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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음식] 마말레이드, 마멀레이드 marmalade

단 단 2022. 2. 13. 00:13

 

 

 

 

감귤류citrus로 만든 잼인 '마말레이드'를 아시나요?

마말레이드 좋아하시는 분?

 

저요.

 

이 마말레이드가 참 재미있는 게요, 원료인 써빌 오렌지Seville orange는 스페인산인데 조리법은 스페인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영국이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영국음식으로 분류가 되죠. 영국은 전세계를 휘젓고 다니던 습관이 있어 자기네 땅에서 나지 않는 재료로도 자국 음식을 창조해 먹는 재주가 있습니다. 영국 땅에서는 감귤류가 나지 않아 전량 수입해야 합니다. 대신 사과와 베리류는 잘돼 제가 늘 신은 공평하다고 말합니다.

 

써빌 오렌지가 잘되려면 여름이 뜨겁고 겨울이 차야 합니다. 겨울이 차지 않으면 써빌 오렌지의 외피가 주황색으로 예쁘게 물들질 않고 녹색으로 남습니다. 크리스마스 전 수확하기 직전에 비가 잠깐 내려 주면 과실 크기가 커져 'thick-cut' 마말레이드 만들기에 적합해집니다. 12월말부터 3월 초까지가 써빌 오렌지 수확기로, 이때가 되면 마치 우리 김장철같이 영국의 각종 매체가 써빌 오렌지 사다 마말레이드 만들라고 국민들을 닦달해 댑니다. 사진과 레서피가 잔뜩 쏟아지죠. 

 

영국에 있을 동안 영국음식 실습을 다양하게 해보고 잼과 처트니도 여러 종류 만들다 왔는데, 어쩐 일인지 제가 이 마말레이드는 만들어 보질 않고 귀국을 했습니다. 아쉬워요. 내 손으로 만든 보석 같이 영롱하게 빛나는 마말레이드. 뿌듯했을 텐데요.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제가 아침을 달게 먹질 않아 만들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마말레이드는 아침에'만' 먹는 식품이거든요. 그래서 흔하면서도 아침이 지나서는 식탁 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 또 이 마말레이드이기도 합니다.

 

궁금해서 수퍼마켓에서 이것저것 사다 맛보기는 했습니다. 토스트에 버터와 함께 발라 먹기도 하지만 다른 제과의 재료로도 자주 쓰이거든요. 정통은 써빌 오렌지로 만들고, 다양성을 위해 다른 품종의 오렌지나 레몬, 라임, 자몽 등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여러 감귤류를 혼합해 만들기도 하고요. 우리 한국의 유자청은 비록 열을 가해 끓이지는 않지만 서양인들에게 뜨거운 물에 타 먹는 '한국식 마말레이드'로 소개해도 재미있겠습니다.

 

영국인: 뭐어? 마말레이드를 물에 타서 먹는다고?

한국인: 뭐어? 감귤류청을 빵에 올려 먹는다고?

 

최초의 마말레이드 공장은 1797년 스코틀랜드 던디Dundee에 세워졌고, 영국이 전세계를 누비던 19세기에 퍼져 나가게 되었습니다. 

 

 

 

 

 

 

 

 

영국 수퍼마켓의 다양한 마말레이드.

(수퍼마켓마다 취급하는 제품이 조금씩 다릅니다.)

 

 

 

 

 

 

 

영국 <포트넘 앤드 메이슨> 백화점의 다양한 마말레이드와 마말레이드 활용 식품들.

 

 

 

우리가 김치를 수퍼마켓에서 사다 먹을 수 있듯 영국인들도 마말레이드를 수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어 꼭 손수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써빌 오렌지를 쓴 '정통' 제품서부터 여러 종류의 감귤류로 된 마말레이드가 존재하는데, 껍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또 나뉘고, 껍질이 있는 것은 또 다시 두껍게 썬 것과 가늘게 썬으로 나뉩니다. 설탕 종류를 바꿔 단맛의 뉘앙스를 달리하기도 하고, 색다른 맛을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생강이나 향신료, 위스키 등을 넣어 개성 있는 변주 제품들을 내기도 합니다. 

 

정통 마말레이드는 아무 오렌지로 만들지 않고 매력적인 쓴맛이 나면서 껍질 밑 흰 부분pith에 독특한 성질이 있는 스페인산 써빌 오렌지로 만듭니다. 스위트 오렌지 품종들에 비해 외피가 울퉁불퉁 거칠고 흰 부분이 전체 무게의 3분의 2나 될 만큼 많은데, 써빌 오렌지의 이 흰 부분은 다른 품종 오렌지들과 달리 익히면 투명하게 변해 완성품의 '때깔'이 보석처럼 예뻐 보인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시고 써서 생으로는 먹지 못 하는 품종이나, 씨pips가 많은데 이 씨에 펙틴pectin이 특별히 많아 같은 양의 오렌지를 썼을 때 잼이 더 잘 굳어 더 많은 양이 나옵니다. 생으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산지인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는 써빌 오렌지를 수확하면 거의 전량을 영국으로 보냅니다. 영국은 식민지를 통해 설탕을 대량으로 공급 받을 수 있었던 나라여서 다른 곳에서는 너무 시거나 떫거나 써서 먹지 못 했던 과채도 설탕과 함께 익혀 훌륭한 먹거리로 둔갑시킬 수 있었습니다. 구즈베리gooseberry, 루바브rhubarb, 써빌 오렌지 가공품들이 좋은 예가 되겠습니다. 

 

써빌 오렌지가 나지 않는 곳에서는 자국산 비터bitter 오렌지 품종이나 일반 스위트 오렌지를 사용해 만들기도 하므로 마말레이드는 이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잼이 되었습니다. 

 

일반 잼과 조리법이 많이 달라 마말레이드는 항상 잼과는 별도로 소개를 합니다. 제가 깔끔하게 잘 정리된 영상을 하나 걸어 드릴 테니 과정을 유심히 보십시오. 영국 가정요리의 대모 딜리아 스미쓰가 시연합니다. 유튜브 외의 매체에서는 재생이 되지 않도록 제한을 두었기 때문에 가서 보고 오셔야 합니다.

Delia's Techniques - How to make Marmalade

 

 

시연 영상을 우리말로 정리해 드립니다. (친절한 주인장.)

 

클래식 써빌 오렌지 마말레이드

 

도구

 

• 잼 전용 팬 (영상 참조) 또는 두꺼운 바닥을 가진 6.5리터 큰 소스팬

• 30㎠ 정사각형 천muslin, gauze

• 조리용 끈

• 깔때기

• 타이머  

• 450g 용량의 뚜껑 있는 유리병 6개

• 잼 윗면에 붙일 왁스종이 디스크 6장

• 흰접시 지름 작은 것 3장 (잼 굳기 테스트용)

 

 

재료

 

• 써빌 오렌지 1kg 
• 레몬 알 굵은 것 1개 
• 물 2.5리터 
• 마말레이드용 입자 굵은 흰설탕 2kg 
• 버터 소량

 

 

만들기

 

1. 잼을 끓일 소스팬 바닥에 얇게 버터칠을 해준다. 이렇게 하면 마말레이드가 덜 눌어붙는다. 그 뒤 2.5리터의 상온수를 담는다. 

 

2. 레몬과 오렌지를 각각 반으로 썰어 즙을 일단 다 짜 낸다. 이 작업을 수월하게 하려면 써빌 오렌지를 살 때 표면이 좀 더 거칠고 크기가 큰 것으로 고르면 좋다. 짜낸 즙은 1에 합치고, 즙 짤 때 생긴 레몬과 오렌지 찌꺼기들은 버리지 말고 천에 모은다. 천 밑에 우묵한 그릇을 받치고 작업하면 편하다.

 

3. 즙을 짜 낸 오렌지 껍질을 칼로 4등분한 뒤 각각을 단단하게 말아 쥐고 일정한 굵기로 채썬다. 굵기는 취향껏 정한다. 일반 칼날보다는 톱니칼로 써는 것이 좀 더 수월하게 잘 썰린다. 채썬 껍질은 1에 넣는다. 썰면서 새로 생긴 찌꺼기들은 버리지 말고 2의 천에 합친다. 펙틴이 풍부한 부분이므로 악착같이 모아 활용하도록 한다. 채썬 껍질에 붙어 있는 것들은 지저분해 보여도 개의치 말라. 레몬 껍질은 버리든 쓰든 취향껏 하면 되는데, 보통은 버리고 오렌지 껍질만 쓴다. 

 

4. 천에 모은 찌꺼기들은 동그란 보따리로 만들어 입구를 끈으로 묶은 뒤 1의 소스팬에 담그고 끈은 소스팬 손잡이에 묶어 둔다. 뚜껑을 연 채 불에 올려 2시간 정도 아주 작은 거품이 일 정도로만 얌전히 끓인다gently simmer. 젓지 않아도 된다. 오렌지 껍질이 완전히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이면 되는데, 껍질을 하나 건져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꾹 눌렀을 때 뚝 끊어지면 다 된 것이다.   

5. 한편, 접시 세 장을 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혀 둔다.  

 

6. 묶어 두었던 찌꺼기 보따리를 소스팬에서 건져 접시에 놓고 잠깐 식힌다. 이제 소스팬에 설탕을 투입한 뒤 잘 저어 주고 약불로 줄여 설탕을 완전히 녹인다. 저었던 나무 숟가락 뒷면에 설탕 입자가 보이면 아직 덜 녹은 것이다. 반복해 확인해 가며 철저히 녹인다. 설탕이 완전히 녹으면 불 세기를 최대로 높이고 조금 식혔던 찌꺼기 보따리를 두 손으로 힘껏 짜서 최대한 많은 내용물이 천 밖으로 배어 나오도록 한다. 이 펙틴의 보고를 많이 얻어 낼수록 마말레이드의 성상이 좋아지고 잘 굳는다. 잘 긁어서 소스팬에 다시 합쳐 거품기balloon whisk로 철저히 풀어 섞는다. 큰 거품이 사납게 일기 시작하면 타이머를 재빨리 15분에 맞춰 작동시킨다. 눋지 않도록 가끔씩 저어 준다.

 

7. 15분이 되면 소스팬을 불에서 떼어 굳기 테스트를 시행한다.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 접시 중 한 장을 꺼내 그 위에 마말레이드를 소량 떨어뜨린 뒤 다시 냉장고에 넣어 2분 정도 차게 식힌다. 꺼내서 새끼손가락으로 마말레이드를 밀어 본다. 주름이 지면서 깔끔하게 밀리면 알맞게 잘 굳은 것이다. 물기를 남기면서 밀리면 더 끓여야 한다. 5분 간격으로 테스트 한다. 두어 번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 끓이는 동안 표면에 거품이 많이 생길 수 있는데, 1/2작은술 정도의 버터를 넣고 잘 섞어 주면 대부분 사라진다. 가장자리에 굳은 거품은 숟가락으로 걷어 내면 된다. 불에서 뗀 뒤 약 20분간 그대로 둔다.

 

8. 마말레이드를 담을 유리병은 깨끗이 씻어 말린 뒤 중열의 오븐에 넣고 5분간 구워 살균을 한다.

 

9. 살균된 병에 깔때기를 대고 완성된 마말레이드를 병목까지 거의 꽉 채워 담는다. 공기층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마말레이드 표면에 왁스종이 디스크를 붙인다. 왁스 처리한 면이 잼에 닿아야 한다. 들뜨는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밀착시킨다. 뜨거울 때 뚜껑을 닫는다.   

 

10. 병이 완전히 식은 다음 이름표를 써 붙이고 건냉암소에 보관한다. 끝.

 

 

 

 

 

 

 

 

 

어떻습니까? 만드는 법이 일반 잼과 많이 다르지요? 껍질이 있기 때문인데, 심지어 사용하는 설탕도 달라 영국에서는 위와 같은 마말레이드용 설탕을 따로 제조해 팝니다. 펙틴이 소량 첨가돼 있으면서 입자가 가는 'jam sugar'말고 'preserving sugar'라고 써 있는 게 바로 마말레이드용 설탕입니다. 마말레이드는 일반 잼과 달리 오래 끓여야 하기 때문에 바닥에 눌어 일찍 타지 않도록 천천히 녹는 굵은 입자의 설탕을 쓰는데, 감귤류 자체가 본래 타 과일에 비해 펙틴 함량이 높으므로 펙틴도 따로 첨가하지 않습니다.   

 

 

 

 

 

 

 

 

<SSG>의 마말레이드 매대.

 

 

실습은 못 해보고 왔지만 귀국했더니 마말레이드가 꽤 여러 종류 보이고 잉글랜드에서는 보지 못 했던 스코틀랜드 브랜드의 마말레이드도 보여 단단은 몹시 기뻤습니다.

 

 

 

 

 

 

 

 

 

영국인들이 아침식사로 마말레이드를 먹을 때는 빵은 반드시 토스트를 하고 반드시 버터와 함께 바릅니다. 버터 없이 마말레이드만 얹으면 관능적인 맛이 반감됩니다. 버터 꼭 바르세요. 버터와 마말레이드가 서로를 더 맛있게 만들어 줍니다. (클릭하면 크고 생생한 사진이 뜹니다.)

 

 

 

 

 

 

 

 

 

마말레이드는 케이크나 제과의 맛내기와 윤내기, 장식 재료로도 자주 쓰입니다. 고기 요리 표면에도 자주 발라 주고요. 

 

일반 스위트 오렌지로도 마말레이드를 만들 수는 있지만 영국인들은 쓴맛 나는 성깔 있는 써빌 오렌지가 마말레이드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여깁니다. 액상과당이나 향 첨가물을 따로 넣지 않은 것이 좋고 감귤류 함량이 30-40%는 돼야 맛이 제대로 나니 사실 때는 성분표를 잘 보십시오. 원료에서 신맛과 쓴맛이 많이 나 설탕을 일정 수준 이상은 꼭 써야 하므로 마말레이드는 다른 과일 잼처럼 과일 함량을 무작정 높일 수가 없습니다.

 

 

 

<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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