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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야기

고마운 제이미 올리버 Jamie Oliver

단 단 2019. 5. 26. 01:13

 

 

<Jamie's Union Jacks>에서 사 먹었던 피쉬 앤드 칩스.

아주 맛있었소. 2015년 런던.

 

 

제이미 올리버 식당 파산 뉴스가 다 떴더군요. 제이미 올리버가 파산한 게 아니라 제이미 올리버의 식당 사업부가 문 닫은 겁니다. 잘못 알고 있는 한국인들 많아요. 물론 수습하려는 과정에서 개인 돈이 많이 투입됐다지만요. 제이미 올리버는 요리책 인세와 방송 출연료만으로도 잘 살 수 있을 겁니다.

<피프틴> 출신들이 말하는 제이미 올리버

 

제가 제이미 올리버 식당이 문 닫은 이유를 알려드릴게요.

제이미 올리버 식당은 <Fifteen>, <Jamie's Italian>, <Jamie's Union Jacks>, <Barbecoa>, <Jamie Oliver's Diner>가 있었고, 그중 이탈리안 레스토랑 점포 수가 가장 많았는데, 단단은 제이미 올리버를 무척 좋아하긴 해도 영국에 11년 살면서 이 양반 식당은 딱 한 번, 그것도 ☞ 피쉬 앤드 칩스 글 쓰려고 가 본 게 전부입니다. 왜냐?

 

가격과 포지션이 어정쩡했거든요. 'Cheap and cheerful'한 식당들보다는 비싸고, 그렇다고 'fine dining' 수준으로 음식을 내는 것도 아니고, 애매했죠. 제이미 식당 갈 돈에 조금만 더 보태면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 가서 세트 런치를 먹을 수 있는걸요. 런던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들 세트 런치가 생각보다 저렴합니다. 

 

게다가, 영국은 수퍼마켓 'meal deal'이 너무 잘 돼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스 데이 즈음에는 고작 15파운드 정도에 <막스 앤드 스펜서>나 <웨이트로즈> 같은 고급 수퍼마켓의 2인용 밀 딜[전식starter + 주식main + 곁들이side + 후식dessert + 술drink]을 사서 중급대 품질의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영국에 살 때 단단의 외식 유형은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집에서 밥 해먹기 귀찮을 때 아주 싼 대학 구내식당이나 수퍼마켓 카페테리어를 가거나, 특별한 날 기분 내려고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을 가거나.

 

그러니 그 사이에 낀 중급대 캐주얼 다이닝인 제이미 올리버의 식당은 갈 일이 좀처럼 없었죠.

 

 

 

 

 

 

 

고급 수퍼마켓 <막스 앤드 스펜서>의 발렌타인스 데이를 위한 2인용 밀 딜meal deal.

저게 다 해서 단돈 20파운드. 재료 품질과 맛은 중급 이상. 2023년 2월 가격. 

 

 

또, 아이러니하게도 제이미 올리버의 저 "좋은 재료 사다가 집에서 잘 해먹어 봅시다." 집밥 캠페인과 어마어마하게 쏟아내는 ☞ 레서피들 덕에 저같은 사람한테는 외식 자체가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 영국 수퍼마켓에 가면 싸면서도 질 좋은 재료가 널려 있어 요리 욕구를 마구 자극합니다. 이태리 이민자들이 많아 이태리 식재료도 질 좋은 것들을 쉽게 살 수 있고요. 프로슈토나 살라미 같은 조제고기, 치즈, 올리브, 올리브 오일 등은 수퍼마켓에서 사다 먹으면 되는데, 올리브 오일은 심지어 올리브 품종별로도, 단일 농장별로도 살 수 있을 정도이고, 이태리 남부에서 구운 식사빵도 맛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피짜도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는 저가 냉동 제품서부터(맛 의외로 훌륭) 고급 냉장 화덕 피짜까지 잘 나와 있죠. 그러니 누가 밖에 나가 파스타 사 먹고, 피짜 사 먹고, 라비올리 사 먹고 싶겠습니까? 고기요리는 영국음식에도 맛난 것들 많은데요. 영국 바다에서 안 나는 특별한 해산물 요리라면 모를까.

 

설상가상, 요즘은 영국인들도 배달음식 먹는 재미에 빠져 '딜리버루Deliveroo' 같은 음식 배달 시장이 고속 성장 중이고, 돈은 있으나 시간은 없는 젊은 전문직들은 고급 포장음식 매장takeaways의 최신 유행 '도시락' 사다 간단하게 식사한다 하고, 수퍼마켓 간편식ready meal 매대도 알차게 꾸며져 있으니 외식 인구가 급감할 수밖에요. 이건 제이미 올리버 식당뿐 아니라 영국 전역의 중급 식당들에 다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영국인들도 소위 '가성비'가 좋거나 '가심비'가 좋아야만 지갑을 연다는 거죠. 브렉시트 앞두고 불확실한 경제 전망 탓에 주머니를 더 움켜쥐고들 있겠죠. 기사를 하나 걸어 봅니다.

What the Jamie's Italian collapse teach rival chains

 

읽어 보니 영국 전역에서 최근 일주일에 열 다섯 개 꼴로 식당이 문 닫고 있는데 전례없는 일이라며 걱정을 합니다. (훗, 한국 통계 보면 기절하겠고만.) 다른 기사에서는 특히 이탈리안 식당들과 고급 햄버거 체인들이 고전 중이라고 전하는데, 잘 나갈 때 너무 공격적으로 확장을 해댄 탓도 있다고는 합니다. 그런데 최근 런던 중심가의 상가 임대료가 두 배나 올랐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2017년부터 30~40%나 올랐다고 하니 제이미 올리버 할아버지가 와도 버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율까지 떨어져 수입 재료 써서 음식 내야 하는 <Jamie's Italian> 같은 곳들은 죽을 맛이었겠죠. 식당뿐 아니라 백화점과 오프라인 매장brick-and-mortar shop들도 온라인 숍 때문에 문 닫는 곳 많습니다. 이건 미국도, 우리 한국도 마찬가지죠.

 

어쨌든 저는 제이미 올리버 덕에 지금까지 맛있게 잘 해먹고 있는 음식이 많아 이 양반께는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요리책도 나오는 대로 꼭꼭 사 주고 있고요. 이 블로그에 제이미 올리버 레서피를 많이 올려 놓았으니 블로그 하단에 있는 검색창을 이용해 참고하세요. 한국에서는 백종원씨 덕에 요즘 집에서 요리하게 된 남자들 늘었다고 하잖아요? 영국에서는 이 역할을 한참 전에 제이미 올리버가 했습니다. 영국 가기 전부터 제이미 올리버 영상 보고 사기탱천해 치즈 북북 갈고, 레몬 즙 뿌리고, 허브 북 뜯어 공중에서 흩뿌리던 다쓰베이더는 이제 언제든 요청만 하면 맛있는 음식 뚝딱 해내는 훌륭한 남편으로 자랐습니다. 제이미 올리버의 건투를 빕니다. 움와.

 

덧.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 이름 말입니다,

잼도 들어 있고, 올리브도 들어 있고,

이름만 봐도 식욕 돋지 않습니까. '단짠'일세

 

 

 

 

- 제이미 레서피로 즐기고 있는 음식들 -

 

 

 

 오레가노와 회향fennel seed 향이 일품인 빤자넬라

 

 

 

 

 

 

 

 ☞ 따빠스

 

 

 

 

 

 

 

훈향과 셰리 비니거 맛이 일품인 초릿쏘 샐러드

 

 

 

 

 

 

 

잉글리쉬 머핀과 스코티쉬 훈제연어를 활용한 초간단 아침식사.

 

 

 

 

 

 

 

 ☞ 칠리잼을 얹은 날개 달린 치즈 토스티

 

 

 

 

 

 

 

 ☞ 크리스마스 로스트 포테이토

 

 

 

 

 

 

 

제이미의 영국식 리크 요리에서 영감을 얻은

유제품에 조리한 풋마늘

토스트 위에 얹어 잡솨봐. 기가 막히지.

 

 

 

 

 

 

 

훈제연어와 호스래디쉬 소스를 곁들인

요크셔 푸딩, 아스파라거스, 비트루트와 크레스 샐러드.

(꼼지락거리며 훈제연어 말다가 요크셔 푸딩 다 꺼뜨렸어;;)

 

 

 

 

 

 

 

서양음식을 비롯, 여러 요리에 두루 어울리는 날라리 백김치

 

 

 

 

 

 

 

제이미 레서피 중 가장 자주 해먹는, 단단의 컴포트 푸드 베이컨 양배추

 

 

 

 

 

 

 

 

재료비는 후덜덜하게 드나 기차게 맛있는 사워체리 브라우니.

 

 

 

 

 

 

 

향기로운 ☞ 캐롯 케이크

 

 

 

한가할 때 사진 이것저것 더 찾아서 올려보겠습니다. 고기 레서피도 많은데 제가 고기를 썩 즐기지 않아 해먹은 게 없네요. 제이미 레서피로 해 드셨던 음식 중 맛있었던 것 귀띔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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