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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찻상 차려봅니다. 특별 찻상에 늘 등장하는 훈제연어가 오늘은 머핀과 결합했습니다. 빵 속에도 연어, 빵 사이에도 연어, 더블 연어. 오늘의 머핀 재료: 연어 통조림 1캔, 달걀, 밀가루, BP, 치즈 보슬보슬 간 것, 훈제연어, 더블 크림, 딜dill 연어를 쓸 때는 보통 크림 치즈들을 곁들이는데, 설탕도 레몬즙도 후추도 넣지 않은 거품만 올린 순수한 크림이나 사워 크림, 크렘 프레쉬 등을 한 번 써보세요. 연어의 맛이 한층 살면서 산뜻합니다. 통조림 연어건 훈제 연어건 연어는 항상 짭짤하게 간이 되어 나오는 법이니 크림 치즈 대신 아무것도 넣지 않은 크림을 쓰면 나트륨 섭취도 줄일 수 있지요. 애플 데이니쉬 페이스트리. 괴물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못생기게 굽고 나서는 꼭 하는 말이 있어요. ..
남들 금식하며 기도하는 날에도 단단은 머핀을 굽는다. 영국에서는 성금요일에 홋 크로스 번hot cross buns이라 불리는 특별한 빵을 먹는 풍습이 있다. 오늘의 머핀은 이 크로스 번의 머핀화. 번을 구울 때는 오븐에 넣기 전 십자가를 그어 주지만 머핀으로 만들 때는 굽고 난 뒤 간단하게 레몬 아이싱으로 그어준다. 신심이 부족한가, 선 두 개로 십자가 긋는 일조차도 버거워 삐뚤빼뚤. 두어 개 겨우 건졌다. 재료: 밀가루, 소금, 설탕, 베이킹 파우더, 계핏가루, 올스파이스, 달걀, 버터, 우유, 커런트currant, 오렌지 껍질, 레몬 껍질, 아이싱 슈가, 레몬 즙. 끝. 가시 면류관을 상징할 만한 것 무엇 없을까 하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가 얼씨구나 길에서 주워 온 뾰족뾰족 홀리holly 잔가지. 행길..
꽃이 다 지기 전에 꼭 사진기로 담아 두어야겠다 마음먹었던 수선화. 산책로 집집마다 피어 있던 수선화를 보자 길고 긴 영국의 회색빛 겨울을 이겨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한국에서 개나리가 봄 소식을 알리듯 영국에서는 수선화가 봄을 알린다. 보라색 하얀색 크로커스들이 수선화보다 먼저 눈을 뚫고 삐죽삐죽 솟아오르긴 하지만 노란 빛깔 때문일까? 수선화를 봐야만 이제 봄이다 싶다. 동네 길 집집마다 심긴 너댓 종류의 수선화를 비교·관찰하며 넋을 잃다 돌아오곤 했는데, 오늘 보니 우리 집 뒤쪽 공동정원 한쪽에도 이 녀석들이 있는 것 아닌가. 내 눈엔 우리 집 수선화가 동네에서 제일 예쁘구나! 어느 수필가가 번역·인용했던 노랫말이 떠오른다. 제겐 큰 집은 없을 거예요, 땅도 없고 손 안에 바스락거리는 지폐 한 장 ..
한국의 빌라 같은 형태의 집을 영국에서는 '플랏Flat'이라고 부른다. 영국의 집들이 대개 복층 구조이다보니 한 층에 모든 기능을 다 우겨 넣은 이런 마당도 없는 불쌍한 집들은 이들 눈에 '평평'하고 '밋밋'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탬즈 강이나 바다를 면하고 있는 몇몇 풍광 좋은 곳의 고급 플랏들을 제외하고는 대개가 서민형 집이다. 평평하면서 층까지 높은 한국식 고층 아파트는 이곳에서는 주로 국가가 주는 생활보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극빈층이나 망명 신청 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의 임시 거처 등으로 쓰인다. 층이 높고 가구 수가 많을수록 흉물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형편은 어렵지 않지만 이층 침실을 오르내릴 기운이 없는 노인들도 어쩔 수 없이 플랏을 선호한다. 이런 분들은 주로 플랏 1층에..
오늘의 머핀 재료: 콘밀, 저 혼자 부푸는 밀가루, 코코 파우더, BP, 소금, 고급 흑설탕, 버터, 사워크림, 달걀, 진하게 우린 블랙 커피, 다크 쵸콜렛. 끝. 저명한 음식 백과사전 의 '설거지washing up'에 관한 정의와 설명이 흥미로워 소개. 음식 백과사전에 설거지 항목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재미있다.
무슨 머핀 이름이 '오옷'이냐, 하실 분. 별별 머핀을 다 봤어도 내 '오옷 머핀'은 처음이다, 하실 분. 왜 머핀 이름이 '오옷'이냐? 놀라지 마시라. 그건 바로, . . . . . 내가 과제 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틈을 타 다쓰베이더가 혼자서 구워 낸 머핀이기 때문이다. 믿어지는가? 저렇게 크랙도 없이 얌전하게 봉긋 부푼 머핀들이 생전 처음 베이킹 해본 산적 같은 아저씨의 (자기는 미중년을 꿈꾼다지만) 작품이라는 것이? 하루 세 끼와 두 번의 간식을 모두 집에서 해결하다 보니 좁아터진 집에 향신료와 허브와 식재료가 넘쳐난다. 재료가 다 갖춰져 있으니 어느 때건 마음만 먹으면 베이킹을 뚝딱 할 수 있어 좋긴 하다. 머핀 책을 보고 제일 만만해 보이는 것을 골라 구웠다고 한다. 오늘 썼다는 머핀 재료를 가..
하드 디스크가 잘못되는 바람에 수년간 찍은 소중한 가족 사진을 몽땅 날렸다는 사람이 하도 많아 작심하고 그간 찍은 사진들을 정리했습니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가지고 외장 하드까지 구입해 나름 안전하게 여러 곳에 나누어 저장을 해 두었습니다. 작년 여름 사진 중 차茶와 관련된 게 몇 장 있어 올려 봅니다. 귀한 분께 선물할 일이 있어 모로칸 티포트와 컵을 사러 집을 나섰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로칸 티포트를 사기에 알맞은 곳이 런던에 몇 군데 있는데 이 날은 포토벨로 골동품 시장을 갔었죠. 빠알간 2층 버스의 좌석에 몸을 맡기고 하염없이 흔들흔들 가던 중 눈에 띄는 담벼락이 있어 급하게 담아 보았습니다. 공사 현장을 저렇게 작품처럼 꾸며 놓았어요. 영국에 여행 오면 쇼핑만 하지 말고 담이나 바닥도 유심..
꿀 찔끔. 끼얹으려면 좀 화끈하게 얹을 것이지 소심하기는. 수정과에만 띄워 먹는 줄 알았던 잣을 죽에도 넣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죽도 몸 어딘가에 탈이 나야만 먹는 걸로만 알았다. 죽 먹을 정도로 탈 난 적이 없으니 이 나이가 되도록 잣죽이란 건 여태 먹어보지를 못했다. 명절 때 먹는 한과 중에 잣으로만 만든 강정이 있다. 수확하기도 까다롭다는 그 귀한 잣을 대체 어떻게 보관들을 하는 건지, 먹고 나서는 한결같이 뒷맛이 좋지 않았다. 이태리 제노바 사람들이 즐긴다는 페스토 소스를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서 잣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었다. 잣이 그토록 비싼 식재료인 줄은 시판 페스토 소스들의 성분표를 보고서야 알았다. 잣을 쓴 페스토의 값은 다른 대체 견과류를 쓴 것들보다..
▲ 3년 숙성 체다. 색상과 질감을 잘 보라. 영국의 모던 체다들은 대개 이런 형태를 하고 있다. 치즈 하면 흔히 프랑스 흰곰팡이 치즈인 브리나 꺄몽베흐, 이태리의 모짜렐라, 파마산, 그리고, 에멘탈, 하우다gouda, 그뤼에르 등을 떠올립니다. 영국 치즈는 어떤 게 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흔한 치즈인 체다가 바로 영국 치즈입니다. 잉글랜드 남서부에 있는 체다Cheddar 마을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으로, 이 역시 지역 이름이 치즈 이름이 된 전형적인 예죠. 너도나도 이 체다를 모방한 나머지 이제는 너무 널리 퍼져 영국 치즈라는 특수성을 잃게 되었지만요. 한국인들은 체다와는 눈곱만큼도 닮지 않은 저 미국 크라프트Kraft 사의 흐물거리는 낱개 포장 가공 물질도 체다라 부릅니다. 아직도..
오늘은 어렵게 손에 넣은 안계철관음을 소개합니다. 귀한 차들은 되도록이면 관찰기를 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안계철관음은 다쓰베이더와 단단이 제일 좋아하는 청차에 속합니다. 청차를 좋아한다면서 왜 그간 홍차를 마셨느냐? 홍차가 청차보다 저렴한데 영국에서는 특히 더 그렇기 때문입니다. 서민은 처한 환경에 따라 마시는 차도 달라질 수밖에 없지요. 주머니 사정 생각하며 융통성 있게 살다 보면 이렇게 가끔 부자들이 떨어뜨리는 떡고물로 고급차를 얻어 마시기도 합니다. 이런 훌륭한 차들을 마시다 보면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솟기도 합니다. 중국의 당 고위 간부를 친구로 둔 분의 형님을 친구로 둔 제 지인께서(!@#&$X%^???) 켁, 잠깐. 헷갈리니 제 쪽에서 거꾸로 다시 짚어 보자면, 이 ..
작심삼일의 고비는 무사히 넘겨 이제 170개의 머핀 중 166개가 남았다. 도대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가? 그동안 한 번도 써 보지 않았던 재료들을 쉬운 머핀 만들면서 다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머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숙고해야 할 세 가지 - 1. 지금까지 잘 해 오던 체중 감량, 머핀을 매일 먹고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2. 몇 안 되는 접시를 가지고 어떻게 매번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인가. 3. 레서피 대로 빠짐없이 만들다 보면 고기를 써야 할 상황이 생기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살구 & 아몬드 머핀 재료: 살구 과육, 아몬드, 밀가루, 설탕, 달걀, 버터, 우유, 베이킹 파우더. 끝. 한 입 먹기 위해 머핀을 코 앞으로 가져오는 순간 위에 소복이 얹은 아몬드 향부터..
오늘로써 베이킹 책에 있는 머핀을 전부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한 지 삼일. 오늘 구운 걸 다 먹으려면 이틀이 걸릴 테니 이틀 뒤에 새 머핀 사진이 올라오지 않으면 그야말로 '작심삼일'로 끝나고 마는 거다. 미리 배수진을 쳐두기로 한다. 모쪼록 고비를 잘 넘겨야 할 텐데. 분수도 모르고 에클레어Eclair에 도전했다가 두 번 다 시답잖은 결과물을 보고 난 뒤로는(맛은 좋았다. 정말이다.) 역시 영국식 미국식 막빵, 막과자가 최고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서 잠깐 머핀 예찬을 하자면, 재료를 한데 넣고 날가루가 안 보일 때까지만 슬렁슬렁 섞어 숟가락으로 바로 패닝, 손으로 버터와 밀가루를 보슬보슬하게 비벼줘야 하는 스콘보다도 덜 번거롭고 간단하다. 짭짤한 머핀도 가능하므로 집에 있는 자투리 식재료는 이 때 해치..
오래 묵은 땅콩 씹는 것만큼 기분 나쁜 일이 없다. 반대로, 삶을 크런치하게 만드는 많은 기분 좋은 일 중 하나는 너무 신선해서 씹자마자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그런 고소한 땅콩을 씹는 일이지. 실리콘 팬은 구운 색이 역시 철판만 못하다. 매끈하게 떨어진 깔끔한 머핀이냐, 너덜너덜 떨어져도 울퉁불퉁 바삭바삭 노릇노릇 구워진 머핀이냔데... 흐음... 나는 맛있는 구운 색 나는 지저분한 머핀 쪽이 좀더 좋은 것 같다. 땅콩버터 머핀 재료: 건더기 우적우적 씹히는 땅콩버터, 버터, 달걀, 우유, 밀가루, 베이킹 파우더, 설탕, 소금 변주: 머핀을 구울 동안 집에 있는 잼 아무거나 물과 함께 냄비에 끓여 반짝이를 만든다. 구운 머핀 "맨머리" 위에 고르게 발라 준 뒤 땅콩 부스러기를 솔솔 뿌린다. 반짝이를 안..
레서피에는 '프레쉬 라즈베리'를 쓰라고 되어 있었지만 2주나 묵은 냉동 라즈베리를 썼다. 굽는 동안 얼었던 라즈베리가 녹으면서 수분을 더한 모양이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아주 촉촉해졌다. 라즈베리의 맛과 색이 고스란히 살아남았으니 큰 문제는 없는 듯. 베이킹 책에서 '오일'을 쓰라고 할 때는 어떤 오일을 써야 하는 걸까? '오일'이라고만 돼 있길래 순한 정제 올리브 오일을 넣었더니 역시나 올리브 오일은 올리브 오일. 향이 강하다. 베이킹에 알맞은 기름을 알아봐야겠다. 미강유rice bran oil도 좋다니 한번 써 봐야지. 버터와 오일을 함께 쓰니 재미있는 식감이 난다. 전쟁영화와 요리영화 좋아하는 다쓰베이더가 얼마 전 란 영화를 틀어 주었다. 보는 내내 요리보다는 어느 프렌치 그릇가게에 주렁주렁 걸려있..
색이 진한 식탁 연출법 - 레이스를 깔아 주어 레이스 틈새로 식탁의 진한 색이 대비를 이루도록 해보자. 식탁과 같은 색의 진한 브렉퍼스트 티 역시 하얀 찻잔과 대비를 이룬다. 레이스를 활용하면 식탁보 없이도 차가운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산뜻한 느낌을 살릴 수 있어 좋다. 찻주전자, 찻잔, 접시들이 다른 제품들인데도 무난하게 어울린다. 블루베리를 곁들인 스콘과 얌전히 썰어 담은 버터가 일품으로, 스콘 담은 접시의 띠는 노릇노릇 잘 구워진 스콘과 블루베리의 색상을 옮겨놓은 듯. 고가의 은제품과 유명 브랜드 다기로 꾸민 돈GR (응?) 찻상보다는 소박하지만 감각이 깃든 찻상이 더 빛나는 법이다. 투명 유리그릇에 담긴 마말레이드가 청량해 보인다. ■ - 불량소녀 님의 브렉퍼스트 티 테이블
▲ 처음 구워 본 식빵. 버터 바르기 늠 힘드네;; 영국인들처럼 버터 반 덩이쯤은 늘 실온에 두어야겠어;; 설거지 하면서 BBC 라디오를 듣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세 때 이미 빵을 만들어 파는 베이커들이 동네마다 존재했던 모양인데, 이에 대한 법이 지금과는 달리 매우 엄격했다고 한다. 식빵의 재료와 크기, 심지어 무게까지도 법이 정한 대로 맞춰 만들었어야 했고, 만일 기준에 미치지 못한 '불량한' 빵을 만들다 걸리기라도 하면 그 베이커는 자기가 만든 빵을 목에 걸고 런던에서 가장 지저분한 저잣거리를 돌아야하는 벌을 받았다고 한다. 초범일 경우는 이렇게 비교적 가벼운(?) 형벌을 받지만 재범으로 이어지면 벌이 조금 더 심각해진다. 죄인의 목과 두 손을 널빤지 사이에 끼워 뭇사람에게 구경시키던..
한국에 있을 땐 미처 알지 못했다. 서양인들의 크리스마스가 온통 계피와 생강, 그리고 그밖의 향신료로 버무려지는 줄을. 술이나 음료를 마셔도 계피, 생강, 그리고 그밖의 이국 향신료 듬뿍 넣어서. 과자나 파이를 만들어도 계피, 생강, 그리고 그밖의 이국 향신료 듬뿍 넣어서. 멀쩡하던 홍차에도 계피, 생강, 오렌지, 그리고 그밖의 이국 향신료 듬뿍 넣어서. (가만, 지금 이거 시詩인 거야?) 티라이트, 디너 캔들에까지 계피, 생강, 그리고 그밖의 이국 향신료 듬뿍, 눈 매울 정도로 듬뿍 넣어서. 현재 영국의 크리스마스 풍경 중 상당 부분이 빅토리아 시대로부터 유래된 것들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카드도, 크리스마스 트리와 이런저런 장식도, 크리스마스 음식들의 레서피도. 민스 파이의 역사는 그보다 더 오래 되..
추석과 설, 연말연시를 모두 챙기는 한국과 달리 영국은 그저 크리스마스 하나에 집중합니다. 영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을 안 쇱니다. 부활절은 가볍게 기념합니다. 특이한 점은, 성탄절에는 누구든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므로 대중교통도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는 것. 기관사나 운전사들도 각자 가족이 있을 테니 이날 다른 사람 때문에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거죠. 저희처럼 차 없는 사람들은 성탄절에 교회도 못 갑니다. 그래도 불평하는 사람 하나 없어요. 새해 보신각종 타종식 본다고 종로에 몰려든 젊은 연인들 집에 실어다주느라 어느 집 가장들이 새해 첫 새벽에 지하철 몰고 택시 몰고 버스를 몰아야 하는 한국과는 사고방식이 다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성탄절을 앞두고 특별히 식탁보를 깔았습니다. ㅋ 꼼꼼히 다림질하고 식탁 위에..
2006년 봄. 유럽연합 국가들이 카페의 나라 오스트리아에 모여 재미있는 일을 꾸민 적이 있었습니다. "심심한데 우리, 각 회원국들의 대표 과자들을 한번 정리해 볼까?" "거 좋지!" 그리하여 각 나라별로 커피나 홍차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대표 과자들을 정한 다음 레서피를 한데 모아 브로셔로 제작, 회원국의 카페나 티룸을 찾는 사람들에게 잠깐 동안 무료로 배포를 한 적이 있었지요. 위의 포스터를 보십시오. 저 많은 언어들이 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언어라고 합니다. 유럽연합 안에서만도 저렇게 많은 언어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어떻게 그런 유럽을 통합할 생각을 다 했는지는 더 놀랍죠. 유럽연합 내에서 통용될 새 기준을 하나 마련할 때마다 의견이 분분, 문자 그대로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이 포스터..
영국의 우정국 '로얄 메일Royal Mail' 님께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집집마다 성탄 카드를 보내 주셨다. 이번에는 우체부가 크리스마스 홀리 이파리 모양으로 눈 위에 발자국을 내고 있었으니... 국민 여러분, 올해도 행복한 성탄절을 맞이하시길 빕니다. 에, 성탄절을 위한 우편물 접수 마감일을 잠깐 안내해 드리자면, 국내 2등급 우편물은 12월 18일까지 1등급은 12월 21일까지 국제 우편물은 12월 4일까지이니 날짜 놓치는 일 없도록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그밖에 여러 특별 서비스가 있으니 것두 참고하세요. 우리들도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하므로 12월 25일부터 28일까지는 우편물 접수를 안 합니다. [재활용 표시] 이 카드가 마음에 안 들면 재활용으로 당장 내다 버리셔도 됩니다. 아직 12월도 안..
홍차 깡통 모으며 즐거워하는 홍차인들처럼 양주병 모으며 즐거워하시는 애주가분들도 꽤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주로 콕테일 관련 일을 하시거나 집에서 취미로 콕테일을 즐기시는 분들로 보이는데, 이분들도 홍차인들처럼 '지름신' 운운하며 괴로워하시더군요. ㅋㅋ 하긴, 수입 독주들이 좀 비쌉니까. 무언가를 섬세하게 섞는 일을 하신다니, 겉모습의 미추를 떠나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세련된 기운이 느껴집니다. 서점 가서 디저트와 제과제빵 책들을 훑어보니 '그랑 마니에'라는 오렌지 리큐어 얘기가 자주 눈에 띕니다. 이책 저책 살피며 시간을 보내다가 들어오는 길에 동네 수퍼마켓에 들려 빨간 리본 두른 그랑 마니에 한 병을 샀습니다. 한화로 약 3만원입니다. 향수병보다는 못하지만 홍차 깡통보다는 예쁩니다. 나도 모르게 홀..
믿거나 말거나. 오후 4시 티타임 즈음해 야심차게 홈 베이킹을 하기 시작한 이후 살이 야금야금 빠지고 있다. 다쓰베이더와 이 기이한 현상을 놓고 진지하게 분석 및 토론을 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것들을 그 원인으로 의심해 볼 수 있었다. 1. 일단 베이킹을 한 당일은 재료 준비와 고된 믹싱 작업과 사후 설거지라는 중노동에 시달려 피곤이 급격히 엄습, 먹고자 하는 의지고 뭐고 침대로 가 무조건 엎어지게 된다. 2. 준비하고 굽는 동안 들이켰던 버터와 설탕 냄새 때문에 입맛은 저만치 달아난 지 오래. 3. 숙성을 위해 하루 묵혀 두었다가 다음 날 먹으려고 꺼내 보면, 제아무리 최고급 재료만 골라 만들었다 해도 혈관 막히고 당뇨 걸릴 것 같은 죄의식에 사로잡혀 최대한 얇게 썰어 적은 양만 맛보게 된다. 4. 설탕..
졸업 축하 찻상을 차려 준 게 엊그제 같은데 이번엔 생일이라고 합니다. 다쓰베이더 요즘 신나겠습니다. 다쓰베이더 생일은 대개 추석과 겹칠 때가 많아 어영부영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다행히도 올해는 10월에 가서야 추석이 있다고 하죠. 선물 사줄 돈이 없으니 간단하게나마 찻상이라도 차려 줘야지요. 세상에나, 제가 생일 케이크를 다 구웠습니다. 브리티쉬 클래식인 커피 월넛 케이크입니다. 난생 처음 만들어 본 케이크였습니다. 혹시 돈 좀 아끼겠다고 집에서 베이킹 하는 분 계세요? 집에서 케이크와 과자 좀 구워 먹으려고 보니 재료비는 그렇다 쳐도 베이킹 도구 값이 만만찮게 들겠더군요. 언제 또 케이크 구워 먹겠나 싶어 스패츌라를 안 샀더니 크림 바를 때 난감했습니다. 부침개 뒤집개로 발라 줬는데, 크림 바른 모..
영국에서도 '근본주의자'들은 밀가루 하나 고르는 일에도 꼬장꼬장. 믹스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표백이냐 무표백이냐, 화학농이냐 유기농이냐 따지는 것은 기본, 공장에서 대량 분쇄된 밀가루는 모터가 고속 회전할 때 내는 열에 의해 표면이 익어 풍미가 떨어지므로 전통 방식으로 제분된 밀가루를 선호한다고 한다. 밀가루 하나도 시골 물방앗간에서 밀러씨가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간 '스톤 그라운드' 제품으로 주문해 쓴다는 것이다. 맛 차이가 제법 난다 한다. 더 까탈스런 사람들은 평범한 소맥분wheat flour 대신 풍부한 맛의 스펠트분spelt flour을 쓴다고도 한다. 놀랍게도 오늘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밀가루를 동네 수퍼마켓 선반에서 발견했다. 유기농 스톤 그라운드 스펠트 밀가루. 스펠트분은 소맥분에 ..
런던 남서쪽 써리Surrey 주에 리치몬드Richmond라는 작은 동네가 있다. 헨리 8세가 이곳에 있는 궁전Richmond Palace에서 맛있는 제과를 먹고 즐거워했다는 전설이 돌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제과제빵으로 유명한 동네인데, 국립 수목원 기능을 하는 왕립 큐 가든Kew Garden이 있어 맛있는 빵도 먹을 겸 자연을 벗삼아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활기를 띠는 곳이다. 전에 라는 글을 올리면서 "영국인들은 화려한 호텔 아프터눈 티보다는 꽃이 만발한 시골 동네 소박한 티룸에서의 차 한 잔을 더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늘은 큐 가든 앞에 있는 오래된 티룸 를 소개할까 한다. 우리말로는 뭐 '원조 시녀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는 이 '메이드 오브 아너'가 신부 들러리를 뜻한다..
▲ 천둥 번개만 없다면 이 정도 날씨에는 문제없이 야외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에서는. ▲ 오른쪽으로. ▲ 큐가든 속 큐 팔레스. 조지안 시대의 의상을 입은 도우미 여인이 입구에 서 있다. ▲ 영국에서는 딸기잼 병에도 저런 모자를 씌운다. ▲ 까칠하고 심드렁한 단단일지라도 공원의 나무 벤치만 보면 숙연해진다고 한다. ▲ 내 유산 중 일부가 영국에 가지 않도록 한국에도 이런 벤치 기증 문화가 있었으면. 공원에 제발 운동기구 좀 설치하지 말아줬으면. ▲ 큐가든의 수련들 ▲ 수련 중 가장 카리스마 넘쳤던 녀석 ▲ 이층집이 대부분인 영국에서는 남편들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이층 침실에서 기어나올 생각도 않고 마냥 뒹굴고 있는 마눌님께 브렉퍼스트 홍차와 토스트를 준비해 갖다 바치기도 한다. 꼭 저렇게 생긴 ..
영국 여행을 오신 친척 어르신을 모시고 이번에는 런던 클래리지스 호텔 아프터눈 티룸에 갔습니다. 내 돈 내고는 가기 힘든 곳, "돈 걱정 말고 먹을 곳을 한번 알아보라"는 지령이 떨어지자 '앗싸 가오리' 하고 예약했죠. 지난 봄에 갔던 브라운 호텔은 규모가 작고 가정적인 분위기, 이 클래리지스 호텔은 더 크고 더 호화롭습니다. 브라운 호텔이 올해 런던 최고의 아프터눈 티룸으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이 클래리지스 호텔이 리츠 호텔과 더불어 런던 아프터눈 티룸계의 지존이었습니다. 아르 데코Art Deco 인테리어의 정수를 맛보고 싶은 분 계시다면 그런 분은 이 클래리지스 호텔로 가시면 됩니다. 창틀부터 거울, 계단 손잡이 등 사소한 부분까지 아르 데코풍으로 세심하게 매만졌음을 눈썰미 있는 분들은 알아차릴 수 있..
오늘은 홍차 관련 옛 영국 필름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에 만들어졌으니 우리 부모님들이 코 흘리고 있을 때이거나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거죠. 프랑스 등 대륙 국가들은 일찌감치 나치에게 접수되고 영국만 끝까지 남아 겨우 버티던 때로, 물자가 턱없이 부족해 차를 비롯한 생필품을 배급제로 공급하던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영국인들이 가장 먼저 걱정했던 것 중 하나도 바로 '차 못 마시게 되면 어쩌지?'였다네요. ㅋ 그러니 이 필름은 어렵사리 구해 온 귀한 차, 이왕이면 제대로 우려 마시자는 취지에서 만든 공익성 필름인 겁니다. 폭격으로 불 타는 건물 소화하는 장면과 피해 지역의 아이들이 자동차 앞에서 차 마시는 장면이 잠깐 지나가는데, "피폭 지역의 곤궁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