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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 로살레스 또르따 Inés Rosales Tortas 스페인 올리브 과자 본문

음악

이네스 로살레스 또르따 Inés Rosales Tortas 스페인 올리브 과자

단 단 2020. 6. 26. 04:00

 

 

 

 

<마켓 컬리>에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전통과자인 올리브 오일 또르따tortas de aceite를 발견했습니다.

하, 이게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들어왔구나.

 

또르따를 보면 생각 나는 영국 TV 프로그램이 있으니, 



 

 

 

 



제이미 올리버의 스페인, 이태리, 스웨덴, 모로코, 그리스, 프랑스 음식 기행을 담은 <제이미 더즈... Jamie does...>.

이렇게 요리책으로도 정리돼 나왔었죠. 

 

 

 

 

 

 

 


이 프로그램에서 제이미가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한 수녀원nunnery에 가 올리브 오일로 반죽하고 아니씨드aniseed, anise로 향 낸 동그랗고 바삭한 전병torta을 사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을 보고 과자 블로그 주인장인 단단은 당장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으로 달려갔죠. 생긴 건 못난이인데 바삭바삭 경쾌하게 씹히고 씹을수록 맛이 쌓여 제법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가로 1920픽셀pixel짜리 큰 사진이 뜨니 레서피가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아니씨드는 구하기가 은근히 힘든 향신료라서 제이미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회향fennel seed으로 대체해 씁니다. 회향은 아니씨드보다 덜 달고 짭짤한 느낌이 살짝 더 돌기는 하나 맛과 향이 비슷해 대체해서 써도 괜찮습니다. 한국에서는 <홈 플러스>가 스페인산 아니씨드를 취급합니다. 향신료 매대에서 'anise'라고 써 있는 것을 찾아 보세요.)


 

 

 

 

 


<마켓 컬리>가 들여온 제품은 사진에 있는 것들 중에서 하늘색 포장의 무설탕 또르따를 제외한 세 가지입니다. 또르따 개수도 여섯 장이 아니라 네 장씩 들었고요. 맨 왼쪽에 있는 아니씨드와 참깨로 맛낸 것이 오리지날이고, 계피맛과 오렌지맛은 변주입니다.   


<이네스 로살레스 또르따 오리지날 아니씨드 참깨 맛> 성분:

밀가루, 올리브 오일, 설탕, 아니스씨, 참깨, 효모, 천일염, 천연향료(아니스향). 끝.

<이네스 로살레스 또르따 계피맛> 성분:

밀가루, 올리브 오일, 설탕, 참깨, 효모, 시나몬, 천일염, 천연향료(시나몬향). 끝.

 

<이네스 로살레스 또르따 오렌지맛> 성분:

밀가루, 올리브 오일, 설탕, 캬라멜화 오렌지 4.6%(오렌지 필 3.45%, 포도당, 과당시럽, 설탕, 구연산), 참깨, 효모, 천연향료(오렌지향), 천일염. 끝.

 

올리브 오일이 24%나 들어갑니다. 말하자면 이게 이 나라 사람들의 '쇼트브레드'인 거죠. 기후가 맞지 않아 올리브 나무가 자라지 않는 대신 사방에 목초지가 널려 있어 우유가 펑펑 나는 영국에서는 버터와 유제품으로 차음식과 후식을 만들고, 올리브가 펑펑 나는 남유럽에서는 올리브 오일로 빵, 케이크, 비스킷을 굽는 겁니다. 이네스 로살레스의 또르따는 달걀과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아 엄격채식주의자vegan들도 먹을 수 있습니다.

 

스페인에 올리브유와 아니씨드 넣은 전통과자가 있다고? 영국에는 버터와 캐러웨이 넣은 전통과자가 있다

 

 

 

 

 

 

 

 

 

셋 다 개성이 뚜렷하고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셋 다 저한테는 유럽 과자가 아니라 중동 과자처럼 느껴집니다. 올리브 오일로 반죽하고 아니씨드, 참깨, 오렌지, 계피로 맛을 냈으니 중동 느낌이 물씬 날 수밖에요. 그중에서도 흔하디흔한 계피로 맛낸 또르따가 가장 이국적으로 느껴져서 신기했는데, 마냥 달지 않고 '어른의 맛'이 좀 납니다.  

스페인 남쪽은 아주 오랫동안 무슬림의 지배를 받았었죠[Al-Andalus, 711-1492]. 그래서 음식뿐 아니라 음악도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다른 독특한 구석이 좀 있습니다. 스페인 음악은 유럽 음악처럼 들리지가 않고 아랍 음악처럼 들릴 때가 많아요.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는 타국의 음악 요소를 자기 곡에 부지런히 차용해 이국 취향을 한껏 즐겼던 호사가로 유명한데, 또르따 씹으면서 우리 이 양반이 스페인풍으로 쓴 피아노곡 한 곡을 '반주' 삼아 들어 봅시다. 선율이 유럽 음악으로 들리지가 않고 아랍 음악처럼 들릴 겁니다. 피아노로 막 스페인의 '국민악기'인 기타 주법을 흉내 내기도 합니다. 노련하기 짝이 없는 대가라서 남의 나라 음악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곡을 써도 이런 명곡이 나옵니다. 

 


 

 

 

 

 

 

 

 

세 곡으로 구성된 모음곡suite 중 두 번째 곡입니다. 해당 악장만 걸어 봅니다.

 

 

드뷔시 <판화 Estampes> (1903)  

 

I. 탑 (동양풍/중국풍)

Pagodes (Pagodas)  

 

II. 그라나다의 황혼 (스페인풍) 

La soirée dans Grenade (Evening in Granada)  

 

III. 비 오는 정원 (프랑스풍 - 프랑스 동요 삽입)

Jardins sous la pluie (Gardens in the Rain)

 

 

 

 

 

 

 

 

 

이번에는 플라멩코 기타 연주를 걸어 봅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기타를 즐겨 치고 잘 치게 된 것도 무슬림의 영향이 큽니다. 이들이 스페인에 기타의 전신이 되는 악기를 전해 주었고 매력적인 음계를 전해 주었습니다.

 

 

 

 

 

 

 

 

 

또르따 이야기 계속 -

사람이 손으로 반죽 덩이를 하나하나 펼치기 때문에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 두께도 들쭉날쭉합니다. 아주 얇아서 단단한 부분도 있고("깨득"), 5mm 정도 되는 두툼한 부분도 있고("파사삭") 그렇습니다
. 두께가 다 다른데다 겉에 묻힌 설탕도 균일하게 녹질 않고 얼룩덜룩 녹아 동그란 과자 한 장 먹는데 맛과 식감이 매번 다릅니다. 이게 또르따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죠. (음식 사진 찍을 때마다 열심히 도와 주는 다쓰베이더. 셔터 소리 나자마자 자기 입에 쏘옥. 목적이 다 있어요.)

그런데 이 과자는 신기하게도 커피나 차를 부르지 않습니다. 어울리는 술은 좀 있으려나요. 저는 음료보다는 짭짤한 치즈나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식사 시간 사이 출출할 때 먹어도 좋겠고요.  

 

 

 

 

 

 


꼬맹이들이 또르따 만드는 과자공장에 견학을 왔습니다.

(저도 유치원 다닐 때 과자공장 견학해 봤습니다. 꺄. >_< )

반죽 늘리고, 설탕 묻히고, 다시 동그랗게 모양 잡으면서 작업대에 붙이는 숙련된 손놀림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기계보다 효율이 나아 보이는데다, 저러면 '수제'라는 프리미엄을 붙일 수 있어 좋지요. 소비자로서는 삐뚤빼뚤 들쭉날쭉, 다 다른 모양을 보게 되니 집에서 만든 과자 먹는 듯한 기분이 들고요.

저처럼 휴가 갈 돈도 없고 여건도 안 되는 분 계세요?

이국 과자, 이국 음식 먹으며 기분 내 보자고요.

안달루시아 그라나다의 저녁 풍경을 그린 피아노 음악과 안달루시아풍 플라멩코 기타 소리를 들으며 안달루시아 전통과자를 먹고 있으니 휴가지에 와 있는 기분이 납니다.


 

이네스 로살레스 또르따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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