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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ke's Hall, Royal Academy of Music, London, 2007.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쇼팽의 음악은 감미로워요." 그런가요? 수줍음 많이 타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단단이 마찬가지로 내향적introvert이었던 쇼팽의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것. 아찔한 속도Presto con fuoco, 긴장감 도는 반음계적chromatic 선율, 포르티시모ff 의 강한 음량과 수많은 강세(fz, >), "최대한 격렬하게con più fuoco possibile" 연주하라는 마지막 부분coda. 20대 초반 조용했던 청년의 광기. 헤비 메탈보다도 강렬한 200년 전 음악. 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1849. ▲ 시작하자마자 공격적..
날이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베이스가 근사한 음악들을 시리즈로 소개해 볼까 합니다. 오늘은 비밥을 걸어 볼게요. 저는 옛날 재즈, 모던 재즈, 현대 재즈, 다 좋아합니다. 뉴올리언즈 재즈와 스윙도 좋아하고, 비밥과 이후의 하드 밥, 쿨·모달 재즈, 라틴 재즈, 프리 재즈, 퓨전도 다 좋아해요. 장르, 종류, 상관없이 뭐든 그 안에서 '잘 만든 음악'을 좋아합니다. 어느 실력 좋은 베이스 연주자가 비밥의 거장이었던 알토 색소폰 주자 찰리 파커의 에서 베이스 부분만 놓고 비밥에 대해 설명합니다. 요지인즉슨, 옛 거장들의 음악어법은 낡지 않았고 요즘 음악에 그 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져 살아 숨쉬고 있으니 여전히 존경 받아 마땅하다, 뭐 이런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베이스에 집중해 설명하느라 드럼이 빠..
▲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한 美 전략 폭격기 'B-29 수퍼포트리스'. 덕분에 한국은 해방을 맞을 수 있었다. 77년 전 오늘. "1944년 3월부터 일본이 무조건 항복할 때까지 B-29는 수백 회에 걸쳐 일본 본토를 맹폭격하여 66개 주요 도시를 말 그대로 불바다로 만들어 일본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꺾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독일을 불바다로 만들었지만 약 30퍼센트가 격추되었을 만큼 많은 고초를 겪은 B-17과 달리 태평양 전선의 B-29는 호위기의 엄호도 없이 일본본토 구석구석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폭격을 해대었다. 대공포가 도달하지도 못할 고고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느긋하게 폭탄을 퍼부어대는 B-29 편대를 일본은 그냥 뻔히 쳐다보아야만 했다. 일본의 전투기들은 B-29의 비행..
▣ ▲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하틀그림스키르캬Hallgrímskirkja. 2022년 5월. ☞ 더가까이 님의 여행기에서. 나라 이름에 얼음이 들어있는 아이슬란드의 서늘하고 청명한 찬송가를 한 곡 소개해 봅니다. 13세기 중세 아이슬란드의 찬송시hymn에 700년이 지나 아이슬란드 작곡가 쏘르케틀 시퀴르표른손Þorkell Sigurbjörnsson, 1938-2013이 새로 곡을 붙였습니다. 이 아름다운 찬송시에 걸맞는 곡조가 없음을 안타까워한 작곡가가 어느 날 '영감'을 받아 하루도 안 걸려 선율과 화음을 지어 붙였다고 하죠. 대개의 찬송가가 그렇듯 가사 첫 줄'Heyr himna smiður'이 곡 제목이 됩니다. 3절로 되어 있으며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맨 앞 열은 중세 아이슬란드어, 두 ..
좋아하는 노래의 좋아하는 연주 세 가지. 봄의 끝 5월의 마지막 날에. When I Fall In Love Edward Heyman (lyrics) · Victor Young (music) When I fall in love it will be forever Or I'll never fall in love In a restless world like this is Love is ended before it's begun And too many moonlight kisses Seem to cool in the warmth of the sun When I give my heart it will be completely Or I'll never give my heart And the moment I can f..
오늘은 긴 설명 없이 음악만 들려 드릴게요. 단단은 20대 때 몽마르트에 가 봤어요.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1866-1925)의 (1897?)를 들으면 그때가 생각 나요. 몽마르트를 배경으로 한 사랑스런 영화 (2001)도 떠오르고요. ▲ 사티를 포함, 당대 파리의 예술가들과 문인들이 사랑했던 몽마르트의 캬바레. ▲ 몽마르트에 하숙하면서 캬바레 피아노 연주로 생계를 꾸려나갔던 사티. 도 캬바레를 위한 작품. ▲ 오케스트라 편곡에 조수미가 노래(2008). 원곡은 피아노 반주. ▲ 가사가... 야해요. ▲ 작곡가 자신이 편곡한 피아노 독주 버전. 단단은 관광지 길거리에서 피아노를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이 곡을 연주해 주곤 했어요.
▲ 영국 강의실의 피아노. 2016년 런던. 피아노 관련 산업과 학문에 종사하는 이들은 피아노의 88개 건반 수를 따서 그 해의 88번째 되는 날을 '피아노의 날'로 기념합니다. 재미있는 발상이죠? 2월의 날수가 유동적이어서 달라질 수 있는데, 올해는 3월 29일입니다. 피아노가 처음 발명된 1700년경부터 건반 수가 88개였던 건 아니고 차츰 늘어나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의 가청주파수 범위가 대략 20-20,000Hz라고 하니 건반 수가 지금보다 더 많아도 되지만, 연주자가 악기 정중앙에 앉아 편하게 팔을 뻗을 수 있으려면 건반 수를 마냥 늘릴 수 없겠지요. [건반상의 최저음 A0 27.5Hz - 최고음 C8 4,186.009Hz] ▲ 1839년경의 리스트(1811-1886). 피아노라는 악기의 표..
오늘은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의 603개 가곡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슈베르트는 조물주가 인간에게 노래 선물을 주기 위해 특별 설계해 지구에 데려다 놓은, 신과 인간 사이에 낀 신비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주는 바리톤을 위해 두 단계whole tone 내린 조성이 아닌 반드시 오리지날 테너용 조성E-flat major key이어야 하고, 곡 쓸 당시의 슈베르트 나이(26세)를 연상케 하는 고운 청년의 음색이면 좋겠습니다. 슈베르트의 가곡에서는 반주가 중요해 피아노 음형figure이 전체적인 시상과 곡의 분위기를 그리는 동시에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을 훌륭히 포착해 냅니다. 시..
2022년 2월 22일 22시 22분 22초를 기념하여 무슨 글을 쓸까 궁리하다가 블친 더가까이 님의 '아카펠라'(a cappella, 무반주 중창·합창) 글을 읽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걸어 봅니다. 재즈, 흑인영가spiritual, 가스펠, 알앤비서부터 팝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르를 선보이는 미국의 6인조 아카펠라 그룹 가 1988년 젊은 시절에 발매했던 데뷰 음반의 수록곡을 나이 들어 다시 불렀습니다. 유튜브에서 아래의 영상을 발견하고는 감개무량해했었죠. 젊어 한껏 기량을 뽐내던 이들이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와 수염을 하고는 음고pitch, key도 두 단계semitone나 내리고 현란한 조바꿈modulation도 자제한 채 힘을 빼고 한결 여유롭게 연주합니다. 아아, 저는 이 연주가 훨씬 좋네요. ..
새해가 밝았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또 맛있는 한 해를 보내시길 빕니다. 2022년이라니요. 2020년부터는 'sci-fi'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올해 태어난 아이는 대학 2041학번이 된다면서요? 춤추는 지구인의 모습을 보면서 또 힘차게 한 해를 열어 봅니다. 1977년에 개봉한 입니다. 존 트라볼타 옹께 저런 시절이 다 있었다니, 볼 때마다 감탄합니다. 이 영화 덕에 음지에서 즐기던 디스코가 세상 밖으로 나와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하죠. 이후 지나친 상업화로 비판도 받고 쇠퇴하기도 했지만 이 장르의 아이디어가 세대를 거치면서 꾸준히 차용되는 것을 봅니다. 작년 BTS 신곡에도 디스코가 있었죠. 저는 디스코가 막 흥할 때는 미취학 꼬마였으니 디스코 세대라고는 할 수..
해피 크리스마스! 성탄절을 맞아 단단이 역대 프랑스 작곡가 중 으뜸이라 여기는 페로탱(Pérotin, 1200년경 활약)의 음악 두 곡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좋아하는 곡이라서 소개는 하고 싶은데 성탄절이 올 때까지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중세의 문명 전달자이자 인간 복사기였던 수도사들이 필사한 시편 98편 일부입니다. (고마운 분들이에요. 다들 천국에 가셨기를.) 지금 들으시는 음악의 가사는 구약성경의 시편 98편 앞부분에서 따왔습니다. (Viderunt omnes) [시편 98편의 3절, 4절, 2절을 발췌해 엮음] 오리지날 라틴어 가사 Vīdērunt omnēs fīnēs terræ salūtāre Deī nostrī. Jubilāte Deō, omnis terra. Notum fēcit Dominu..
길을 가는데 내 머리 위에 잠깐 내려앉았다 떨어진 잎. 와아, 이렇게 큰 낙엽이. (커다란 잎을 머리에 얹어봤다고 흥분한 단단.) 알새우칩, 와사비칩, 카레칩. 바작바작 와삭와삭. (낙엽 보고도 식욕이 돋다니 큰일이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해봅니다. 지난 가을을 돌아보며 1400년대에 작곡된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한 곡 걸었습니다. 당대 유럽 최고 인기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었던 벨기에 출신의 지일 방슈와(Gilles Binchois, c. 1400-1460)가 쓴 롱도(rondeau)입니다. 롱도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불렸던 'ABaAabAB'의 형식의 유행가(chanson)를 뜻하는데, 같은 음악에 같은 가사를 쓸 때는 대문자로, 같은 음악에 다른 가사를 쓸 때는 소문자를 써서 형식..
수업 시간에 미니말 음악을 다루는데 학생들이 대중음악에서의 짧은 장식악구 반복(riff)과 예술음악에서의 고집악구(ostinato, ground bass 등)를 미니말 음악과 헷갈려 합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음악을 비교해 들려 주다가 영국 록 밴드 의 음악도 들려 주게 되었죠. 음악에 붙은 영상이 인상적이어서 여러분께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미니말 음악을 영어로는 'minimal music', 'minimalism music', 'minimalist music', 셋 다 써서 표현합니다. 미술 쪽에서 먼저 쓰던 용어를 영국 작곡가 마이클 나이만Michael Nyman이 음악 분야에 처음으로 가져다 쓰면서 학술 용어로 굳어졌습니다.) 걸어 드린 영상은 오리지날 뮤직 비디오가 아니라 독일인 영상 작가의..
에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전통과자인 올리브 오일 또르따tortas de aceite를 발견했습니다. 하, 이게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들어왔구나. 또르따를 보면 생각 나는 영국 TV 프로그램이 있으니, 제이미 올리버의 스페인, 이태리, 스웨덴, 모로코, 그리스, 프랑스 음식 기행을 담은 . 이렇게 요리책으로도 정리돼 나왔었죠. 이 프로그램에서 제이미가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한 수녀원nunnery에 가 올리브 오일로 반죽하고 아니씨드aniseed, anise로 향 낸 동그랗고 바삭한 전병torta을 사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을 보고 과자 블로그 주인장인 단단은 당장 수퍼마켓으로 달려갔죠. 생긴 건 못난이인데 바삭바삭 경쾌하게 씹히고 씹을수록 맛이 쌓여 제법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을..
[2악장 17:10] [3악장 25:47] [4악장 37:45] 해가 바뀔 때만 해도 '2020'이라는 숫자가 참 미래적sci-fi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인류는 이제 어떤 것이든 이룰 수 있는 지성에 근접했다고 낙관했는데 이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미지의 바이러스로 속수무책 죽고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할 일이 산더미인데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 일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 Covid-19 Dashboard 오늘은 러시아 태생의 작곡가 알프레드 슈니트케(Alfred Schnittke, 1934-1998)의 깊은 울림을 내는 무반주 합창곡을 듣고 싶습니다. 진혼곡requiem은 아니지만 진혼곡보다 더 진혼곡 같은 곡입니다. 러시아는 무반주 합창을 위한 콘체르토choral..
영국에 도착해 집을 구하고, 공영방송인 BBC를 시청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구입하고, TV 수상기를 사 와 다음날 아침에 뉴스를 보는데, 음악 전공자인 다쓰 부처 둘 다 턱이 떨꺽. 대중음악과 디제잉의 나라답게 뉴스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매우 감각적인 거라. BBC에서 전통적으로 써 왔던 카운트다운 라디오 시보pips, +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음악과 서구 대중음악에 만연한 2/4박자 트레씨요tresillo 리듬의 베이스, + 뉴스 프로그램에 걸맞는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중립적 느낌의 코드, + EDM[electronic dance music] 분위기를 결합해 새로 창작했다. 그러니까, 과거와 현재와 범세계적인 것과 치우치지 않은 어떤 것을 합쳐 만든 거란 말이지. 상징적이고 대단히 훌륭한 발상이다..
Thank You for the Music (originally by ABBA) (from "Mamma Mia! The Movie" soundtrack) I'm nothing special, in fact I'm a bit of a bore When I tell a joke, you've probably heard it before But I have a talent, a wonderful thing 'Cause everyone listens when I start to sing I'm so grateful and proud All I want is to sing it out loud So I say Thank you for the music, the songs I'm singing Thanks for ..
어우, 외출을 일절 금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죽것어요. 이나 같은 개봉작들도 궁금한데. 설상가상 운동도 못 하고. 대리만족이나 할 겸 오늘은 스윙 단스(→ 영국 발음) 영상을 걸어 봅니다. 단단은 춤추는 닝겐 모습 보는 걸 즐기는데 (☞ 인류와 춤) 유행했던 역대 양춤 중에서는 스윙을 특히 좋아합니다. 춤사위가 과격하기 짝이 없죠. 음악도 좋고요. 제가 빅 밴드 사운드를 무지 좋아합니다. 여러분, 가수가 빅 밴드 반주에 맞춰 노래하거나 춤꾼들이 빅 밴드를 대동해 춤추는 건 요즘 시대에는 (보기도 힘들거니와) 엄청난 럭셔리인 겁니다. 단단의 모친과 부친이 노는 데 있어서는 젊어서부터 한가락하셨던 분들인데요, 심지어 저희 어렸을 때는 이른 밤에 억지로 애들 재우고 두 분이 클럽 가서 춤추다 자정 한참 넘어 들..
(반말 주의) (약스포) 성적 판타지 충만한 우리 여성 동지들아, 이거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얼른 가서 봐라. 야동 100편 보는 것보다 이거 보는 게 더 짜릿하다. 나는 시리즈 중에서는 4편과 5편, 외전인 '로그 원'[Rogue One], 그리고 얘네 둘 나오는 7, 8, 9편이 특히 재밌었는데, 얘들 둘이 같이 나오고부터는 적과도 싸우고, 각자 자기 내면의 모순과도 싸우고, 서로를 설득하기도 해야 해서 영화가 복잡해지고 엄청 야해졌다. 힘이 비등한 남녀가 엎치락뒤치락 옥신각신 티격태격 하는 거, 격렬한 베드 씬 보는 것 같지 않니. ▣ 여우들은 눈치 챘으리라. 둘이 겨루는 장면에서는 감독이 항상 둘만 오붓하게 시간 보낼 수 있도록 외부 요소들을 차단시킨다는 것을. 저 봐라, 6편에서 팔퍼틴 골로 보..
▲ 중세의 연인들. 성탄절에는 늘 모텔이 미어터진다길래 (므흣) 부모님께 둘러댈 알리바이를 고심하고 있을 불타는 청춘들을 위해 오늘은 특별한 중세 음악을 하나 걸어 보겠습니다. 살면서 혹시 '음유시인'이라는 용어를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요즘은 이 용어 대신 '시인음악가'라는 더 정확한 용어로 부르는데, 11세기말부터 13세기말까지 프랑스 남부, 스페인 북부, 이태리 북부에서 활동했던 'singer-songwriter'인 '트루바두르troubadour'를 일컫습니다. 떠돌이 예인일 거라는 통념과 달리 궁정에 정착해 활동했던 엘리트 음악가들이었죠. 이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사랑 타령도 있고, 실연의 아픔, 신세 한탄도 있고, 교훈적인 것도 있고, 영웅의 행적을 기리는 무훈가도 있고, 십자군 원정 함께 가자고..
고깃집 가기 꺼리는데 어쩌다 휩쓸려 고깃집에 가 앉게 된 단단. 모임의 최연장자께서 한턱 내셨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후우... 그런데... 비싼 한우 취급하면 뭐 하냐고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추구하느라 환기 시설이 형편없어 저 이날 이 집에서 기름안개 잔뜩 들이켜며 고기 먹고 나서 호흡기 질환으로 무려 2주나 앓아 누웠던걸요. 나가서 돈 벌어야 하는데 꼼짝도 못 했으니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죠. 식탁 위에 미세한 기름 방울들이 빼곡이 덮이길래 내 안 그래도 밥 먹으면서 불안했습니다. 눈 앞에 시뻘건 남의 생살을 두고 식사한다는 것도 정서적으로 여간 힘든 일이 아니고요. 게다가 한 끼에 이토록 많은 양의 살을 먹게 하다니요. ☞ 인간과 식량 ☞ 한강 영문판 참, 얼마 전에야 안 사실인데,..
오랜만에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를 해봅니다. 또 차 한 잔 우려 갖고 오세요. 저는 음악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서(응?) 좋아하는 음악이 중세(c.500-c.1400/1450)까지도 가고 막 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그럽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음악 중 800년대에 작곡된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여성 작곡가 카시아Kassia가 쓴 동방정교회의 단선율 성가입니다. 서유럽 로마 가톨릭 교회의 남성 수사들이 라틴어 가사의 무심하고 평온한 단선율 성가Gregorian chant를 부를 때 동방정교회 수녀들은 그리스어 가사의 이런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선율Byzantine chant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음악이 다소 낯설면서 신비롭게 들리지 않나요? 오늘날 우리가 듣는 음악은 대개 위의 음계 중 첫 번째(..
(시건방체 주의) 겨울도 다가오고 하니 내 오늘은 다들 잘 아시는 명곡,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의 중 '겨울'을 들려 드리리다. 르네상스(c.1400/1450-c.1600)와 바로크(c.1600-c.1750) 시대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고음악 연주 단체 의 고화질, 고음질 연주로 걸어 드리겠소. 시원시원 쩌렁쩌렁 울리는 현대 악기가 아닌 당대 악기 혹은 당대 악기를 본떠 만든 악기로 연주하니 악기 음색에 귀를 쫑긋 귀울이고 들어 보시오. 나라별 바로크 음악의 성격과 느낌이 다른데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은 내 생각엔, 바이올린의 본고장답게 현악기에서 가장 포텐이 터지는 것 같소. 아마티, 스트라디바리, 과르니에리, 이런 기라성 같은 바이올린 제작자들이 죄 ..
네에, 오늘 코엑스 메가박스 MX관에서 를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영화 보는 내내 주책 맞게 눈물을 줄줄 흘렸더랬죠. 극장에서 이렇게 눈물 많이 흘려 보기는 처음입니다. 어휴... 찬란했던 그들의 젊은 시절도 생각 나고, 퀸 음악을 즐겨 듣던 내 10대, 20대 청춘 시절도 생각 나고, 그리운 영국 거리들도 생각나고, 배우들은 어디서 그렇게 실제 인물들과 똑 닮은 사람들로 잘도 데려다 놨는지, 그렇게 데려다 놓은 배우들이 연기는 또 왜들 그렇게 잘하고, 음악은 또 왜 그렇게 좋고, 음악 삽입과 편집은 왜 그렇게 스피디speedy 하면서 감각적이고, 그 와중에 티타임에 등장한 홍찻잔, 찻주전자들은 또 왜 그렇게 제대로 된 멋진 것들인지, 영화 보는 내내 한숨이 푹푹. (이 영화 보고..
▲ 어따, 뉘집 딸인지 팔딱팔딱 잘도 싸운다. 근처에 삽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7편을 집에서 감상한 뒤 슬슬 걸어가 개봉한 8편을 조조로 보았습니다. 걸어서 극장을 가다니, 복 받았어요. 제 어린 시절 추억의 방을 도배질한 영화 두 편을 대 보라면요, 과 을 꼽겠습니다. 명절마다 TV에서 틀어 줘 뇌에 아주 떡 박혔어요. 우리 집 영감 필명이 '다쓰베이더'잖아요? 자기는 원래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로 불렸으면 했는데 제가 웃기지 말라며 다쓰베이더로 붙여 줬어요. 이 양반이 과학영화sci-fi film 애호가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연속물을 특히 좋아합니다. 저도 좋아하고요. 7편도 좋았는데 오늘 본 8편은 더 재미있었습니다. 기술이 많이 발전했음을 느꼈죠. 옛 주인공들 얼굴에 세월이 내려앉은 ..
선릉역 창가 자리에 앉아 멍 때리다가 이런 생각을 해봤다. 예술과 정치, 어느 쪽이 우월한가. (이 비교가 지금 가당키나 한가 말이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얻을 수 있다. 예술가나 정치가가 아닌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 뒤 반응을 살피면 된다. "예술가 같아.", "예술적이야.", "오, 예술이다." → 칭찬 "정치인 같아.", "정치적이야." → 칭찬일 리 만무 뒤엣것을 말할 땐 보통 "저 이"라고도 안 한다. "저 치"라고 하지. "저 치는 너무 정치적이야." (침 튀긴다 야) 성급한 결론: 예술 만세. 예술로 먹고 살기 하도 힘들어 정신승리 해봤다. 오스카 와일드 선생은 일찍이 이런 통찰을 보이셨으니 "은행가가 모이면 예술을 논하고 예술가가 모이면 돈을 논한다." ■
영화가 남긴 여운이 길어 며칠째 내용을 곱씹고 있습니다. 대사도 별로 없는 영화가 생각할 거리는 참 많이도 줍니다. 오늘은 영화에 쓰인 음악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 공간은 제 놀이터와 같아서 웬만하면 여기서는 일(음악)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드는데, 음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글이 없어 제가 한번 끄적거려 봅니다. 전문 용어는 가급적 쓰지 않겠습니다. 이 영화의 작곡가로 다들 한스 짐머를 언급하죠. 음악을 맡은 작곡가는 사실 한스 짐머 외에 두 명이 더 있습니다. ▲ Hans Florian Zimmer (1957- ) ▲ Benjamin Wallfisch (1979- ) ▲ Lorne Balfe (1976- ) 현대의 영화음악 작곡가들은 좋든 싫든 클래식 음악 악보를 많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각 악..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캐롤 두 곡을 소개해 드릴게요. 좋아하는 캐롤이 두 곡밖에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캐롤 중 오늘은 두 곡을 소개해 드리겠다는 겁니다. ㅋ 이 두 곡은 특별히 미국의 아카펠라 그룹인 의 편곡과 연주로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Hark! The Herald Angels Sing' 음반 《He is Christmas》(1991) 수록곡 가사는 1739년에 영국인이 썼고, 선율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작곡된 멘델스존의 것을 가져다 영국 작곡가가 1855년에 가사에 맞춰 변형해 붙였습니다. 이 연주에서 맨 마지막 종지 부분cadence 말입니다, 이 대목 들을 때마다 저는 세상 모든 연주 중 그 흔한 장3화음을 이토록 근사하게 들려 주는 연주는 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