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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단 단 2020. 5. 26. 19:58

 


영국 화가 엘리자베쓰 키스가 일제 강점기 때 그린

한국의 노인

 

 

 

윤태호 작가의 <인천상륙작전> 웹툰을 권해 드리면서 제가 이 땅의 노인들께 경의를 표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 나십니까? ☞ 쉬는 시간에 웹툰 하나 보세요

 

노인은 사실 한국에서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든 '오래 살다 보니 별꼴 다' 보고 겪는 세대죠. 그래서 그 오래 살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래 세대들이 보편적으로 존경해 드리고 있고요. 한국은 노인 공경이 특히 더 발달돼 있는 사회여서 지하철에 노인들(만) 앉는 좌석이 따로 준비돼 있고, 지자체들도 공문서나 현수막에 "노인"이라는 가치 중립적 단어 대신 "어르신"이라는, 공문서에 별로 적합해 보이지 않는 단어를 굳이 가져다 쓰며, 그분들이 젊을 때 이루어 낸 놀라운 경제성장에 대한 노고를 치하해 드리곤 합니다. 저도 잘 정비된 도로와 높은 건물이 즐비한 도심을 걸을 때마다 윗세대 분들께 감사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민주국가가 된 것도 가슴 쓸어내리며 감사합니다.

 

저는 중위연령[median age. 한국인을 나이 순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에 서 있는 사람의 나이. 평균연령과는 다름.]에 가까운 사람이어서 이제는 청년들도 이해가 되고 노인들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늙은 부모님을 가까이서 뵈니 노인들이 처한 어려움이 와 닿습니다. 저도 눈 깜짝할 새 늙어서 노인이 될 텐데요, 제가 노인에게 기대하는 자질은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 너그러움, 인자함, 포용력 같은 마음의 여유
• 오랜 세월 다듬어져 몸에 밴 교양

 

<카카오>가 얼마 전에 대대적인 다음 블로그 개편에 들어갔습니다.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으니 일부만 손보는 건 어려울 거라는 생각, 보통의 상식을 가진 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공지를 보세요.

 

 

 

 

 

 

 

이 글을 보고 나서 저는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개편된 블로그 탐험에 나섰습니다. 새로 생겨서 기쁜 기능, 개선된 기능도 있었고, 사라져서 아쉬운 기능, 다소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관리자 블로그에 가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큰일을 마치고 나면 일단 칭찬할 거리부터 찾아 '잘했다', '수고했다' 격려한 뒤 개선점을 차분히 이야기하는 것이 제가 노인들로부터 기대하는 모습인데요, 맙소사, 관리자 블로그에 몰려와서는 못살겠다는둥, 다 때려부수겠다는둥, 심지어 쌍욕까지 하는 분들이 계시는 겁니다. 어어? 노인은 인자하고, 참을성 있고, 교양 있어야 하는데?

 

노인들이 쉽게 적응 못 할 것을 예상해 다음 측이 친절하게 새 기능 사용법 페이지까지 만들어 올렸는데도 살펴볼 생각 않고 무조건 불평부터 하는 겁니다. 있던 기능이 없어진 건 서운해 할 수 있지만 멀쩡히 잘 있는 기능, 더 좋아진 기능, 새로 생긴 고마운 기능을 놓고 사용이 익숙지 않다며 불편하다고 악다구니를 하면 젊은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 나갈 수 있습니까? 비표준으로 전락한 것을 표준으로 바꿨을 뿐인데 오래 쓰다 보니 옛날 게 정상인 줄 알고 되돌려 내라며 저렇게 저항을 합니다. 러다이트luddite들도 아니고.  

 

게다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10을 아직도 쓰고 계신 분들은 11로 업그레이드 하거나 크롬 또는 파이어폭스로 바꾸시라고 다음 측이 그렇게 오랫동안 대문에 (그야말로 대문짝만 하게) 업그레이드 방법 그림 설명과 함께 공지를 올려 잔소리하는데도 꿈쩍 않는 분들, 이렇다 할 글도 없이 게시물 하나에 여행 사진만 원본으로 막 50장, 100장씩 올리는 분들, 그러면서 속도 느리다고 불평하는 분들은 대체 블로그를 왜 하시는 겁니까?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사용자도 기본 준비와 자세가 돼 있어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댓글란을 같은 내용의 글로 도배하면서 개편 취소하라고 떼쓰는 노인도 있었습니다.

 

 

 

 

 

 

 

휴...

이러니까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을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겁니다. 이게 지금 꼬맹이가 수퍼마켓 바닥에 드러누워 버둥거리며 "당장 사 줘! 당장 사 줘! 당장 사 줘!" 떼쓰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합리적인 충고를 해도 걸핏하면 "너도 늙어 봐." 엉뚱한 답이나 해대서 대화를 중단시키질 않나.

 

노인들이여, 이 말을 기억하십시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첫 줄 "저것은 늙은 사람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가 영화 제목이 되면서 와전된 건데요, 시의 속뜻은 사뭇 다르지만 문장의 겉뜻만으로는 어쨌거나 노인들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하니 더럽고 서럽고 치사해도 마음에 새기시고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기술의 발달과 시대 정신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매일매일 안간힘을 쓰며 세상을 쫒아갑니다. 예예 허리 굽히며 노인에게 맞춰주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습니다. 교양을 쌓으시고 너그러운 마음, 차분한 자세로 부지런히 기술과 세상을 따라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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