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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문제에 관한 내 생각 본문

잡생각

젠더 문제에 관한 내 생각

단 단 2020. 2. 9. 21:51

 

 

대문 정렬을 위해 이미지를 아무거나 하나

넣어야 한다고 해서 또 스타 워즈 이미지로.

번역은, 에... 19금이므로 하지 않기로.

 


(반말 주의)
(시건방·초건방체 주의)

 



젠더에 관한 한국의 최근 이슈들에 대해 내 생각을 쏟아
놔 볼 테니
"니 생각은 완전히 틀려 먹었어." 
아, 이 따위 댓글 달 생각 말고 남의 생각도 좀 들어 봐요.
이견이 있으면 그냥 덤덤히 밝히면 돼요. 
의견은 다양할수록 좋으니. 

먼저, 군대 문제.
이건 대학 시절부터 주욱 생각해 왔던 건데,
나는 남녀 모두 고등학교 3년 과정 마치고 입시 결과까지 보고 나서 1년짜리 '인텐시브 코스'로 군대 갔다 왔으면 좋겠어. 신체 약간 불편한 사람도 빠짐 없이 전부. 신체 불편해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거든. 그리고 나서 대학을 가든, 취업을 하든, 군 생활이 적성에 맞으면 월급 잘 받고 계속 하든 했으면 해. 그 군대 1년을 초·중·고 의무 과정처럼 만들자는 거지. 군대에서는 사단장이나 장군 온다고 쓸데없이 부대 안팎 꾸미고 농번기에 대민 지원 보내는 짓 그만 두고 단기간 집중해서 능력 있는 전투 인력들을 키워 내고. 다쓰베이더는 군대 가서 띨빵한 간부의 진급을 위한 스펙 쌓는 일에 동원돼 하루 종일 책 대신 읽고 요약해 아침 간부회의 때 쓸 발표문 써 주는 일 하다 왔어. 이게 뭔 낭비냐 대체. 나는 신체 건강한 처자들도 총 좀 잡아 보고, 전쟁 났을 때 최소한 피아식별 정도는 할 수 있게 간단한 무기 공부쯤은 했으면 해. 전시에 뭐만 떴다 하면 우리 편인 줄 알고 뛰쳐나가 손 흔들다 개죽음 당하지 않게.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의자에 앉아 공부만 하느라 쇠했을 기초 체력도 좀 다지고. 사관학교에서 여자들 잘하는 거 보면 군대 가서도 엄청 잘할 것 같아. 기대가 돼.

여대 존속 문제.
남고와 여고가 따로 있는 건 한참 예민한 나이에 이성 신경 쓰지 말고 닥치고 입시 준비나 하라는 의도에서겠지. 대학은? 잘 모르겠다.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어른들의 여대 선호 현상이 여전히 남아 있었고, 정말로 자기 딸이나 손녀를 여대가 아니면 안 보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 지방의 똑똑한 여학생들 중 보수적인 가풍 때문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못 온 이들도 진짜 있었고. 이런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여대가 필요하겠지. 요즘 학부모(내 세대)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내 아이를 공학 보낼 것 같아. 나는 공학을 선호하거든. 사회 나오기 전에 내 딸내미가 미리 남자들이랑 투닥투닥 해봤음 좋겠어. 여대 출신들에 편견은 없어. 오히려 당차고 똘똘한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여대 나온 내 사촌들, 다들 사람 좋고 똑똑해. 다 잘 살고.

비혼과 비출산 문제.
원하는 대로들 하셔요.
단단은 경상도 집안 장남하고 결혼했는데 애 안 낳고도 시부모님 예쁨 받고 잘 살고 있어요. 속으로는 서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게이와 레즈비언 문제.
내 새끼가 동성애자라도 나는 상관없어요. 본인들만 행복하면 돼요. 나는 기독교인이라서 이 문제에 사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긴 한데, 이 문제를 '이성'이냐 '동성'이냐로 놓고 보지 말고 '인간'의 문제로 놓고 보면 그게 또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한 인간이 다른 어떤 인간이 좋아 죽겠어서 평생의 반려자로 삼고 싶다는데 이걸 무슨 수로 설득시킬 수 있나? 동성과의 결합은 죄니 반려자 두지 말고 너는 그냥 평생을 혼자 뼛속까지 시리도록 외롭게 살다 독거노인으로 뒈지라고? 그깟 성별sex 따위가 뭐라고. 지옥 같은 세상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졌으면 누구든 마음 맞는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려고 발버둥치는 게 우선이지.

트랜스젠더 문제. 
단단은 트젠과 방 같이 쓰거나 화장실, 심지어 목욕 같이 하는 것도 개의치 않아요.
(근데 수술로 나보다 큰 가슴, 나보다 예쁜 가슴이면 살짝 짜증날 것 같긴 허다.) (→ 살쪄서 겨우 A컵 된 단단)

근데, 이번 숙대 사건은 말이지,
처음엔 거참 숙대생들 예민허게 구네, 했다가 이 트젠 학생 하는 행동 보고 생각이 좀 바뀌었어. 


합격하고 나서 본인이 '상징성' 획득하려고 언론 동원해 인터뷰 해, 
라디칼 페미 보고 무서워서 학교 못 다니겠다며 언론 동원해 인터뷰 해, 
입학 포기하면서 작금의 사태에 대해 보다 나은 세상 만들자며 언론 동원해 장문의 '멘스플레인' 시전해, 
조용히 입학해서 다니면 됐을 일을 판 깔아서 여대를 폐교시켜야 한다는둥 숙대생들은 취업시장과 결혼시장에서 걸러야 한다는둥 무고한 이들까지 악담 듣게 해,

 

아무 이의 제기 없이 법과 절차에 따라 합격시켜 준 멀쩡한 학교 측과 열린 마음으로 환영하던 재학생·졸업생들로서는 웬 날벼락이냐?


이 트젠 학생한테서 '내가 여대를 정복했노라' 마인드가 엿보여 라디칼 페미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분 나빠 하는 여학생들,
나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봐. 나도 기분이 나빠.

이 난리통에 생각할 거리가 하나 더 늘었는데 뭐냐면,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고 남성의 몸을 그대로 간직한 채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변호사가 등장한 거.
그래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도 '1'로 시작한다는데, 다른 젠더 문제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쾌한 입장을 보일 수 있는 단단도 이에 대해서는 똑부러진 답을 못 하겠더라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트젠에 대해 아무 생각 없다가 이 변호사 이야기를 듣고 여자인 단단은 이 분이 자신을 여자라고 느끼게 하는 그 '여성성'이 무엇인지 심히 궁금해졌다. 여자도 쉽게 정의 내리지 못 하는 그 '여성성'이. 

 

이런 생각을 가진 분까지 포용할 수 있게 그냥 '남성성'의 스펙트럼을 넓히면 안 되는 것인가.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여성성'의 스펙트럼을 넓히면 안 되는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성들은 그저 닥치고 받아들여 성숙한 시민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가. 이 분은 화장실 이용 문제로 애먹는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한때 남자였던 몸이든, 온전한 남자 몸이든, 많은 여성들이 여성만을 위한 공간에서 이들을 맞닥뜨리기 부담스러워 한다는 걸 남자들은 진정 이해 못 하는가.

 

신문 기사와 남초 커뮤니티 댓글들을 보니 남자들 거개는 이런 일들에 그야말로 팔짱 끼고 "관전"하면서 "판관" 노릇이나 하고 있더라는. 

저녁 먹어야 하니 일단은 여기까지.

 


--------------------- intermission ------------------

 


저녁 먹었어. 계속할게.

'자궁부심'.
페미니스트들이 트랜스젠더들을 향해 "자궁도 없는 것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마냥 얼토당토않은 자궁부심이 아니다. 내가 여자의 몸으로 살아 보니 정말로 자궁과 난소, 외음부vulva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신체뿐 아니라 정신과 그날그날의 무드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이를 갖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이게 무슨 말인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여성만이 가진 이 신체 기관들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우리의 행동을 좌우하기도 한다. 나는 여성성의 핵심은 봉긋 솟은 가슴이나 긴 머리, 가느다란 팔, 매끄러운 피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에 기인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남성의 몸을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 한다고 해서, 사회가 기대하는 남성의 역할이 적성에 도무지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저절로 여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간성intersex 신체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은 논외.) 여성들에게 우리를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종용하기 전에 그대들이 먼저 이야기해 달라. 자, 그대들은 어떤 점에서 자신이 여성이라고 느끼는가. 

여혐·남혐 문제.
기운들도 좋으셔, 인구의 절반이나 미워하며 살 힘도 다 있고.
여혐이나 남혐하는 애들 가만히 관찰해 보면 말이지, 
서로 이성에 대해 그렇게 관심 많을 수가 없어. 
허구한 날 이성들 모이는 싸이트 가서 죽치고 앉아 이성들이 무슨 소리 하나 살피고 자기네 커뮤니티로 쪼르르 돌아와 
"쟤네들이 이런 말 했떠염." 
갈무리 화면 올려 욕판 깔기. 이게 하루 일과야. 
얘들아, 그 시간에 나가서 산책이나 운동 하고 음악이나 한 곡 더 들어. 영화를 한 편 더 보든지.

하긴, 여혐·남혐도 젊어 팔팔할 때나 하는 거긴 하다.
내 나이쯤 돼서 가까웠던 사람 스무 명 이상이 화장돼 재로 변한 걸 목도하고 나면, 
또, 
진통제도 더 이상 듣지 않는 극심한 치통,

요로결석통,

통풍 발작, 
대상포진에 의한 신경통 및 화상과 같은 수포 통증, 

이석에 의한 천지분간 불능,

담석에 의한 담도산통 등 
최상위의 고통들을 고루 겪고 나면, 
남자의 삶이 더 고되느니, 여자의 삶이 더 고되느니,
이 따위 저차원적인 저울질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돼. 
생로병사와 고단한 밥벌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지구 위 모든 생명들이 그저 짠하다는 생각만 들 뿐. 
커피숍 창가에 두어 시간 홀로 앉아 창 밖에 지나가는 사람들 가만히 바라봐라. 
인간 전체를 연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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