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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대한민국 2003 - 한국의 전통음식, 약과

단 단 2022. 2. 3. 08:01

 

 

 

 우표 크기 40×30mm.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오늘은 약과가 담긴 우리 우표를 소개해 봅니다. 작년 추석 때 '전통식'으로 만들어 본 못난이 약과 사진도 올려보고요.

 

약과의 한자를 찾아 보니 '藥果'. 약이 되는 과자라는 뜻입니다. 식용유와 꿀이 귀했던 옛 시절엔 이 둘을 약으로 취급했는데 약과에 이것들을 넣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는군요. 밀가루도 귀했으니 호화로운 과자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만들어보니 재료값도 만만찮지만 손도 많이 갑니다. <다음 백과>의 우표 해설을 옮겨봅니다.

 

2003년 발행 한국의 전통음식 시리즈 - 약과

"밀가루에 참기름, 꿀, 술, 생강즙 등을 넣어 반죽하여 기름에 지져 낸 뒤 꿀물이 속까지 충분히 밸 때까지 꿀에 담가 놓았다가 건져 내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둔다. 예로부터 귀하게 여기던 음식의 하나로 고려 충렬왕의 세자가 원나라에서 향연을 베풀 때 고려에서 만든 약과를 대접하니 깜짝 놀라 칭찬이 대단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밀가루에 소금·후추·참기름을 넣고 골고루 비벼서 잘 섞이도록 체에 친다. 여기에 꿀·생강즙·청주를 넣고 되직하게 버무려서 약과판에 꼭꼭 눌러 박는다. 기름이 끓으면 약과를 넣고 속이 익을 때까지 서서히 고운 토색(土色)이 나도록 지져 계핏가루를 넣은 조청이나 꿀에 담근다. 이것을 건져서 그릇에 담고 잣가루를 뿌린다."

 

농촌진흥청의 전통향토음식 자료에 따르면 서울식인 '궁중약과'와 개성식인 '개성모약과'가 있는데,  

"약과판에서 찍어 낸 정교한 꽃 모양의 약과를 궁중약과라 부르며 한입 크기의 사각 형태로 만든 약과는 개성모약과라 부른다. 궁중약과가 딱딱하고 진득하다면 개성약과는 바삭한 맛이 특징이다."

 

저는 현대식 (비용 절감) 재료인 물엿보다는 조청맛을 선호하므로 조청과 설탕을 섞어 쓰는 레서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레서피를 찾고 나서 보니 개성식 약과라는데, 개성약과는 본래 켜를 낸 네모진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나 단단은 꽃모양 약과를 좋아하므로 켜를 내지 않고 모양틀에 박아 서울식 궁중약과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농촌진흥청 전통향토음식DB의 개성약과

 

재료

 

<집청꿀>

 설탕 100ml

 물 100ml

 조청 100ml

-

계피가루 1/2작은술

 

<약과>

밀가루 250g, 고운 체에 치기 

 소금 1/2작은술

 참기름 2큰술

-

 생강즙 1큰술, 껍질 벗겨 강판에 갈아 즙 내기

 꿀 2큰술 

 술 1.5큰술 [시판 약과 중 술을 쓰는 것은 '고급' 약과 축에 드는데 이 경우 전부 싼 희석식 소주를 씁니다. 저는 전통식으로 청주를 썼습니다.]

-

 식용유 200ml [시판 약과들은 거의 다 대두유를 씁니다. 대량생산 대두유가 없던 옛 시절엔 아마 반죽에 넣은 것과 같은 참기름을 썼을 겁니다. 저도 참기름을 썼습니다.]

-

 잣 1큰술, 도마에 종이를 깔고 다져서 가루로 만들기

 


만들기

 

1. 집청액을 먼저 만든다. 설탕 100ml에 물 100ml를 부어 그대로 졸여서 100ml의 설탕물이 되면 조청을 100ml 넣은 후 젓지 말고 끓인다. 식힌다.

 

2.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섞은 다음 참기름을 넣어 손바닥으로 비벼서 고루 섞이게 한다. [고운 체에 한 번 내려 줘도 됩니다.]

 

3. 2에 생강즙, 꿀, 술을 섞어 넣어 치대지 말고 손가락으로 버무려서 한 데 뭉친 다음 방망이로 1.2cm 정도 두께로 펴서 네모지게 반대기를 짓는다. 반죽을 너무 치대면 딱딱해지므로 가볍게 반죽해야 연하다. [켜를 살리기 위해 반죽을 반복해 겹쳐 쌓아 밀기도 합니다.]

 

4. 밀가루 반대기를 가로, 세로 3cm 정도로 네모지게 썰거나, 마름모꼴로 썬다. [저는 반죽을 소량 떼어 공으로 만든 뒤 꽃모양 약과틀에 박아 모양 냈습니다. 모양틀에 대고 꾹꾹 누르기 때문에 켜가 살아 있는 개성약과보다는 단단하고 찐득한 식감이 나올 겁니다. 저는 이 식감을 더 좋아합니다.]

 

5. 기름이 150-160℃ 정도로 뜨거워지면 반죽을 하나씩 넣고 옅은 갈색이 나도록 중불 이하에서 서서히 지진다.

 

6. 차게 식힌 집청액에 계피가루를 넣고 잘 섞은 뒤 약과를 넣어 집청한다. 약과가 뜨거울 때 담가 집청액이 들어가는 소리가 나야 맛있다. 건져서 말린다. 낼 때는 잣가루를 뿌려 낸다. 끝.

 

 

 

 

 

 

 

 

 

꼴이 왜 이러냐면요, 요즘 약과처럼 기름솥에 담가 깔끔하게 튀겨 낸 게 아니라 옛날식으로 참기름 두른 번철에 앞뒤로 지져서 그렇습니다. 번철 닿은 부분에 구운 색이 많이 나서 덜 예쁘죠. 기껏 꽃모양 낸 것도 소용없어졌고요. 가장자리에 흔적만 겨우 남았습니다.

 

맛은요,

 

와...

강렬합니다. 요즘 먹는 것 같은 약한 계피향의 기름 전내 풀풀 나는 싱거운 단 과자가 아니라 짭짤한savoury 느낌이 나면서 계피, 생강, 후추, 청주, 참기름, 조청이 폭탄 같은 맛을 냅니다. 맛과 향이 생생하면서 성깔 있고 개성 있어요. 첫입에는 낯설어 어리둥절했으나 씹을수록 '참'약과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맛있었습니다. 차원이 다른 깊은 맛, 진한 맛, 선명한 맛이 납니다.

 

그런데 두 번은 못 해먹겠습니다. 반죽이 기름을 어마어마하게 흡수해 실상을 알고 나니 시판 약과도 먹고 싶지 않아졌어요.  

 

명절 잘 쇠셨는지요?

건강하시고,

맛있는 음식 드실 기회 줄 잇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고,

얼떨결에 성공하시는 (→ 뿌까 님께 배운 인사) 한 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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