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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한과 유감

단 단 2022. 2. 4. 12:49

 

 

 

[반말 주의]

[약과 글에 이어서]

 

 

 

가만 보면 우리 한국인들처럼 자국 음식에 애국심 투영하고 걸핏하면 피 끓이는 국민도 또 없는 것 같다. 음식에 극성맞은 이태리 사람들보다도 더 한 듯. 외국인이 우리 음식 해먹고 신나서 올린 사진이나 영상에 대고 그게 어째서 한식이냐, 충분히 오쎈틱 하지 않다며 따지는 모지리들 많은 것 봐. 자기는 집에서 국물 흥건한 파스탕 해먹으면서.

 

명절마다 나는 위화감을 느낀다.

 

(1) 우리 음식이 최고라는데 성분 좋고 맛있으면서 비싸지 않은 우리 전통 과자 사기가 아직도 어려워서.

(2) 우리 음식이 최고라는데 맛내는 핵심 재료들을 아껴 한과 맛이 맹탕이어서.

 

생각해봐라, 유럽에서는 질 좋고 맛 좋은 그 나라 전통 제과들을 심지어 수퍼마켓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브랜드도 다양하고 맛 스펙트럼도 넓어 그야말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데, 한과는 아직도 이게 안 된다. 예를 들어 쇼트브레드, 이거 영국 전통 과자거든. 영국 수퍼마켓 가 봐라. 얼마나 많은 브랜드의 얼마나 많은 변주가 있는지. 오트 비스킷, 이것도 영국 전통 과자인데 얼마나 종류 많고 성분 좋고 맛 좋고 값도 괜찮은지. 

 

한국처럼 자국 음식에 자부심과 자긍심이 넘치는 나라라면 저 유럽 국가들처럼 수퍼마켓에서

 

농심 약과, 오리온 약과, 롯데 약과, 해태 약과, 크라운 약과, 소규모 아티잔 브랜드들 약과... 

 

또,

농심 유과, 오리온 유과, 롯데 유과, 해태 유과, 크라운 유과, 소규모 아티잔 브랜드들 유과...

 

또,

농심 강정, 오리온 강정, 롯데 강정, 해태 강정, 크라운 강정, 소규모 아티잔 브랜드들 강정...

 

주욱 놓여 있어 소비자가 즐거운 비명 지르며 비교하고 고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경쟁이 치열하니 성분 좋고 맛있는 한과를 비싸지 않은 값에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일본 쌀과자는 동네 곳곳의 전문점뿐 아니라 수퍼마켓에도 수많은 제품이 놓여 있던데. 명절을 맞아 고급 식료품점에 입점한 유명 떡집에서 기름 전내 풀풀, 맛은 맹탕인 비싼 약과 사 와 맛보고는 지금 승질 나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안 먹고 살아도 그만인 과자, 몸에 나쁜 걸 감수하고 즐거움을 위해 먹는 거니 어떤 일이 있어도 맛없으면 안 된다.

 

"우리 한과는 원래 은은한 맛으로 먹는 거요." 소리도 약과 직접 만들어 먹어보고는 개뻥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결국 맛내는 핵심 재료들을 아끼니 그딴 밋밋하고 심심한 맛들이 나는 거지. 하얀 쌀보풀 붙은 유과는 미리 만들어 묵혔다 명절에 맞춰 쏟아 내는지 말라 비틀어져 딱딱해지지 않은 것 먹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고. 즉, 한과는 아직도 부모님 아는 사람, 지인 찬스를 통해야만 신선하고 질 좋고 맛있는 걸 구할 수 있다는 거.

 

제대로 만든 성분 좋고 맛 진한 한과를 합리적인 값에 쉽게 구하기가 힘들다는 얘기지 한과 맛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글 제대로 읽지도 않고 또 한식 광신도들 분기탱천해 덧글창에 엉뚱한 소리 해댈라.

 

 

 

 

 

 

 

 

권여사님께 물려받기로 한 다식판.

미리 주시면 명절 때마다 다식 만들어 진상하겠노라 설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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