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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의 꽃과 풀을 찍어보겠다고 준비 없이 반포한강공원에 가서는 습하고 찬 강바람 맞으며 몇 시간을 덜덜 떨다 왔습니다. (에이취 >_< 훌쩍) 강 풍경 사진을 찍으려면 바람막이 외투와 얇은 스카프는 필수로 지참해야겠더군요. 물가 출사는 처음이라 준비물도 잘 모르고 아직은 많이 서툽니다. 6월이라 빠알간 양귀비poppy가 피어 있었습니다. 양귀비는 영국에서 '현충일 꽃'으로 통합니다. 수많은 전사자를 냈던 전장마다 피 같은 빠알간 꽃이 피어 있었다고 해 영국인들은 양귀비를 보면 1,2차 대전을 떠올리고, 현충일[Remembrance Day, 1차대전이 끝난 날인 11월 11일] 즈음에는 양귀비 브로치를 부착합니다. 한국은 오늘이 현충일이었지요. 일몰 후 야경 촬영까지 연습하겠노라 벼르고 왔으니 빛이..
폽 아트pop art 전시회에 갔다가 형형색색의 작품들 보고 예술 정신이 한껏 고양된 단단, 텅 빈 안내 데스크에 메고 갔던 가방 올려 놓고 이거야말로 작품 같지 않냐며 너스레. 수년째 잘 쓰고 있는 20만원대 가방이다. 남들 다 알아보는, 단체로 공동구매한 것 같은 기백만원짜리 명품백 드는 것보다 거리에서 아직 내 가방과 똑같은 가방 든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내게는 더 중요하다. 명품백도 필요 없지, 보석도 관심 없지, 피부과도 가지 않지, 화장품도 선물 들어온 거 아무거나 쓰지, 옷도 안 사지, 이렇게 돈 안 드는 마누라가 또 있을까? 결론: 그러니 이번 생일에는 뭔가를 단단히 뜯어내야 할 텐데. 흠. ■ ☞ 실은 다이아몬드를 잔뜩 갖고 있습니다
새로 돋은 연둣빛 단풍나무 잎들이 하도 귀여워 하늘을 향해 고개 있는 대로 제끼고 작고 정교한 이파리들을 하염없이 보다 보니 기운이 쇠해 올해는 벚꽃 안 찍기로. (꽈당) "정말 나 안 찍어 줄 거야?" 자리로 돌아와 렌즈 캡을 닫으려는데 벚꽃잎 한 장이 내려앉아 시위중. 한국인에게 벚꽃 뭘까? ㅎ 혹은 한국인에게 치맥 뭘까? ㅎ 블친(들)이 대신 잘 찍어 주셨으리라 믿고 결국 벚꽃 안 찍었어요. 헤헤 ■
하............................................................................. (탄식) 이 나이에도 흑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니. ㅠㅠ 예상은 했으나 차분한 정물 촬영 환경과 이벤트 촬영 환경이 이렇게나 어마어마한 차이가 날 줄은. 마음에 들게 나온 사진, 건진 사진이 없음. ㅠㅠ 셔터 속도 제대로 확보 못한 바보, 가뜩이나 낮은 조도인데 그 많은 피사체들이 가만 있질 않고 다들 움직여 대니 사진마다 번져 경사스러운 날에 죄 유령 사진, 심령 사진. ㅠㅠ 음식도 코스로 제공되긴 했으나 서너 명이 한 접시를 놓고 덜어 먹어야 하는 상황이니 부부 둘만 외식할 때처럼 조명 위치나 구도 따져가며 충분히 시간 들여 찍을 수 없어 죄 어수선하고 멋대가리..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이라고요?세월 흐르는 속도가 아찔합니다.한 일도 많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바빴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다행히 12월은 제가 일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입니다.멋진 외투를 입을 수 있고,목도리를 계속 바꿔 두를 수 있고,크리스마스에 맞춰 나온 맛있는 간식거리들을 먹을 수 있고,밖에 나가면 여기저기서 전구들이 반짝이고,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거든요. 또,선물도 받을 수 있고요. 선물? 네. (끄덕) 벌써 받았습니다. 매우 특이한 선물요.제가 사진기와 렌즈 가지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꼴이 측은해 보였는지○○ 님께서 광각 단렌즈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셨습니다.크리스마스 선물로 렌즈를 주시다니 괴짜죠. 원래 좀 엉뚱하고 재미있는 분입니다. 스펙 갈무리 화면을 붙여봅니다. ..
지난 주에 고생하며 찍었던 여의도 사진을 다시 가져와 봅니다. 클릭해서 큰 사진으로 보세요. [Canon EOS 700D + Canon EF 50mm f/1.8] [F11 1/50 ISO1600] 사진 오른쪽으로는 손님용 공간이 있는데요, 제 사진 선생님께서 "1/초점거리 sec 이하는 손각대로 찍지 말라"는 중대한 가르침을 주셔서 이 날은 셔터 속도에 신경 쓰면서 촬영해 보았습니다. 즉, 환산화각 80mm 렌즈이니 1/80초 이하로는 찍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거죠. [50mm F4 1/250 ISO1600] 벽화(벽지)가 재미있어 보이니 왼쪽, 오른쪽을 각각 찍어 보겠습니다. 비스트로. [50mm F4 1/160 ISO1600] 아케이드 쇼핑몰과 레스토랑. [50mm F4 1/250 ISO1600] 벽화..
독일 쵸콜렛입니다. 집에서 시그마 표준 줌 렌즈로 이 사진을 찍을 때 쓴 촬영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Canon EOS 700D + Sigma DC 17-50mm 2.8 EX HSM OS / 28mm F5.6 1/20 ISO100 인공조명 도움도 받지 않는 저조도 실내에서, 삼각대도 없이, '노이즈' 싫다고 ISO도 100으로 두고, 긴 셔터 속도인 20분의 1초를, 자기 'steady arm' 하나 믿고 촬영하는 단단. 양궁 국가대표 해도 되겠지요? (그야말로 'shoot'.) 촬영을 마치고 나면 흔들림 없이 찍기 위해 참았던 숨을 한껏 몰아 쉬고, 샤워를 해야 할 정도로 온 몸에는 땀이 흥건, 마치 스쿼트를 하고 난 것처럼 힘들어하곤 하죠. 사진 촬영이 제게는 운동입니다. 삼각대를 쓰지 않으면 원하..
사진기와 촬영 기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블로그를 하겠다 하니 유학 시절 돈 없었던 다쓰베이더가 옛다 하고 보급형 크롭 보디 Canon EOS 700D와 가성비 렌즈라는 Sigma DC 17-50mm 2.8 EX HSM OS를 사서 안겨 주었습니다. 모델명도 몰라 블로그에 글 쓸 때마다 들여다보고 옮겨 적어야 할 정도로 자기가 쓰고 있는 기기에 대해 관심도 없고 무지합니다. 위 시그마 렌즈에 대해서는 애증이 교차합니다. 초점 맞추는 데 속도가 너무 느리고 시끄러워 식당 같은 저조도 환경에서는 음식 나오는 찰나를 당최 담을 수가 없어요. 색감도 푸르죽죽, 초점거리 가변 범위가 넓어 편할 때가 많긴 하지만 분위기 있는 사진이 나와 주지는 않고요. (그래도 그간 고마웠어.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해~)..
단단은 수납을 매우 잘하고 삽니다. . . . . . 엄청난 귀차니스트이거든요. (꽈당) 귀차니스트는 일단 최초의 수납 설정을 잘 해 놓아야 나머지 시간을 귀차니스트답게 온전히 탱자탱자 할 수 있습니다. 찾는 물건이 아무리 늦어도 20초 안에는 내 손에 들어와 줘야 귀차니스트의 삶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어요. 소중한 내 인생, 빈둥거려야지 왜 물건 찾는 일 따위에 허비합니까? (기웃이: 오오, 일리 있어요.) 단단은 물건 찾는 데 20초 이상 시간이 걸리면 헐크처럼 변하면서 포악해집니다. 찢어먹은 옷이 한두 장이 아녜요. 오늘은 냄비와 찻잔, 조리용 소품들 수납한 걸 보여드릴게요. 수납이랄 것도 없이 그냥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눈에 보이게 주욱 늘어놓습니다. 편수 냄비나 벽에 걸 수 있는 납작한 냄비들 ..
▲ 단단의 시모께서 먼먼 옛날 혼수로 장만하셨던 접시들. 두 장 남은 것을 기념품으로 달라고 졸라 물려받았다. 표면에 흠집이 잔뜩 생기고 전사가 많이 벗겨졌다. '허니문 베이비'인 다쓰베이더도 이만큼 낡았다는 소리. 우리 영감님은 56세에 돌아가셨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심장이 멈추는 바람에 "얘들아, 나 간다, 안녕." 소리도 못 하고 그냥 가 버리셨다. 이십대였던 단단은 장례를 치르며 '남들보다 조금 일찍 가셨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나이가 든 지금에 와서야 그게 얼마나 이른 죽음이었는지 깨닫고 탄식에 탄식을 거듭한다. 56세라니. 이제 내 큰오라버니가 이 나이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형제나 사촌, 친지, 블친 중에서 56세가 되었거나 56세가 돼 가는 분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근심을 하게 되고 조..
'피할 수 없으면 견뎌라.' 혹은 '즐겨라.' 귀국한 해에 단단은 한국의 무시무시한 장마를 앞두고 비를 즐기기 위해 간지 나는 영국 장화를 샀었습니다. 지금까지 잘 신고 있죠. 제가 대중교통이 지나치게 좋은 곳에 살아 차를 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중교통 타는 데까지 늘 걸어 다닙니다. 비 오는 날도 얄짤없이 걸어야 합니다. 영국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거나, 부슬부슬 흩날리거나, 바람을 동반해 수평으로 내릴 때가 많아 사람들이 우산을 아예 쓰지 않고 다니기도 합니다. 장화도 비 때문에 신는 게 아니라 들판이나 공원, 시골길 산책을 위해 신고요. 질척이는 길이 많거든요. 특히 ☞ 글라스톤버리 뮤직 페스티벌 같은 '힙'한 행사에는 필수템입니다. 정원 일이나 텃밭 일 할 때 신기도 합니다. 한국은 장마철과..
빠듯하게 생활하던 유학 시절에도 결혼기념일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돈 없는 다쓰베이더가 보석이 잔뜩 든 함을 어느 결혼기념일에 슬며시 찻상 위에 올려 놓았었다. 채리티 숍에서 75펜스, 우리돈 약 1천원 주고 집어 온 눈 결정 사진집이다. 미국에 계신 분들은 아마 이 대단한 일을 한 미국인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지도 모르겠다. 윌슨 벤틀리(Wilson Bentley, 1865-1931)는 교사였던 어머니로부터 15세 때 현미경을 선물 받아 주변의 온갖 것들을 들여다보다가 눈 결정에 매료되었다. 처음에는 이를 그림으로 남겨 보려 했으나 금방 녹아 사라지는 특성상 지독한 어려움을 겪었고, 17세 생일에 현미경이 붙은 사진기를 선물 받고는 그림이 아닌 사진으로 남기기로 결심한다. 녹아 사라지는 것을 포..
네, 샀습니다, 샀어요.런던 상징이 가득한 이 러블리한 옷을 전직 런더너가 어찌 안 살 수 있겠습니까. 단돈 오천원. 중국 인민의 힘이죠. (퀴즈에 참여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실물 색상은 지난 번 글 사진에 있는 것보다 훨씬 어둡고 점잖습니다. 오늘 찍은 사진이 실제에 더 가깝습니다.) 새옷은 그냥 입으면 안 되고 반드시 한 번 빨아서 입어야 한다길래 세제 넣고 '퀵 코스'로 돌린 뒤 입어봤는데, ☞ [KISTI 과학향기] "새옷 반드시 세탁 후 입으세요" 몸에 매우 해로워요 와아, 늠 편합니다! 츄리닝(발음이;;)보다 훨씬 편하고 속감이 부드러워 수면바지급 안락함을 줍니다. 바느질도 얌전하고요. 홀딱 반했죠. 그래서 몇 벌 더 사야겠다 마음먹고 누리터를 뒤졌더니, 헉, 옷 형태는 같은데..
- 여의도 - 저벅저벅저벅저벅... 뚝. 엇? !!!!!! (동공지진) 길바닥 물건 잘 안 사는 단단은 이 싸이키델릭한 몸뻬를 1. 샀다.2. 안 사고 그냥 갈 길 갔다. 맞히는 분께는 소정의 칭찬과 가상홍차 한 통. ■
장안의 화제 '필레오피쉬' 버거를 사 갖고 들어왔슴다. 먼저 드셔 본 분들이 누리터에서 명태 패티에 간이 부족하고 타르타르 소스 양이 하도 적어 먹기 힘들다는 푸념들을 하셔서 마음 단디 먹고 주문하는데, 뙇, 이제는 '타르타르 소스 무료 추가'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채소고 뭐고 없고, 그냥 번 두 쪽에 얇고 흐물흐물한 생선까스 패티 하나, 소스, 아메리칸 치즈 '반' 장이 전부인 버거입니다. 영감과 나누어 먹기로 하고 반 갈라 번 뚜껑을 열어 보는데, 타르타르 소스가 없습니다. 꽈당 소스 추가해 주문했는데 소스가 아예 뿌려져 있질 않다니요. 바쁘고 정신 없어 주방에서 까먹은 거죠. 저녁에 다시 갔다와 제대로 만든 걸 먹는데, 먹으면서 아니 내가 지금 5mm 두께의 흐물흐물한 냉동 명탯살 먹자고 2cm 두..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여러분, 살면서 직소 퍼즐을 한 번이라도 다 맞춰 보신 적 있습니까? 저는 많아요. 이 골치 아픈 걸 남한테 선물도 하고 그럽니다. 으흐흐흐흐흐. 이 직소 퍼즐이 영국의 발명품입니다. (1760년경) 각종 놀이, 장난감, 근대 스포츠 종목들, 이야기, 대중음악 등 영국에서 탄생한 오락거리들이 수두룩한데 왜 영국인들을 점잖기만 한 재미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제가 영국 장난감들을 잔뜩 가지고 귀국했으니 시간 날 때마다 찬찬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초기 직소 퍼즐은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값싸고 생산하기 쉬운 종이 재질로 차츰 바뀌었죠. 요즘도 고급 퍼즐은 나무로 만듭니다. 대공황기에 가정에서 값싸게 즐길 수 있는 여흥거리로 인기를 다시..
에헴, 제가 오랜만에 또 그릇 자랑을 해보겠습니다. 남의 집 부엌살림 구경하는 거 무지 재밌지 않습니까? (→ 마트 계산대에서도 남 장본 거 훔쳐보며 즐거워하는 단단.) 그런데 잠깐. "그릇 자랑"이라 하니 한 장에 수십 만원 하는 고가의 것을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저 돈 없어서 그런 비싼 그릇 못 사요. 돈 생겨도 맛있는 거 사 먹거나 평소에 못 사던 비싼 식재료 사는 데 쓰지 고가의 물건 사는 데는 잘 안씁니다. 아, 냄비는 쫌 좋은 거 있어요. 오늘은 갖고 있는 그릇 중 식재료 모양을 차용해 만든 재미있는 것들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도 집에 갖고 계신 식재료 모양 그릇 꺼내 자랑해 주세요. 저는 옥수수 모양의 ☞옥수수구이 그릇 갖고 계신 분 사연을 들어 보고 싶습니다. 미국 사시는 분들은 ..
1월의 어느 추운 날, 단단은 9편의 2차 관람을 위해 오비완 케노비풍 검은 양모 외투와 카일로 렌풍 검은 가죽 장갑을 착용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모든 자동문을 포스로 열고 극장에 도착해 매표소에서 관람 사은품을 챙긴 뒤 중앙의 가장 좋은 자리에 홀로 앉아 감상했죠. 다시 봐도 감동적이네, 흑흑. 크게 감명을 받고 집에 돌아와서는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검은색 폰 빛깔에 잘 어울리는 다크한 카일로 렌 사진으로 바꾸고 [7편 눈 내리는 저녁 숲 장면] 잡지에 실렸던 레이 언니 화보 보고 삘 받아 아이들용 조잡한 장난감말고 어른용으로 제대로 만든 고급 라이트세이버lightsaber를 하나 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8편 제다이 훈련 장면] '이거 사 놓으면 스트레칭이나 봉체조 할 때 유..
▲ 리크leek를 담은 영국 1파운드(£) 동전 정신 없이 바쁘게 살다가 한숨 돌리고 나면 문득 영국에서 먹던 음식들이 그리워집니다. 해먹으면 되지, 하겠지만 재료가 달라 그 맛이 안 나요. 훈제 생선이나 블랙 트리클, 특정 조미료 같은 건 아예 구할 수도 없고요. 채소 중에서는 리크leek가 가장 절실한데 찾아볼 수 없고 유제품은 너무 비쌉니다. 토마토는, 맛은 둘째치고 열만 닿았다 하면 무너져 내리니 수프나 소스가 아닌 요리는 불가능하죠. 더 큰 문제는, 좋은 재료를 구했다 쳐도 미세먼지 때문에 환기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집에서 요리도 마음껏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날로 1인 가구는 늘고 허구한 날 미세먼지 경보가 울려 대니 한국은 앞으로 외식 인구가 지금보다 더 늘겠습니다. ☞ 미세먼지 제대로 알..
그러고 보니, 스마트폰이 그간 참 여러 산업 문 닫게 하거나 힘들게 했구나 싶다. 사진기, 계산기, 가정용 유선 전화기, 휴대용 오디오 기기, 전자 사전, 손목시계, 카 네비게이션... 또 뭐가 있을까? 음악용 속도 측정 기기인 메트로놈? 전자 사전 내가 유학 갈 때만 해도 전자 사전은 유학생의 필수품이었고, 유학 생활 초기에는 정말 어디든지 지니고 다녔다. 영국 간 이듬해에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했고 전자 사전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전자 계산기 수기로 회계 장부 관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제 전자 계산기 사서 쓸 사람이 있을까 싶다. 이공계 사람들, 아직도 계산기 두드리나? 사진기 런던은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이므로 그래도 거리에서 큰 사진기 들고 제대로 사진 찍겠다는 사람들을 꽤 볼 수 있었으나,..
▲ 옥스포드 관광기념품점에서 산 엽서. 묘하게 설득력 있다. 고등학교 때 학교 소풍을 관악산으로 간 적이 있다. 그때 서울대 '샤' 정문을 처음 보았다. 그때 본 정문과 그 뒤로 뻗은 도로 및 산의 모습이 하도 인상적이어서 친구들과 겨울에 캠퍼스 구경을 따로 갔는데 (아이고 다리야, 지하철역이 '서울대입구'라길래 정말 서울대 입구인 줄 알았어.) 거기 아스팔트 바닥에 입시를 앞두고 다음과 같은 글이 붙은 것을 보게 되었다. 서울대 합격하는 법 1. 정답을 고른다. 2. 오답은 피한다. 3. 합격자 명단에 오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언니 오빠들 웃기는구나.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에 유학을 갔더니 옥스포드의 관광기념품점에서는 또 이런 문구가 인쇄된 엽서를 ..
지장본paperback 문고판을 손에 쥐고 읽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책장이 자꾸만 덮이려 해 읽는 내내 손에 힘을 잔뜩 줘야 하니. 그렇다고 독서대를 쓰자니 책상엔 이미 컴퓨터laptop, 모니터, 키보드, 연필꽂이, 부분조명이 올라가 있어 공간이 마땅치 않고, 공간이 있다 해도 독서대 부피가 좀 크냔 말이지. 모니터 들여다보려면 그 덩치 큰 독서대를 어딘가로 또 옮겨야 한다. 그래서 기존 독서대는 중고로 팔아 치우고 투덜투덜 하며 책을 읽고 있는데, 짠. 다쓰베이더가 이런 걸 만들어 주었다. 2천원짜리 다이소 바구니에, 가로지른 막대는 통닭 돌리는 오븐 부속품이다. 바구니에 구멍이 많아 각도 조절 자유자재, 가볍기는 또 엄청 가벼운데다 덩치도 작아 여기저기 옮기기도 편하다. ㅋ 문고판 책 자주..
수퍼마켓의 크리스마스 맞이 레트로 비스킷 틴 2탄. 어우, 정신이 다 버쩍 들지 않습니까. 빨간색 스메그SMEG 냉장고 삘도 좀 나고요. 제가 빨간색 물건을 좋아합니다. 영국에 온 뒤로 빨간색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비 부슬부슬 내리고 해 일찍 지는 늦가을과 겨울의 컴컴하고 을씨년스러운 회색조 런던을 떠올려 보세요. 그런데 거기 갑자기 빨간 2층 버스가 휙 지나가고, 길 가다 빨간 우체통 떡 맞닥뜨리고, 빨간 공중전화 부쓰 앞에 뚝 서게되면, 기분이 금세 좋아지고, 런던이 막 좋아지고, 주머니에 지폐 한 장 없어도 삶이 뭔가 근사한 것 같고 그렇습니다. 제 우산도 그래서 빨간색으로 샀어요. 영국에서 빨간 우산 쓴 한국인 아줌마를 보게 되면 단단이니 붙잡고 알은체해 주세요. 이야, 다이얼과 버튼까지. 손잡이..
백화점이 ☞ 올해의 크리스마스 광고를 내보냄으로써 영국은 이제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영국인들에게 계절감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것 몇 가지가 있는데요, 첼시 플라워 쇼 광고가 그렇고[봄], 윔블던 테니스 대회 광고[여름], 수퍼마켓 선반의 영국 제철 사과[가을], 그리고, 이 존 루이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광고[겨울]가 그렇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영국 청년 짐Jim과 독일 청년 오토Otto가 나오는 수퍼마켓의 ☞ 광고를 소개해 드렸었죠. 2011년 존 루이스 ☞ 광고도 기억에 남습니다. 올해의 존 루이스 크리스마스 광고는 노인들을 위한 자선 단체와 손잡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명절에 노인이 가족 없이 혼자 있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 수퍼마켓들이나 자선 단체들이 음식을 장만해 노인들 ..
한국인 유학생이 영국 남부의 하이 스트리트에 있는 채리티 숍에서 지름 20cm짜리 녹색 르 크루제 주물 냄비를 헐값에 매입해 주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단씨(18)는 현지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붉은 색의 김치찌개나 스튜를 끓이면 잘 어울려 보일 것 같아 오래 전부터 녹색 주물 냄비를 하나 마련하고자 했으나 구리 냄비 사는 데 가산을 탕진해 포기하고 있었다. 뜻밖의 일이라 더 기쁘다. 좋은 일에 쓰고 싶다."며 냄비를 끌어안고 환한 얼굴로 소회를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르 크루제 주물 냄비를 채리티 숍에서 살 수 있다니 신기하다", "르 크루제를 채리티 숍에 갖다 주는 사람도 있구나", "르 크루제로 좋은 일 많이 했으면 좋겠다", "르 크루제 초록색도 괜찮네" 등의 다양한 반응을..
잉글랜드 중북부에 셰필드Sheffield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한때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던 철강 도시였죠. 강철steel 산업의 역사에 획을 긋는 중요한 발명들이 이곳에서 많이 이루어졌었습니다. (강철의 대량생산 기술, 스테인레스 스틸의 발명 등.) 금속 제조에 관한 한 그 역사를 1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 셰필드산 칼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걸 보면 이미 오래 전부터 칼 생산지로 유명했던 모양입니다. 17세기 초가 되면 런던과 함께 영국 커틀러리 생 산의 중심지가 되고, 18, 19세기를 거치면서 셰필드는 영국 산업혁명의 중심지가 됩니다. 지금도 영국인들은 셰필드산 커틀러리들을 최고로 칩니다. 저희 집 부엌칼과 커틀러리 중에도 셰필드산이 많아요. 조리용 칼과 커틀러리뿐 아..
단단은 영국 은도금 커틀러리cutlery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냥 많이도 아니고 정말 많이 갖고 있습니다. 채리티 숍에 가면 이런 것들이 그냥 널브러져 있어요. 식사용 날붙이 24개가 우리돈 만원도 안 하길래 또 집어왔습니다. 참고로, 요즘은 '커틀러리' 하면 식사 때 쓰는 포크, 나이프, 스푼 모두를 뜻하지만 원래는 나이프만 뜻하던 단어였습니다. 미국인들은 '플랫웨어flatware'라고도 부릅니다. 식사용 날붙이류는 커틀러리라 부르고, 그릇류는 '크로커리crockery'라고 부릅니다. 옛 시절엔 밖에서 무언가를 사 먹거나 얻어 먹으려면 자기 나이프를 자기가 따로 가지고 다니며 써야 했습니다. 어디 보자, 24개가 맞나... 스푼들만 따로 모아 봅니다. 왼쪽부터 수프 스푼, 테이블 스푼, 디저트 스푼..
바깥 양반이 바깥에 나갔다 집에 들어오면서 손에 들고 온 겁니다. 미국산 은도금 버터 디쉬입니다. 금속도 경박하지 않고 제법 두툼한데다 속에 유리 라이너까지 제대로 들었습니다. 미국 물건인 줄은 어떻게 아느냐? 세 가지 근거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미국은 버터를 벽돌형이 아닌 긴 막대형으로 만듭니다. 둘째, 미국 실버는 장식의 과함이 꼭 영국 빅토리안 시대 실버를 보는 듯합니다. 셋째, 바닥에 미국 제품이라고 써 있습니다. ㅋ 가장자리의 장식을 따로 만들어 붙였기 때문에 제법 두툼합니다. 이런 류의 버터 디쉬들이 시장에 많이 돌아다니는데요, 얇은 금속판에 그저 프레스로 무늬를 찍어 만든 경박한 것들이 많으니 잘 구별해서 사셔야 합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사진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워요. 사실 때 장식 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