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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마늘 Green Garlic - 서양식 본문

영국음식

풋마늘 Green Garlic - 서양식

단 단 2019. 5. 4. 18:16

 

 

(지난 3월 8일에 써 두었던 글을 까먹고 있다가 이제야 공개합니다. 풋마늘 철 지난 지 한참 됐죠. 뒷북도 이런 뒷북이.) 

 

 

 

마트에서 지난 2월 말에 발견한 풋마늘.

 

 


저는 남들 다 아는 풋마늘을 귀국한 뒤 ☞ 우육면 글 쓰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닥터 드레 님이 덧글로 알려 주셨죠. 보라색 밑동 부분이 마늘로 발달하기 전 파릇파릇한 잎 상태일 때가 풋마늘이라는데, 마늘, 마늘종, 산마늘
(명이나물)은 알고 있었어도 풋마늘은 올해 처음 보고 처음 사 봤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도 집에서 풋마늘은 먹어 본 적이 없는데[서울], 다쓰베이더한테 물어 보니 자기도 어릴 때 집에서 풋마늘 먹어 본 기억이 없다네요[경북]. 마늘은 1년 내내 볼 수 있지만 풋마늘은 특정 시기에만 잠깐 볼 수 있어 기억이 더 안 나는 것 같습니다. 마트에서 보자마자 또 얼른 집어왔죠. 이것도 철이 짧은지 올 봄에 두 번밖에 못 사 먹었습니다. 제철 식재료 즐기려면 정말 부지런해야겠습니다.


허허, 뿌리 좀 보세요. 잘 기른 수염 같죠. 멋집니다. '사천 풋마늘'이라길래 중국 사천성에서 건너온 줄 알았습니다. 뿌리쪽에 짙은 보라색 기운이 도는데, 겉겹 딱 한 겹만 그런 거라서 한 겹 벗기면 보라색은 말끔히 사라지고 뽀얀 속잎이 드러납니다. 대파처럼 풋마늘도 뿌리를 활용할 수 있다지만 저는 파뿌리는 아무리 잘 씻어도 흙맛이 느껴져 요리에 쓰기를 꺼립니다. 씻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잔뿌리 한올 한올 파헤쳐 가며 씻기도 성가셔서 투덜거리며 몇 번 씻어 쓰다가 성질 버리겠다 싶어 이제는 그냥 버립니다. 

 

 

 

 

 

 

 

다듬은 풋마늘.

 

 

 

생김새를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끝동은 영락 없는 파 모양입니다. 겉겹을 한 겹 벗겼더니 예쁜 보라색이 싹 사라졌습니다. 녹색 부분은 V자의 납작한 잎이 서로 엇갈려 나 있습니다. 구조는 대파보다 리크leek에 가깝네요. 대파처럼 닫힌 둥근 단면이 아니라 납작한 V자의 열린 단면을 하고 있습니다. (각 켜마다 'Y'자로 갈라지는 부분에 흙이 많이 고여 있으므로 그 부분을 매번 칼로 잘라서 꼼꼼히 씻어야 합니다.)


향은,
마늘 많이 넣고 무친 콩나물 냄새와 똑같습니다. 


맛은,  
뿌리는 마늘 맛이 약하게 나긴 하나, 역시나 아무리 잘 씻어도 흙맛이 많이 나길래 아쉽지만 죄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보냈습니다. 잎에서는 생마늘 아린 맛이 나나 강도가 생마늘보다는 약하고, 단맛이 없어 생마늘보다 맛이 못합니다. 고소한 맛은 있습니다.


대파와 비교를 하자면, 
대파는 파 특유의 매운맛에 매력적인 단맛이 나고, 풋마늘은 마늘 아린 맛에 고소한 맛이 나 마늘 많이 넣고 무친 콩나물맛 비슷한 인상이 듭니다.


식감은, 
파처럼 아삭하지가 않고 뻐득거려 생으로 먹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한국형 육수를 살 수 있다.

이 편한 세상.

 

 


생으로 먹기에 식감이 좋지 않다면 열을 가해서 먹어야겠지요. 우육면 본고장인 란저우에서는 탕에 파 대신 생풋마늘을 넣어 먹는다고 해서 저도 양지육수 사다가 함께 먹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국물에 대파 넣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인걸요? "뭐, 대파나 풋마늘이나 그게 그거지."가 아녜요. 파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강도 약한 다진 마늘 넣어 먹는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향긋한 파 향이 안 나니 생동감 없이 텁텁하고 느끼합니다. 개운함이 없어요. 뜨거운 국물에 살짝 익었어도 여전히 뻐득거려 식감이 좋지 않고요. 국물에 고명으로 넣어 먹기에는 풋마늘보다 대파가 훨씬 낫겠습니다. 탕국물에 대파가 널리 쓰이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지요. 

 

 

 

 

 

 

 

생산자가 제안하는 풋마늘 요리.

 

 


파무침 양념장에 무쳐 먹어 보기도 했습니다. 마침 생산자가 포장에 레서피를 인쇄해 놓았길래 따라해 보았는데,

 

자,잠깐,
풋마늘 겨우 다섯 뿌리(2인분) 무치는데 진간장 1큰술, 조선간장 1작은 술을 넣으라고?

 
Are you nut? 

 

 

 

 

 

 

 

완성된 풋마늘무침.

 

 


으윽, 짜.  >_<
짠데다 양념 맛이 너무 강합니다. 게다가 간장 날내까지. 이딴 걸 판매 촉진용 레서피라고 포장에 떠억 인쇄해 놓았다니.  겨우 다섯 뿌리 무치는데 진간장을 무려 1큰술 쓰고 조선간장까지 1작은술을 넣으라니, 고혈압, 신장병으로 국민들 다 죽으란 소리죠. 간이 너무 셀 것 같아 차마 넣으라는 대로 다 넣지 않고 진간장을 양조간장으로 바꾸고 대폭 줄여 1작은술만 넣었는데도 짭니다. 이게 반찬 대여섯 가지 내는 백반상에 반찬 중 한 가지로 오른다 생각해 보세요. 한 끼에 나트륨을 도대체 얼마나 많이 먹으란 소립니까.


나트륨은 차치하고,
풋마늘을 파무침 양념으로 무치니 재료가 가진 특장점이 하나도 살질 못 하고 강한 양념에 묻혀 버립니다. 파 비슷한 것만 봤다 하면 간장·고춧가루 범벅해 무쳐 먹으려 드는 것도 어찌 보면 고정관념이죠. 한마디로, 파무침만큼 맛있지가 않아요. 그렇다고 재료 자체가 마늘만큼 맛이 강하지 못하니 장아찌로 담근 것도 마늘장아찌만큼 맛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영국식으로 양념해 봅시다.

영국산 장기 숙성 체다를 집어 오세요.

 

 

 

 

 

 

 

 우리 집 생타임.

이제는 한국 마트에서도 생타임을 소량 포장해 판다.
생크림도 200ml 소포장을 팔기 시작해 여간 편한 게 아냐.

 

 

 

한국식 양념이 어울리지 않을 땐 타국 양념을 시도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지요. 실제로 식재료에 따라서는 우리 양념보다 서양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 양념이 더 잘 어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 양념이 더 잘 어울리고 맛있는 경우도 물론 있고요. 잔멸치도 중국 향신료 넣고 중국풍으로 조리하니 'XO소스' 맛 나면서 기똥차게 맛있더군요.  


이 풋마늘은 생김새가 한국 대파보다는 영국 리크에 더 가까우면서 마늘향이 은은히 나므로 영국인들이 리크 먹을 때 쓰는 유제품 양념을 적용하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마늘과 기름, 마늘과 유제품, 천상의 궁합 아니겠습니까.   

 

 

 

 

 

 

 

이 방법이 풋마늘 고유의 맛을 훨씬 잘 살린다.

은은한 마늘맛이 일품.

 


크리미 그린 갈릭

[4~6인분]


재료


• 올리브 오일

• 버터 [올리브 오일과 합쳐 풋마늘 전체를 윤기 나게 볶을 정도의 양]  

• 풋마늘green garlic 한 단, 다듬고 씻고 말려 1.5cm 길이로 썰기 

• 생타임fresh thyme 6줄기, 잎만 따서 둘 것

• 생크림single cream 200ml [한국에 계신 분들은 휘핑 잘 되라고 첨가물 넣은 '휘핑 크림' 말고 유크림 100%짜리 아무 '생크림'이나 사서 쓰시면 됩니다.]

• 소금·후추 

• 영국산 장기 숙성 체다West Country Farmhouse Extra Mature Cheddar 70-100g, 강판에 갈아 놓을 것 [이마트에서 팝니다. 여러 종류가 있으니 노란색 PDO 마크 있는 걸로 잘 집으셔야 합니다.]

 

 

만들기

(너무 간단해서 '조리'라고 하기도 민망.)

 

1. 오븐을 200˚C로 예열한다. 팬fan 오븐은 180˚C. [오븐 없이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래에 따로 설명을 붙였습니다.]

 

2. 중불에 팬saute or frying pan을 올리고 올리브 오일을 두른 뒤 버터를 넣어 녹인다. 

 

3. 버터가 녹아서 거품을 내면 풋마늘과 타임을 넣고 풋마늘이 충분히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는다. 덜 볶으면 질기다. 

 

4. 불에서 떼어 생크림을 붓고 소금·후추로 간한다. 뒤에 넣을 체다에 소금간이 돼 있으므로 이 단계에서는 간이 부족해도 된다. [집에 오븐이 없는 분들, 또는 오븐까지 쓰기 귀찮은 분들은 6의 체다 간 것을 이때 넣고 녹이셔도 됩니다. 여기서 공정이 끝나게 됩니다. 오븐에서 마무리한 것이 '눌은 치즈' 때문에 좀 더 맛있긴 합니다.]   

 

5. 잘 뒤적인 뒤 즙과 함께 오븐 용기에 옮겨 담는다. 

 

6. 체다 간 것을 소복이 뿌려 200˚C 오븐에 넣고 맛있는 색이 돌기 시작할 때까지 굽는다. 풋마늘은 이미 익은 상태이므로 치즈만 맛있어 보이게끔 녹으면 된다.

 

7. 잘 섞은 뒤 한김 날린 후 낸다. 물처럼 흐르던 소스가 좀 더 굳어 먹기 수월해지고 맛도 진해진다.   

8.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 위에 얹어 눈물 흘리며 먹는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마늘빵 맛이 나면서 기차게 맛있다. 시판 마늘빵보다 백 배는 더 맛있다. 길 가다 단단 만나면 붙잡고 움와 움와 뽀뽀하고 싶어질 것이다. 끝.

 

 

 

 

 

 

 

2020년. 풋마늘 철 또 돌아왔네.

체다 북북북. 오븐에 넣기 전.
사진에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갈아 올려야 한다.

갈다 말고 예뻐서 미리 한 장 찰칵.

 

 

 

 

 

 

토스트 위에 올려 냠냠.

봄이 왔구나. 단단에게는 이게 봄나물.

저탄수화물식 하는 분들께는 토스트 대신

삶은 달걀과 함께 드시는 것 추천.

 

 


☞ 풋마늘 잘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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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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