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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찬, 한식의 특징이자 적(敵)
- 일상용품, 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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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 담으러 여의도 갔다가
- 흑인영가 '거기 너 있었는가' (Were You There) (1899)
- 피아노의 날에 내 피아노를 생각하다 World Piano Day
- 아크바 오리엔트 미스테리 (Akbar Orient Mystery) 홍차 마시며 《천일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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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끼는 제자의 결혼식에. 2022년. 결혼식의 달 5월이 되었습니다. '가정의 달'이기도 하지요. 인구 자체도 줄고 결혼하고자 하는 이도 줄어 제자들한테 '어쩌다가' 결혼 청첩장을 받으면 반갑고 제 마음이 다 들뜹니다. 분위기에 맞춰 오늘은 영국인들이 결혼식에 많이 연주하는 성가를 올려 봅니다. 영국에서는 회중이 부르는 비교적 쉬운 가락의 찬송가는 '힘hymn', 훈련된 성가대원들이 부르는 보다 난이도 높은 찬송가는 '앤썸anthem'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국가國歌'나 축구 경기 응원가라고 알고 있는 그 '앤썸'과 같은 단어를 쓰죠. 종교개혁으로 신교가 갈라져 나오기 전에는 같은 형태의 음악을 '모테트motet'라고 불렀습니다. 지금도 이해를 돕기 위해 앤썸을 모테트라고 쓰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

4월 3일 월요일부터 토요일인 8일까지가 개신교에서는 올해의 고난주간입니다. 금요일인 7일이 예수가 십자가에 달렸던 '성금요일'이 되죠. 이를 기념해 이 달에는 잘 알려진 흑인영가spiritual '거기 너 있었는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첫 출판은 1899년에 되었으나[W. E. Barton, Old Plantation Hymns, Boston] 남북전쟁(The Civil War, 1861-65) 이전부터 불렸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1907년의 민요집[F. J. Work, Folk Song of the American Negro]에 현재의 찬송가 형태로 수록돼 미국 테네시 주에서 오랫동안 불리다가, 1940년 미국 개신교 찬송가집에 흑인영가로는 최초로 포함되었고, 한국에서는 에 처음으로 올랐습니다. 현..

▲ 강의실 가는 길에 주운 솔방울. 2023년 봄. 예수 믿기 전에는 점집 뻔질나게 드나들며 마귀 종노릇하던 권여사님. 아직 국민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딸래미 손 잡고 미래를 점쳐 달라며 점쟁이 앞에 데려가 앉혔더니 점쟁이 하는 말이 "이 아이는 무언가 소리 나는 걸 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이야!" 지금 용어로 풀이하면, 넘치는 리비도libido를 주체 못해 패가망신 할 수 있으니 소리 나는 무언가를 시켜 발산할 통로를 마련해 줘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 (점쟁이를 통해 역사하신 오 주님 찬양) 아직 한글도 모를 때였는데 그 길로 곧장 동네 피아노 학원에 등록 당했고, 다행히 내게는 피아노 치는 일이 그 어떤 놀이보다 재미있어 학원 가는 시간을 고대하게 되었다. 국민학교에 입학하고도 피아노 교습은 꾸준히 ..

제 친구 중에 요즘 몸과 마음이 힘든 이가 있어 기운 내라는 뜻에서 신나는 음악과 춤이 담긴 영상을 올려 봅니다.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 상을 받은 영화 《RRR》(2022)의 한 장면입니다. 이웃이나 직장에 인도인이 있거나 인도인과 상거래 혹은 학업을 같이 해야 하는 분들은 이 영화 이야기를 꺼내 보세요. ㅋ 15일간 매일 12시간씩 150명의 춤꾼들과 200명의 영화 관련 일꾼들이 모여 찍은 장면이라고 합니다. 촬영지는, 허허... 놀랍게도 전쟁 일어나기 직전의 우크라이나 키이우Kyiv 대통령 관저 '마린스키 궁'이랍니다. 대학 다닐 때 국악과에서 개설한 '인도음악' 강좌를 듣고 인도음악에 심취한 적이 있습니다. 영상 속 음악과는 달리 매우 진지하면서 관능적인 음악이었지요. 영화를 위해 ..

▲ 조스캥 데 프레의 미사곡 악보. 바티칸 도서관. 대개의 사람들한테는 비발디(1678-1741)나 바흐(1685-1750)로 대표되는 바로크 시대(c.1600-c.1750)까지가 클래식 음악 감상의 최전선이 되지요. 그러나 바로크 이전에도 뛰어난 작곡가는 많았고, 오늘 소개해 드릴 르네상스 시대(c.1400-c.1600)의 프랑코-플레미쉬Franco-Flemish 작곡가 조스캥 데 프레(c.1450-1521)도 그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얼마 전 ☞ 독일 찬송가 글에 영화 《신과 함께 가라Vaya con Dios》 속 음악들을 삽입하면서 시작 부분 수도원에서 울리는 조스캥의 찬송가motet도 함께 소개했었습니다. ['주님만이 홀로 기적을 행하시며Tu solus qui facis mirabilia'(150..

▲ 독일 뤼벤Lübben에 있는 파울-게르하르트 교회Paul-Gerhardt Kirche의 스테인드 글라스 창. 오늘 소개할 찬송가의 작시·작곡가인 게오르크 노이마르크Georg Neumark를 담고 있다. 오늘은 오래된 독일 찬송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독일의 시인이자 작곡가인 게오르크 노이마르크(1621-1681)가 작시·작곡한 곡으로, 찬송가 중에서도 고전에 속해 J. S. 바흐나 멘델스존을 포함한 많은 작곡가들의 작품에 활용되었습니다. 개신교 찬송가집은 노이마르크의 원곡을 수록해 ‘신뢰와 확신’(통일찬송가 341장), ‘소명과 충성’(새찬송가 312장) 찬송으로 분류했으나, 한국 가톨릭 성가집은 J. S. 바흐의 편곡판을 쓰면서 제목을 ‘[127번] 십자가 바라보며’로 붙여 사순절용 찬송가로 분류했..

오늘은 잘 알려진 영시英詩 한 수를 음미하면서 음악을 듣겠습니다. 영국 낭만주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의 시에, 영국 현대 작곡가 존 타브너(John Tavener, 1944-2013)가 곡을 붙였습니다. The Lamb 어린 양 (1789/1982) William Blake 윌리엄 블레이크 Little Lamb, who made thee? 어린 양아, 누가 너를 만들었니? Dost thou know, who made thee? 너는 알고 있니, 누가 너를 만들었는지? Gave thee life, and bid thee feed 네게 생명을 주시고 먹게 해주시고, By the stream and o'er the mead; 강가와 풀밭 위에서 Gave..

어떤 남성이 만일 (짝)사랑하는 여성에게 카톡으로 "하얗게 부서지는 꽃가루가 되어 너의 꽃 위에 앉고 싶어."라든가, "두둥실 떠가는 쪽배를 타고 너의 호수에 머물고 싶어.", "사르르 달콤한 와인이 되어 네 입술에 닿고 싶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면, 그는 나이브 + 올드 패션드 닭살 은유에 놀란 상대 여성으로부터 "오빠, 쫌..." 한숨 섞인 핀잔을 듣거나, 읽씹을 당하든가, 차단을 당할 게 분명하다. 갈무리 화면은 여초 커뮤니티의 조리돌림감으로 딱이다. "네가 만일 나를 떠나면 끝까지 따라갈 거야." 같은 메시지는 경찰서 각이다. 그런데 같은 문구가 노래의 가사가 되었을 때는 우리 모두 한없이 관대해진다. 아래의 시를 노래가락에 얹어 듣는 순간 우리는 더 잘 음미하기 위해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

'라떼는 말이죠' 대중가요 중간에 흐느끼는 듯한 인상적인 일렉 기타 솔로가 들어갔었습니다. 이 기타 솔로들, 지금은 어디로 갔나요. 단단은 날라리 중학생 시절, 기타 소리에 매료돼 공부는 내팽개치고 클래식 기타와 포크 기타와 일렉 기타 치며 돌아다녀 (세 종류 다 있었음) 화난 권여사님이 제 포크 기타 한 대를 부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명문고 갔어요. 그럼 됐죠, 뭐. 날라리 고등학생 시절에는 또 연애질하고 돌아다녀 부모님을 화나게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덜컥 임신할까 봐 걱정하셨는지 금족령도 내려졌고 감시도 당했었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명문대 갔어요. 그럼 됐죠, 뭐. (어, 얄미워.) 1980년대와 90년대 노래들에 삽입되었던 일렉 기타 솔로들 중 어떤 곡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

어젯밤과 오늘 새벽에 달이 참 예뻤잖습니까? 그래서 트위터 실트에도 "달이 너무"가 떴었고요. 다들 손에 쥔 스마트폰이나 집에 있는 사진기로 고군분투 촬영한 것들을 올려 결과물은 시답잖아도 탐스러운 달을 같이 즐기자며 공유했었죠. 저도 밖에 나가 달을 찍었습니다. 작심하고 사진기에 달만 담아 보기는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멀리 있는 콘트라스트 심한 오브제를 허공에 대고 팔 뻗어 담으려니 사진기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질 않아 날도 추운데 한 시간 넘게 씨름하다 낙심하고 집에 돌아와 사진 선생님께 SOS. 제시해 주신 다음의 조건으로 새벽 3시 20분에 다시 나가 여섯 장을 찍어 단 한 장도 망치지 않고 다 건졌습니다. • 캐논 EOS 700D + 캐논 EF 50mm [80m..

가을 분위기에 잘 맞는 차분한 찬송가를 한 곡 걸어 봅니다. 한국의 개신교 찬송가집에 있는 645개 찬송가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상위 10위 안에 드는 곡입니다. 나머지 곡들도 차차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Be Thou My Vision 내 맘의 주여 소망되소서 아일랜드의 시인 댈런 포게일Dallán Forgaill, 530-598의 시를 매리 번Mary Byrne이 1905년 영어로 번역했고 1912년에 엘레너 헐Eleanor Hull이 현재 보는 것과 같은 찬송가 가사로 압축해 다듬었습니다. 이를 아일랜드 민요 선율에 결합시켜 1919년 『아일랜드 찬송가집Irish Church Hymnal』에 수록하고 출판해 미국과 한국에도 전해지게 되었죠. 선율tune에는 아일랜드의 지명인 "슬레인Slane"을..

강의실 가는 길에 노랗게 빨갛게 물든 낙엽들이 많이 떨어져 있길래 가장 예뻐 보이는 것으로 하나 주웠습니다. 느티나무 잎일까요? 그랜드 피아노 속을 들여다보신 적 있는지요. 하프처럼 생겼죠. 중음역과 고음역은 얇은 금속줄 세 개가 모여 한 음을 내고, 저음역은 현 길이를 마냥 늘릴 수 없어 얇은 금속줄 하나에 구리선을 친친 감아 굵게 만들어 낮은 소리를 냅니다. 공간을 아끼기 위해 얇은 줄과 굵은 줄을 두 단으로 나누어 교차시킵니다. 시각적으로도 근사하죠? 토끼 귀felt hammer head 쪽은 또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는지 모릅니다. 대단한 악기예요. 악기의 왕은 피아노라고 늘 생각합니다. (대학 졸업하고 피아노 조율 배워 둠. 집에 장비 다 있음.) 현들이 가하는 엄청난 장력을 견뎌내는 장한..

10월 12일은 '(모든 종류의) 베이스 연주자 안아 주기 날'입니다. 내 주변의 베이스 연주자를 찾아서 꼬옥 안아 주셨나요? 이번 가을에는 베이스가 근사한 음악들을 소개하기로 했었죠. 두 번째 시간입니다. 재즈 베이스 연주법 중에 4분음표(♩)나 8분음표(♪)를 연속으로 사용해 마치 사람이 성큼성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양한 음가duration로 조합된 리듬을 쓰는 게 아니라 한 가지 음가만 연속해서 쓰니 유유자적 흐르거나 머무는 느낌보다는 전진하는 느낌을 주지요. 이를 'walking bass'라고 부릅니다. 워킹 베이스는 (1) 화음chord을 구성하는 음들에 (2) 화음 구성음이 아닌 음non-harmonic tone들을 적당히 섞어 도약과 순차 진행을 골고루 갖춘, 균형 있..

단단이 아끼고 사랑하는 만화 (1975-79)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집에 갖고 있는 여섯 권짜리 '흑백 애장본'에서 오늘의 글 주제에 맞는 백파이프 장면들만 사진기에 담아 봅니다. 여섯 살의 캔디 모습, 한숨 나오게 귀엽죠. 제가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아기나 꼬마를 보면 신비로워서 넋을 놓고 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정교한 미니어처 사람이 다 있죠? 작은데 꼼꼼히 살펴보면 있을 게 다 있어요. 손톱, 발톱, 속눈썹, 머리카락 등이 섬세하게 붙어 있고 심지어 손가락 같이 주름이 있어야 할 곳에 주름도 벌써 다 있어 볼 때마다 많이 놀랍니다. 성인이 돼서 이 만화를 다시 보니 인물들이 다들 동글동글, 앳되고 사랑스럽습니다. 순정만화에서는 길죽하게 뻗은 신체가 기본 설정인데 는 다르죠. 어릴 때 그렇게 멋져..

Who Shall Separate Us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Sir James MacMillan CBE (b 1959) composed for this Service (The Funeral of HM Queen Elizabeth II, 2022. 09. 19.) 엘리자베쓰 2세의 장례 예배를 위해 새로 작곡된 무반주 합창 성가 제임스 맥밀란 작곡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성가대와 왕실 직속The Chapel Royal, St James's Palace 성가대 연합 연주 킹 제임스 성경KJV에서 발췌한 가사 Who shall separate us from the love of Christ? Neither death, nor life, nor angels, nor ..

▣ ▲ Duke's Hall, Royal Academy of Music, London, 2007.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쇼팽의 음악은 감미로워요." 그런가요? 수줍음 많이 타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단단이 마찬가지로 내향적introvert이었던 쇼팽의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것. 아찔한 속도Presto con fuoco, 긴장감 도는 반음계적chromatic 선율, 포르티시모ff 의 강한 음량과 수많은 강세(fz, >), "최대한 격렬하게con più fuoco possibile" 연주하라는 마지막 부분coda. 20대 초반 조용했던 청년의 광기. 헤비 메탈보다도 강렬한 200년 전 음악. 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1849. ▲ 시작하자마자 공..

날이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베이스가 근사한 음악들을 시리즈로 소개해 볼까 합니다. 오늘은 비밥을 걸어 볼게요. 저는 옛날 재즈, 모던 재즈, 현대 재즈, 다 좋아합니다. 뉴올리언즈 재즈와 스윙도 좋아하고, 비밥과 이후의 하드 밥, 쿨·모달 재즈, 라틴 재즈, 프리 재즈, 퓨전도 다 좋아해요. 장르 상관없이 뭐든 그 안에서 '잘 만든 음악'을 좋아합니다. 어느 실력 좋은 베이스 연주자가 비밥의 거장이었던 알토 색소폰 주자 찰리 파커의 에서 베이스 부분만 놓고 비밥에 대해 설명합니다. 요지인즉슨, 옛 거장들의 음악어법은 낡지 않았고 요즘 음악에 그 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져 살아 숨쉬고 있으니 여전히 존경 받아 마땅하다, 뭐 이런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베이스에 집중해 설명하느라 드럼이 빠졌는데, ..

▲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한 美 전략 폭격기 'B-29 수퍼포트리스'. 덕분에 한국은 해방을 맞을 수 있었다. 77년 전 오늘. "1944년 3월부터 일본이 무조건 항복할 때까지 B-29는 수백 회에 걸쳐 일본 본토를 맹폭격하여 66개 주요 도시를 말 그대로 불바다로 만들어 일본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꺾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독일을 불바다로 만들었지만 약 30퍼센트가 격추되었을 만큼 많은 고초를 겪은 B-17과 달리 태평양 전선의 B-29는 호위기의 엄호도 없이 일본본토 구석구석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폭격을 해대었다. 대공포가 도달하지도 못할 고고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느긋하게 폭탄을 퍼부어대는 B-29 편대를 일본은 그냥 뻔히 쳐다보아야만 했다. 일본의 전투기들은 B-29의 비행..

▣ ▲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하틀그림스키르캬Hallgrímskirkja. 2022년 5월. ☞ 더가까이 님의 여행기에서. 나라 이름에 얼음이 들어있는 아이슬란드의 서늘하고 청명한 찬송가를 한 곡 소개해 봅니다. 13세기 중세 아이슬란드의 찬송시hymn에 700년이 지나 아이슬란드 작곡가 쏘르케틀 시퀴르표른손Þorkell Sigurbjörnsson, 1938-2013이 새로 곡을 붙였습니다. 이 아름다운 찬송시에 걸맞는 곡조가 없음을 안타까워한 작곡가가 어느 날 '영감'을 받아 하루도 안 걸려 선율과 화음을 지어 붙였다고 하죠. 대개의 찬송가가 그렇듯 가사 첫 줄'Heyr himna smiður'이 곡 제목이 됩니다. 3절로 되어 있으며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맨 앞 열은 중세 아이슬란드어, 두 ..

좋아하는 노래의 좋아하는 연주 세 가지. 봄의 끝 5월의 마지막 날에. When I Fall In Love Edward Heyman (lyrics) · Victor Young (music) When I fall in love it will be forever Or I'll never fall in love In a restless world like this is Love is ended before it's begun And too many moonlight kisses Seem to cool in the warmth of the sun When I give my heart it will be completely Or I'll never give my heart And the moment I can f..

오늘은 긴 설명 없이 음악만 들려 드릴게요. 단단은 20대 때 몽마르트에 가 봤어요.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1866-1925)의 (1897?)를 들으면 그때가 생각 나요. 몽마르트를 배경으로 한 사랑스런 영화 (2001)도 떠오르고요. ▲ 사티를 포함, 당대 파리의 예술가들과 문인들이 사랑했던 몽마르트의 캬바레. ▲ 몽마르트에 하숙하면서 캬바레 피아노 연주로 생계를 꾸려나갔던 사티. 도 캬바레를 위한 작품. ▲ 오케스트라 편곡에 조수미가 노래(2008). 원곡은 피아노 반주. ▲ 가사가... 야해요. ▲ 작곡가 자신이 편곡한 피아노 독주 버전. 단단은 관광지 길거리에서 피아노를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이 곡을 연주해 주곤 했어요.

▲ 영국 강의실의 피아노. 2016년 런던. 피아노 관련 산업과 학문에 종사하는 이들은 피아노의 88개 건반 수를 따서 그 해의 88번째 되는 날을 '피아노의 날'로 기념합니다. 재미있는 발상이죠? 2월의 날수가 유동적이어서 달라질 수 있는데, 올해는 3월 29일입니다. 피아노가 처음 발명된 1700년경부터 건반 수가 88개였던 건 아니고 차츰 늘어나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의 가청주파수 범위가 대략 20-20,000Hz라고 하니 건반 수가 지금보다 더 많아도 되지만, 연주자가 악기 정중앙에 앉아 편하게 팔을 뻗을 수 있으려면 건반 수를 마냥 늘릴 수 없겠지요. [건반상의 최저음 A0 27.5Hz - 최고음 C8 4,186.009Hz] ▲ 1839년경의 리스트(1811-1886). 피아노라는 악기의 표..

오늘은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의 603개 가곡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슈베르트는 조물주가 인간에게 노래 선물을 주기 위해 특별 설계해 지구에 데려다 놓은, 신과 인간 사이에 낀 신비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주는 바리톤을 위해 두 단계whole tone 내린 조성이 아닌 반드시 오리지날 테너용 조성E-flat major key이어야 하고, 곡 쓸 당시의 슈베르트 나이(26세)를 연상케 하는 고운 청년의 음색이면 좋겠습니다. 슈베르트의 가곡에서는 반주가 중요해 피아노 음형figure이 전체적인 시상과 곡의 분위기를 그리는 동시에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을 훌륭히 포착해 냅니다. 시..

2022년 2월 22일 22시 22분 22초를 기념하여 무슨 글을 쓸까 궁리하다가 블친 더가까이 님의 '아카펠라'(a cappella, 무반주 중창·합창) 글을 읽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걸어 봅니다. 재즈, 흑인영가spiritual, 가스펠, 알앤비서부터 팝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르를 선보이는 미국의 6인조 아카펠라 그룹 가 1988년 젊은 시절에 발매했던 데뷰 음반의 수록곡을 나이 들어 다시 불렀습니다. 유튜브에서 아래의 영상을 발견하고는 감개무량해했었죠. 젊어 한껏 기량을 뽐내던 이들이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와 수염을 하고는 음고pitch, key도 두 단계semitone나 내리고 현란한 조바꿈modulation도 자제한 채 힘을 빼고 한결 여유롭게 연주합니다. 아아, 저는 이 연주가 훨씬 좋네요. ..

새해가 밝았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또 맛있는 한 해를 보내시길 빕니다. 2022년이라니요. 2020년부터는 'sci-fi'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올해 태어난 아이는 대학 2041학번이 된다면서요? 춤추는 지구인의 모습을 보면서 또 힘차게 한 해를 열어 봅니다. 1977년에 개봉한 입니다. 존 트라볼타 옹께 저런 시절이 다 있었다니, 볼 때마다 감탄합니다. 이 영화 덕에 음지에서 즐기던 디스코가 세상 밖으로 나와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하죠. 이후 지나친 상업화로 비판도 받고 쇠퇴하기도 했지만 이 장르의 아이디어가 세대를 거치면서 꾸준히 차용되는 것을 봅니다. 작년 BTS 신곡에도 디스코가 있었죠. 저는 디스코가 막 흥할 때는 미취학 꼬마였으니 디스코 세대라고는 할 수..

해피 크리스마스! 성탄절을 맞아 단단이 역대 프랑스 작곡가 중 으뜸이라 여기는 페로탱(Pérotin, 1200년경 활약)의 음악 두 곡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좋아하는 곡이라서 소개는 하고 싶은데 성탄절이 올 때까지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중세의 문명 전달자이자 인간 복사기였던 수도사들이 필사한 시편 98편 일부입니다. (고마운 분들이에요. 다들 천국에 가셨기를.) 지금 들으시는 음악의 가사는 구약성경의 시편 98편 앞부분에서 따왔습니다. (Viderunt omnes) [시편 98편의 3절, 4절, 2절을 발췌해 엮음] 오리지날 라틴어 가사 Vīdērunt omnēs fīnēs terræ salūtāre Deī nostrī. Jubilāte Deō, omnis terra. Notum fēcit Dominu..

길을 가는데 내 머리 위에 잠깐 내려앉았다 떨어진 잎. 와아, 이렇게 큰 낙엽이. (커다란 잎을 머리에 얹어 봤다고 흥분한 단단.) 알새우칩, 와사비칩, 카레칩. 바작바작 와삭와삭. (낙엽 보고도 식욕이 돋다니 큰일이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해 봅니다. 지난 가을을 돌아보며 1400년대에 작곡된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한 곡 걸었습니다. 당대 유럽 최고 인기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었던 벨기에 출신의 지일 방슈와(Gilles Binchois, c. 1400-1460)가 쓴 롱도(rondeau)입니다. 롱도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불렸던 'ABaAabAB'의 형식의 유행가(chanson)를 뜻하는데, 같은 음악에 같은 가사를 쓸 때는 대문자로, 같은 음악에 다른 가사를 쓸 때는 소문자를 써서 ..

수업 시간에 미니말 음악을 다루는데 학생들이 대중음악에서의 짧은 장식악구 반복(riff)과 예술음악에서의 고집악구(ostinato, ground bass 등)를 미니말 음악과 헷갈려 합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음악을 비교해 들려 주다가 영국 록 밴드 의 음악도 들려 주게 되었죠. 음악에 붙은 영상이 인상적이어서 여러분께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미니말 음악을 영어로는 'minimal music', 'minimalism music', 'minimalist music', 셋 다 써서 표현합니다. 미술 쪽에서 먼저 쓰던 용어를 영국 작곡가 마이클 나이만Michael Nyman이 음악 분야에 처음으로 가져다 쓰면서 학술 용어로 굳어졌습니다.) 걸어 드린 영상은 오리지날 뮤직 비디오가 아니라 독일인 영상 작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