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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Translation is sacred

단 단 2020. 4. 28. 00:01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춰 주기 위해 오스트리아-독일 쪽 저자나 그곳에서 유학했던 저자의 문헌만 읽히지 않고 영·미 쪽 문헌도 읽히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인이 쓴 좋은 책이 있어 번역에 문제는 없나 확인차 한글판을 사서 읽고 있는데요, 

휴...

번역가 김병화씨는 음악책 번역은 이제 그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좋은 책을 가져다 단단히 망쳐 놓아 다른 사람이 번역할 기회도 걷어차 버리고 학생들에게 권하기도 힘들게 되었어요. 

오역 예를 몇 가지만 들어 봅니다.

• 'modulation'은 음악 장르에 따라 '전조'로 번역해야 할 때도 있고 '변조'로 번역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냥 다 '변조'로 번역. 그 흔한 음악 용어인 '전조'를 매번 '변조'로 읽어야 한다니, 독자가 기가 막혀.

• 12분의 8박자 → 8분의 12박자겠지. (기초 지식도 없다는 소리.)

• 음표 셋으로 된 음형 → 셋잇단음표triplet (둘은 완전히 다른 얘기.)

 7도 화음  7화음 (이것도.)

 

• 화성 시리즈 → 배음렬harmonic series (두야.)

음악 학파 → 악파
• ('music stand'를 '악보대'라 하지 않고 '보면대'라 하듯 학계에서 통용되는 번역어가 따로 있다.)

• 음악이 원형으로 움직인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오.)

• → 주제가 반복해서 돌아온다 

프리기아 선법 → 프리지아 선법

• 번역자가 음악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도 없는 것이 분명한 게

리듬(rhythm)도 박자, 

• 속도(tempo)도 박자, 

• 박(pulse)도 박자, 

• 맥놀이(beat)도 박자, 

• 기본박(beat)도 박자,

• 분할박(beat)도 박자.

• 죄 박자라고 번역해 놓았다.

• (박자는 'metre' 혹은 'time', 박자표는 'time signature'.)

• 'note'도 문맥에 따라 '음표'가 될 수도 있고, '구성음'이라 해야 맞을 때가 있고, 그냥 '음'이라고 하는 게 자연스러울 때가 있는데, 무조건 '음표'로 번역. 그러니 "B음이"라고 해야 할 대목에 "B음표가".

• 12음계 음악 → 12음기법음악 
• (누가 보면 음계 열두 개 써서 만든 음악인 줄 알것네.)

• 온음계(diatonic scale)와 온음음계(whole-tone scale) 구분을 못 해 전부 '온음음계'로 번역. 

• 5음만 사용하는 미니멀한 음계 → 다섯 개의 음만 사용하는 단출한 음계 ('5음'은 음계의 다섯 번째 음을 뜻하므로 전혀 다른 뜻.)

• 기초 음악 지식에 해당하는 음정과 화음 구분도 못 해 
• 감7화음을 감7도로, 반감7화음을 반감7도로, 딸림7화음을 딸림7도로, 단7화음을 단7도로 번역.

• '으뜸화음'과 '딸림화음'이라 해야 할 것을 '으뜸음'과 '딸림음'으로.

 

블루스에서 "낮춰진 7음"(lowered seventh)이 어째서 감7도요? 굳이 대자면 단7도에 가깝지. 'diminished seventh'와 헷갈린 듯.

• 음색(timbre)이라는 기초 음악 용어를 몰라 죄 "음영"으로 번역. 기악 음영 비틀기 → 악기 음색 변화시키기(the distortion of instrumental timbre) 

• 악기간의 동음 연주(unison)를 합창 용어인 "제창"으로 번역. 

• "래그타임인 <깊은 강>(Deep River)이 나온다."
<깊은 강>이 왜 래그타임(ragtime)이야, 흑인영가(spiritual)지. 원문을 찾아 보니 아니나다를까, "래그타임, 그리고 <깊은 강>"이라고 쉼표 써서 따로 나열한 것을 하나로 합쳐 놓았던 것이다. 이 음악을 알고 번역한 게 아니란 소리.


5cm나 되는 두꺼운 책의 앞부분만 잠깐 보았는데도 이렇게 오류가 많습니다. '매끄럽지 않은 번역' 정도가 아니라 오역으로 엉뚱한 내용을 만들어 놓은 건데, 이쯤되면 출판사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비전공자가 전문용어 난무하는 남의 전문분야 서적을 번역할 때는 

1. 필요한 지식을 갖추든지 
2. 그게 안 되면 그 분야 전문가의 감수를 받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 하죠. 

'전공자 부심 부리는 거냐' 오해하는 분 계실지 모르겠는데요, 이 책을 쓴 알렉스 로스Alex Ross는 음악 지식을 제대로 갖춘 비전공자입니다. 저자나 역자가 전공자냐 비전공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책을 쓰거나 번역을 할 능력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말하고 있는 겁니다. 설상가상, 원서에 멀쩡히 들어 있던 도판, 감상목록, 색인index도 죄 빼버려 반쪽짜리 책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색인이 없으면 학생들 논문 쓸 때 애먹을 거 잘 알 텐데요.  

책날개에 인쇄된 역자 소개를 보니 이렇습니다.

"대학교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는 철학을 공부했다.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회고록 『증언』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다는 마음에서 번역을 하기 시작했고, 번역한 책으로는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베토벤』 『음악의 첫날밤』 『트리스탄 코드』 『세기말 비엔나』 『장성, 중국사를 말하다』 『전사들』 『예수왕조』 등 여러 권이 있다. 음악가의 생애와 역사책을 번역하는 일을 좋아한다. 현재 번역 기획 네트워크 '사이에'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황색 입힌 문장을 보세요. 
큰일입니다, 이 분. 
누가 빨리 말리지 않으면 앞으로도 좋은 음악 원서들을 계속 망치게 생겼습니다. 번역은 열정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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