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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욕설 주의) 영국에 사는 것은 행복하면서도 피곤하다. 두 가지 때문에 몹시 피곤한데, (1) 이 나라가 이방인과 유학생에게 가해 대는 엄청난 지적, 예술적 자극 때문에 피곤하고, (2) 전세계 소식을 마치 자기네 지방 소식 전하듯 전하는 대영제국스러운 오지랖 때문에 피곤하다. 영국인들은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이라 경제 후진국의 빈곤층 아이들과 인권 후진국의 여자 아이들이 학교 못 가고 있는 걸 그렇게 속상해한다. 개마초 후진국들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도 밤낮 까발려 댄다. 뉴스에서 이런 것들을 매일 들으니 매일 가슴이 아프고 매일 힘들다. 전세계 고통 받는 사람들 이야기를 한국에 있을 때보다 열 배는 더 많이 듣고 사는 것 같다. '세계시민'이 되는 것은 힘든 일이..
샤넬 아이섀도우를 쓰다가 버버리로 갈아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회사의 제품으로 화장품을 일괄 구매하는 건 화장할 줄 모르는 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면서요? ㅋ 마치 주부가 한 회사의 냄비를 세트로 우르르 사는 형국이죠. 저는 화장할 줄도 모르지만 귀차니스트라서 더 그렇습니다. 화장을 잘 안 해서 화장품 사는 일이 매우 드문데, 모처럼 마련하려고 보니 돈이 참 많이 드네요. (핑크 택스 근절해야 합니다.) 이제는 화사한 샤넬보다는 한풀 꺾인 차분하고 웅숭깊은 버버리의 색조들이 더 좋아졌습니다. 영국에 살고 있어서 그런 건지, 그냥 나이가 들고 취향이 변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둘 다일 수도 있고요. 가을이 오기 전까지 당분간은 제 눈가가 이 색상들로 물들 겁니다. 발라 보니 오렌지색, 갈색, ..
▲ 일광욕 중인 젊은 남녀. 우리 동네 공원. 영국 구름감상협회The Cloud Appreciation Society 회원인 나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만큼 지루한 것은 또 없다고 생각을 한다. 영국에는 고층 건물이 많지 않아 고개를 많이 들지 않아도 언제나 시야 한가득 하늘을 만끽할 수 있다. ('비의 도시'로 알려진 런던의 연강우량은 서울의 반도 안 되고, 시드니, 뉴욕보다 적으며, 심지어 저 건조해 보이는 이태리 로마보다도 적다는 사실. 조금씩 자주 내려 비가 많이 오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대기 중에 먼지가 적어 좋고, 식물에 일부러 물을 줄 필요가 없어 가드닝 하기 좋다.) 영국에서는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처럼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을 때가 많다. 한국에서는 어딜 가나 땅이 붐빈다..
▲ 몰래 찍은 옆 테이블. 쏘뤼. 이거 저만 둔해서 모르고 있었던 걸까요? 영국 생활 한 지 정말 한참 돼서야 깨달은 건데요, 영국인들은 셀프 서비스 식당이나 카페에서 쟁반에 음식을 받아 오면 쟁반째 놓고 먹지를 않고 그릇을 식탁에 옮겨서 먹습니다. 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데서 음식을 받아 오면 그냥 쟁반째 놓고 먹잖아요? 학생식당에서도 그렇게들 하고요. 일본은 안 가 봐서 잘 모르지만, 일본에서도 쟁반째 1인상 받아서 먹는 거 흔하지 않나요? 위 사진은 대형 상가 안에 입점된 어느 카페에서 커피와 케이크 먹으며 몰래 찍은 건데, 옆 테이블의 노부인도 쟁반에서 음식을 내려놓고 즐기고 계셨습니다. 테이블 열 몇 개 정도를 곁눈질로 스윽 관찰해 보니 쟁반째 놓고 먹는 테이블은 저희를 포함해 두 테이블밖..
저희 집은 작년에 BBC 1년 시청료를 145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25만원을 냈습니다. 아깝지 않냐고요? 전혀요. 외국인들은 BBC TV나 BBC 라디오를 끼고 살아야 영국에 빨리 적응할 수 있습니다. 1년 영어 학원비, 1년 교양비, 1년 공연 관람비, 1년 요리학원 강습비, 1년 오락비라고 생각하면 결코 아깝지가 않아요. 한국 가서도 이 돈 내고 BBC 방송을 마음껏 보고들을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BBC 도큐멘터리의 명성은 다들 잘 아실 테고, BBC는 드라마도 상당히 잘 만듭니다. 교양과 토론 프로그램도 좋은 게 많아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 BBC에서 배운 게 백 배는 더 많습니다. 그야말로 '방송 대학'이죠. 햇빛 좋은 호주로 이민 갔다가 BBC 방송이 그리워 돌아왔다는 사..
BBC에서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3부작을 방영했습니다. 제목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같은 멋진 제목이네, 하고는 읽어 볼 생각은 못 했어요.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지 않아 부끄럽게도 영국 살면서 그 유명한 아가사 크리스티 이야기들을 하나도 모릅니다. TV에서 재방송을 수시로 해대 밥 먹으면서 찔끔찔끔 보기는 했으나 관심이 없으니 내용은 기억 안 나고, 일부러 찾아서 볼 정도로 즐기지도 않았지요. 마지막에 꼭 사건 해결자가 관련자들을 죽 앉혀 놓고 장황하게 무언가를 설명한 뒤 단호한 얼굴로 범인을 집어내 꾸짖는 클리셰가 있더라고요. 이번 드라마도 줄거리를 전혀 모르는 백치 백지 상태에서 시청을 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 분 이거, 보통 이야기꾼이 아니잖아? 제게는 포와로 이..
인문학자든, 사회학자든, 과학자든, 학자들이 TV 도큐멘타리, 강연 등을 통해 대중에게 무언가를 쉽게 설명하거나 입문서를 출판해 봉사하는 것은 영국의 오랜 전통입니다. 일상 생활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정보를 일간지나 대중 매체에 해학을 곁들여 자주 소개하기도 하고요. 학계에서도 "저 치는 격 떨어지게 뭐 하는 짓이야?" 비아냥거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들 분야를 대중이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홍보해 준다고 좋아하죠. 다음은 영국의 젊은 수학자가 일러주는 포장지 낭비 안 하고 깔끔하게 포장 잘 하는 비결. 제가 예전에 ☞ 케이크를 오래도록 촉촉하게 먹는 비법도 알려 드렸었죠. 그것도 수학자의 봉사였습니다. 그 전에는 또 화학자들이 발표한 ☞ 완벽한 밀크티도 소개해 드렸습니다. 수학자..
영국의 크리스마스 음료인 멀드 와인mulled wine 조제용 향신료 사다 놓고, 채리티 숍에서 집어 온 빈티지 멀드 와인 잔 두 개 꺼내 놓고, 술을 안 마셔서 멀드 와인이 어떤 맛인지 모르니 무알콜 멀드 '펀치' 사다 한번 마셔보고, 크리스마스 넛 사다 놓고, 잎사귀 달린 크리스마스 귤clementine 사다 놓고, 크리스마스 민스 파이 사다 놓고, 올해는 것을 사보았는데, 지금까지 사 먹어본 민스파이들 중에서 가장 맛있었습니다. 너무 달지 않고 세련된 향이 납니다. 크리스마스 진저브레드 비스킷 구울 때 넣는 당밀 사다 놓고, 맨입에 그냥 퍼 먹어도 기똥찬 ☞ 생 크랜베리 소스 세 병 만들어 놓고, 영국인들의 크리스마스 만찬상에 오르는 고구마 맛탕 맛의 ☞ 파스닙과 당근 구이 미리 해 놓고, 고양이 ..
▲ 청바지가 참 잘 어울렸던, 60대쯤 돼 보이던 어느 영국 여인. 수퍼마켓에서. 영국인들은 "고맙습니다"와 "미안합니다"를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므로 영국 가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영국 와 살면서 가만히 관찰해보니 여기 사람들은 이 두 표현을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쓴다. "고맙습니다"는 정말 고마워해야 할 상황에서 쓰기 때문에 별로 특이할 게 없는데 "미안합니다"는 좀 희한하다. 미안해해야 할 상황에서뿐 아니라 이들은 자기가 사과를 받아야 할 상황에서도 미안하다고 말을 한다. 발을 밟히고도 미안하다고 한다. 밟은 사람은 난데?! 수퍼마켓에서 트롤리(영국에서는 카트cart가 아니라 트롤리trolley라고 한다.)를 끌고 매장을 여기저기 누비며 장을 보다..
존 루이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광고에 이어 오늘은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의 광고가 나왔습니다. 영국 신문에서는 불 난 집에 고양이가 들어가 사람을 깨워 집 밖으로 나오게 했다는 '고양이 영웅담'이 심심찮게 보도되곤 하는데요, 세인즈버리즈가 오늘 그 실상을 낱낱이 영상에 담아 까발렸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동화 속 주인공 모그가 등장합니다.
☞ 작금의 시리아 상황에 대한 원인 분석 글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내 전세계가 안도했다. 동시에 우려도 시작되었다. 동북아인들은 그래도 어느 사회든 비교적 얌전히 잘 동화돼 사는 편이지만 무슬림들은 가치관과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름'은 문제 되지 않으나, 배려만 바라고 스스로 잘 어울려 살 노력들을 안 하는 것 같으니 문제다. 에서였던가, 하여간, 영국에서는 몇 년 전에 수퍼마켓에서 장을 본 손님이 장본 것을 계산대에 올려 놓았다가 물건 중에 돼지고기가 포함된 식품과 술병이 있다는 이유로 무슬림 점원으로부터 물건 스캔을 거부 당한 일이 있었다. 비무슬림 동료가 옆 계산대에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손님은 적잖이 당황했으나 이 ..
잘헌다. 격퇴 후 화장 고치는 것 좀 보소. ㅋ
단단은 어릴 때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일주일에 색칠'공부' 책을 한 권씩 뗄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했어요. (꽈당) 색칠공부하며 보낸 행복한 어린 시절도 다 잊고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어제 수퍼마켓에 장보러 갔다가 뙇, 이런 것을 발견했습니다. 허억, 표지 보고 눈이 휘둥그레. 요즘은 색칠공부가 이렇게 나오나 보죠? 한 권 냅다 집어왔습니다. 내용을 몇 장 들여다보도록 하지요. 으음... 아무래도 72색 더웬트Derwent 색연필을 한 상자 사야 할 듯합니다. 집에 있는 12색으로는 턱도 없겠어요. 제가 칠하기엔 이제 눈이 어른어른 침침하니 가족 모임 때 조카들 한 놈씩 붙잡아다 색칠해 보라고 해야겠습니다. ☞ 색칠 예 영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들에 나가 ☞ 이런 걸 보거나, 실내에서 ☞ 이..
다음 대문에 영국에 관한 이야기가 떴길래 뭔고 하고 봤더니 ☞ 원숭이 이름이 '샬럿' - 日 동물원에 항의 빗발쳐 제목만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 영국인들이 이런 일로 타국에 항의를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사를 읽어보니 아니나다를까, 영국인들이 항의했다는 게 아니라 일본 국민들이 항의했다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기사가 다시 떴다. ☞ 공주 이름 딴 日 원숭이 이름 '샬럿' 그대로 쓰기로 영국 왕실 측에서 "동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전적으로 소유자의 자유이므로 노 프라블럼!" 해서 이름을 바꾸지 않고 그냥 샬럿이라 붙이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 차이를 극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작은 소란이었다. 댓글 중에도 이를 외교적 결례나 무례로 보는 글들이 많다. 영국이 '복수'로 ..
▲ 미니스커트를 입은 트위기. 미니스커트 유행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Top 25 Greatest British Designs 얼마 전 영국 성인 2천명에게 물어보아 얻은 결과. 1 Red Phone Box (K Series) – 39% 빨간 전화 부쓰 2 Routemaster Double Decker Bus – 28% 빈티지 모델 빨간 런던 2층 버스 3 Union Jack – 24% 영국 국기 4 Spitfire – 23% 다쓰 부처가 가장 좋아하는 2차대전 전투기 5 Rolls Royce – 22% 고급 승용차 6 London Taxi – 21% 까만색의 런던 '해크니' 택시 7 Tube Map – 21% 회로를 본따 만든 지하철 노선도. 한국도 영국 것을 모델로 함. 8 Mini Cooper – ..
다쓰 부처는 아이가 없으므로 명절이나 기념일을 꼭 그 날 챙기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명절 간식은 항상 명절 연휴가 끝난 다음 수퍼마켓에 떨이로 나온 걸 사다가 즐깁니다. 바글바글바글. 으악, 많으니까 징그러! 농장주가 골칫거리 토끼 녀석들 사냥해 죄 자루에 담아 놓은 것 같지 않나요? 이건 작년 부활절 지나서 떨이할 때 다쓰베이더가 하나에 10p 주고 사온 녀석들입니다. 한 마리에 우리돈으로 170원 정도 했습니다. 싸죠? (올해는 더 싸게 샀음.)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쵸콜렛 좋아하는 마누라 하루에 하나씩 먹으라고 영감이 주욱 줄까지 세워놨어요. 꽈당 막 먹으면 영감한테 혼나요. 하루에 딱 한 마리만 먹어야 합니다. 토끼도 맛있지만 부활절에는 영국인들처럼 이스터 에그 쵸콜렛을 먹어 줘야지요. 이건..
▲ 우리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한과. 꺄오. 내 시부모님은 겉치레나 체면을 중시하지 않는 합리적인 분들이다. 며느리들한테도 예의 갖추시고 절대 함부로 말씀하시지 않는다. 결혼 15년째인데도 나는 명절증후군 같은 건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다. 명절이라고 법석 떨고 고생해 가며 음식 잔뜩 장만해 먹는 것도 못 하게 하신다. 아들들이 다들 먼 곳에서 부모님 댁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 처지라 오히려 손수 조촐하게 음식을 장만해 놓으시고 우리를 손님 맞듯 기다리신다. 시동생들도 다들 경우가 바르고 교양이 있다. (정초부터 시댁 자랑이냐?) 그래서 나는 설움에 북받친 며느리들의 명절 사연을 들을 때마다 이게 실화인가 싶다. 우리나라엔 참 이상한 노인들이 많구나. 아니 왜 남의 집 귀한 딸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홀대..
"한국의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더 많이 볼 수 있어야 한다." 제가 얼마 전에 썼던 글의 맺음말이었죠. 영국 생활 초기에 가졌던 의문 중 하나 - '이상하네, 이 나라는 왜 이렇게 장애인이 많을까?' 길거리나 TV에서 장애인이 많이 보이니 한국보다 훨씬 많은 것처럼 느껴졌던 거지요. 장애인 올림픽 대회Paralympics의 아이디어가 처음 싹 튼 곳은 이곳 영국이었습니다. 나치를 피해 망명 온 독일계 유태인 의사Ludwig Guttmann에 의해서였죠.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나치가 장애인들에게 가했던 만행은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영화 에도 휠체어 탄 장애인을 독일군들이 그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휠체어째 창 밖에 던져 죽이는 장면이 나오죠. 이런 아픔을 뒤로 하고 현재 독일..
영국의 리테일러들은 크리스마스 광고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광고 하나 만드는 데 공도 많이 들이고 돈도 참 많이 들여요. 이때 잘 벌어 놓지 않으면 다음 한 해를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죠. 올해는 1차대전 발발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오늘은 영국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광고 영상을 하나 소개할까 하는데요, 단단이 애용하는 수퍼마켓의 크리스마스 광고입니다. 참전병, 부상병, 전쟁 유족들의 복지를 위해 설립된 영국의 자선 원호 단체 'The Royal British Region'과 손잡고 함께 만들었다고 합니다. 1차대전 이후 설립된 단체입니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영국 전역에서 종이로 만든 빠알간 양귀비 꽃 파는 이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이 단체에서 기금 마련을 위해 ..
▲ 위는 한국식, 아래는 영국식. 양쪽을 각각 틀어야 하니 무지 불편해. 근데도 영국인들은 옛날풍이고 예쁘다며 이 방식을 더 좋아해. 미쵸. 영국에서 보기 힘든 것들 01. 공중목욕탕 02. 노점상 03. 횡단보도 앞에 서서 파란불 켜질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는 영국인 04. 형광등 단 가정집 05. 유리 깐 식탁 06. 좌우로 돌려 냉온수를 마음대로 선택해 틀 수 있는 편리한 막대형 수전 07. 미리 깎아 가지런히 접시에 담은 과일 (과일은 무조건 손에 들고 껍질째 우적우적) 08. 한국에서 흔히 보던 과일 포크 09. 명절에 정육이나 과일 등 생식품 선물하는 것 10. 벽돌 모양 직사각형 햄 11. 반바지 입은 영국 성인 남자 12. 바지 밖으로 셔츠 빼 입은 영국 성인 남자 13. 반팔 와이셔츠 14..
매튜가 죽어 나간 뒤로는 김이 새서 보지 않고 있었는데 얼마 전 시즌 5가 시작됐다는 소리 듣고 놀라 자빠지거고. 아니, 그게 아직도 제작되고 있었어? 격려차 다시 보기 시작. 작가 참 힘들겠다 생각이 절로 드는 게, 애초 계획해 놓은 스토리가 있었을 텐데 그놈의 '할리우드'가 뭐라고 거기서 좀 떠보겠다며 주요 인물 둘이 쏙 빠져버려? 특히 메리 남편 녀석. 마치 내 애인을 전쟁터에 보낸 양 가슴 졸이며 전장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려주고 병상에서 어여 벌떡 일어서기를 기원해 주었건만, 배은망덕한 것, 미국 가서 쫄딱 망해라. 아무튼, 흐지부지 끝난 줄 알고 있다가 용케 시즌 5까지 왔다는 사실을 알고 짠한 마음에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아니, 둘째 딸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어? 전 시즌을 못 본 ..
결국 앤드류는 조지와 계속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 밤 꼴딱 새면서 지역별 개표 결과 보느라 날이 밝아서야 잠자리에 들었더니 아직도 헤롱헤롱하다야. 내 평생 이렇게 장시간에 걸쳐 다양한 스코티쉬 액센트를 들어보긴 처음이네. 개표 중계 보면서 에딘버러와 글라스고가 앙숙인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고. 하고 싶은 말이 많다만 오늘은 간단하게 몇 자만 적는다. 나는 독립 반대 진영을 지지하는 쪽이었는데, 왜냐하면, 내 기질은 회의론자에 가깝기 때문이야. 새로운 식재료나 음식을 접할 때도 효능보다는 부작용을 먼저 따지고, 인간의 윤리 문제에 있어서도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을 더 믿는 편이지. (좌우간, 인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인간 관계에서 상처 안 받고 맘 편히 살 수 있는 거다.) 생각해 봐라, 스코틀랜드가 무슨 ..
▲ 스코틀랜드 전통 과자 쇼트브레드, 스코틀랜드 국화인 엉겅퀴thistle를 담은 찻잔과 티 플레이트.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무 말 않고 잠자코 있으려다 작금의 영국 상황을 두고 하도 헛소리하는 한국인이 많아 한마디. 스코틀랜드를 마치 일제 식민 통치 시절의 우리나라 생각하듯 측은히 여기는 사람이 다 있네? 《브레이브 하트》 영화 보고 사기충천했는지 (그게 도대체 언제적 이야기냐, 응?) 3·1운동 하듯 분연히 일어나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스코틀랜드 독립 지지를 하는 사람이 다 있고. 1707년의 병합을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를 강제 합병한 것인 양 말하는 사람이 다 있질 않나. 세계사 시간에 뭘 하고 놀았으면 지금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관계가 과거 식민 통치 시절의 한·일 관계와 같다고 생각을 할 ..
한국에서는 만 나이 60세가 되는 날을 회갑연으로 기념하고, 한국 나이 70세 되는 날은 고희연으로 기념한다. 30, 40, 50, ..., 80, 90세 생일 등 10년 단위로 특별한 생일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66, 77, 88, 99세 생일 등을 일컫는 용어와 기념하는 행위는 본디 우리 풍습에 없었으나 일본의 관습을 쫓아서 하는 거라고 한다. 영국인들도 회갑연까지는 아니지만 만 60세 생일은 좀더 특별하게 기념을 한다. 영국의 예술가들은 만 60세가 되는 해뿐 아니라 50세가 되는 해에도 회고전들을 많이 한다. 카드 매대에 가보면 30, 40, 50, 60, 70, .... 숫자가 박힌 생일 카드들을 늘 볼 수 있다. 그럼 만 16세, 18세, 21세 생일은 무엇 때문에 기념을 하는 걸까? 이렇..
BBC에서 영국의 도우미 개들에 대한 ☞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많아 좀 옮겨볼까 합니다. 태어난 지 6주에서 8주가 지나면 특별히 똘똘한 강아지들을 골라 훈련을 시키기 시작합니다. 인간을 돕는 것에도 여러 분야가 있는데, 강아지일때 적성을 파악해 특화된 훈련을 시킨다고 하네요. 중간에 다른 분야로 이직(?)도 가능하고, 능력에 따라 두 가지 일을 겸직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도우미 개assistance dogs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맹도견 또는 안내견guide dogs • 청도견hearing dogs • 서비스견service dogs -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돕는 개 mobility assistance dogs - 간질 환자의 발작 시기를 미리 알려주는 개 seizur..
▲ 할아버지는 사탕 공장 근로자, 아버지는 치과 의사였던 어느 영국인이 쓴 단것의 역사에 관한 책. 제가 영국에 와서야 비로소 '역사'라는 과목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교과서만 가지고 역사 과목 참 지루하게 배웠었죠. 영국 와서 보니 일단 '히스토리안'의 숫자가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데다, 역사를 배우는 통로가 참으로 다양합니다. 책과 토론을 통해 진지하게 배울 뿐만 아니라 TV 도큐멘터리나 (BBC 도큐멘터리 최고!) 각종 시청각 자료들을 통해 역사를 생생하게 각인시킬 수가 있지요. 깊이와 해학을 두루 담은 역사책들도 많고, 역사적 사건을 기리기 위한 박물관도 참 많고요. 역사 드라마나 영화는 또 얼마나 많게요. 이런 것들은 재미를 위해 각색되었을 확률이 높고 깊이가 없을..
한국에 있을 때는 이게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영국 와서 보니 이 사람들은 국경일에 집에 국기를 달아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영국이라고 순국선열 없겠나. 전쟁을 얼마나 많이 치른 나란데. 이들은 대신 평소에 전쟁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TV나 신문에서 얼마나 전쟁 이야기를 해대는지, 아줌마인 나도 하도 주워들은 게 많아 노르망디 상륙 작전 5개 상륙 지점 이름을 다 알고 있을 정도. 영국 어디를 가든 전사자들 이름이 새겨진 돌판이나 기념물이 꼭 있고. 즉, 우리나라처럼 평소엔 아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다가 현충일만 되면 갑자기 순국선열 찾고 국기 달기 쌩쑈 하는 건 안 한다는 거. 해외 거주 중인 분들께 여쭤 보고 싶네. 다른 나라에서도 국경일에 국기 달게 하는지. 한국에선 국경일마다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