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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수십 년간 골백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비발디의 사계

단 단 2018. 11. 19. 21:21

 

 

 

(시건방체 주의)

 


겨울도 다가오고 하니 내 오늘은 다들 잘 아시는 명곡,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의 <사계> 중 '겨울'을 들려 드리리다. 르네상스(c.1400/1450-c.1600)와 바로크(c.1600-c.1750) 시대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고음악 연주 단체 <보이시스 오브 뮤직Voices of Music>의 고화질, 고음질 연주로 걸어 드리겠소. 시원시원 쩌렁쩌렁 울리는 현대 악기가 아닌 당대 악기 혹은 당대 악기를 본떠 만든 악기로 연주하니 악기 음색에 귀를 쫑긋 귀울이고 들어 보시오.

 

나라별 바로크 음악의 성격과 느낌이 다른데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은 내 생각엔, 바이올린의 본고장답게 현악기에서 가장 포텐이 터지는 것 같소. 아마티, 스트라디바리, 과르니에리, 이런 기라성 같은 바이올린 제작자들이 죄 이태리 사람들 아니것소. 게다가, 이태리 바로크 작곡가들은 자기들이 다들 쟁쟁한 현악기 연주자이기도 해서 현악기를 위해 쓴 곡들은 기냥 간지 좔좔, 카리스마 뿜뿜, 듣다 보면 소름 돋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오. '이거 현대음악 아냐?' 깜짝 놀랄 정도로 낯설면서 신선한 부분도 있고. 뭐랄까, 음악이 쥐락펴락 능란하고 빈틈없고 섹시하달까. 음이 많은데 거기 쓸데없는 음은 하나도 없소. 비발디 외에 코렐리(Arcangelo Corelli, 1653-1713)도 훌륭하니 시간 되시면 코렐리 음악들도 찾아 들어 보시고.

 

자, 차 한 잔 준비해 비스킷이나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컴퓨터 앞에 놓으시고, 화면 크게 띄우시고, 음악 들으면서 다함께 쌀쌀한 날씨를 이겨 보도록 하오.

 

나더러 연주하는 모습이 가장 근사한 악기를 대 보라면 주저없이 바이올린을 꼽겠소. 서서 연주하는데다, 오른손 활 놀리는 모습이 꼭 길고 날렵한 검 놀리는 것 같지 않소? 이름도 하필 무기 이름과 같은 '활'.

 

참, 연주 중간중간에 뜨는 자막들은 음표와 함께 기록돼 있던 시sonnet요. 감상에 적잖은 재미를 줄 것으로 확신하니 귀만 쫑긋 세우지 말고 눈도 부릅뜨고 화면을 잘 지켜보시오. 음악에서 가사나 시를 마치 회화처럼 묘사하는 것을 '가사 그리기word painting'라 하고, 음악 외적인 것을 묘사한 음악을 '표제음악programme music'이라 부르는데,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작곡가들이 전통적으로 이 짓을 잘하긴 했으나 비발디의 사계는 가히 이 분야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겠소. 전 곡을 잘 들어 보면 추워서 닝겐들 아래·윗니가 달달달 맞부딪치는 소리도 들리고, 얼음 위를 조심조심 걷는 듯한 소리, 얼음 금 가는 듯한 소리, 돌풍 몰아치는 소리, 술 취한 사람 비틀거리는 소리, 새 짹짹, 시냇물 졸졸, 개 박박 짖는 소리도 막 들리고 그러오.

 

 

 

 

 

 

 

크레모나에서 제작돼 4세기 동안

5개국을 떠돌며 소유자의 운명을 흔든

신비롭고 기이한 어느 붉은 바이올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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