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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치즈 ◆ 스위스 에멘탈, 에멍딸, 에멘탈러 Emmentaler

단 단 2014. 4. 5. 00:00

 

 

 런던 버러 마켓의 스위스 치즈 매대. 에멘탈.

 

 

 

 

 

 

 

 

수퍼마켓에서 사 온 조각.

진공 포장이라 저렇게 비닐 자국이 남는다.

 



휴...

얼마 전 소금 범벅 록포르Roquefort를 먹고 나서 혼이 다 빠졌더랬습니다. 오늘은 치즈 선반을 한참 뒤져 소금이 가장 적게 든 치즈를 골라 사왔습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에멘탈, 구멍 숭숭 난 톰과 제리 치즈를 드디어 소개합니다.


스위스 에멘탈 치즈의 공식 이름은 'Emmentaler Switzerland'입니다. 제가 수퍼마켓에서 본 숙성 치즈들 중에서는 소금이 가장 적게 든 치즈였는데, 1회 제공량인 30g에 소금이 겨우 0.14g밖에 안 들었습니다. 록포르는 1.06g이나 들었으니 록포르가 에멘탈에 비해 무려 7.5배나 더 짠 거죠.


모짜렐라 같은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는 신선 치즈들은 어차피 유통기한을 짧게 잡기 때문에 소금을 많이 넣을 필요가 없어요. 그러나 숙성 치즈들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숙성시키는 동안 세균이 번식하면 안 되니 다들 소금을 넉넉히 넣는 경향이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에멘탈 치즈 생산자들의 노고와 기술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렇게 소금을 적게 넣고도 몇 개월씩이나 숙성을 시키고 유통을 시킬 수 있다니요. 4월 4일에 구매한 치즈인데 유통기한이 6월 28일까지 무려 세 달이나 남았습니다. 기술도 좋아요. 칼슘 섭취를 위해 치즈는 먹고 싶은데 나트륨이 걱정되는 분들은 이 에멘탈을 드시면 되겠습니다. 이 치즈가 얼마나 큰 치즈냐면요,

 

 

 

 

 

 

 

 

 

스위스의 유명 뮤지션이라 함.

 


정말 크죠? 유럽 전통 치즈들 중 에멘탈이 크기가 가장 큰데, 이렇게 크게 만드는 이유는, 옛 시절엔 세금을 치즈 무게가 아닌 개수에 대고 매겼기 때문에 절세를 위한 고육책으로 크게 만들게 되었다는군요. 생긴 것도 참 야무지고 매끈하게 잘생겼습니다. 어우, 언덕에서 막 굴리고 싶어요. 스위스 정부에 의해 최근 보호를 받기 시작했어도 역사가 하도 오래된 치즈이다 보니[1291년 최초 기록] 그간 전세계에 이 에멘탈을 모방한 치즈들이 참 많이 생겼습니다. 체다와 비슷한 형국이죠. 에멘탈을 독일에서도 만들고 프랑스에서도 만듭니다. 이름을 달리한 유사 치즈들도 많고요. 에멘탈 만들던 치즈 장인들이 이 나라 저 나라로 이동하면서 가능해진 일이지요. 수퍼마켓 선반에서도 프랑스산 에멍딸과 독일산 에멘탈러가 스위스산 에멘탈러보다 더 많이 보입니다. 생산지를 잘 확인하고 사셔야 합니다. 프랑스나 독일산 에멘탈이 더 맛없다거나 질이 떨어진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원조와 원작자를 존중하는 관습에 따라 본고장인 스위스의 에멘탈을 먼저 사 먹어 본 뒤 다른 에멘탈을 맛보는 게 왠지 맞는 순서일 것 같죠.

 

 

 

 

 

 

 



본고장 스위스의 에멘탈은 숙성 정도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뉩니다. 구매 시 참고하세요.


Emmentaler Switzerland AOP Classic 4개월 이상 숙성

Emmentaler Switzerland AOP Réserve 8개월 이상 숙성

Emmentaler Switzerland AOP Extra 12개월 이상 숙성

Emmentaler Switzerland AOP Premiere Cru 습한 동굴에서 12개월 이상 숙성

Emmentaler Switzerland AOP Bio 4개월 이상 숙성. 유기농.

Emmentaler Switzerland AOP Gotthelf 12개월 이상 숙성. 스위스 작가를 기념.

• Emmentaler AOP URTYP® 15개월 가량 숙성. 이 중 최소 7개월은 습한 환경에 두고 1주일에 한 번씩 소금물로 표면을 닦아 줌.

 

Rahmtaler 3~6개월 숙성. 크림을 첨가한 부드러운 에멘탈. Rahm = Cream.

Emmentaler Crown 8개월 이상 숙성. 스위스 레슬링 및 알파인 페스티발 기념.

 

 

 

 

 

 

 


 Emmentaler Crown

 

 


다음은 독일과 프랑스의 에멘탈입니다. '짝퉁'이라고 우습게 여기기엔 맛과 품질이 전혀 뒤지지 않는데다, 유럽연합에 의해 이것들도 나름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Allgäuer Emmentaler [PDO] 독일 바바리아Bavaria에서 생산
Emmental de Savoie [PGI] 프랑스 사부아Savoie에서 생산
Emmental français est-central [PGI] 프랑슈-콩떼Franche-Comté에서 생산

 


이름도 다르고 숙성 정도와 질감 등도 약간 다르지만 에멘탈을 모방해 만든 치즈들이 있습니다. 다들 에멘탈과 유사한 맛에 에멘탈처럼 구멍이 숭숭 나 있죠. 에멘탈보다는 소금이 더 들었습니다.


얄스버그Jarlsberg

노르웨이. 소젖 반연성. 최소 1년 숙성. 1850년대 첫 생산 기록. 노르웨이 농경대에서 레서피를 재개발해 1960년대에 첫 시판.


마스다머 혹은 마스담Maasdammer, Massadam
네덜란드. 소젖 반경성. 최소 4주 숙성. 비싼 스위스 에멘탈의 대용품으로 개발한 치즈. 숙성 기간이 짧아 스위스 에멘탈에 비해 값이 저렴.


리어다머 혹은 레르담Leerdammer
네덜란드. 저온살균한 소젖 반경성. 3~12개월 숙성. 1977년 첫 시판. '리어다머'는 '쌍 따귀르'처럼 브랜드 이름임. 기본적으로는 위의 마스담 치즈와 같음.


Grevéost 혹은 Grevé 발음 잘 모르겠음
스웨덴. 소젖 반연성 또는 반경성. 40주 숙성.

스위스 치즈Swiss Cheese
미국. 미국뿐 아니라 치즈 업계와 치즈 애호가들은 에멘탈 치즈와 에멘탈 스타일 치즈를 그냥 '스위스 치즈'라 부르는 일이 많음.

 

 

 

 

 

 

 

 


제가 산 건 스위스 오리지날 에멘탈 '클래식'입니다. 치즈 껍질의 색상과 문구들이 이를 증명합니다. 일단 "Emmentaler Switzerland"라는 치즈의 공식 이름과 스위스 국기가 인쇄돼 있어야 하고 "CH 3279" 같은 이력 추적이 가능한 일련번호가 있어야 합니다. 숫자는 생산자마다 다릅니다. 정통이라는 "AOC"[AOP] 표시도 보여야 합니다. 껍질의 색상에 따라 '클래식', '리저브', '동굴 숙성' 등이 식별됩니다. 클래식은 속살과 비슷한 노란색, 리저브는 갈색에 가까운 좀 더 진한 노란색, 동굴 숙성은 검정색에 가까운 진한 갈색, 이런 식으로요. 스위스 에멘탈 생산자 협회의 ☞ 누리집에서 스위스 에멘탈 치즈의 엄격한 자격 요건들을 확인해 보세요. 어떤 환경에서 소가 자라고 치즈가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동영상도 있습니다.

 

 

 

 

 

 

 



정통 스위스 에멘탈 치즈Emmentaler Switzerland AOC의 자격 요건: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써야 한다. 
우유를 굳히는 효소는 동물성, 식물성, 둘 다 가능하고 천연이어야 한다.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아야 한다.
최소 120일 이상 숙성시켜야 한다.
치즈 안에 생긴 구멍eye의 최대 지름은 4cm까지도 될 수 있다.
완성품 치즈의 지름은 80~100cm, 높이는 16~27cm, 무게는 75~120kg이 되어야 한다.
완성품 치즈 100g당 수분 36g, 유지방 31g, 유단백 29g, 미네랄 4g, 열량은 1640kJ(395kcal) 정도가 되어야 한다.
출하된 치즈는 모두 이력 추적이 가능해야 한다.

 


제가 사 온 치즈도 위의 기준에 들어맞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오리지날 에멘탈을 맛볼 수가 없지요. 체다나 에멘탈 같이 오래 숙성시킨 수분 적은 경성 치즈들은 사실 살균하지 않은 생유로 만든다 해도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거의 없는데도 한국에서는 생유 치즈들은 무조건 수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임산부들한테도 이런 치즈는 안전하다고 합니다. 한국의 치즈 수입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합니다. 전통 제법으로 만든 유럽의 정통 치즈들은 아예 수입이 불가능하니 밤낮 가공 치즈 아니면 미국산 짝퉁 치즈들만 먹게 되는 거죠. 미국 낙농업자들이 한국 정부에 대고 로비라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다 듭니다. 
☞ 한국, 미국 치즈 5년째 두 번째 큰손

 

※ 정보 갱신: 2018년부터 한국도 생유 치즈 수입이 가능해져 현재는 마트나 백화점 식품관에서 스위스에서 생산한 정통 에멘탈을 살 수 있습니다.

 

 

 

 

 

 

 



순둥이 치즈입니다. 꿈같은 단맛이 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납니다. 에멘탈 맛을 대개 '호두맛'에 비유를 하는데, 네에, 정말 호두맛이 납니다. 열을 가하면 이 매력적인 호두맛이 더욱 증폭됩니다. 체다에서 나는 쨍한 산미와 감칠맛은 없습니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치즈예요. 단맛이 나는 이유는 원유를 섭씨 54℃로 데워서 쓰기 때문이라는군요.


쓴맛도 살짝 느껴지는데, 원래 소금 적게 넣은 숙성 치즈들에서 이런 쓴맛이 좀 납니다. 짠 치즈들도 쓴맛은 다 갖고 있는데 워낙 짜서 쓴맛이 가려질 뿐이죠. 그래서 가공 치즈들 중에는 '저염 치즈'로 광고하면서 뒷구멍으로 쓴맛을 가리는 첨가물을 함께 넣기도 합니다. 전통 치즈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죠. 전통 치즈 생산자들은 이 때문에 소금 적게 넣으라고 압력 넣는 정부나 건강 단체들을 싫어합니다. 소비자들이 치즈의 쌉쌀한 맛을 싫어하거든요. 게다가 짠 치즈일수록 풍미 진한 맛있는 치즈라고 우리 인간의 미련한 혀가 속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랜 세월 꿋꿋하게 소금 적은 순둥이 숙성 치즈를 만들어 내는 이 스위스 에멘탈 장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짠 치즈가 범람하는 세상, 이런 순하고 우아한 숙성 치즈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이 밀려옵니다.


질감이 아주 독특합니다. 말랑말랑 쫀득쫀득, 제가 치즈를 일부러 휘어 놓고 사진 찍어 봤어요. 이런 질감이 나는 것도 역시 원유를 데워서 쓰는 데 기인한다고 합니다. 순한 치즈라서 간식으로 아무 때나 그냥 씹어 먹어도 좋고, 토스트에 올려 살짝 녹이거나 소스나 요리에 넣어도 별미입니다. 이 치즈는 사실 녹였을 때가 더 맛있습니다. 치즈의 식감이 더 좋아지고 풍미도 더 진해지거든요. 토스트 위에 올려 그릴로 열을 약간 가하면 스르르 예쁘게 녹아 보기에도 참 좋습니다. (치즈를 부글부글 끓이면 안 돼요.) 에멘탈은 퐁듀 소스 만들 때도 많이들 쓰죠. 그뤼에르 치즈와 함께 녹여서 쓰는데, 빵 조각을 담갔다 꺼낼 때 퐁듀 소스가 '지익' 늘어나는 모습 많이 보셨을 겁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에멘탈, 그리고 기타 에멘탈 유사 치즈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나씩 맛본 뒤 시식기를 올려 보겠습니다.


참, 에멘탈의 상징과도 같은 저 동그란 구멍eye들은 어떻게 해서 생기는 걸까요? 세 종류의 박테리아가 쓰인다고 합니다. 아, 이름이 어려워 웬만하면 이야기 꺼내고 싶지 않았건만.


 Streptococcus thermophilus 
Lactobacillus 이건 좀 익숙하네
Propionibacterium freudenreichii 다시 켁


제가 화학은 잘 모르는데요 (아니, 이건 미생물학인가?) 대략 이렇게 이해를 했습니다. 앞의 두 녀석이 배설한 젖산을 마지막 녀석이 먹고 아세트산과 이산화탄소라는 응가를 합니다. 그런데 워낙 꽉 눌러 만든 치즈라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갈 틈이 없네요?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 큰 구멍이 되는 거지요. 'eye'라고 불리는 이 구멍이 동그랗고 예쁠수록 좋고, 또 그 안에 'tear'라 불리는 젖산염 결정이 이슬처럼 맺혀 있으면 좋다고 합니다. 제가 산 건 어린 치즈라 'tear'는 볼 수 없었지만요. 비닐에 대고 진공 포장을 해서 치즈 구멍이 좀 찌그러졌는데, 실제로는 구멍이 동그랗고 아주 예쁩니다. 이 마지막 '프로피오니박테리움 프로이덴라이히이@#$%*Q?&!' 박테리아 녀석이 이산화탄소 구멍뿐 아니라 에멘탈 특유의 호두 같은 달고 고소한 풍미를 만들어 낸다고 하니 에멘탈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녀석이지요. 신비한 치즈의 세계입니다.

 

 

 

 

 

 

 

에멘탈은 왠지 스위스 아미 나이프로 잘라 먹어야 제맛일 듯.

 

 

 

 

 

뙇;;;

주일 뒤 누리터에서 우연히 발견한 스위스 "치즈" 아미 나이프.

위시 리스트에 당장 오름.

 

 


[영상] How Swiss Emmentaler Cheese is Made 

집에서 가스나 전기 안 쓰고 에멘탈 녹여 먹기

☞ 2015년 5월에 발표된 에멘탈 구멍에 관한 새로운 주장 - 뭣? ○○탓이었어?

샀네 샀어 - 빅토리녹스 스위스 치즈 아미 나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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