들어와 있나 주욱 살펴봤는데, <홈플러스>의 'Tesco Finest' 티백이 맛도 괜찮으면서 양도 많고 가격도 훌륭하네요. 비싼 산차loose leaf tea는 3단 간식 접시와 은제 도구 올려 놓고 거창하게 아프터눈 티 즐길 때나 쓰지, 영국인들은 식사 시간에 물처럼 마실 밀크티는 그냥 수퍼마켓 대용량 티백을 사다 씁니다. 영국에서는 이 시장이 매우 크고 경쟁이 치열해 가정용 대용량 티백들도 맛있게 잘 나옵니다.

 

 

 

 

 

 

 



오후 티타임에 영국의 은퇴자들은 서재나 정원에서 독서를 많이 합니다. 은퇴자는 아니지만 저도 티타임에 <덩케르크> 영화가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들과 생존자들 인터뷰를 담은 책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흥미로운 사실 발견하면 정리해서 올려볼게요. 덩케르크 정식 맛있게 드세요. 버터 바르는 것 잊지 마시고요!

 

 

 

 

 

 

 

 

 오오, 이 맛...
영화 <피아니스트>의 한 장면.

굶어 죽기 직전 빵 한 덩이와 잼을 얻은 슈필만.

 

 

 

 

 

 

 


 BBC 도큐드라마 <던커크>에서

중상 입고 탈진해 있는 영국군 베네딕트 컴버배치.

 

 

 

 

 

 

 

 지나가던 독일군. 측은...

 

 

 

 

 

 

 


 "물, 물 좀..."
(독일어로 대화중)

 

 

 

 

 

 

 

 쪼륵... 쪼르륵...

 

 

 

 

 

 

 

 피우던 담배도 물려주고.

 

 

 

 

 

 

 

 후우~

 

 

 

 

 

 

 

 

 "뭘 원하나?"
(독일어가 서툰 영국군.

'뭐가 제일 그립나?' 의미로 물은 듯.)

 

 

 

 

 

 

 

 "잼."

 

 

 

 

 

 

 

 "잼?!"

 

 

 

 

 

 

 

 "잼이라고?"

 

 

 

 

 

 

 

 "흐흐흐..."

 

 

 

 

 

 

 

 "흐흐흐흐흐흑... 잼..."

 

 

 

 

 

 

 

 "흐흐흐흐흐흑..."

 

 

 

 

 

 

 

 

 "잼..."

 

피아彼我가 전장에서 한마음으로

평온했던 일상의 상징인 저 잼 바른 빵을 그리워하다.
부러 깨부순 일상을 그리워하는 인간이란

얼마나 모순적인 존재인가.

 

 



☞ 영화 <덩케르크> 보러 가기 전 참고하면 좋은 자료들
☞ 영화 <덩케르크>의 음악에 대하여
전쟁, 홍차, 예술, 잼 - 런던 전쟁 박물관

☞ 토스트 활용 음식 (1) 빈즈 온 토스트
☞ 토스트 활용 음식 (2) 포티드 쉬림프
☞ 토스트 활용 음식 (3) 웰쉬 래빗
☞ 토스트 활용 음식 (4) 스코치 우드콕
☞ 잉글리쉬 머핀
☞ 잼 잘 만들기

☞ 영국음식 열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