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어떤 이는 풍경 사진만 죽어라 찍는다. 어떤 이는 야생동물이나 곤충만 담는다. (→ 이 분야가 제일 힘들 것 같다. 거적때기 덮어쓴 채 숨 죽이고 몇날 며칠 노숙자 신세.) 내 셋째 오라버니는 인물 사진만 찍는다. 나는 식탁 위 정물만 찍는다. 어떤 사진을 찍든 그 분야 고유의 노하우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우리 집 바비들을 놓고 안 하던 인물 촬영을 해보니 오, 이게 만만치가 않다. 미일리어의 얼굴이 이리나 얼굴보다는 좀 더 굴곡이 심하고 입체감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접사로 초점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여성일 경우는 씨터(피사체라고 합니까?)의 피부 색, 머리 색, 화장, 옷, 악세사리 등의 톤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더 좋기로는 인물의 성격까지 담아 낼 수 있어야 한다는데 말이야 쉽지, 장비..
우리 미일리어'Melia에게 외국인 친구가 생겼습니다. 이름은 '이리나Irina', 성姓은 '우스트볼스카야 Ustvol'skaya'라는군요. 이리나 우스트볼스카야. 어떻게 해서 이 파란 눈의 러시아 처녀가 영국 아가씨 미일리어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1903년 제3차 볼셰빅 전당대회가 바로 이 런던에서 열렸었는데(그렇습니다. 마르크스 엥겔스의 저 유명한 이 발간된 곳도 이곳 런던이었습니다.) 전당대회 참석차 런던을 방문했던 이리나는 런던 외곽의 어느 꽃이 만발한 작은 티룸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퍼석해 보이는 동그란 빵에 잼과 꾸덕꾸덕한 이상한 노란 크림을 열심히 바르고 있는 미일리어를 만났다고 하죠. 아아, 그렇습니다. 둘은 이 때 이렇게, 우연히, 그러나 운명적으로 만났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