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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치즈 ◆ 프랑스 프레지덩 르 블루 Président Le Bleu

단 단 2014. 10. 30. 00:00

 

 

 

 

 

프레지덩.

전세계의 인기 있다는 치즈는 거의 다 만들어 파는 프랑스 거대 낙농 기업 <락탈리스Lactalis> 사의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저는 공장제 대량생산 치즈에 대한 편견이 없습니다. "뭐야, 공장제 영혼 없는 치즈였어?" 이런 스놉snob은 부리지 않아요. 공장제 치즈들 중에도 기차게 잘 만든 것들이 있거든요. 영국 오기 전에는 유럽 치즈란 모두 꼬질꼬질 다 쓰러져 가는 작은 농가에서 주름 깊게 패인 장인이 한땀 한땀, 아니 한공정 한공정, 정성껏 손으로 만드는 건 줄로만 알았어요. 잘 만든 신생 공장 치즈들 먹어 보고 생각을 고쳐 먹는 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스위스 <에미Emmi> 사도 락탈리스와 마찬가지로 큰 기업이긴 하지만 에미 사는 스위스 치즈에 특화된 기업입니다. 신생 치즈도 독자적으로 개발해 내놓고 있고요.

 

프레지덩도 프랑스 브랜드이니 프랑스 치즈들을 주력으로 내고 있긴 합니다. 꺄몽베흐, 브리, 록포르 같은 자국의 유명 치즈를 많이 만들어 전세계에 공급을 하죠. 한국에도 프레지덩 치즈들 많이 들어가 있죠?

 

프랑스 치즈만 만드느냐? 크림치즈, 모짜렐라, 페타, 만체고, 체다, 각종 스위스 치즈와 심지어 퐁듀 믹스에 이르기까지, 소젖, 양젖, 염소젖, 안 가리고, 국적도 안 가리고, 인기 있다는 치즈는 거의 다 만들고 있죠. 한마디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소리입니다. 생산해 대는 치즈는 많지만 그래서 제대로 잘 만드는 치즈는 별로 없는 브랜드가 이 프레지덩이기도 합니다. 저는 프레지덩 치즈 먹고 맛있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어요. 특히, 간판 상품이라는 프랑스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 맛이 너무 형편없어요. 그런데 프랑스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브리가 바로 이 프레지덩 브리라는 통계를 보고 놀랐더랬습니다. 하, 프랑스인들이라고 다 치즈 고르는 안목이 있는 건 아니구나. 이건 마치 우리 한국인이 조잡한 (외국산) 재료 써서 속성으로 만들어 낸 대기업 공장제 간장, 된장, 고추장 사 먹고 있는 격이잖아요.

 

 

 

 

 

 

 

 

 

유명 치즈를 모방해 파는 것으로 유명한 프레지덩이 간만에 치즈를 하나 개발해 고유의 이름을 붙여 내놓았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치즈 <르 블루>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흰곰팡이와 푸른곰팡이가 동시에 존재하는 걸로 보아 바바리아 블루나 캄보졸라류의 치즈인 듯합니다. 일단 첫 인상은 꺄몽베흐와 흡사하나 크기는 꺄몽베흐보다 많이 작습니다. 크기가 작다는 것이 이 치즈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작용을 합니다.

 

 

 

 

 

 

 

 


이런 흰곰팡이 껍질을 가진 연성 치즈들이 크기가 너무 작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

 

속살 대비 껍질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껍질만 씹다가 일이 끝납니다. 흰곰팡이 껍질이 좀 질기기 마련인데, 껍질을 하도 한참 씹어야 해서 속살 맛을 느끼기도 전에 치즈가 목구멍으로 내려가 버립니다. 게다가 이 흰곰팡이 껍질에는 원래 곰팡이의 매운 기운이 좀 있는데, 흰곰팡이 껍질 비율이 높다 보니 목이 다 따가울 지경입니다. 두 번째 사진을 잘 보세요. 흰곰팡이가 벨벳처럼 곱고 두툼하고 빼곡하게 덮인 걸로 보아 충분히 숙성시키지 않은 어린 치즈라는 걸 알 수 있지요. 속성으로 출하한 치즈란 소리입니다. 충분히 시간 들여 잘 숙성시킨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은 껍질이 저렇게 뽀얗고 곱고 보송보송하지 않아요. 오히려 흰곰팡이 층이 얇고 거칠고 메말라 보이는데다 갈색이 군데군데 드러나 얼룩덜룩 미워 보이죠.

 

 

 

 

 

 

 

 


설상가상, 속살에 박힌 푸른곰팡이마저도 뻣뻣한데다 푸른곰팡이 특유의 풍미도 전혀 나질 않습니다. 싱거워요. 흰곰팡이 맛도 푸른곰팡이 맛도 제대로 안 나면서 목 따갑도록 매운 뻣뻣한 껍질과 싱거운 속살만 있는 치즈. 맛도, 질감도, 뭐 하나 건질 게 없는 치즈입니다.

 

치즈에 관심을 갖고 즐기기 시작하면서 저는 '치즈의 나라 프랑스'라는 말에 의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인들이 치즈를 많이 소비하는 건 맞는데, 제대로 만든 치즈를 깐깐하게 잘 골라 사 먹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요즘 잘 만든 자국의 아티잔 치즈들을 찾기 시작한 반면, 프랑스에서는 맛없는 공장제 대량생산 브랜드 치즈들이 잘 나가기 시작했다며 한탄하는 프랑스 영상도 다 본 적 있습니다. 잘 만든 프랑스 치즈도 많지만 못 만든 프랑스 치즈는 더 많습니다. 생각보다 맛없는 프랑스 치즈가 너무 많아 한탄이 다 나올 지경입니다. 아티잔 치즈, 공장제 치즈,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사 먹어 봤는데, 맛있는 프랑스산 치즈 만날 확률이 50%도 안 됩니다. 그런데도 '치즈 = 프랑스'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프랑스산' 문구만 달고 있으면 우리는 별 볼 일 없는 치즈도 얼마나 비싼 값에 수입들을 하고 있나요.

 

흰곰팡이 블루 치즈를 드실 분들은 이 치즈를 사지 마시고 독일의 바바리아 블루, 캄보졸라, 몬따뇰로 아피네를 사 드십시오. 독일제 공장 치즈들이 값도 싸면서 훨씬 맛있습니다. 독일 공장 치즈들은 요즘 치즈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고 있지요. 영국 치즈들도 훌륭하지만 영국 치즈들은 생산량이 워낙 적어 내수 맞추기에도 물량이 달립니다. 영국 밖에서는 보기 힘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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