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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프랑스 푸름 당베르, 푸르메 동베르 Fourme d'Ambert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프랑스 푸름 당베르, 푸르메 동베르 Fourme d'Ambert

단 단 2021. 11. 28. 04:34

 

 

 

 

영국의 블루 치즈들과 달리 프랑스와 이태리의 블루 치즈들은 흰색의 플라스틱 용기에 받쳐 나올 때가 많습니다. 이들 나라의 블루 치즈들은 대체로 영국의 블루 치즈들보다 숙성 기간이 짧아 무르면서 유통과 보관 중 수분이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치즈도 포장을 끄르니 수분이 많이 빠져 나와 용기 안에 부연 즙이 흥건했죠. 먹기 직전 치즈를 물에 가볍게 한 번 헹구고 키친 타월로 닦아 '잡내'와 물기를 제거해 주면 먹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노란색 AOP[PDO, 원산지명칭보호] 인장이 보입니다. 엄격한 제법에 따라 만든 전통 치즈라는 뜻이지요. 아무나 이 이름을 갖다 쓸 수 없다는 뜻도 되고요. 프랑스 중부 오베르뉴Auvergne의 해발 600-1,600미터 쀠드돔Puy-de-Dôme 산악지대에서 만듭니다. 

 

 

 

 

 

 

 

 

 

AOP 규정에 의하면, 푸름 당베르의 규격은 지름 12.5-14cm, 높이 21cm, 무게 1.9-2.5kg의 원통형이어야 합니다. 수퍼마켓용으로 출하할 때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가로로 저며 원반형으로 포장합니다. 원통형 치즈라서 'fourme'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치즈 이름을 풀이하면 '앙베르의 원통형 치즈'쯤 되겠습니다. 

 

포장에 있던 정보를 옮겨 봅니다.

 

 식품유형: 자연치즈

 살균여부: 72˚C에서 15초간 살균

 제조원: Societe Laitiere de Laqueuille

 원산지: 프랑스

 내용량: 185g (635kcal)

원재료명: 살균우유, 식염, 젖산발효균, 페니실리움 로끄포르티, 렌넷  

100g당

 열량: 343kcal

 나트륨: 1,040mg (소금 2.5g) 

 탄수화물: 0.5g 중 당류 0.5g

 지방: 29g 중 트랜스지방 0g, 포화지방 20g, 콜레스테롤 53mg

 단백질: 20g

 





 

 

 

 

AOP로 보호 받는 대신 원료인 우유도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소들에게 연간 최소 150일은 신선한 풀을 뜯겨야 하고, 겨울에는 지정한 곳에서 수확된 꼴을 먹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GM 작물과 팜유는 일절 금합니다.

블루 치즈들의 제법은 어디든 비슷합니다. 푸름 당베르의 생산 과정은 이렇습니다.


1. 검사와 준비를 마친 우유에 푸른곰팡이인 페니실리움 로끄포르티Penicillium roqueforti를 첨가한다.

 

2. 응고제rennet를 넣고 굳힌다. 

 

3. 응유curd를 한 시간 동안 자르고 저어 주면 응유에서 유장whey이 빠져 나가 구슬처럼 작은 알갱이가 된다. 

 

4. 원통형 틀에 이 응유 알갱이들을 가득 채우고 24-48시간 동안 주기적으로 뒤집어 자연적으로, 그리고 고르게 유장을 빼 준다. 블루 치즈는 인위적으로 힘을 가해 압착하지 않는다.

 

5. 성형을 마친 치즈 표면에 마른 소금을 묻히거나 소금물에 담가 간을 한다.       

 

6. 4일째 되는 날 긴 꼬챙이로 치즈를 여기저기 찔러 숨구멍을 내 준다. 산소가 공급돼 치즈 속에 있던 푸른곰팡이가 자란다.

 

7. 숙성실로 옮겨 고르게 숙성되도록 주기적으로 뒤집어 주면서 최소 28일 숙성시킨다.

 

참고로, 이 치즈에 쓰이는 푸른곰팡이는 오베르뉴 도처에서 자라는 호밀rye로부터 얻는다고 합니다.

 

 

 

 

 

 

 

 

 

생산자 쪽에서는 자기네 블루 치즈가 온갖 블루 치즈들 중 가장 순하다고 뻥을 치는데, 제가 맛보니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블루 치즈가 원래 치즈 종류들 중에서는 염도가 가장 높고, 프랑스 블루 치즈들은 영국 블루 치즈들에 비해 소금을 더 많이 쓰므로 더 쏘는 얼얼한 맛을 내는데, 이 치즈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토록 짠 치즈에 '최고로 순하다mildest'는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AOP 규정에 의하면 이 푸름 당베르의 맛은 섬세하면서도 과일 같은 향기가 듬뿍 나야 하며, 소금을 넣었으니 짠맛은 당연하나 너무 세면 안 되고, 쓴맛은 약간 나는 것까지는 허용한다고 합니다. 질감은 유연하고 부드러워야 한답니다. 과연?

 

일단, 숙성 기간이 영국 블루 치즈들의 반밖에 되지 않지만 질감은 제법 단단한 편입니다. 그래도 압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칼을 대면 그냥 우수수 흩어집니다. 사진에서도 드러나죠. 그런데 입에 넣어 일단 씹기 시작하면 금세 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습니다. 푸른곰팡이 부분에서 결정이 바삭하게 씹히기도 합니다.

 

유통기한이 11월 25일까지여서 냉장고에 묵혔다가 딱 11월 25일에 꺼내 먹었더니 신선한 발냄새가 아닌 농축 숙성 발냄새에 달고 화사한 꽃향, 쓴맛, 금속성 신맛metalic tang, 막걸리 누룩맛이 두루 납니다. 과연 제가 맛본 블루 치즈들 중에서는 단맛과 꽃향이 가장 많이 나지만 맛이 순하지는 않습니다. 막 출하한 것을 사 먹으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유통기한까지 두었다 먹은 것은 간도 세고 맛도 강렬했습니다. 

 

영국의 블루 치즈들은 한국의 멸치 된장국이나 일본의 가쓰오부시 미소시루를 연상케 하는 '바디'감 있는 우마미를 많이 갖고 있고, 이태리의 고르곤졸라는 과일맛과 꽃내음이 나서 향긋한데, 푸름 당베르는 이 두 가지 특성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향긋하면서 단맛이 많이 나는 맛있는 블루 치즈이니 도전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블루 치즈 애호가가 늘어야 수입이 끊기지 않고 지속될 수 있으므로 열심히 전도하는 중입니다.

 

블루 치즈의 요리 활용 예는 이 블로그의 다른 블루 치즈 글들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가장 흔한 예 세 가지를 꼽자면 - 다 된 소고기 스테이크 위에 얹어 사르르 녹이거나, 오븐 구이 버섯에 얹거나, 파스타 소스에 섞는 거지요. 맛이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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