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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여행] 잉글랜드 남부 햄프셔 州 빈티지 기차 여행 - 올스포드 워터크레스 라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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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여행] 잉글랜드 남부 햄프셔 州 빈티지 기차 여행 - 올스포드 워터크레스 라인

단 단 2022. 4. 19. 20:45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형편없는 사진들이지만 즐거운 감상되시길 바랍니다.)

 

 

 

 

 

 

무려 13년 전의 여행 사진을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이렇게 묵은 여행기 본 적 있는 분?

이렇게 묵은 여행기 써본 적 있는 분?

자자자, '게으른 여행기' 배틀해봅시다. 

 

지도에서 런던을 찾으신 후 왼쪽 아래에 있는 빨간점을 찾아 보십시오. 2009년 여름에 햄프셔 주county에 있는 올스포드Alresford라는 작고 예쁜 마을에 다녀왔었습니다. 외국인들에게는 잘 안 알려진 곳인데 여길 왜 갔냐면요, 

 

 

 

 

영국 수퍼마켓 <오카도Ocado>의 워터크레스 사진.

 

 

다쓰 부처가 정말 좋아하는 영국의 샐러드 잎인 '워터크레스watercress' 주산지라길래 궁금해서 갔습니다. (꽈당)

☞ [영국음식] 워터크레스, 크레송, 물냉이 (1) 개관

 

 

 

 

 

 

 

 

19세기 말에는 전국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철도망을 따라 올스포드에서 수확한 워터크레스가 이곳저곳으로 운반되었고, 런던도 혜택을 입은 곳 중 하나였습니다. 그 후 1960년대에 두 차례에 걸쳐 철도망을 정리할 때 이 워터크레스 노선이 사라졌다가, 1970년대에 자선 단체와 현지인들의 자원 봉사에 힘입어 노선의 일부[Alresford↔Alton]가 관광 상품으로 복원돼 지금까지 운영중입니다. 증기 기관차 위주에 빈티지 디젤 기관차가 함께 쓰여 인기가 좋지요. 5월 15일에 올해의 워터크레스 축제가 열린다 하니 잉글랜드 남부에 계신 분들은 하루 소풍 다녀오시면 좋겠습니다.

Watercress Line 누리집 

Watercress Festival 누리집 

 

 

 

 

 

 

 

 

올스포드 역입니다.

녹색빨간색카키색을 참 잘 쓰는 영국인들.

 

 

 

 

 

 

 

 

매표소.

이틀 뒤에 관광 오실 권여사님과 친척 어르신을 위해 사전 답사를 했습니다. 어른들 모시고 여행하는 거, 진땀 나는 일이죠. 불편해하실까 봐, 음식 입에 안 맞아하실까 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녜요. 저는 여행하는 것 같지도 않더라고요. 시부모나 장인장모 모시고 여행 다니는 분들 경이로워요. 

 

 

 

 

 

 

 

 

안내소information centre.

오늘 운용할 기차 세 종류를 게시해 놓았습니다. 

 

증기 기관차를 만든 나라라서 영국에는 철도 오타쿠railway enthusiast, trainspotter가 많아요.

기차가 막 의인화돼 아이들 이야기로도 나옵니다.

토마스, 고든, 에드워드, 헨리, 제임스, 퍼시, 에밀리...

어쩜 이름도 죄 사람 이름인지.

 

〈Thomas The Tank Engine and Friends〉 시청하기

 

책은 1945년부터 나왔고 TV로는 1984년부터 방영되었는데, '시즌 1' 전체를 걸어 드릴 테니 어떤 이야기인가 앞의 한두 편을 시청해 보세요. 편당 5분이 소요됩니다. 

 

영상 시작 부분에서도 잠깐 지나가는데, 기차역이나 기차가 잘 보이는 곳에서 망원경으로 하루종일 들고나는 기차 일지를 기록해 실제 운행표와 대조해 보는 오타쿠도 전연령대에 걸쳐 발견됩니다. 

 

 

 

 

 

 

 

 

아, 한 대가 이미 들어와 있네요.

제가 영국의 이 'racing green' 색을 좋아합니다. 제 차를 사게 되면 실용성은 떨어져도 '미니Mini' 레이싱 그린으로 사고 싶어요. 대학교 1학년 때 '티코Tico'로 운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작은 차에 애착이 깊습니다. 뭐, 저도 작아서 차가 작다는 생각은 못 하고 다녔어요.;; 

 

 

 

 

 

 

 

 

꺅, 예뻐라.

 

 

 

 

 

 

 

 

맞은편에는 보관중인 객차coaches.

 

 

 

 

 

 

 

 

담소중인 역장station master과 차장conductor.

 

 

 

 

 

 

 

 

어, 이따 또 봅세.

 

 

 

 

 

 

 

 

눈 반짝이며 사진기를 들이댔더니 저를 의식하고 손을 흔들어줍니다.

여행지에서 나를 위해 포즈 취해주는 분들 만나면 신나지 않아요? 

 

 

 

 

 

 

 

 

이건 증기 기관차가 아니라 디젤 기관차라서 압력밥솥 같은 '칙칙폭폭' 소리는 안 나고 매연만. 콜록콜록;;

 

 

 

 

 

 

 

 

옛시절에 쓰던 우유통도 갖다 놓았습니다. 

기차로 우유도 실어 날랐으니까요.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증기 기관차 '토네이도'의 사진입니다. 특별 행사 때 이 올스포드 역에 온 적이 있습니다. 크게 띄워 놓고 보세요. 한숨 나오게 잘생겼죠. '스팀펑크steampunk'라는 장르가 왜 생겼는지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옛 설계도를 보고 1994년부터 복원에 들어가 저희가 영국에 있었던 2008년에 완성, 대단히 화제가 됐었습니다. 'LNER Peppercorn Class A1 60163 Tornado'가 공식 이름인데, 'LNER'은 'London and North Eastern Railway'의 약자, 'Peppercorn Class A1'은 기차 모델명, '60163 Tornado'는 고유 번호 및 이름입니다.  

 

 

 

 

 

 

 

 

역 밖으로 나와 동네 구경.

영국에 처음 도착해서는 거리마다 있는 화려한 'hanging basket' 보고 감동했었습니다. 멋을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죠. 펍pub 앞에도 꽃장식을 얼마나 공들여 해놓는데요. 가로수에 달린 꽃바구니는 한국에서도 이제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지요.

 

 

 

 

 

 

 

 

숲이 나와서는 안 되는데 갑자기 숲이 나와 당황한 다쓰 부처.

길을 잘못 들었어요.

 

그나저나, 

백조가 저렇게 암수 같이 새끼를 기르는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Lifelong pair-bond'라니 기특합니다.

 

 

 

 

 

 

 

 

아니, 이런 시골길이 나오면 안 되는데?;;

열심히 지도 들여다보는 다쓰베이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집에서 구글 지도를 출력해 다니던 때였습니다. 

 

 

 

 

 

 

 

 

아이고, 이렇게 인적 없는 시골이 나오면 안 되는데;;

첩첩산중, 점입가경.

(그 와중에, 구름 좋고.)

 

 

 

 

 

 

 

 

우여곡절 끝에 동네로 귀환.

 

 

 

 

 

 

 

 

뜻하지 않게 맞닥뜨린 2차대전 희생자 추모비.

집에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 이틀 뒤인 2009년 7월 9일 -

 

 

 

 

 

 

권여사님과 친척 어르신 모시고 또 왔습니다. 사전 답사를 한 덕에 의젓하게 안내해드릴 수 있었어요. 

워터크레스 산지라서 그런지 이 동네는 물이 참 맑습니다. 크게 띄워 놓고 오리와 백조 구경하세요.

 

풍경만 좀 찍고 싶은데 계속 인물이 박혀 짜증이 살짝 났었습니다. 

그래서 13년이 지나도록 여행기를 쓰지 않았던 거지요.

어른들 안내해드리랴, 사진 찍으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관광객이 보기에는 근사하나 사는 사람은 어떨지 의문이 드는 멋진 집. 

또 모르죠, 안은 현대식으로 꾸며 놓고 있을지.

영국에 그런 집들 많거든요.

 

참, 영국에서는 저런 지붕을 한 집을 'thatched house',

저런 지붕을 만들어 씌우는 사람은 'thatcher'라고 부릅니다.

영국의 마거릿 때처 수상(1979-90)은 남편의 조상이 지붕 씌우는 사람이었던 거지요.

 

 

 

 

 

 

 

 

엄마아빠가 합심해서 아주 잘 키운 백조 새끼들cygnets.

솜털이 보송보송.

 

 

 

 

 

 

 

 

판타지물에 나올 것 같은 얽히고설킨 고목.

 

 

 

 

 

 

 

 

어느 동네에서든 볼 수 있는 티룸. 

낯선 동네에 가서 티룸을 발견하면 반가우면서 그 동네에 갑자기 정이 막 들려고 합니다.

문구 좀 읽어보세요. 정겹죠.

 

 

 

 

 

 

 

 

 

이 동네는 여러 차례 화재에 시달리다가 조지 왕조 시대(I-IV, 1714-1830)에 재건된 '마켓 타운'입니다.

그래서 이 시대 건물이나 이 시대'풍' 예쁜 건물이 많습니다.

 

 

 

 

 

 

 

 

이건 현대식 벽돌 건물.

손바닥만 한 공간일지라도 저렇게 알차게 풀을 갖다 심습니다.

사람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야생동물들도 생각해 한 뼘의 공간이라도 녹지화하라고 독려하거든요.

집 앞에 꽃바구니까지 걸어 놓다니, 이 관광객은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이번에는 기차를 실제로 타 보기로 하고 역에 도착했습니다.

아아, 인물 없이 건물만 좀 찍어 둘걸, 후회막심입니다.

친척 어르신이 유명한 분이라 얼굴을 열심히 가려드리고 있습니다. 

관광지에서 어쩌다 마주치는 몇 안 되는 한국인들도 알아보고 말을 건네서 수줍음 많이 타는 단단은 힘들었어요.;;

 

 

 

 

 

 

 

 

이날은 다행히도 먹구름 없이 화창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는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늘 색과 구름을 살리자니 그늘진 피사체는 숯덩이.

요즘 나오는 아이폰에는 'HDR'(high dynamic range) 기능이 있어 힘 안 들이고 이 난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데 저 때는 DSLR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저급의 사진기와 번들 렌즈로, 촬영 실력도 보정 실력도 없는 자가 찍으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이날 유독 이런 상황들이 많았는데, 과노출, 저노출, 따로 찍어 합쳐야 하나요?

 

 

 

 

 

 

 

 

(덧글란의 더가까이 님 덧글 보고 수정한 사진을 올려 봅니다. 명부는 그대로인 채 암부만 밝아졌습니다. 야호.)

 

 

 

 

 

 

 

 

이번에는 하늘을 날리고 땅을 살려 찍어 봅니다.

와글와글hustle bustle이용객이 꽤 많았습니다. 

이날은 증기 기관차가 등장했습니다.

 

 

 

 

 

 

 

 

성인 네 명의 기차표.

올스포드Alresford에서 올튼Alton까지 천천히 갔다가 다시 올스포드로 천천히 돌아오는 여정입니다.

저 이 기차표 아직도 갖고 있습니다. 여행 기념품이 된 거죠.

사진 색감 맞추느라 지금 제 앞에 놓여 있는데, 검표 후 천공perforation이 생겨 더 각별해졌습니다.

 

 

 

 

 

 

 

 

빈티지 객실을 눈여겨보세요.

 

권여사님.

딸이 타지에서 하도 거지꼴을 하고 있으니 옷을 사주시고도 성에 안 차 입고 오신 옷까지 벗어주고 가셨습니다.;;

사진에 입고 계신 옷도 벗어주셨는데, 권여사님이 입으신 게 더 예뻐 보여 귀국 후 도로 드렸습니다.

 

 

 

 

 

 

 

 

이번 여행의 물주이신 친척 어르신.

굽실굽실.

 

 

 

 

 

 

 

 

보세요, 창 밖을 살리자니 객실은 숯덩이.

이 경우에는 효과가 나쁘지 않지만요.

 

 

 

 

 

 

 

 

달리는 기차에서 찍어 본 창 밖입니다. 밀밭인 모양입니다. 

단일작물 재배지라서 단조로워 보이지만 한편 평화롭기도 합니다.

[음식우표] 영국의 밀 농사와 빵

 

여행 이틀째는 이렇게 보냈는데, 다른 날의 여행 사진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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