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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게' 맛있는 양파 식빵 레서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맛있는 식빵인데 수퍼마켓들이 팔지를 않아서 집에서 직접 구워야만 합니다. 이거 구워서 따끈하고 촉촉할 때 주면 가족들, 친구들로부터 사랑과 찬사를 한 몸에 받을 겁니다. 용량 2파운드짜리 널찍한 금속 식빵틀loaf tin을 준비해 주세요. 1파운드짜리 틀을 썼더니 위로 불룩, 이티E.T. 머리가 됩니다. 재료 • 양파 1개, 곱게 다진 뒤 170˚C 오븐에서 20분간 말리기 [팬 오븐은 150˚C.] • 제빵용 강력분strong bread flour 250g • 유채씨유cold pressed rapeseed oil 25ml • 소금 7g [버터 발라 빵만 단독으로 즐길 용도면 7g, 햄이나 치즈 같은 간 있는 재료와 함께 즐길 목적이면 5g...
▲ 에그 앤드 크레스 샌드위치 재료들. 왼쪽부터, 영국식 커리 파우더, 새싹cress, 달걀, 저염 버터, 마요네즈. 오늘은 삶은 달걀과 쌉쌀한 새싹으로 만드는 에그 앤드 크레스 샌드위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것도 클래식 중의 클래식 샌드위치라서 어느 수퍼마켓, 어느 샌드위치 전문점이든 취급을 하고, 티룸에서는 특히 채식주의자용 샌드위치로 자주 올립니다. 이 에그 앤드 크레스 샌드위치는 달걀 흰자와 노른자의 경쾌한 대비를 살리기 위해 부재료가 첨가되지 않은 흰 식빵을 씁니다. 핑거 샌드위치 12개를 만들기 위한 레서피입니다. 샌드위치 하나를 3등분해서 만들므로 식빵이 모두 8장 필요합니다. 즉, 샌드위치 4개 × 3등분 = 12개 핑거 샌드위치가 되는 거죠. 재료 • 달걀 알 굵은 것으로 4개 • 저염..
영국음식에 자주 쓰이는 영국식 커리 파우더 조제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시판 제품들의 성분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식품 회사들이 제품 성분을 포장에 밝힐 때는 많이 넣은 순서대로 적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보세요. 자체 상표 유기농 영국식 커리 파우더 성분: Turmeric, coriander, fennel, black pepper, mustard powder, cumin. 끝. 유기농 농장 의 영국식 커리 파우더 성분: Cumin, coriander, onion, turmeric, garlic, fenugreek, ginger, yellow mustard, black pepper, chilli, cinnamon, cardamom, cloves. 끝. 향신료 전문 회사 의 영국식 커리 파우더 성분:..
오늘은 치즈 앤드 어니언 샌드위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것도 클래식 샌드위치라서 어느 수퍼마켓, 어느 샌드위치 전문점이든 취급을 합니다. 소filling만 따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서 냉장 상태로 팔기도 하고요. 시판 소의 성분은 이렇습니다. 마요네즈 때문에 식용유가 맨 앞에 옵니다: Rapeseed oil, mature Cheddar cheese (milk) (20%), red Leicester cheese (milk, colour annatto) (19%), water, white onions (13%), pasteurised free range egg yolk, cornflour, spirit vinegar, sugar, salt, chives, white wine vinegar, mustard..
샌드위치의 고향 영국. 영국이 전세계 식문화에 끼친 가장 큰 공로는 아마 이 샌드위치가 아닐까 싶은데요, 참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거나 사 먹고 있으면서도 영국음식 흉을 보고 있으니 재미있습니다. ㅋ 매일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TV를 시청하고, 인터넷을 하면서도 이것들이 영국의 발명품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에 샌드위치라는 이름의 지역이 있습니다. '샌드위치 백작Earl of Sandwich'은 바로 이 고장 이름을 딴 호칭이지요. 옛 시절에는 귀족의 영지가 있는 곳의 지명을 따서 작위 앞에 붙이는 관습이 있었는데 요즘은 꼭 그 고장에 영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지명을 갖다 쓸 수 있습니다. 결혼한 윌리엄 왕세손의 새 공식 호칭은 '캐임..
영국에 계신 유학생 여러분, 영국도 요 며칠 꽤 더웠죠? 집에서 불 써가며 밥 해먹기 귀찮은 분들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수퍼마켓에 들러 냉장 식품 매대에서 이렇게 생긴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으세요. 채소 매대로 가서 윤기 잘잘 흐르는 ☞ 아이스버그 레티스와 아보카도도 담으시고요. 헤스톤 블루멘쏠이 웨이트로즈와 손잡고 낸 프론 콕테일입니다. 새우가 소스 밑에 깔려 안 보이는데, 콕테일 새우를 담고, 그 위에 마리 로즈 소스marie rose sauce를 담고, 그 위에 카이옌 페퍼cayenne pepper를 뿌린 제품입니다. 잘 버무려서 씁니다. 집에서 새우 데치고 마리 로즈 소스 만들기 귀찮아하는 사람들, 바쁜 사람들을 위해 수퍼마켓들이 이런 제품을 팔고 있으니 잘 이용하시면 좋아요. 콕테일 잔에 담아 낸..
오늘은 제철 체리를 활용한 크럼블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파이처럼 크럼블도 영국음식에서 거대한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BBC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후식이나 간식으로 꼽힌 것이 이 크럼블이었고, 파리에 있는 영국 매장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도 이 크럼블이라 하고, 셰프 레이몽 블랑은 TV에 나와서 프랑스인들이 요즘 영국의 크럼블에 푹 빠졌다는 이야기를 다 하고, 프랑스인이 한국어로 낸 프랑스 가정요리 책에도 크럼블이 다 들어가 있을 정도입니다. 얼마나 맛있는데요. 영국인들은 원래 아래 위 이중으로 반죽을 댄 'double crust pie'로 과일을 즐겼었는데, 식료품이 귀했던 2차대전 때 밀가루를 아끼려는 자구책에서 과일의 위쪽에만 크럼을 만들어 보슬보슬 뿌려 주었다고 ..
어우, 배 아파. 어느 벨기에 여인이 저처럼 영국음식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밤낮 고문헌 뒤져 가며 연구와 요리를 거듭하더니만, 얼마 전에 급기야 역사책 겸 요리책을 한 권 떠억 냈습니다. 368쪽에 책 두께가 무려 4cm. 똑같이 시간 들여 누구는 책 내 명성도 얻고 돈도 벌고, 누구는 블로그에서 이렇게 꼼지락거리고 있으니, 배가 아파도 너무 아픕니다. 그래픽 디자인을 하는 여인이랍니다. 제가 그랬죠, 예술가나 예술적 기질이 충만한 사람들은 예민하고 관찰력이 뛰어나 편견과 선입견에 매몰되지 않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좋은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고요. 영국 푸딩의 세계는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방대합니다. 우리가 모르고 즐겨 먹는 단것들 중에도 영국 것들이 꽤 많고요..
요크셔 푸딩을 또 만들어 보겠습니다. 부푸는 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영국 요크셔 푸딩은 프랑스 슈choux보다 더 예측 불가하고, 자유분방하고, 호쾌하고, 박력 있습니다. 미감 차이가 여기서도 드러나죠. ㅋ 저는 슈보다 요크셔 푸딩이 더 바삭하고 고소해서 맛있더라고요. 고소하면서도 맛이 중립적이라 짭짤한 것과도 잘 어울리고 단것과도 잘 어울립니다. 대개는 선데이 로스트 시간에 로스트 비프와 함께 그레이비를 끼얹어 먹는데, 고기 굽기 번거로워하는 사람들은 위 영상의 제이미처럼 훈제 생선과 함께 먹기도 하고, 과일 콤포트를 곁들여 후식이나 간식으로 먹기도 합니다. 쓰임새가 무궁무진하죠. 뜨거운 기름을 써야 하므로 작업하는 주변에 아이들이 돌아다니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를 주시고 시작하세요. 반죽에 멍..
▲ 우리 집 생선 도감에 있는 코드. 인간에게 잡힐 것을 예상 못 했는지 죽어서도 저렇게 놀란 눈을 하고 있다. 미안해, 고마워, 맛있게 잘 먹을게. 고기보다는 해산물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면역력이 약해 해산물을 날것으로는 못 먹고 익힌 것만 먹어요. (생굴과 회 못 먹는 촌스러운 인간임.) 익힌 것도 매운탕, 짬뽕, 조림, 오징어볶음, 낙지볶음 같이 과한 양념한 것들은 잘 안 먹고 최소한의 양념을 하거나 기름, 유제품 등을 써서 고소하게 조리한 것들을 좋아합니다. 즉, 재료는 비슷하지만 중화풍 칠리 새우보다는 스페인의 ☞감바스 알 아히요를 더 좋아한다는 거지요. 피쉬 앤드 칩스도 그래서 좋아합니다. 훈제 생선도 좋아합니다. 그간 소개해 드렸던 영국의 해산물 요리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
▲ 헤스톤의 시그너춰 디쉬 중 하나인 'triple cooked chips'와 18세기 레서피에서 영감 받아 재창조한 스테이크용 머쉬룸 케첩. 1600년대에 중국에서는 생선이나 갑각류, 조개 등을 절여 즙을 얻은 뒤 이 즙에 향신료를 가미한 것을 '꿰챱'이라 부르며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민자들을 통해 꿰챱은 지금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땅에도 건너갔고, 그곳에 있던 영국의 탐험가들에 의해 영국에도 전해졌습니다. 영국에서는 굴, 안초비, 홍합 같은 해산물뿐 아니라, 버섯, 호두, 엘더베리, 오이, 맥주 등으로도 다양한 실험들을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영어 단어 케첩ketchup의 철자도 이때 굳어졌습니다. 1700년대 중반에 영국에 케첩 광풍이 불어 이 시기 영국 요리책들을 보면 별별 재료로 만든..
단단이 수많은 서양 수프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 바로 크림 들어간 머쉬룸 수프입니다. (크림 안 들어가는 갈색 나는 머쉬룸 수프도 좋아합니다.) 예로부터 우유와 크림을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곳이라면 어디든 이 머쉬룸 크림 수프가 있었을 텐데, 저는 헤스톤 블루멘쏠의 레서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영국 수퍼마켓들이 파는 간편식ready meal 수프들도 다들 맛을 잘 내서 맛있기는 하나 가장 좋아하는 수프라면 직접 만들어 먹을 줄도 알아야지요. 가정요리 레서피라서 간단하지만 그래도 역시 미슐랑 3-스타 셰프. 몇 가지 맛내기 비법들이 담겨 있으니 수프와 서양 음식에 관심 있는 분들은 레서피를 주의 깊게 읽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살면서 맛본 머쉬룸 크림 수프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머쉬룸 파우더..
1. 퍼프 페이스트리 워터크레스 타트 복잡한 타트 대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쉬운 타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치즈는 크림 치즈와 영국의 대표 블루 치즈인 스틸튼, 이렇게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누룽지 님께서 한국에도 스틸튼이 들어 와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셨습니다. 스틸튼은 록포르나 고르곤졸라와는 맛이 많이 다르니 스틸튼을 요구하는 레서피에는 스틸튼을 써 주시는 게 좋아요. 스틸튼에서는 우리 된장같은 구수한 맛이 납니다. 재료 • 퍼프 페이스트리 375g짜리 1롤 [집에서 직접 만들어 쓰셔도 됩니다.] • 달걀 1개 분량의 흰자 • 크림 치즈 200g • 달걀 1개 [달걀 1개를 다 쓰면 소에 물기가 너무 많아 저는 노른자만 씁니다.] • 마늘 1알 • 후추 • 넛멕 • 워터크레스, 소fillin..
워터크레스는 익히지 않고 생으로 그냥 먹는 것이 영양 손실이 없어 몸에 가장 좋기는 하나, 제철 풍부할 때는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 보는 것도 좋지요. 1700년대에 이미 유행했다는 클래식 영국 수프도 소개를 해 드립니다. 다른 수프와 달리 이 워터크레스 수프는 즉석에서 만들어 드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10분에서 15분 정도만 들이면 만들 수 있어요. 보관했던 것을 다시 데우거나 오래 끓이면 영양이 파괴되고 색도 어두워지고 향도 달아나니 그때그때 만들어 드세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두 가지는 영상으로 소개하고 나머지 하나는 제가 글로 레서피를 적어 드리겠습니다. 우선, 고든 램지가 쓰는 방법. 파인 다이닝 업장에서는 대개 이런 식으로 만들 겁니다. 증점제 역할을 하는 감자 외에는 채수..
단단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잎채소, 워터크레스 영국에 계신 유학생 여러분, 공부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잘 먹고 싶고 건강도 챙기고 싶으시죠? 워터크레스를 가까이 하십시오. 우리말로는 '물냉이', 프랑스어로는 '크레송'이라고 하죠. 수퍼마켓 잎샐러드 매대에서 늘 볼 수 있는데, 잎채소 중 아마 영양이 가장 많은 게 이 워터크레스일 겁니다. 겨자의 친척이라 쌉쌀하고 알싸한 게 개성 있고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워터크레스는 영국인들이 아주 먼 옛날부터 먹어 오던 잎으로 옛 문헌에도 자주 언급이 되며, 로켓(rocket = rucola = arugula)과 함께 가장 영국적인 잎채소로 여겨지곤 합니다. 워터크레스의 영양적 가치는 중세 때 이미 인식되었고, 1700년대에는 워터크레스가 피를 맑게..
치즈를 쓰는 영국음식을 하나 더 소개해 드릴게요. 영국인들의 컴포트 푸드인 '마카로니 치즈'입니다. 이게 무려 1390년 요리책The Forme of Cury에 실려 있는 유서 깊은 음식이었더라고요. 중세 '마케로운스Makerouns'라는 이름의 음식에서 진화한 것으로, 옛 시절에는 지금 보는 것 같은 편리한 시판 이태리 마카로니 건면 대신 밀가루 반죽을 즉석에서 만들어 밀대로 민 뒤 잘라서 썼습니다. 영국인들 중에는 저 1390년경 레서피로 만들어 먹고 SNS에 '인증샷' 올리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옛날 레서피로 만든 것도 고소하고 맛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음식은 어째 미국인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국에도 이거 미국음식으로 알고 있는 분들 많죠? 미국에서는 '마카로니 치즈'라 하지 않고 ..
오늘은 치즈 애호가들께서 좋아하실 만한 'cheese on toast' 요리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직역하면 '웨일즈 지역의 토끼고기 요리'인데, 고기는 일절 들어가지 않으니 재미있죠. 이름에 대해서는 제가 글을 따로 하나 써도 될 만큼 의견이 분분하고 언급해야 할 사항이 많으니 오늘은 그냥 레서피만 전해 드리겠습니다. 1852년에 출판된 요리책 에서는 웰쉬 래빗을 다음과 같이 만들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First, make a round of hot toast, butter it, and cover it with thin slices of cheese; put it before the fire until the cheese is melted, then season with mustard, pe..
영국인들은 토스트한 샌드위치를 '토스티toastie'라고 부릅니다. (실제 발음은 '토우스티'에 가깝습니다.) 제가 전에 제이미 올리버의 새 요리책에 담긴 ☞ 날개 달린 치즈 토스티를 소개해 드린 적 있죠. 이건 그보다 좀 더 쨍한 맛을 내는 토스티입니다. 프랑스의 ☞ 크로크 므쓔와 어떻게 다른지 한번 비교해 보세요. 미국의 ☞ 몬테 크리스토와도 비교해 보시고요. 영국 체다는 에멘탈이나 그뤼예르, 콩떼보다 맛이 진하면서 쨍한 산미raw onion tang가 있기 때문에 체다를 쓴 영국식 토스티도 이들 두 나라 토스티들보다는 풍미가 강합니다. 먹고 나면 정신이 버쩍 나죠. 재료 [4인분] • 마일드 체다 110g 실온에 둔 것, 강판으로 굵직굵직하게 갈 것 • 잉글리쉬 머스타드 1/4작은술 [1작은술 = ..
▲ 이태리 아말피 해안과 소렌토 유럽의 요리사들이 좋아하는 레몬 품종 중에 이태리 '아말피 레몬'이라는 게 있습니다. 아말피 해안에서 나는 레몬으로, 아말피 레몬과 소렌토 레몬을 한데 묶어 뜻할 때도 있습니다. 굳이 차이를 두자면, 소렌토 레몬이 아말피 레몬에 비해 크기가 좀 더 크고 즙이 약간 더 많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두 곳이 매우 근접해 있으므로 거의 같은 레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국에서는 기후가 맞질 않아 감귤류 재배를 못 하고 예로부터 전량 수입을 해서 씁니다. 감귤류가 나지도 않는 나라인데 마말레이드, 레몬 커드, 실러버브syllabub, 레몬 포싯posset, 레몬 드리즐 케이크 등 감귤류를 써서 만드는 유명한 전통 식품들과 음식들이 있다는 게 재미있죠. 영국의 수퍼마켓들은 주로 크기가..
▲ 레스토랑 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는 헤스톤. 지금 보니 벽에 달린 전등갓이 옛날 구리 젤리 몰드 형상이네. 제가 요리책을 좀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냥 많이가 아니라 정말 많이 갖고 있어요. 둘 데가 없어 막 침대 밑에도 넣어 놓고, 침대 머리맡에도 놓고, 침대 사이드 테이블에도 놓고, 침대 발 쪽에도 놓고, 옷장 안에도 놓고 그랬어요. 돈 생기면 요리책 사는 데 다 써서 옷도 못 사 입고 이 꼴로 다닙니다. 대부분 영국에서 출판한 것들인데, 영국 요리책들은 내용도 좋고, 만듦새도 좋고, 꼭 필요한 곳에만 '과정샷'을 넣어 요리책 한 권에 레서피가 많고, 한국 요리책들에 비하면 두꺼운 편입니다. 우리나라 요리책들은 사실 과정샷이 좀 과한 경향이 있지요. "양념을 넣는다" 따위에도 과정샷이 붙잖아요..
갓 나온 바삭한 영국 과자 소식 하나 - 티타임용 시판 과자 중에 '티케이크'라는 것이 있습니다. ('티 케이크'로 띄어 쓸 때도 있습니다.) 얇은 쇼트브레드 원반 위에 이탈리안 머랭풍의 가벼운 마쉬멜로우를 얹고 쵸콜렛을 한 겹 씌워 만들기 때문에 먹을 때는 얇은 쵸콜렛 막이 '파삭' 하고 부서진 뒤 꿈같이 가볍고 부드러운 마쉬멜로우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마쉬멜로우가 오리온 초코파이에 든 것만큼 힘이 있지는 않고 거품 낸 생크림처럼 가볍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사 제품이 가장 유명하고, 쵸콜렛 장인들이나 제과 장인들, 요리사들도 자기 식으로 만들어 선보이곤 합니다. 아마추어 제과·제빵 경연대회에서도 과제로 종종 등장합니다. 포장 왼쪽에 있는 빨간 사자를 눈여겨보십시오. 'Royal Standard of Sc..
웨지우드 쟈스퍼 콘란 쉬느와즈리 화이트 디너 플레이트?! 이게 웬 암호야? 그릇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뭔 소린가 하겠어요. 영국의 웨지우드라는 도자기 회사에서 쟈스퍼 콘란이라는 자국의 의상 디자이너에게 18세기 유럽의 장식 미술계를 강타했던 중국풍 모티브들을 차용해 흰 바탕의 큰 식사용 접시를 마음껏 꾸며 달라고 의뢰해서 나온 그릇이 되겠습니다. 헥헥;; 이미 있던 이미지를 그냥 갖다 쓰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중국 느낌이 나도록 문양을 나름 새로 창작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웨지우드 접시는 왜 샀냐면요, 휴... 그날의 악몽이 떠올라 절로 한숨이... 제가 백화점에 그릇 구경 갔다가 뒤로 멘 가방으로 툭 쳐서 진열된 그릇을 와장창 깼거든요. 백화점 직원들이 달려와 "마담, 안 다치셨어요? 그릇 깬 건..
▲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의 훈제 생선 진열대. 왼쪽부터 훈제 청어, 훈제 해덕(haddock, 노란색 흰색 두 가지), 훈제 대구cod, 훈제 연어. 청어를 먹는 나라는 지구상에 참으로 많지요. 오늘은 영국인들의 청어 취식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네덜란드나 독일 등 과거 ☞ 한자 동맹이었던 지역에서는 청어를 초절임해서 많이들 먹는다죠. 우리는 해풍에 꾸덕꾸덕 말려서 과메기로 먹고요. 영국인들은 청어를 훈제해서 먹습니다. 헤링herrings 훈제하지 않은 청어의 영어 이름. 옛 독일어에서 온 단어임. 독일어로는 'Hering'. 실버 다알링silver darlings 바닷물 속에서 은빛으로 아름답게 반짝인다고 해서 어부들이 붙인 별명. 키퍼keepers 머리와 꼬리는 두고 내장만 제거한 뒤 반 갈라 나비처..
▲ 젊은 시절의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어우, 집에서 요리중인 록 가수인 줄 알았어. 지나치게 멋있잖나. 가장 좋아하는 영국음식인 피쉬 파이를 소개합니다. 제가 유제품에 조리한 고소한 해산물을 좋아합니다. 치즈 소스에 조리한 ☞ 아놀드 베넷 오믈렛, ☞ 파슬리 소스에 조리한 대구, 양념 버터에 재운 ☞ 포티드 쉬림프, ☞ 리크 크림 소스와 피쉬케이크를 그간 소개해 드렸죠. 홍차와 마찬가지로 영국인들은 꽉 찬 맛을 위해 피쉬 파이도 각기 다른 생선 세 종류를 '블렌딩' 해서 씁니다: • 담백한 흰살 생선 하나 (대개 대구cod) • 기름진 생선 하나 (대개 연어) • 훈제 생선 하나 (대개 훈제 해덕haddock) 거기에 식감을 위해 탱글탱글 씹히는 새우와 매끌매끌한 삶은 달걀도 넣죠. 오늘은 마르코 피에..
신간 요리책들을 보면서 참 재미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가 특히 흥미롭게 보는 건 '퓨전' 음식들인데, 어떤 요리에서는 심지어 서너 개 국가의 음식 영향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런 음식들의 국적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위의 사진을 한번 보십시오. 바질 오일로 맛낸 반건조 토마토, 타라곤으로 맛낸 브리오쉬, 롭스터 콕테일(프론 콕테일prawn cocktail의 변주)이 올라와 있습니다. 전식starter이죠. 이태리-프랑스-영국적 요소가 동시에 보입니다. 어느 한 쪽이 우세하면 그 나라 음식으로 몰아서 봐줄 수 있지만, 이 경우엔 세 요소가 양적으로 거의 같은 비중을 가집니다. 이 요리의 국적은? 으음...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렵죠. 그래도 억지로 국적을 부여하자면, 저는 영..
▲ 크리스 호리지의 연어 피쉬케이크. 이야, 이거, 담음새가 근사해서 따라하지 않을 수가 없구만. ▲ 당장 만들어 봄. 피쉬케이크 세 번째 시간. 오늘은 영국 미슐랑 스타 셰프 크리스 호리지의 연어 피쉬케이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생선살을 연어 한 가지만 씁니다. 연어 좋아하시는 분들께 좋겠네요. 담음새가 근사해 따라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곁들인 재료들도 모두 연어에 잘 어울리는 것들입니다. 양 적은 분들한테는 본식main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재료 [4인분] 피쉬케이크 • 연어살 200g, 1.5cm 크기로 깍둑 썰 것 • 레몬 한 개 분량의 즙 • 달걀 2개, 잘 풀어 놓을 것 • 빵가루 200g • 유럽 납작잎 파슬리 30g, 잘게 다질 것 • 중력분plain flour 10..
▲ 도미닉 채프만의 갸스트로펍gastropub에서 전채starter로 내고 있는 피쉬케이크. ▲ 단단이 만들어 본 도미닉 채프만의 피쉬케이크. 이번에는 잉글랜드 바크셔 주에 있는 갸스트로펍 ☞ 에서 내는 피쉬케이크 레서피입니다. 2015년 영국 50대 갸스트로펍에 뽑힌 집입니다. 쓰이는 생선 종류는 앞서 소개해 드렸던 것과 같은데 훈제 생선의 비율이 월등히 높아 훈향이 좀 더 나고, 생선을 초벌 익히는 과정에서 와인과 이런저런 향신채소로 향을 입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향이 참 좋습니다. 피쉬케이크로 빚은 뒤 튀기고 오븐에 구워야 하므로 생선을 초벌 익힐 때는 항상 반만 익혀야 합니다. 과하게 익히면 생선살이 고무처럼 질겨지거나 뻐득거리게 됩니다. 큰 접시를 써서 리크leek 크림 소스 위에 얹어 내므로 ..
▲ 영국의 해산물 전문 요리사 네이싼 아웃로Nathan Outlaw. 사람 좋게 생겼는데 성姓이 '무법자'. ▲ 네이싼 아웃로의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Outlaw's at the Capital Hotel, London. ▲ 이 집에서 전식 전pre-starter에 내고 있는 피쉬케이크. 남은 음식을 영어로 '레프트오버leftover'라고 합니다. 어느 나라든 남은 음식으로 재창조해내는 맛있는 음식들이 있게 마련인데(비빔밥!), 오늘 소개해 드릴 피쉬케이크는 그야말로 영국 레프트오버 활용 음식의 대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섬나라이니 생선 남는 일이 얼마나 많았겠으며, 감자국가이니 감자 남는 일은 또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러니 이 피쉬케이크는 영국에서 안 나오려야 안 나올 수가 없는 음식이지요. 생선 요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