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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켄티쉬 체리 바터 푸딩 Kentish Cherry Batter Pudding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켄티쉬 체리 바터 푸딩 Kentish Cherry Batter Pudding

단 단 2016. 7. 9. 00:00

 

 

 

 

어우, 배 아파.
어느 벨기에 여인이 저처럼 영국음식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밤낮 고문헌 뒤져 가며 연구와 요리를 거듭하더니만, 얼마 전에 급기야 역사책 겸 요리책을 한 권 떠억 냈습니다. 368쪽에 책 두께가 무려 4cm. 똑같이 시간 들여 누구는 책 내 명성도 얻고 돈도 벌고, 누구는 블로그에서 이렇게 꼼지락거리고 있으니, 배가 아파도 너무 아픕니다. 

 

그래픽 디자인을 하는 여인이랍니다. 제가 그랬죠, 예술가나 예술적 기질이 충만한 사람들은 예민하고 관찰력이 뛰어나 편견과 선입견에 매몰되지 않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좋은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고요. 영국 푸딩의 세계는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방대합니다. 우리가 모르고 즐겨 먹는 단것들 중에도 영국 것들이 꽤 많고요. 저자의 남편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데, 저 표지와 본문에 삽입된 재미있는 그림들을 전부 그려 주었다고 합니다. ☞ Pride and Pudding

 

바로 전 글에서 ☞ 요크셔 푸딩 이야기를 한데다 체리가 제철이니 오늘은 이 책에서 체리를 쓰는 요크셔 푸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잉글랜드 남동부에 있는 켄트Kent 주가 예로부터 체리 생산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동유럽 이민자들 내쫓고 나면 영국인들 먹을 체리와 딸기는 앞으로 누가 딸까요? 

 

 

 

 

 

 

 

 

 

하, 이것도 못난이네. 
아무것도 안 넣은 요크셔 푸딩은 그래도 마음껏 부풀어 탐스럽기라도 한데, 이건 체리가 들어가서 많이 부풀지 못 하고 울룩불룩.   

 

 

 

 

 

 

 

 

 

이 책의 저자는 블랙 체리를 썼습니다.
다쓰베이더 삘 나서 좋네요.

 

 

 

 

 

 

 

 

 

그래도 체리는 레드가 좀 더 흔하죠.
단단은 어떤 걸 선호하느냐? 
떨이 체리요. 
색 안 따지고 떨이로 나온 게 있을 때만 사 먹습니다.

 

 

 

 

 

 

 

 

 

반죽에 넣을 체리를 먼저 따로 조려야 하는데요, 체리 조릴 때 저는 체리 브랜디인 키르쉬도 조금 넣겠습니다. 맛과 향의 깊이가 달라지거든요. 귀국하기 전에 요리에 쓰려고 사 둔 비싼 독주들 다 쓰고 가야 할 텐데요. 제가 두 번 만들어 본 뒤 레서피를 조금 손봤습니다. 12구짜리 일반 머핀 팬을 씁니다. 12개가 나옵니다.

 

 

먼저, 체리 콤포트

 

• 체리 450g, 반 갈라 씨 빼기
• 무가당 사과 주스 150ml
• 키르쉬 1큰술 [1큰술 =15ml]
• 비정제 설탕 20g
• 옥수수 전분 1큰술 

 

1. 바닥이 평평한 냄비에 체리, 사과 주스, 키르쉬를 넣고 얌전하게 보글보글 끓인다simmer.

 

2. 끓기 시작하면 설탕을 넣고 잘 저어 녹인다. 각자의 선호에 맞춰 체리 조리는 시간을 결정하면 된다.

 

3. 옥수수 전분을 소량의 물에 풀어 붓는다. 살짝 걸죽해질 것이다. 

 

4. 불에서 내려 식히고, 반죽에 넣을 체리를 시럽 최대한 빼서 따로 건져 둔다.

 

 

요크셔 푸딩  

 

• 달걀, 알 굵은 것 3개
우유 280ml
밀가루plain flour 110g
소금

 

5. 큰 그릇에 달걀을 풀고 우유를 부어 잘 섞는다.

 

6. 밀가루를 체쳐 합친다. 멍울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섞도록 한다.

 

7. 소금 간을 한 뒤 마르지 않도록 랩을 씌워 최소 30분간 휴지시킨다.

 

 

굽기

 

발연점 높고 향 적은 식용유, 혹은, 끓여서 거른 맑은 버터clarified butter

 

8. 오븐을 22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200˚C.

 

9. 12구짜리 일반 머핀 팬에 식용유나 맑은 버터를 1cm 높이가 되도록 채운다.

 

10. 기름이 끓어 넘칠 수 있으니 머핀 팬 밑에 테두리가 있는 넉넉한 크기의 베이킹 트레이를 받쳐서 예열을 마친 오븐에 넣는다. 오븐에 기름을 흘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기름만 먼저 뜨겁게 데운다. 

 

11. 기름이 다 데워지면 오븐에서 꺼내 반죽을 고른 양으로 재빨리 붓는다. 반죽을 부었을 때 '촤아아' 소리가 나면서 끓어야 한다. 아무 반응이 없으면 기름을 충분히 데우지 못 했다는 신호다. [저는 반죽을 국자로 떠서 채웁니다. 그냥 붓는 것보다 양 맞추기가 더 정확하고 편해요. 머핀 구멍 밖으로 반죽을 흘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머핀 구멍 안에만 깔끔하게 반죽이 들어가야 잘 부풉니다.]

 

12. 체리 조린 것을 서너 개씩 넣어 준 뒤 다시 오븐에 넣는다. 기름이 식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잘 부푸니 뜨거운 기름에 데이지 않도록 조심하되 신속히 작업하도록 한다. 

 

13. 20~25분 정도 굽는다. 더 걸릴 수도 있다. 먹음직스러운 갈색이 날 때까지 구우면 되므로 시간은 알아서 조절한다. [중간에 오븐 문을 열면 부풀다 말고 꺼지니 주의.]

 

14. 갓 구워져 나와 뜨거울 때 체리 콤포트를 곁들여 바로 제공하도록 한다. 끝.

 

 

 

 

 

 

 

 

 

허억! 
이게 웬 할로윈 삘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죽이 너무 묽은데다, 체리를 많이 안 조려 물기 때문에 무거워서 바닥에 가라앉은 거지요. 케이크나 푸딩 반죽에 조린 과일을 넣을 때는 보통 밑바닥에 가라앉지 말라고 과일에 밀가루를 뿌려 반죽과의 마찰력을 높여 주는데요, 그런데 이 꼼수도 반죽이 너무 묽으면 소용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묽은 반죽에는 가라앉든 말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넣습니다. 가라앉는 게 보기 싫으면 조린 체리 대신 가벼운 건체리를 넣으시거나, 체리를 좀 더 오래 조려 수분을 더 날려 주시거나, 이 반죽말고 이전 글에서 소개해 드린 좀 덜 묽은 제이미 올리버 반죽을 쓰시면 됩니다. 아니면 요크셔 푸딩을 체리 없이 플레인으로 구운 뒤 체리 콤포트만 곁들여 내셔도 되고요. 플레인으로 구워 놓으면 식사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좋지요.

 

 

 

 

 

 

 

 

 

체리 푸딩과 조린 체리를 함께 접시에 담아 냅니다.

 

어디 맛을.

 

바삭

찐득

촉촉

끈적

미끌
찌익 (→ 조린 체리 깨물 때 즙 쏟아지는 소리)

 

휴...

정말...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거냐.

☞ 클라푸티도 맛있기는 하지만 이런 다채로운 식감은 안 나지요. 

 

 

 

 

 

 

 

 

 

집에서 체리 요리 자주 하시는 분들은 키르쉬를 한 병 장만해 두시면 좋아요. 이걸 넣으면 뉘앙스와 깊이가 달라지거든요. 소량만 넣어도 충분해 한 병 사면 오래 씁니다. 체리가 제철일 때 부지런히 키르쉬를 써서 없애야 하니 다음 글에서는 체리 크럼블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맛있는 영국 푸딩들이 줄을 섰는데 언제 다 소개하고 귀국합니까.  

 

 

 

 ☞ 영국음식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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