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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옛날 기사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 서울대에서만 유독 잘 팔리는 음료가 있다 으흐흐흐흐흐, 서울대 아그들아, 니들이 뭘 좀 아는구나. 그쟈? 밀크티 맛있쟈? 커피 왕국 한국에서 홍차(맛) 좋아하는 사람 보면 호감도 급상승,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막 그 자리에서 친구 하고 싶어요. 단단은 씹어먹는 단것은 좋아해도 음료는 웬만해서는 달게 마시지 않습니다. 혈당을 급상승시키고, 이 부식시키고, 갈증 나게 하거든요. 아침 식사 때 미국인들처럼 오렌지 주스 마시는 것도 못 합니다. 오렌지 주스의 신맛이 식욕을 돋군다는 연구가 있기는 한데 저는 어쩐 일인지 식사 때 너무 단 음료를 마시면 밥맛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햄버거나 피짜 먹을 때도 콜라를 곁들이지 않습니다. 밀크티 만들 때도 ..
이케아 조립 설명서에 깊은 감명을 받은 단단은 오늘 게시물에 문자로 설명을 달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이 블로그 주인장을 닮아 총명하기 짝이 없으신 우리 독자분들은 사진만 보고도 내용을 척! 파악하시리라 믿쓥니다. 아멘.
비가 잠깐 내리긴 했지만 오늘은 햇빛이 정말 좋았습니다. 찬란한 햇빛을 보고 나니 창가에 앉아 아프터눈 티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나는 거예요. 장 보러 가는 길에 해 잘 드는 곳에 앉아 한참 햇빛을 쬤습니다. 영국에서는 좌우간 해만 봤다 하면 맨살 드러내고 햇빛을 쬐야 합니다. 영국 여자들이 노출증이 있어 툭하면 길에서 옷 훌렁훌렁 벗어제끼는 게 아녜요. 그게 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거예요. 며칠 전 한국 신문을 보니 한국 여성들이 하도 잡티 없는 뽀얀 피부에 집착을 해 비타민D 부족이 심각하다는 경고가 다 났던데, 한국에 계신 여성 동지 여러분, 거죽 뽀얀 건 중요하지 않아요. 뼈 다 삭으면 어쩌려고요. 햇빛을 쬐야 뇌도 팔팔하다면서요. 햇빛을 쬐세요, 햇빛을! 오늘은 햇빛이 하도 강해 스티로..
한국에 홍차 관련 책이 많아졌다. 홍차 강좌를 여는 이도 많아졌고, 잡지사나 신문사에 직접 기고를 하거나 기자의 기사 작성에 감수나 조언을 해주는 이도 많아졌다. 그런데 엉터리 정보가 너무 많다. 한두 개 정도의 오류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오류가 너무 많은 정보성 글들을 보면 공익을 위해 마냥 입 다물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오늘은 들었다. (어디 홍차뿐이랴, 치즈에 관한 기사도 홍차만큼이나 엉터리가 많더라.) 다음Daum에 잡지의 홍차 특집 기사가 올라왔는데, (☞ 가을날의 홍차) 휴... 길지도 않은 글 한 편에 이토록 많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니... "전통적으로 홍차에 곁들여 먹는 음식 중 스콘은 옥수숫가루를 반죽해 삼각형 모양으로 구운 것으로 입안에서 부스러지는 부드러운 맛..
단단이 베아트릭스 포터 이야기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영국 동화 . 이 동화를 무척 좋아해 책도 사 놓고 아가들용 소꿉놀이 티세트도 다 사 놓았지요. 책은 특별판 제본이라 품질이 좋지만 소꿉장은 그냥 그렇습니다. 그래도 모아 놓으면 참 귀여워요. 저게 저래봬도 도자기 재질입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분들은 아이 키우면서 장난감도 이것저것 사주고 같이 놀아 주니 늙어서도 동심의 세계를 한 번 더 체험할 수 있지만, 저처럼 애 없는 사람은 자기가 갖고 놀 장난감 자기가 알아서 사서 혼자 놀아야 합니다. ☞ 영국 발음으로 동화 들어 보기 티포트. 뚜껑은 잘 안 맞지만 차가 실제로 담기고 잘 따라집니다. 밀크 저그. 케헷, 형태가 제법 예쁘죠? 찻잔 2인조. 암요, 혼자만 마시면 안 되고 엄마 아빠도 한 잔 따라..
오늘은 영국의 클래식 케이크인 당근 케이크 만드는 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집에서 자주 굽는 케이크 중 하나입니다. 다쓰베이더 생일에도 당근 케이크를 구워 축하해 주었죠. 서양인들에게는 이 당근 케이크가 아주 익숙한데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좀 낯설 겁니다. "뭐어? 케이크에 당근을 갈아 넣어? 우웩, 역시 영국음식이군." 어라? 당근이 어때서요? 호박 케이크도 있고, 고구마 케이크도 있고, 비트루트 케이크도 있는데요. 영국에서 당근 케이크는 어느 수퍼마켓, 어느 제과점에서든 꼭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티타임 클래식 케이크 상위권에 꼽히거든요. 향도 좋고 촉촉하니 참 맛있습니다. 지금이야 저 적도 부근에서 사탕수수로 설탕을 잔뜩 생산해 전세계에 공급을 하고 있지만 옛 시절엔 지금과 같은 설탕 가..
구석에 처박혀 혼자 놀고 있는 우리 집 모로칸 티포트breds한테 오늘은 일을 좀 시켜봐야겠습니다. 롬지Romsey 방문 때 채리티 숍에서 발견한 녀석이었죠. 영국 남부 백인 마을 채리티 숍에서 모로칸 티포트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모로칸 티포트도 질 떨어지는 제품이 많으니 살 때 주의를 하셔야 합니다. 당연한 소리가 되겠지만, 세공이 정교할수록, 무게가 무거울수록, 재질이 고급일수록 비싸집니다. 들었을 때 너무 가볍거나 얇은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은데, 어디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푹푹 찌그러져요. 오늘은 큰맘 먹고 모로칸 민트티를 집에서 직접 우려 보기로 하고 누리터를 돌며 공부를 좀 해보았는데요, 놀랍게도 모로코에서는 이 민트티 만드는 일이 남자의 일이라고 하네요. 집안의 가장이 민트티를 우려 ..
내 사랑 . 그런데 버얼리 제품이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고, 사진에 있는 문양만 좋아합니다. 이 아시아틱 페전트는 영국 전통 문양입니다. 원조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여러 회사들이 그간 너도나도 써 왔지요. 붉은 계열, 갈색 계열, 녹색 계열로도 있고, 심지어 보라색으로도 있습니다. 푸른색도 뉘앙스가 아주 다양하고요. 저는 버얼리의 이 꿈같은 하늘색을 가장 좋아합니다. 빅토리아 시대[1837-1901] 때 이 문양으로 된 그릇들이 영국에 대유행을 했었습니다. 동양적 이미지를 영국 낭만주의풍으로 잘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번진 듯한 흐린 선들, 파스텔 조 색상, 마치 꿈결에서 본 이상향 같죠. 세부 묘사도 아름답고 부케의 배열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제품군 중에서는 지름 30cm짜리 디너 플레이트가 문..
롬지 관광 마지막 편. 교회abbey 관람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담은 사진을 몇 장 올려 보겠습니다. 이 동네 출신의 수상이었다고 하네요. 마켓타운이라 그런가, 가만 보니 이 동네가 은근 '포쉬posh'한 데가 있더라고요. 특이한 점은, 우리말고는 외국인이나 이민자가 보이질 않았다는 건데, 제가 돌아다녀본 영국 동네 중 이렇게 백인만 있는 동네는 처음이었습니다. 어딜 가나 백인 영국인들뿐이어서 돌아다니는데 왠지 좀 낯설고 부담이 됐어요. 사람들은 매우 친절했습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 눈을 맞추고 웃어 줍니다. 사진 마음껏 찍으라고 지나가지 않고 기다려 주는 사람도 많았어요. 멋진 가로등이 그림자로 비치길래 이때다 하고 찰칵. 엥? 두 번째 장 찍는데 그새 먹구름. 영국에서는 5초도 안 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 영국이 느려터진 나라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음. 런던 지하철 역 · 기차 역의 에스컬레이터 속도 아찔. 스릴 만점. 놀이공원 갈 필요 없음. 여기에 익숙해지고 나면 한국 가서 에스컬레이터 탈 때마다 속도가 너무 느려 몸이 자꾸 앞으로 고꾸라지려고 할걸? 에스컬레이터 분당 속도 - 서울 30m, 런던 45m, 모스크바 50m. 총선General Election 투표 끝나자마자 바로 개표에 들어가고 결과 나자마자 곧바로 총리가 바뀜. 헌 총리는 졌다는 개표 결과가 나자마자 바로 짐 싸서 총리 공관에서 나오고 새 총리는 처자식 데리고 바로 들어감. 그 다음 날부터 바로 새 총리의 업무가 시작됨. 몇 달 기다려 취임식 하고 업무 시작? 이딴 거 없음. 속전속결. BBC 드라마 의 ..
어느 나른한 오후, 단단은 누리터에서 아래와 같은 광고 사진을 보게되었습니다. 보자마자 눈이 번쩍. 한달음에 수퍼마켓으로 갔지요. 조지 왕자의 탄생을 기념하여 구구절절. 같은 날 태어난 조지들은 좋것다. 서양인들은 왜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지 몰라요. 일러스트들이 뭐 예술작품 뺨치는 수준입니다. 서양 동화책 보면 내용의 엽기성도 최고지만 그림이 장난 아녜요. 동물들도 일본·한국풍으로 마냥 귀엽게 웃는 얼굴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사실적이다 못해 어떤 땐 무섭기까지 합니다. ▲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무서워서 꺼내 놓지도 못 하는 작년 크리스마스 비스킷 틴. 다시 "조지" 비스킷 틴으로 돌아와서 - 옆구리. 영국엔 왜 이렇게 맛있는 비스킷이 많은지, 적정 체중 유지하기가 참으로 힘..
작년에 소개했던 라는 영국 홍차 회사 기억하실 거예요. 이 회사에서 내는 밀크티용 블렌드 중 세 가지를 맛봤습니다. 다 괜찮았는데, 그 중 '케냐 골드'라는 게 특히 맛있었습니다. 다쓰베이더와 단단은 가치관은 비슷한데 취향은 많이 다릅니다. 차 취향도 달라 저는 밀크티용 티백으로 그간 부드럽고 느끼한 를 즐겼으나 다쓰베이더는 산뜻하고 쌉쌀한 를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취향이 다른 다쓰 부처가 한마음으로 맛있어하는 밀크티용 티백이 있으니, 두둥, 바로 이 의 '케냐 골드'가 되겠습니다. 깡통 디자인이 하나라 다시 구매할 때는 저렴한 비닐 포장으로 살 수 있어 좋아요. "Two cup tea bags"라는 문구가 보이죠? 일반 티백에 비해 홍차 양이 조금 더 들어 있어 더욱 진하고 맛있습니다. 가만 보니 밖에..
▲ 잼을 맨 위에 올리면 사진발은 쥑이나 먹기에는 불편하다. 영국의 아프터눈 티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3단 접시에 내는 근사한 호텔식 아프터눈 티는 일상에서 자주 즐기기엔 거창한 면이 있어 영국인들도 생일이나 기념일,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 회포 풀 때, 파티할 때 등 특별한 날에나 즐긴다고 합니다. 일상에서는 '크림 티cream tea'라는 걸 더 많이 먹게 되지요. 쇼핑 센터나 관광지의 간이식당, 티룸, 카페 같은 데서 흔히들 제공합니다. 값도 쌉니다. 크림 티란 홍차와 스콘만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찻상을 말합니다. 스콘을 덜렁 그냥 내면 안 되고 사진에서처럼 반드시 크림과 잼을 곁들여 내야 합니다. 크림은 또 아무 크림이나 내면 안 되고 반드시 클로티드 크림으로 내야 하고요. 크림을 홍차..
아, 시음기가 너무 밀렸어요. 깡통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 결국 다 바스라진 마지막 미운 찻잎 탈탈 털어 차 한 잔 우립니다. 아끼는 찻잔에 담아 급하게 치운 상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각도와 구도 고심해가며 재면서 사진 찍고, 시간 들여 시음기 쓰고, 빈 깡통은 잘 싸서 상자에 잡아넣고... 이렇게 해서 홍차 블로그에 시음기 한 편이 올라오게 되는 거지요. 이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에요. 꾸준히 시음기 쓰시는 홍차인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제가 시음기 쓰는 게 귀찮아서 홍차 동호회에 가입을 못 해요. 누리터에서 동호회 활동하시는 분들 대단하십니다. '스사모'라고, 스테인레스 스틸 조리도구 사용자들이 꾸려가는 학구적이고 멋진 동호회가 있는데, 스뎅팬을 즐겨 쓰는 단단이지만 게시..
2012년 우리 집 크리스마스 홍차로는 의 크리스마스 블렌드를 골라 보았습니다. 온라인 차상이었던 가 성장에 성장을 거듭, 이제는 백화점에까지 입점을 했더군요. 올해는 의 크리스마스 홍차 대신 칸톤 티 것으로 사 보았습니다. 저희 형편에는 이것도 만만찮게 비쌌어요. 50g 깡통에 6.5파운드나 줬으니까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홍차를 마셔 주지 않으면 어쩐지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뚜껑 열어 보고 놀랐습니다. 잘게 부순 잎이 아닌 제대로 비벼 말린 찻잎과 실한 부재료들이 듬뿍, 지금까지 본 온갖 크리스마스 블렌드 홍차 중 단연 으뜸입니다. 재료를 읊어 보겠습니다. 의 'Christmas Blend' 성분: Assam tea, sweet liquorice root, ginger root,..
새벽 찻자리입니다. 단단이 새벽에 찻자리를 갖는 건 극히 드문 일입니다. 이 시간에 일어나 있을 턱이 없거든요. 자다가 '신분 밝히기를 꺼려하는 수줍은 지인'님께서 보내 주신 맛동산이 생각 나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 분이 과자 좋아하는 단단에게 이렇게 맛난 과자를 종종 부쳐 주시곤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말이죠, 일본 과자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사진 보고 한국 맛동산인 줄 아셨죠? 한국 제과 회사들의 일본 베끼기 관행(또는 만행)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 맛동산 역시 일본 과자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탄과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 일본의 전통 과자 가린토, 카린토 베끼려면 좀 잘 베껴 더 낫게 만들기라도 하면 좋잖아요. 이 일본 맛동산은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 과자..
우선, 올 겨울에 새로 출시된 트와이닝의 향홍차를 한 통 샀지요. 그 다음, 채리티 숍에서 금테 두른 푸른 꽃 찻잔 두 조를 샀지요. 로젠탈Rosenthal 그룹의 클래식 로즈Classic Rose 라인의 몽비주Monbijou 쉐입의 오키드Orchids 패턴이라고 합니다. (헉헉) 패턴 이름은 정확하지 않아요. 누리터에서 똑같은 물건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샌드위치 접시가 같이 있길래 것두 낼름 집어왔지요. 그리고는 수퍼마켓에서 아프터눈 티타임에 쓸 맛있는 샌드위치 두 종을 사 왔지요. 그러고도 돈이 남길래 위키피디아WikiPedia에 5파운드 기부까지 했어요. ▲ 크리스마스 사탕 접시. 불량소녀 님 기증. 크리스마스 때만 쓰기엔 너무 예뻐 일년 내내 사용. 트와이닝에서 새로 냈다는 '바닐라 짜이Indul..
영국의 티타임 클래식 비스킷에 관해서는 얼마 전에 소개를 해드렸지요. 그 중 '버본Bourbon'이라 불리는 것이 있었어요. 사진에서 맨 앞에 있는 쵸콜렛색 비스킷입니다. 'BOURBON'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죠. 연한 쵸콜렛맛 비스킷 두장 사이에 쵸콜렛 크림이 발라져 있어요. 제 입맛엔 약간 싱겁게 느껴지는데 이게 또 전세계에 애호가를 많이 거느린 과자입니다. 나이도 많아요. 1910년생이니 백세가 넘은 어르신 과자입니다. 작년에 단단은 버본 비스킷이 잔뜩 든 깡통 하나를 사서 한참 동안 이 심심한 비스킷을 밀크티 안주 삼아 먹었더랬습니다. 사진에 있는 버본 비스킷 모양 깡통에 버본 비스킷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지요. 깡통이 희한하게 생겼죠? 제 속에 든 과자와 똑같이 생긴 깡통이라니, 영국인들..
영국 동화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 1866-1943의 동물 이야기는 모두 23권이 출판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다람쥐 '넛킨Nutkin'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름 잘 짓지 않았나요? 다람쥐 이름이 '넛nut' + '킨kin'이라니. 1903년 초판 표지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책이 이 초판과 거의 같은데, 현대에 와서 초판 디자인으로 다시 찍은 거라서 그렇습니다. 천으로 제대로 장정한 하드 커버에 금박 글씨가 정말 야무지게 꼭꼭 찍혀 있어요. 막 찍어 낸 대량생산 책들이 범람하지만 영국에는 아직도 수작업으로 고급 장정 책을 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큰돈은 못 벌고 어렵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지만요. 전자책과 싼 제본 책이 난무하는 세상에 공들여 수작업한 고급 ..
어이구내새끼C가 태어났습니다. 단단은 이제 어이구내새끼1, 2, 3, 4, 5, A, B, C를 거느린 골목대장이 되었습니다. 우리 빅브라더가 어이구내새끼1을 낳았을 때 단단은 큰배움터大學 동무들에게 한참을 으스대고 우쭐거렸었습니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고모야!"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꼬붕 여덟 마리를 거느린 두목이 되었네요. 세월은 참 빨리도 흐릅니다. 이제 고모 · 큰엄마 · 외숙모 소리를 골고루 듣게 되었습니다. 팔방미인입니다. 또 기념품 사서 보내고 기념 찻자리도 가져야지요. 암요. 포장해서 보내기 전에 하도 귀여워 이리저리 사진 좀 찍어보았습니다. 이 토끼 녀석 누군지 다 아시죠? 영국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의 피터 래빗Peter Rabbit입니..
"헤렌드 아포니 다이아몬드 쥬벌리 로얄 블루? 이게 도대체 무슨 암호야?" 홍차에 관심 없고 다구엔 더욱 관심 없고 영국에는 더더욱 관심 없는 분들께는 진정 암호와 다름 없죠. 헝가리의 '헤렌드'라는 도자기 회사에서 '아포니'라는 헝가리 굴지의 가문 식기에 쓰였던 문양을 따서 홍차의 나라 영국 군주의 재위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블루 중에서도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아주 진한 '로얄 블루'색으로 도자기를 한정 출시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a?&* 해설이 더 어려워 장사꾼들한테는 불황에도 소비자 지갑을 여는 비장의 무기가 두 개 있지요. 바로 '공포심 조성'과 '한정 판매limited edition'라는 겁니다. 주방 도마에 변기보다 더 많은 세균이 우글거리는데 물로 깨끗이 씻어 햇빛에 소독..
영국인들은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합니다. 추수감사절을 쇠지 않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이 됩니다. 수퍼마켓과 백화점들이 벌써 크리스마스 식품과 용품을 갖다놓고 팔기 시작했어요. 올해의 '프리pre-크리스마스' 과자로는 영국의 전통 티타임 비스킷 모듬을 사 보았습니다. 출시된 지 백년 넘은 진정한 클래식 과자들도 있고 1950년 이후 태어난 모던 과자들도 있지만 영국에서는 뭉뚱그려 '클래식 티타임 비스킷'으로 부릅니다. 버터가 잔뜩 든 쇼트브레드shortbread는 어쩐 일인지 클래식 비스킷 모듬에서 빠질 때가 많습니다. 수퍼마켓에서도 물론 팔긴 하지만 쇼트브레드는 기본적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홈 메이드' 전통 과자로 분류가 되나 봅니다. 신문사나 과자 회사들이 수퍼마켓 시판..
차 고수들은 이 말을 들으면 아마 비웃겠지만, 단단이 영국 와서 홍차에 막 입문할 당시에는 홍차 깡통이 주는 심미적 만족이 홍차 선택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곤 하였다. 영국에서 구할 수 있는 홍차들은 닥치는 대로 구입을 하고 주변의 고마운 분들로부터 다양한 차를 선물 받아 이런저런 우리기 실험을 해가며, 또, 차 관련 자료들을 찾아가며 열심히 공부했다. 영국에서는 홍차 구하기가 정말 쉽고 값도 싸다. 한국에서는 돈 드는 취미인 이 홍차 마시기가 영국에서는 취미라 하기도 민망한 일상의 일이니 여기 있을 때나 실컷 마셔 두자, 우리 부부는 둘 다 커피도 안 마시고, 술·담배도 안 하고, 돈 없어 외식도 잘 안 하니 저렴한 홍차라도 열심히 마셔 기분 내야겠구나 싶었다. 영국인들의 홍차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
다쓰베이더가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할로윈 머핀 떨이하는 걸 사왔습니다. 아이고 두야. 여기 사람들은 할로윈을 기념하지 않아요. 장사꾼들이나 물건 팔아먹으려고 조잡한 물건 잔뜩 내놓지. 게다가 할로윈은 10월31일 아닙니까. "어서 찻물 올리고 블로그에 쓸 사진 찍을 준비나 하시오." 논문 써야 되는데 영감이 자꾸 블로그질 하라고 꼬드깁니다. 그래놓고 자기는 공부합니다. 역시 적은 내부에 있었군요. 그런데, 연출을 하고 싶어도 집에 으스스한 소품이 뭐 있어야 말이죠. 징그러운 도자기 촛대나 꺼내봅니다. 단단이 좋아하는 촛대입니다. 서양 성인 남자 손 크기라서 제법 큽니다. 내일은 촛대에 어울릴 시커먼 양초나 사러 나가봐야겠습니다. 할로윈에 어울릴 만한 홍차를 찾아 차상자를 뒤적이다가 불량소녀 님이 보내주..
▲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잉글랜드 처녀. 도도해 보여도 의외로 나긋나긋한 구석도 있다는데. 여러분, 이태리 처녀와 영국 처녀의 이미지를 잠깐 떠올려보세요. 어느 쪽이 더 사근사근 애교 있고 붙임성 있을 것 같습니까? 앵글로 색슨이나 게르만 쪽보다는 라틴 계열 사람들이 아무래도 햇빛을 많이 쫴서 성격도 좀 더 활달하고 여자들도 더 친절할 것 같지 않나요? 이태리 사람들은 양 볼 모두에 뽀뽀하면서 인사를 하고, 영국 사람들은 한 쪽 볼에만 뽀뽀 인사를 한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런 걸 봐서도 이태리 여자들이 왠지 더 사랑스러울 것 같죠. (요즘은 영국에서도 양 볼에 뽀뽀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움와, 움와, 이렇게 두 번.) 다혈질 마틴 루터가 유럽을 들쑤시던 시절, ☞ 에라스뮈스라는 온화한 성..
오늘은 경이로움 님께서 보내 주신 홍차를 우려 봅니다.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eres의 입니다. "Our own Russian blend, featuring silver tips, is famous for its grand finesse and slightly smoky fragrance. This masterpiece by Mariage Frères is named after the Russian czar who introduced Parisians to Russian-style tea in 1814." 프랑스에서 러시아 황제를 기려 만든 홍차. 차장수들, 하여간 장사 수완들도 좋아요. ㅋ 훈향 나는 랍상 수숑에 얼 그레이를 가미한 것 같네요. 향이 아주 좋습니다. '랍상 소총'이라 발음하지..
여의도 63빌딩 57층에 이라는 고급 중식당이 있지요. 그런 비싼 곳에서 외식할 처지가 못 되는 다쓰 부처를 어엿비 여긴 친척 어르신께서 가끔 맛있는 요리를 사 주시곤 하셨습니다. 으아아. 생각만 해도 침이 콸콸 나오는군요. 침샘이 다 아픕니다. 기억하기로 백리향 요리는 다 맛있었는데, 심지어 짜장면조차도 참 예술이었던 것 같아요. 맛있는 거 사 주시는 분은 두고두고 기억 나고 감사합니다. ㅋ 코쟁이들 나라에 살면서 서양 요리를 주로 먹다 보면 한·중·일 음식 어디에나 들어 있던 저 글루탐산나트륨이 불현듯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이태리 요리에는 자연적으로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예를 들어, 파마산 치즈나 안초비, 토마토, 포르치니 머쉬룸 따위) 이태리 유학생들은 이태리 음식만 먹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