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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쓰베이더 소유의 곰돌이 녀석들. 오른쪽부터 - 풀벅이와 보풀이. TV 골동품 프로그램에 팔순 할아버지가 털 다 빠진 꾀죄죄한 곰인형을 안고 나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 어릴 때 사 주셨던 곰인형이라우." 자랑하는 걸 볼 때마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이 나라에선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인형을 80년 가까이 간직하고 있는 노인이 다 있다니. 그런데 영국에는 이런 사람이 아주 많다. 조부모가 '사 주신' 장난감이 아니라 아예 조부모가 어릴 때 갖고 놀다 '물려주신' 장난감을 갖고 있는 노인들도 많다. 그럼 그 장난감은 도대체 몇 살이란 말인가. 골동품 감정가가 털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낡은 곰인형을 보고 하는 말이 더 기가 막히다. "He's much loved!" 하도 낡..
소식이 늦었습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새 글을 올리겠노라 다짐해도 쉽지가 않네요. 오늘은 영국 동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래의 영국 동전 사진을 자세히 보십시오. 디자인이 끝내주지 않습니까? 영국 살면서 생활 곳곳에서 맞닥뜨리는 사소한 물건들의 디자인에 감탄하다 감탄하다 지쳐 이제는 두통이 다 생겼습니다. 영국 생활 초기에 다쓰 부처는 범죄율 높고 주거 환경 열악한 흑인 밀집 지역에 살았었습니다. 그런 후진 동네에 살았어도 분기마다 날아오는 구정 소식지의 디자인과 색상 안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더군요. 깜짝 놀랐더랬죠. 무슨 일을 하든 반드시 전문 디자이너를 따로 두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영국인들은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 같아요.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언제 날 잡..
채리티 숍에서 물경 8천원을 주고 영국 화가의 수채화 프린트 한 점을 사 왔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영국 풍경이지만 단단에게는 좀 각별합니다. 다쓰 부처와 가깝게 지내는 어느 영국 노인이 사는 동네이거든요. 방문한 적도 있지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늘어선 조용하고 예쁜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이 액자를 발견하고는 그야말로 눈이 번쩍, 8천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지불할 정도로 반가웠었습니다. 구글맵에서 따온 스트리트 뷰 화면. 똑같죠? 빨간 체크의 간판도 그대로입니다. 미일리어를 놓고 연출했는데 색상이나 분위기 모두 기가 막히게 어울립니다. 미일리어가 마치 영국의 거리를 거닐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이 액자는 앞으로 미일리어 뒤에 걸어 두기로 했습니다. 화가에 대해 말씀 드려..
크리스마스 찻상 사진 올려봅니다. 올해의 크리스마스 티는 경이로움 님이 보내주신 의 'White Christmas'로 정했습니다. 실은... 집에 크리스마스 티가 이것밖에 없었어요. (꽈당) 경이로움 님께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찻잎에 은박 코팅 별사탕과 구슬이 섞여 있어 깜짝 놀랐었습니다. ㅋ 보내주신 루피시아 가향차들을 마셔보니 이 회사의 취향에 대해 대략 감이 좀 잡힙니다. 일단 맛도 향도 순해서 좋았는데, 회사 측이 선호하는 향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보내주신 차 맛 보느라 하루하루가 즐거움의 연속입니다. 에고, 올해 성탄절엔 만사가 귀찮고나. 샌드위치, 스콘, 갸또, 무스 다 생략. 고급 민스파이나 사다 오븐에 구워보세. 다 찌그러진 망에 솔향 나는 설탕 담아 사라락 ▒ 화이트 크..
다쓰베이더와 단단이 사는 동네에는 50m 안에 채리티 숍charity shop이 무려 여덟 개나 있습니다. 영국 어디에도 한곳에 이렇게 채리티 숍이 많이 모인 데는 또 없을 거예요. 채리티 숍은 말하자면 한국의 같은 중고품 자선 가게입니다. 여기저기서 기부 받은 물건들을 자원봉사자들이 잘 정리해서 값을 매긴 후 저렴한 값에 되파는 곳인데, 저도 살 빼서 못 입게 된 옷을 몇 번 갖다 준 적이 있지요. 이곳에서 옷을 사기도 하고요. 괜찮은 청바지를 5천원에 살 때도 있습니다. 영국인들의 삶의 지침이 되는 표어 중에 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가 안 쓰는 물건이라도 절대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는 법이 없어요.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물건일지 모른다는 거죠. 실제로 예술가들 중에는 채리티 숍을 다니며 캔버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