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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스-노르망디Basse-Normandie. 원어민 발음을 들어 보니 "퐁 리붹-킈"로 들리네요. 첫 소리 'Pont'을 "ㅍ"로 쓸지 "ㅃ"로 쓸지 고민하게 합니다. 끝의 "킈" 는 들릴락 말락 약하게 발음합니다. 자음은 "ㅋ"와 "ㄲ"의 중간 발음쯤 되고 모음은 "ㅡ"와 "ㅣ"의 중간 발음쯤 되는데 "ㅢ"로 발음하면 얼추 비슷합니다. 저는 그냥 '퐁 리베크'로 쓰겠습니다. 바스-노르망디 레지옹region의 칼바도스Calvados 데파르트멍department의 퐁-리베크 마을에서 만드는 치즈라 해서 이름이 이렇게 붙게 되었습니다. 옛 시절에는 '엉쥘로Angelot, 아기 천사'로 불렸다 하고요. 비가열, 비압착 방식으로 만드는 소젖 반연성 치즈입니다. 숙성 기간 동안 껍질을 소금물로 닦아 주거나 소금..
사의 피에 덩글루와가 떨이로 나왔길래 사 먹어 보았습니다. 부르고뉴 지방 전통 치즈라고 합니다. 그래서 버건디색 플라스틱 가짜 밀랍 봉인이 붙어 있는 걸까요? 영양성분 표시를 너무 산만하게 해놨네요. 다시 옮겨 보겠습니다. 100g당 열량 348kcal / 1441kj 단백질 17.3g 탄수화물 0.3g 지방 31g 소금 안 밝히고 있음 자기들 말로는 무려 14세기 때부터 부르고뉴 지방의 시토cistercian 수도승들이 만들어 온 치즈라고 하는데, 그렇게 오래된 전통 치즈라면 치즈 사전에 등재돼 있거나 치즈 관련 문헌에 당당히 등장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정보 찾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공장제 신생 치즈가 뭔가 있어 보이려고 억지로 갖다 붙인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게 다 '오래된 유럽 치즈' 하면..
파마산 치즈를 소개합니다. 공식 이름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아, 이름이 너무 길어요. 이태리 사람들이 알면 노발대발하겠지만 이하 '파마산'으로 줄여서 설명을 하겠습니다. 아마도 영국의 여염집 냉장고에 하나씩은 다 들어 있을 겁니다. 우리 집에도 있어요. 블루 치즈와 체다와 파마산은 집에 항상 있어야 합니다. 만드는 법 영상을 두 개 걸어 봅니다. 이건 파마산 생산자협동조합에서 제작한 영상이고, 이건 제작 영상입니다. 12세기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은 제조법으로 만듭니다. 파르마 지역과 레지오 에밀리아 지역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이 이름을 아무나 함부로 갖다 쓸 수 없도록 1955년에 DOP 치즈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게 되었고, 파마산 치즈 생산자 조합Consorzio d..
▲ 올드 암스테르담 원반. 배트맨과 고담 시티 삘이 물씬. 이 올드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의 국민 치즈인 하우다Gouda를 18개월까지 숙성시킨 제품입니다. 체다나 하우다 같은 치즈 종류의 이름이 아니라 특정 회사의 특정 상품 이름입니다. 그 때문에 올드 암스테르담 이름 옆에 ® 표시가 붙어 있죠. 숙성 하우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하우다 시식기를 보시면 좋겠네요. 네덜란드 간척사업으로 더이상 어업을 할 수 없게 된 어부 집안이 업종을 바꿔 1932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치즈입니다. 네덜란드 시장에 공식적으로 출시한 것은 1985년에나 와서였는데, 수출을 염두에 두고 영어로 이름을 지었다고 하죠. 검은 왁스를 씌운 것과 치즈의 색상과 질감 등이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던 숙성 하우다와..
▲ 프랑쉬-콩떼 Franche-Comté 프랑쉬-콩떼 지역의 모르비예 마을에서 만들던 소젖 반연성 치즈입니다. 과거에는 콩떼Comté를 만들고 남은 응유로 만들었습니다. 치즈 장인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콩떼 만들 만큼은 양이 안 되는 응유를 치즈 틀에 넣고 퇴근을 합니다. 이때 응유 표면에 막이 형성되지 않도록 위에 숯가루를 뿌려 놓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해 어제의 응유 위에 아침에 짠 우유로 만든 새 응유를 쌓습니다. 두 겹짜리 치즈인 거죠. 그래서 가운데에 저런 검은 색 줄이 생깁니다. 푸른곰팡이가 아니라 재ash예요. 저는 처음 모르비예를 보고 푸른곰팡이 치즈인 줄 알았습니다. 곰팡이 참 신기하게 피웠네 했죠. 오늘날에는 콩떼 만들다 남은 응유로 만들지 않고 아예 처음부터 모르비예를 만듭니다. ..
2013년 국제 치즈 대회The International Cheese Awards Nantwich의 최고상은 영국의 ☞ 클락스톤 블루가 차지, 4,780개의 치즈들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고 소개를 해 드렸습니다. 그럼 2012년 챔피언은 누가 차지했을까요?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독일의 '몬타뇰로 아피네'입니다. 3,900개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승했죠. 독일 치즈 회사 의 제품입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걸작 ☞ 캄보졸라는 이미 소개해 드렸고요. 이 회사가 치즈 실력이 좋은가 봅니다. 1990년대부터 만들던 치즈이고, 영국 시장에는 2006년에 소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불만이, 독일 회사가 왜 자꾸 자사 치즈에 이태리 어감의 이름을 붙이는가 하는 겁니다. 기껏 맛있는 치즈 잘 만들어 놓고 남..
고르곤졸라를 드디어 소개합니다. 이태리 북부 삐에몬테Piedmont와 롬바르디아에서 생산을 합니다. 롬바르디아는 얼마 전에 소개해 드렸던 탈렛지오Taleggio와 그라나 파다노Grana Padano의 생산지이기도 하죠. 같은 지역에서 같은 소의 젖을 짜서 만들고 숙성 기간 동안 표면을 소금물로 닦아줘서 그런지 고르곤졸라도 탈렛지오와 유사한 맛이 납니다. 고르곤졸라는 그간 몇 번 사서 죄 요리에 쓰느라 맛을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맨입에 그냥 먹기로 하고 두 가지 제품을 모두 사 보았습니다. 고르곤졸라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나뚜랄레 혹은 피칸테, 그리고 돌체. 돌체는 이태리어로 '달다sweet', 피칸테는 '맵다, 혹은 톡 쏜다piquant'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본고장에서는 종류가 더 나..
▲ Pyrenees-Atlantiques 떨이 치즈를 사 왔습니다. 비싸서 평소엔 엄두도 못 내던 치즈였는데 이렇게 싸게 나왔네요. 3천원도 채 안 줬습니다.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에 위치한 베아른 지역Bearn과 북바스크 지역Northern Basque Country에서 만듭니다. 바스크 치즈를 다 만나보네요. 치즈 이름인 '오쏘 이라티'는 베아른의 '오쏘' 계곡과 바스크의 '이라티' 삼림 지대, 두 곳의 지명에서 딴 것입니다. 프랑스 양젖 치즈들 중에서는 록포르와 오쏘 이라티, 단 두 개만이 AOC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AOC 치즈이긴 하나 완성된 치즈의 크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며, 크기에 따라 숙성 기간도 달라집니다. 그래도 최소 3개월은 숙성을 시켜줘야 한답니다. 결론부터 말씀..
▲ 오트-사부와Haute-Savoie [빨간색] - 사부와Savoie [연보랏빛] 르블로숑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때는 13세기부터였으나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혁명 이후에 와서였습니다. 뒤늦게 알려진 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14세기에 새로 도입된 조세법 때문입니다. "오트-사부와Haute-Savoie의 알프스 목초지에서 풀을 뜯는 소들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축유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겠노라." 세금 징수원이 보는 앞에서 젖을 짜 무게를 재게 돼 있었으니 젖을 열심히 짤 턱이 있나요. 세금 징수원이 간 뒤 남은 젖을 한 번 더 쥐어짜 치즈를 만든 데서 이 르블로숑이 시작되었습니다. '탈세 치즈'인 거죠. 치즈 이름도 그래서 르블로숑re-milk. 이렇게 만든 치즈는 당연히 집에서 몰래 소비할 수밖에 ..
▲ 네 장은 어디로 갔나. (아, 이번 치즈 시식기는 좀 창피한데...) 이 치즈는 제가 자연치즈인 줄 잘못 알고 사 온 치즈입니다. 집에 와서 포장을 다시 보니 "가공치즈processed cheese"라는 문구가 떡 하니 박혀 있네요. 그 앞에 있는 "naturally double smoked"라는 문구에 온통 정신을 빼앗겨 뒤의 문구를 보지 못 했습니다. 가공치즈 따위에 무엇하러 두 번씩이나 진짜 연기를 쏘여 가며 공을 들였을까요? 손쉽게 훈연액을 쓰지 않고 진짜 연기를 씌웠다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만. 우선 맨입에 두 장을 먹어 보았습니다. 훈향은 그럭저럭 익숙하고 좋으나 치즈맛이 형편없는 데다 질감은 더 형편없어요. 치즈라 하기에는 치즈맛이 너무 안 나요. 생긴 건 말랑말랑해 보이는데 씹으니 너무..
다쓰베이더가 치즈 카운터 앞에 서서 안 먹어 본 것 뭐 있나 살피다가 분홍빛이 은은히 도는 염소젖 장기 숙성 하우다가 예뻐 보이길래 사 왔다고 합니다. 하우다를 염소젖으로도 만드는 모양입니다. 충분히 가능하죠. ☞ 염소젖으로 만든 체다도 전에 소개해 드린 적 있는데요. ☞ 숙성 하우다를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이것도 기대를 하고 사 왔다고 합니다. 과연, 속살의 연분홍 빛이 관능적으로 보입니다. 장기 숙성 치즈인 줄은 어떻게 아느냐? 소젖으로 만들었든 염소젖으로 만들었든, 20개월 이상 장기 숙성 하우다에는 노란색이 아닌 검은색 왁스를 입힙니다. 왁스의 색이 아니더라도 치즈 속살paste의 상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요. 수분이 적고 더 단단해 보이면서 소금 결정 같은 흰색의 점들이 간간히 눈에..
▲ 앵드르 Indre 프랑스 중부에서 생산되는 전통 치즈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위가 '툭' 잘린 피라미드 형상의 염소젖 치즈입니다. 왜 저 모양이 되었느냐? 나폴레옹이 나일강 전투Battle of the Nile에서 영국과 패권을 놓고 다투다가 넬슨에게 대패를 하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발롱쎄 성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생산되는 피라미드 모양의 치즈를 대접 받고는 이집트에서 대패한 악몽이 떠올라 분통이 터졌다죠. 분을 못 참고 칼을 꺼내들어 에잇 싹둑! 치즈 윗면을 베어 버렸다는 이야기. 원, 성질머리하고는. 치즈 장인이 애써 만든 것을.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치즈에 이런 재미난 이야기가 붙으면 판매에 유리하죠. 그리하여 프랑스인들은 그냥 맛있게 먹는 치즈, ..
▲ 탈렛지오 원어민 발음을 들어 보니 '탈레지오'보다는 '탈렛-지오'에 가깝게 들리네요. 10세기 또는 11세기경 이태리 북부의 롬바르디아 베르가모 부근의 탈렛지오 계곡에서 만들기 시작한 유서 깊은 치즈입니다. 롬바르디아는 또 고르곤졸라와 그라나 파다노로도 유명하죠. 제조법이 주변 지역으로 퍼져 나가 지금은 북부 10개 지역에서 탈렛지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탈렛지오'라는 이름은 20세기 들어와서야 붙여졌습니다. 알프스 산에서 풀을 뜯던 소들이 추위를 나기 위해 가을이 되면 산 아래로 내려오는데, 이동하느라 지쳤을 때 짠 우유로 만든다 해서 예전에는 '스트라끼노stracchino'라 불렸다고 하죠. '지친stracco' 소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소젖으로 만드는 반연성 혹은 반경성 치즈입니다. 대부분..
프랑스 오베르뉴Auvergne 레지옹région의 오트 루아르Haute Loire 데파르트망département의 몽 뒤 벨레Monts du Velay에서 만들어지는 두 드 몽타뉴. 헥헥;; 원어민 발음을 들어보니 'Montagne'가 제 귀에는 "몽딴-녜"에 가깝게 들리네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었는지, 프랑스 전통 치즈라면서 저온살균유를 쓰고, 채식주의자들까지 생각해 식물성 효소를 써서 굳힙니다. 전통 치즈인지도 사실 의문입니다. 치즈 사전에도 없고 누리터에서도 이 두 드 몽타뉴의 역사나 유래에 관한 정보를 찾기가 힘들거든요. 전통 치즈라는 건지, 전통 기법을 써서 만든 현대 치즈라는 건지, 애매해요. 아마 후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갈색의 쪼글쪼글한 외피가 인상적입니다. 표면에 형성된 울퉁불퉁한 ..
이태리 남동쪽, 부츠의 굽 부분에 뿔리아Puglia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이태리 사람들은 뿔리아라 부르고 이태리 밖에서는 아뿔리아Apulia라고 하는 것 같네요. 주변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모짜렐라 치즈로 유명합니다. 모짜렐라 치즈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으니 오늘은 이곳에서 생산한 '변형된' 모짜렐라를 소개하겠습니다. 단단한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다는 것은 모짜렐라처럼 물에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강도 1짜리 치즈를 보니 제 마음이 다 '신선'해집니다. 모짜렐라와 부라따는 숙성을 거치지 않은 신선 치즈fresh cheese로 분류 됩니다. 왕만두가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는 모짜렐라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십자로 칼집을 내어 열어 보면 안이 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먼저 크림이 와르르 쏟..
네덜란드. 지구상에서 치즈 수출을 두 번째로 많이 하는 나라[1위는 독일. 2010년 통계]. 그러나 자국의 치즈 종류는 몇 개 안 되는 나라. 즉, 되는 놈만 죽어라 미는 방식의 치즈 산업 구조를 가진 나라. 영국과는 정반대죠. 네덜란드 전체 치즈 생산량의 60%가 하우다에 집중돼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 이 점이 바로 하우다를 세계적으로 이름난 치즈로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고요. 수요를 맞추느라 네덜란드 전역에서 만듭니다. 오늘은 네덜란드의 대표 치즈인 하우다를 소개합니다. 영미권에서는 '고다'라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 한국에서는 원어민 발음에 가까운 '하우다'를 맞는 표기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원어민 발음을 들어 보니 '하'를 가래 뱉는 듯한 끓는 발음을 해야 하네요. 네덜란드 사람들과 하우..
아, 에담. 빨간 파라핀 왁스 입힌 그 유명한 네덜란드 전통 치즈. (빨간 왁스, 드시면 안 됩니다! 미니 베이비벨 반 갈라서 손님한테 냈는데 손님 가신 다음 보니 접시에 왁스가 없더라는, 권여사님이 들려 주신 괴담 같은 실화;;) 드디어 만나 봅니다. 작게 잘라 포장한 제품입니다. 값도 쌉니다. 숫자 "1"을 보니 숙성을 얼마 안 시킨 어린 치즈네요. 좀 더 숙성시킬 수도 있겠지만 에담 치즈는 그냥 이렇게 어린 상태로 먹는 게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숙성이 더 된 것들은 검은색 왁스를 씌운다고 하죠. 영양 정보와 이런저런 정보를 담은 뒷면입니다. 이건 아나토annatto를 쓰지 않고 베타카로틴을 써서 색을 내는군요. 체다보다 유지방이 25%나 적다고 자랑을 해놨네요. 부분탈지유semi-skimmed m..
스위스 에멘탈을 맛보고 나서 에멘탈 계열 모방 치즈들에 한참 관심을 가졌을 때 사 먹어본 치즈입니다. 얄스버그는 체다나 에멘탈 같은 치즈의 종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부흐쌍Boursin'이나 '라핑 카우The Laughing Cow' 같은 브랜드 제품 이름입니다. 특정 회사의 특정 제품이란 소리죠. 정통 스위스 에멘탈이 비싸니 일전에 소개해드렸던 리어다머Leerdammer처럼 값싼 대용품을 만들어 시장 진입에 성공한 예가 되겠습니다. 1855년에 이미 그 기록이 있던 치즈였으나 잊혀졌다가 노르웨이 농경대 교수와 학생들의 복원 노력으로 1956년에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건국대학교 우유가 생각나는데, 건대 축산과에서 치즈도 생산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포장 뒷면의 광고 문구: ..
이달 초에 맛보았던 낭비가 심한 치즈 하나를 소개합니다. 바슈랭입니다. 스위스 치즈이기도 하고 프랑스 치즈이기도 합니다. 두 나라가 맞닿은 국경 지역 산자락에서 양국이 각각 만들거든요. 바슈랭의 종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 Vacherin Fribourgeois • Vacherin d'Abondance • Vacherin des Bauges • Vacherin Mont d'Or / Vacherin du Haut-Doubs 첫 번째 줄에 있는 것은 바슈랭이라는 이름만 공유할 뿐 성격은 완전히 다른 치즈입니다. [아래 사진] ▲ Vacherin Fribourgeois 오늘 소개할 치즈는 마지막 줄에 있는 것으로, 스위스에서는 '바슈랭 몽 도'라 부르고 프랑스에서는 '바슈랭 뒤 오-두'라 부릅니다. (스위..
'정통' 브리를 사 왔습니다. 프랑스와 거리가 가까워 영국에서는 유통기한이 짧은 프랑스 신선 치즈나 연질 치즈들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쓰고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힙니다. 대개 6주에서 8주 숙성시킨다는데, 이 제품은 8주간 숙성시킨 제품입니다. 생유 치즈라 임산부와 노약자는 먹을 수 없고, 수송아지 위장에서 추출한 동물성 효소를 쓰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없습니다. 정통이라서 좀 비쌉니다. 전통 제법으로 만든 프랑스 AOC나 AOP 치즈들은 원래 값이 좀 나갑니다. (둘 다 같은 뜻. 전자는 프랑스 고유 표기, 후자는 유럽연합 권장 표기. 영국 치즈들은 PDO로 표기.) 비싼 치즈라 싸구려 비닐 따위에 싸질 않고 이렇게 고급 왁스 종이에 싸서 팝니다. 단단은 이렇게 비싼..
수퍼마켓 치즈 선반에 아, 글쎄, 이렇게 생긴 치즈가 다 있는 겁니다. 생산자마다 자사 제품에 고유 이름을 붙이고는 있지만 이런 치즈들을 통칭 '스트링 치즈'라 부르죠. 제가 사온 것은 아일랜드 사의 '치스트링'이란 제품인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스트링 치즈 중 이 제품이 가장 유명합니다. 검색을 해보니 한국에서도 스트링 치즈가 꽤 많이 소비되고 있더라고요. 남들 다 알고 있는 치즈를 저만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이름만 몰랐을 뿐, 맛은 이미 저 옛날 '치즈 크러스트' 피짜를 통해 알고 있던 것이었지요. 테두리 부분에 들어 있던 하얗고 쫄깃거리는 치즈 말예요. 스트링 치즈만 이렇게 따로 사서 먹어볼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요. 총천연색 포장을 보니 아이들용이 틀림없죠. 콧방귀 뀌며 속으로..
Q 권여사님과 단단 모녀의 공통점은? A 둘 다 빅토리녹스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좋아한다는 것 권여사님 가방을 뒤지면 늘 사탕과 손수건과 빅토리녹스 스위스 아미 나이프가 튀어나옵니다. 사탕은 기침하는 노인들한테 건네기 위한 것이고, 손수건은 남녀노소 불문 필수 지참품이라 여기기 때문이고(휴지보다 우아하고 시적임),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글쎄요, 쓰시는 걸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비상시를 대비해 갖고 다니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이상하게도 명품백, 보석, 이런 것엔 관심이 별로 없고 지도나 공구 같은 것을 좋아합니다. 머슴아들 틈에 끼여 자랐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들 많은 집의 막내 고명딸, 사랑 듬뿍 받고 곱게 자랐을 것 같죠? 헹! "절벽에서 굴려 살아남은 강한 아이만 키운다"가 우리 영감..
원조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류가 있습니다. 아류가 살아남으려면 원조의 역사성과 카리스마를 뛰어넘는 어떤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매력은 이런 것들이 될 수 있습니다. ① 저렴한 값 ② 이용 편리성 혹은 접근성 ③ 원조보다 더 어필할 수 있는 어떤 요소 아류가 이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췄다면 원조는 존폐 위기에 처할 수도 있겠지요. 오늘 소개할 이 리어다머 치즈가 위의 세 조건을 다 갖췄습니다. 영국에서는 '리어다머'라 발음하는데, 이게 나라마다 발음이 조금씩 다른 것 같더라고요. 체코 사람들이 '레르다메르'라고 발음하는 걸 들은 적 있습니다. 1977년, 네덜란드 사람 둘이서 자국의 하우다gouda와 스위스 에멘탈emmentaler을 결합시킨 새 치즈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치즈를 처음 생산한 동네 이름..
▲ 런던 버러 마켓의 스위스 치즈 매대. 에멘탈. ▲ 수퍼마켓에서 사 온 조각. 진공 포장이라 저렇게 비닐 자국이 남는다. 휴... 얼마 전 소금 범벅 록포르Roquefort를 먹고 나서 혼이 다 빠졌더랬습니다. 오늘은 치즈 선반을 한참 뒤져 소금이 가장 적게 든 치즈를 골라 사왔습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에멘탈, 구멍 숭숭 난 톰과 제리 치즈를 드디어 소개합니다. 스위스 에멘탈 치즈의 공식 이름은 'Emmentaler Switzerland'입니다. 제가 수퍼마켓에서 본 숙성 치즈들 중에서는 소금이 가장 적게 든 치즈였는데, 1회 제공량인 30g에 소금이 겨우 0.14g밖에 안 들었습니다. 록포르는 1.06g이나 들었으니 록포르가 에멘탈에 비해 무려 7.5배나 더 짠 거죠. 모짜렐라 같은 숙성 과정을 거..
프랑스 블루 치즈의 최강자 록포르. 역사가 참으로 오래된 치즈입니다. 양젖으로 만들기 때문에 양젖 특유의 향이 좀 납니다. 염소젖 치즈만큼 향이 강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익숙한 소젖에 비하면 나름 향이 좀 있어요. 복잡한 풍미를 위해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쓰고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힙니다. 숙성을 오래 안 시킨 연성 치즈라 수분도 좀 많습니다. 수분 많은 생유 치즈는 임산부와 노약자가 금해야 할 식품이지요.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없습니다. 록포르의 생산 과정을 담은 영상을 걸어봅니다. 영국 치즈들 만드는 모습을 보다가 프랑스 치즈들 만드는 모습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영국 치즈들은 대개 농장farmhouse에서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 소규모로 생산을 하는 반면 프랑..
영국에서는 치즈를 보통 일곱 종류로 분류를 합니다. 나라마다 다르다기보다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국가별로도 딱 부러지게 정한 분류법이 없거든요. 영국에서는 ① Fresh 신선 치즈 ② Aged Fresh 숙성 신선 치즈 ③ Soft White 흰곰팡이 연성 치즈 ④ Semi-Soft 반연성 치즈, 혹은, 껍질을 닦은 반연성 치즈 ⑤ Hard 경성 치즈 ⑥ Blue 푸른곰팡이 치즈 ⑦ Flavour-Added 맛치즈 로 나누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이 분류법이 가장 소비자 친화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치즈의 외형과 질감을 보고 나누는 방법이거든요. 다른 분류법들은 치즈 제법에 의한 것들이 많아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용어들을 많이 포함합니다. 냄새가 가장 고약한 것..
▲ 크랜베리 박힌 웬즐리데일Wensleydale - 간식으로 먹기 좋은 순한 맛의 영국 치즈 영국인들은 일상에서 치즈를 많이 먹습니다. 그냥 먹기도 하지만 영국음식에도 치즈 들어가는 것들이 많아 치즈 수요가 많아요. 현재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치즈 종류를 약 1,000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그만큼은 안 되지만 영국도 꽤 많이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영국치즈협회British Cheese Board가 집계한 영국 생산 치즈는 현재 700종이 넘습니다. 많이 만들기도 하고 많이 먹기도 하니 임산부에 대한 치즈 지침도 아무래도 한국에서보다는 좀더 자세하죠. 두루뭉실하게 "치즈 중 어떤 건 태아에게 안 좋대." 아, 이러면 평소 치즈 즐기던 임산부들 멘붕 오는 겁니다. 저처럼 치즈 좋아하는 사람은 삶의 낙이 ..
3월부터 10월까지가 나름 제철이라는 카망베르. '꺄몽베-ㄹ흐'로 발음해야 합니까? 공장제 대량생산 꺄몽베흐는 먹고 또 배앓이 할까 봐 그간 오븐에 구워 빵에 찍어 먹기만 했는데 오늘은 생으로 그냥 먹어 보기로 하고 수퍼마켓에서 하나 사 왔습니다. 공장제 대량생산 꺄몽베흐 중 가장 인지도 높은 축에 드는 를 먼저 소개하고 아티잔artisan 꺄몽베흐를 소개하겠습니다. 시판 꺄몽베흐에는 다음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냥 'Camembert'만 써 있는 것과 'Camembert en Normandie'라 써 있는 것과 'Camembert de Normandie'라 써 있는 것. 맨 앞의 것은 어느 나라의 누구든 만들어 팔 수 있고, 두 번째 것은 생산만 노르망디에서 한 것이고, 마지막 것이 정부가 정한 엄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