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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존재에게는 이름이 필요해. 이제부터는 ○라고 불러 줄게." 대체 가능한 존재들. 영화 전체에서 가장 슬펐던 장면. 허무한 인간의 삶보다 더 허무한 레플리컨트의 삶보다 더 허무한 인공지능 홀로그램의 삶. '용아맥'에서 영화 보는 거 맛들였어요. (용산 아이파크 몰 CGV의 아이맥스관을 말합니다.) 어제 를 보고 왔는데, 큰 화면에서 보니 확실히 몰입이 더 잘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영화 보면서 영화 내용과는 별개로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요즘은 영화 한 편을 보려 해도 아는 게 많아야겠구나.' 1982년에 나온 를 볼 때는 이 작품이 이후의 과학영화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를 생각하면서 봐야 재미있고, 속편인 이 를 볼 때는 반대로 전작과 그동안 나왔던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가 어떤 ..
어느 항해사가 30일 동안 찍은 사진 8만장을 이어 붙여 만든 영상입니다. 경로: 홍해 → 아덴만 (예멘, 소말리아) → 인도양 → 콜롬보 (스리랑카 수도) 정박 → 말라카 해협 → 싱가포르 정박 → 남중국해 → 홍콩 정박 밤에는 깨 뿌려 놓은 듯 은하수가 펼쳐지기도 하고, 두 겹 세 겹의 구름이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여 머리 위로 바다가 펼쳐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도 하고, 번개도 치고, 눈부신 불을 단 오징어잡이 배도 지나가고... 영국에서 부친 제 이삿짐이 한 달 반 동안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뒤 제 품에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하고, 수고하신 분들께 고맙기도 하고 그러네요. 차 한 잔 우려서 컴퓨터 앞에 앉으세요. 재생 단추를 누른 뒤 화면 오른쪽 아래의 'YouTube..
우리 집은 할머니-아버지 2대에 걸쳐 당뇨 환자를 배출했던 가문이므로 오라버니들과 나도 조심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젊음이라는 막강한 무기로 그럭저럭 방어해 왔으나 이제 슬슬 나이가 들어가므로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영국 살 때는 늘 정상으로 나왔던 수치가 한국에 와서 오히려 높아졌다. 어라? 지방은 영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적게 먹고 있는데? 식생활의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었는지 되짚어 보자. 으음... 아무래도 탄수화물이 원흉인 듯. 짜장면, 냉면, 막국수, 잔치국수, 칼국수, 냉소바, 우동, 라멘... 영국 살 때 먹지 못 했던 면류와 떡볶이를 한국 와서 환장하며 먹어 댔으니. 의학 기사들을 뒤져 보니 의..
대만 출신인 이안Ang Lee 감독의 영화는 지금까지 (1994) (2000) (2007) 이렇게 세 편을 보았는데, 세 편 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되었다. (아래 내용서부터는 와 의 스포일러를 잔뜩 포함하니 원치 않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 음식남녀 - ▲ 영화 의 한 장면. 이 사건 이후 샨샨은 반에서 일인자가 된다. 반전이 끝내주는 영화 에는 귀여운 꼬마 샨샨이 친구들 앞에서 요리 고수인 이웃 할아버지가 싸 주신 호화로운 도시락을 놓고 우쭐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중에는 친구들한테 의기양양 도시락 주문도 다 받는다. "우리 할아버진 쉬운 요리 못해!" (난이도 높은 요리를 주문하라는 뜻.) 나는 이 두 장면이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다. 자려고 누워서도 이 도시락 장면들만 생각하면 키득키득..
▲ 윤태호 제43화 중에서 - 성질 괴팍한 우리 미식가 독재자 영감님은 1945년 2월, 즉, 해방 직전에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셨다. 모친 권여사님은 이듬해인 1946년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태어나셨다. 권여사님은 종종 6·25 전쟁 당시 꼬마의 눈으로 목격한 피란길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시곤 했는데, 강에 퉁퉁 분 시체들이 수습도 못 된 채 그냥 널브러져 있었다고 했다. 발이 부르터 걷다가 자꾸 넘어지는 바람에 남의 지게 신세를 지기도 했다. 폭격이 일면 모두 가까운 방공호에 들어가 숨을 죽였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인텔리' 큰오라버니(단단의 큰외삼촌)는 납북인지 월북인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지금까지도 소식을 모른다. 큰아들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외할아버지의 애끓는 마음을 이용해 사기를 친 ..
▲ 지방 대도시 아파트에 사시는 다쓰베이더의 부모님. 즉, 단단의 시부모님. 거실인데 TV가 없다. ▲ TV 대신 화초가 빼곡이 들어서 있다. 남들 TV 보는 시간에 책을 읽으시거나 가드닝을 하신다는 소리. ▲ 난蘭 화분이 많은 걸로 보아 소문난 '그린 핑거즈green fingers'. 주변 사람들이 개업 선물로 들어온 것들을 죄 이 댁에 갖다 놓고 도망가는 것이다. ▲ 베란다가 압권. 사진 눌러 크게 키워 보시라. ▲ 색색의 제라늄과 어마어마한 크기의 선인장들로 가득. ▲ 그 크기로 짐작컨대 하루이틀 키운 게 아니다. ▲ 이 집 남자들이 대체로 선인장 같은 데가 있다. 묵묵하고 속정 깊은 사람들. ▲ 단단이 영국 가기 전 키우던 작은 선인장을 위탁했는데 어느덧 이렇게 훌쩍 컸다. (오른쪽 아래 칫솔, ..
▲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19대 대선 요약 컷 곰곰 생각해 보니 얼마 전에 쓴 ☞ 한국인과 머리 염색 글이 대선을 앞두고 본의 아니게 '쏠트 앤 페퍼 헤어'인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고도의 선거 운동 글로 읽혔을 수도 있었겠다 싶어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필 "파란색으로 물들이고 싶다"는 문장으로 끝맺어 더 그렇게 보였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해 없으시기를 바란다. 블로그에 투표 후기는 써도 투표 전 선거 운동은 안 한다. 그 글 쓸 때 문재인 후보는 머리 속에 담고 있지도 않았다. 모친인 권여사님과 남편인 다쓰베이더가 푸른색을 좋아해 나도 푸른색을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푸른색 꽃을. 그래서 찻잔도 푸른 꽃 그림이 담긴 것만 모으고 블로그 이름도 '푸른꽃'이다. 푸른 꽃은 낭만주의의 상징으로, 푸른..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영감님을 떠나 보낸 뒤로는 "심장 멎는 줄 알았네!", "심쿵했어!"라는 표현은 쓰지 않게 되었다. 배에 복수가 계속 차 올라 사투를 벌이다 하늘나라로 간 어린 조카 생각에 "배 터지게 먹었어."라는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어렵사리 임신했다가 유산한 친구가 있어 "깜짝이야, 애 떨어지겠네!"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나이 들어 가면서 애사가 쌓이니 말을 조심해서 하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점점 더 많은 죽음을 목도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내 청춘 시절을 풍미했던 유명인들의 궂긴 소식은 이제 거의 달마다 접한다. 조부모 네 분 모두 떠나셨고, 친척 어른들 중에도, 대학 은사들 중에도, 심지어 선배들 중에도 세상을 떠난 분이 있다. 해가 갈수록 그리운 얼굴들을 꼽아 보는 시간..
한강. 부끄럽게도 이 작가의 이름은 이번 수상 소식을 통해 처음 들었다. 영국에 있으니 한국 문학을 접하기 힘들어 그랬노라 변명하려는 찰나, 무수한 전자책들이 떠올라 냉큼 입을 닫았다. 작가 이름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딸의 이름을 '강'이라고 지을 수 있는 부모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최소한 부모 중 한 명은 문인일 거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맞았다. 영국 언론에서 ☞ 수상 소식을 접하고는 곧바로 영국 아마존에 들어가 책을 주문했다. 다음 날 정오에 받았고 하던 일을 전폐한 채 하루종일 앉아 읽었다. 속독가들 같으면 몇 시간만에 뚝딱 읽을 수 있는 분량이나, 나는 한 문장 읽고 생각에 잠기고, 한 단락 읽고 생각에 잠기고, 한 장 읽고 생각에 잠기는 불편한 버릇을 갖고 있어 책 읽는 속도가 보통 사람..
단단은 오빠만 셋이 있습니다. 고명딸인 거죠. 이렇게 말하면 대개 "아유, 예쁨 받고 귀하게 자라셨겠네에~" 합니다만, 전혀요. 저어어어어어언혀요. 그냥 부모님과 자식들 간에 마찰 없고 형제들 간에 원래 우애가 깊어서 그렇지, 집이 아무리 작아도 딸이라서 항상 독방 쓸 수 있었다는 것말고는 제가 고명딸이라서 특별 대접 받은 것은 없었습니다. 늘 남자 형제들하고 놀면서 자라 저는 남자들 놀이를 잘 압니다. 운동도 잘합니다. 아직도 여자들 많은 데 있는 것보다는 남자들 많은 데 있는 게 좀 더 익숙하고 편합니다. 언니라는 소리도 입에서 매끄럽게 잘 안 나옵니다. 저는 막내 오라버니가 둘째 오라버니를 "작은형"이라 부르는 걸 따라 부르면서 자랐기 때문에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둘째 오라버니를 "작은형"이라고..
누리터에 글쓰기에 관한 유명 작가들의 조언이 돌아다니길래 한번 모아보았습니다. 1. 누구도 좋은 책을 읽으며 자살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책을 쓰면서는 많은 이들이 자살했다. (로버트 번) 2. 캐릭터가 스타일이다. 나쁘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캐릭터에선 좋은 스타일이 나올 수가 없다. (노먼 메일러) 3. 없애는 건, 남아 있는 걸 응축시킨다. (트레이시 세발리에) 4. 다른 출판물에서 익숙하게 본 비유나 직유, 상징을 절대 사용하지 마라. (조지 오웰) 5. 캐릭터는 작가가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존재하고 있던 것이 발견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보웬) 6. 다 완성하기 전까진 절대 이렇게 이렇게 쓸 거야 남에게 말하지 마라. (마리오 푸조) 7. 우울하지 않으면 당신은 진지한 작가가 될 수 없..
'죽는소리하다'라는 단어가 우리말 사전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다. 두 가지 뜻으로 구별된다. 1. 몹시 고통스러워 내는 소리. ¶ 어린것이 어디가 아픈지 ~를 했다. 2. 엄살을 부리는 소리. ¶ 장사가 잘 안 된다고 ~를 했다. 정말 괴로워서 내는 소리인 1번 뜻은 '신음하다'라는 표현으로 대체가 된 듯하고, 오늘날에는 대부분 2번의 뜻으로 이 '죽는소리하다'라는 표현을 쓴다. 원래는 '죽는 소리(를) 하다'로 띄어 쓰던 것을, 사람들이 하도 많이 쓰니 어느덧 '죽는소리하다'로 한 단어가 되었고, 이것이 사전에 오른 것이다. 나는 영국 오기 전에는 1번 뜻이든 2번 뜻이든 입만 열면 죽는소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영국 와 살면서 가만히 관찰해 보니 여기선 죽는소리하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죽..
▲ 프렌치 프레스. 영국에서는 캬페티에cafetière라고 부른다. 1929년에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고안해 특허를 냈다. 커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커피가 몸에 썩 잘 맞질 않아 즐겨 마시지 않기 때문인데, 나한테는 기운이 좀 센 음료인 듯하다. 다쓰베이더도 커피를 마시면 속이 편치 않다고 했다. 커피도 아무나 즐기는 게 아닌 것이다. 그래도 아주 가끔씩은 (쵸콜렛 반주 삼으려고) 집에서 우릴 때도 있는데, 자주 마시는 음료가 아니다 보니 도구나 기계를 거창하게 갖출 수 없어 대개 캬페티에나 모카 포트로 만들어 마신다. 두 가지 모두 공교롭게도 아르 데코 시절, 혹은, 기계와 소음을 찬미하던 저 미래파 시절에 나온 물건들이라 그 시기 기운이 고스란히 디자인에 담겨 있다. 그래서 다쓰 부처는 ..
단단이 귀국을 앞두고 마침내 영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한 걸로 알고 서운한 마음에 황급히 들어오신 분, 손들어 보세요. 케케케, 낚이셨습니다! 제가 한 달 전에 ☞ 한국인이 좋아하는 외국 음식 열 가지를 여러분께 여쭈었었습니다. 우리 모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맛있는 음식들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지요. 그런데, 거기 불량소녀 님의 답변 중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만일 내가 사형수가 된다면 최후의 식사로 뭘 먹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미디움 레어 필레미뇽에 사이드로 매쉬드 포테이토와 삶은 브로콜리, 그리고 식후 신선한 커피 한 잔이면 만족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근데 혹시 커피가 맛이 없으면 진짜 화날 것 같다는..." 이 글을 보자 영국의 황색 언론인 에서 읽었던 ..
사투리 따라해 보는 즐거움에 열심히 찾아 보는 다음 웹툰 두 개: ☞ 못 잡아먹어 안달 (경상도) ☞ 곱게 자란 자식 (전라도) 문장만 따라 읽는다고 그 맛이 나는 게 아니더라고. 억양intonation이 같이 따라주지 않음 안 돼. 음악이 따로 없어. 대학 때 방학을 맞아 남친 집에 따라 내려갔더니 여동생이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대구 사투리로 "언니야~ 오빠야~" (← 억양 살려서 읽을 것) 그냥 오뉴월 뙤약볕에 아이스크림 녹듯 사르르 ♥ ▲ 오묘하고 섬세한 경상도 사투리.
한국에서 갖게 된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 영국에 와서 사라졌다. 물론 여기 영국의 언론들은 중국 정부 욕을 많이 한다. 공산당 1당 독재 국가를 잘한다 칭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인권 문제들도 심심찮게 불거지고. 베이징 올림픽 때 노래는 딴 애가 부르고 공은 눈 초롱초롱 얼굴 예쁜 아이가 입 뻥끗 립싱크해 다 가져가게 한 중국 어른들의 만행을 생각하면 그놈의 나라 백번 욕 먹어도 싼 나라는 맞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세계 구석구석 안 가는 곳이 없고, 어디를 가든 자기들 커뮤니티를 그토록 융성하게 할 수 있는 걸까? 이거 정말 부럽지 않나? 우리 한국인들은 입버릇처럼 "이민 가서 한국인을 조심해."라고 하지 않나.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일본 만화 에 이런 대목이 있다. 중국 이민자들 세계에서는..
얘야, 졸업을 축하한다. 움와, 움와, 움와! (→ 영국인들 볼 뽀뽀하는 소리) 고모가 어이구내새끼 졸업식을 못 가서 안타깝구나. 미안해서 대신 영국 책가방 하나 사서 보냈단다.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가방이라 길 가다 보면 같은 가방 멘 사람을 가끔씩 마주칠 거야. 그래도 고모가 보낸 건 여닫기 편하도록 자석 잠금 장치가 달린 신상품이고 원조란다. (생색 생색) 가방 잃어버리지 말라고 어이구내새끼 영문 이름 약자도 새겼단다. 메고 다니다가 어깨 아프면 손으로 들고 다닐 수도 있도록 손잡이 달린 걸로 샀고. 아직 새 제품이라 많이 뻣뻣할 텐데 쓰다 보면 금방 늘어나 책도 처음보다는 조금 더 들어갈 거야. 쓰기에 아주 편한 가방은 아니지만 워낙 클래식한 디자인이라 멋있어서 샀어. 멋쟁이들은 원래 간지를 위해..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 했지만 본 것 들 중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한번 적어 보기로 합니다. 두서없이 생각 나는 대로 적겠습니다. 빼먹은 게 있을지 모릅니다. 생각 날 때마다 추가하겠습니다. 단단이 좋아하는 영화 [2015년 2월 현재] [Sci-fi 영화들은 다른 글에서 따로 정리] • Singing in the Rain (1952) • The Sound of Music (1965) • Life of Brian (1979) • 홍등 (1991) • Groundhog Day (1993) • 음식남녀 (1994) 이런 반전이? • 꼬마 돼지 베이브Babe (1995) • Toy Story 1, 2, 3 (1995- ) • The Devil's Advocate (1997) • 와호장룡 (2000) • Amél..
수퍼마켓에 갔더니 '차이니즈 뉴 이어'를 앞두고 중국 식재료와 중국 식기, 조리 도구들을 대거 진열해 놓고 팔고 있다. 젓가락질과는 애증의 관계에 있는 단단, 진열된 상품들 가운데에서 이런 걸 발견했으니. 잠깐! 더 진행하기 전에 먼저 이 글을 읽고 오시라. ☞ 나는 □□□□였다 에디슨 젓가락만 해도 코쟁이들한테는 너무 어려운 것이다. 국숫집 가서 코쟁이들 젓가락질 하는 것 보면 단단 못지 않게 어설픈데, 먹다가 젓가락 한 짝 놓치는 사람도 수두룩 봤다. 그러니 이런 제품은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게다가 간지 나는 깜장색이고. 고로, 단단도 이제 오른손으로 (가짜) 젓가락질이 가능해졌다. (저거 특허 낸 사람 누가 상 좀 줘라.) 여기 영국에는 왼손잡이가 정말 많은데, 그래도 식사 예절만큼은 매우 엄격해..
한국에 있을 땐 너무나 당연해서 의문 품을 생각조차 못 했던 식탁 유리. 영국 와서 보니, 엥? 식탁에 유리가 없다. 영국만 그런 건가 궁금해서 다른 나라 식탁을 염탐해 보니 오히려 우리 한국이 특이한 거라. 우리는 왜 식탁에 유리를 까는 걸까? 공용 반찬을 가운데 두고 먹으니 자기 밥그릇으로 음식 옮기다 흘릴까봐? 그거야 식탁보 깔았을 때나 염려할 일이지, 식탁보를 깔지 않은 경우에도 우리는 유리를 꼭 두지 않나. 유리 닦는 거나 식탁 닦는 거나 드는 품은 비슷할 텐데 누가, 왜, 언제부터 식탁에 유리를 깔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 우리 집 식탁에 박혀 있는 전지자全知者의 눈. 군것질 하고 있으면 더 쏘아본다.
기웃이: 주인장, 근하신년 카드가 어째 좀 색다르오. 단 단: 크리스마스 스파이스로 양념한 훈제연어 카드이옵니다. 이름하여 '첩첩산중'.
재료 구하기 힘들어 김치는 잘 안 담가 먹어도 독일 사우어크라우트는 자주 사 먹습니다. 양배추를 원래 좋아하는데다, 이 제품은 우리 묵은지 같은 쿰쿰한 풍미와 톡 쏘는 느낌이 있어 왠지 반가우면서 익숙하거든요. 이 병입 사우어크라우트 뚜껑을 열어 보면 독일이 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흐어어;; 내 눈을 믿을 수 없어요. 내 평생 이렇게 목 끝까지 꽉꽉 담은 병입 식품은 처음 봅니다. 다쓰 부처는 늘 이 독일산 사우어크라우트 병을 딸 때마다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이 병만 운 좋게 많이 담긴 게 아니라 이 제품은 항상 이렇습니다. 영국인들도 과대포장 안 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인데요, 독일인들은 더하네요. 징헙니다. 잘 보면 심지어 내용물이 뚜껑에 눌리기까지 했다는 걸 알아차릴 수..
단단의 막내 오라버니가 식품공학과 출신입니다. 지금도 식품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식당 하는 사람은 없지만 제 본가 식구 모두 음식과 식품에 관심이 많아 밥상에 세 시간을 넘게 앉아 음식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치즈 시식기를 써 오고 있는데요, 치즈를 평가할 때 꼭 질감과 식감texture에 관한 언급을 하지요. 무식한 저로서는 치즈를 그저 부드럽다, 매끄럽다, 끈적거린다, 잘 부서진다, 까실거린다, 뭐 이런 수준으로나 평가를 하는데, 식품공학도들은 다음과 같은 용어들을 써서 세밀하게 구분을 하더군요. 숫자와 그래프도 막 나오고 그럽니다. 조직도 변화 ① 견고성(Hardness) ② 부서짐성(Fracturability) ③ 부착성(Adhesiveness) ④ 탄력성(Springine..
▲ 인간 조건에 관한 독일어 단어 모음집 (반말 주의) 곰곰 생각해 보니, 초·중·고딩들의 방학에 대한 동서양 어른들의 생각이 참으로 다르더란 말이지. 미국은 학제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니 여기 영국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여름 방학 같은 경우, 영국에서는 가장 놀러다니기 좋은 날씨일 때를 택해 애들을 놀려 준단 말씀. 날씨 좋을 땐 학교 오지 말고 밖에 마음껏 돌아다니며 놀아라, 이거지. 영국의 여름이 얼마나 환상적인지는 여름에 영국 안 와본 사람은 잘 모를걸. 저 옛날 셰익스피어도 극찬한 영국의 여름 날씨. 겨울 방학, 봄 방학도 마찬가지. 성탄절과 부활절이 여기 애들 겨울방학과 봄방학인데, 다들 선물 주고받고 흥청흥청할 때니 그땐 그냥 학교 나올 생각 말고 놀라는 거지. 그 다음에 엄청난 시험이..
▲ 프랑스 혁명기를 다룬 장편 만화 . 이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은 살면서 지금껏 본 정사 장면 중 최고. 근데 너무 슬퍼... 곰곰 생각해 보니, 제가 좋아했던 영화나 이야기들 중에는 격동기를 살았던 여성이 주인공인 것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적당히 섞인 이야기를 특히 좋아했던 것 같아요. 격동기에 남자들끼리 투닥투닥 치고박고 전쟁 벌이는 이야기는 그런가 보다 하면서 보는데, 주인공이 여성이 되면 상황이 좀 달라지죠. 더 애잔합니다. 이런 이야기들로는 • 데블스 호어 - 영국 청교도 혁명 • 베르사이유의 장미 - 프랑스 혁명 • 캔디캔디 - 1차대전 전후 • 올훼스(오르페우스)의 창 -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 색계 - 일제 강점기 • 홍등 등이 기억 나는데, 은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얼마 전에 본 사진 한 장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저작권 문제로 사진을 가져올 수가 없네요. ☞ 여기 가셔서 잠깐 보고 오시면 됩니다. * * * 라이카 카메라가 얼마 전에 탄생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BBC가 이에 관한 짤막한 영상을 내보냈었고요. ☞ One hundred years of Leica cameras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참 많이도 담아냈습니다. 그중 인상적인 사진이 한 장 있었는데, 1990년대 전반부를 휩쓸었던 보스니아 내전 당시의 사라예보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내전으로 피폐해진 사라예보 거리에서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인이 총 들고 선 군인 앞을 지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진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자가 잘 차려입는다는 것에는 실로 많은 의미가 있죠. 그러나 잘 차려..
영국에서 벌써 몇 년을 살았어도 길에서 고양이 보기가 힘들다. 여긴 정원 있는 집들도 많고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 고양이 키우는 집이 한국보다 많다. 키우는 집이 많으면 그만큼 버림 받는 고양이도 많을 텐데 길냥이 보기가 힘드니 희한하다. 길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는 발견 즉시 잡아 어디 가두는 걸까? 이런 인건비 비싼 나라에서 일일이 사람 써서 잡아들이기 쉽지 않을 텐데? 유기 동물 보호소가 많긴 해도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고. 어떻게 이렇게 길냥이 보기가 힘든 걸까? 영국은 집집마다 담 안쪽에 뚜껑 달린 키 큰 플라스틱 쓰레기 통을 놓고 쓴다. 그래서 길냥이가 있어도 쓰레기 봉투 뜯어 말썽 일으킬 일이 없다. 밤마다 '러브송' 불러대는 소리도 듣기 힘들다. 그러니 사람들이 고양이를 싫..
▲ The NHS launch leaflet, July 1948.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NHS에 대해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한국 신문에서 경제난으로 인한 자살 소식 기사를 보면 댓글 중에 이런 글이 항상 끼어 있죠. "젊어 게으름 떨면 나이 들어 저 꼴 나는 거다." 아직 인생에서 시련을 겪어 보지 않아 감각이 없는 젊은이, 또는 비교적 평탄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잘 합니다. 저는 아직 큰 시련을 겪어 보지 않은 젊은 사람 축에 들지만 이 말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인생이 어디 자기 마음대로 되던가요. 가족 중 누구 하나 큰 병 나거나, 아픈 아기 낳거나, 사고 당하거나, 갑자기 직장 잃거나, 사업 망하면, 아무리 성실하게 산 서민이라도 버티다 버티다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