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고기를 잘 안 먹고 내 손으로 생고기를 사는 일은 더더욱 없는 단단에게 지난 명절, 5kg짜리 호주산 냉동 소갈비가 선물로 들어왔습니다. (꽈당)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그런데 남한테 주려고 보니, 헉, 값이 무려 154,000원이나 하는 겁니다. (→ 고기를 안 사봐서 고깃값 잘 모름.) 내 돈으로는 사기 힘든 비싼 식재료를 앞에 놓고 전전긍긍, '내공 증진'을 위해 이참에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갈비찜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신혼 때 "우리 엄마표 맛있는 소고기 장조림 해줄게" 큰소리쳤다가 끝없이 빠지는 핏물 보고 꼬르륵, 식음 전폐 드러눕고는 6년 넘게 채식주의자로 살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고기 전처리를 다쓰베이더가 하기로 했습니다. 고기 준비하는 김에, 기왕 하는 거 채소 ..
작년에 영국산 아티잔artisan 버터를 선물 받았었습니다. 기웃이: (휘둥그레) 버터를 선물로 주고받아요? 네, 제가 버터 좋아하는 걸 지인들에게 소문 내서 그래요. 중학생 시절에는 학교에 버터 조각을 싸 갖고 가 쉬는 시간에 빨아먹기도 한 버터 성애자입니다. (꽈당) 저를 변태로 기억하는 친구들 많을 거예요. 사진에 있는 것을 두 팩이나 선물 받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아티잔 가염 버터인데, 영국인들은 버터를 워낙 많이 써서 이런 식의 소량 개별 포장된 고가의 버터는 가정집에서 여간해서 구매하지를 않습니다. 유제품이 펑펑 나는 나라라서 벽돌 형태의 싼 버터들도 질 좋고 맛있거든요. 그래서 수퍼마켓에서는 보기 힘들고 푸디들을 위한 아티잔 식료품점이나 호텔 등에서나 볼 수 있죠. 하여간 영국에..
[jamieoliver.com]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손님 초대해 파티 하실 분들을 위해 제가 세상에서 가장 만들기 쉬운 디저트, 영국의 레몬 포싯lemon posset을 손님상에 내보시라고 권하려 했습니다. 재료가 레몬, 생크림, 설탕, 세 가지만 필요하고 정말 금방 만드는데 맛은 기똥차거든요. ☞ [영국음식] 레몬 포싯 만들기 그런데, 평소 마트에서 항상 볼 수 있었던 생크림을 몇 주 전부터 도통 볼 수가 없는 겁니다. 마트에 갈 때마다 번번이 허탕을 쳤죠. 의아하게 여기고 있던 차, 어제 뉴스에서 케이크를 사기 위해 제과점 앞에 긴 줄 선 인파를 보고는 '참, 크리스마스지. 제과점들 케이크 만드는 데 생크림이 전부 동원됐겠구나.' 깨달았습니다. 고로, 계획을 바꿔 더 쉬운 디저트로 소개합니다. 아..
[How curry from India conquered Britain | Edible Histories Episode 6 | BBC Ideas] BBC가 영국인들의 커리 취식 역사에 관해 짧지만 잘 만든 영상을 올렸길래 본문에 심고 자막도 옮겨 적어봅니다. [재생 시간 3분 15초] 영상 따라가면서 타자 치느라 힘들었는데, 젠장, 다 적고 보니 영상 옆에 자막이 따로 정리돼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또 흥신소 시켜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뒷조사를 해봤더니 다들 영어 문서 정도는 문제없이 이해할 수 있는 분들이었어요. 고로, 번역은 하지 않겠습니다. A Brief History of Curry 'Going for an Indian' or 'having a curry' is almost as stereo..
영국의 클래식 티타임 케이크 중 만들기 가장 쉬우면서 유명한 것으로 '빅토리아 샌드위치 케이크'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도 영국에 있을 때 자주 구웠던 케이크죠. 빅토리아 여왕[재위 1837-1901]이 티타임에 즐겨 먹던 케이크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름에 '샌드위치'가 들어 있으니 짐작하시겠지만 케이크 쉬트sheet 두 장을 각각 구워 겹쳐 쌓습니다. 그래서 이런 특별한 쌍둥이 베이킹 틴이 필요합니다. 굽혀 나온 것을 완전히 식힌 후 불룩 솟은 윗부분이 접시에 닿도록 뒤집어서 놓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딸기잼이나 라즈베리잼 중 자기 취향에 맞는 것을 '듬뿍' 바릅니다. 빅토리아 여왕 시절의 원형은 딸기잼을 썼으나 저처럼 과일 산미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즈베리잼을 쓰기도 합니다. 어쨌든 하얀 크..
1962년. 영국의 한 제과 회사가 민트 오일로 맛을 낸 퐁당(fondant, 설탕, 물, 유지, 젤라틴 등을 써서 만든 과자)에 다크 쵸콜렛을 입혀 당시로서는 나름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당과를 출시합니다. 집집마다 디너 파티 때 입가심용으로 활용하라는 뜻에서 'After Eight'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과연 1960년대와 70년대 가정집 디너 파티에 이걸 내는 게 대유행을 했습니다. 이후 이 제품은 'Mint Chocolate Thins'의 대명사가 되어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으며, 1988년 거대 다국적 식품 회사 네슬레가 사 들여 지금은 네슬레 상표를 달고 나옵니다. 평소에는 종이 상자에 담아 유통시키지만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되면 잠깐 동안 깡통tin에 담아 '특별판'을 출시합니다. 귀국 전에 ..
감귤류citrus로 만든 잼인 '마말레이드'를 아시나요? 마말레이드 좋아하시는 분? 저요. 이 마말레이드가 참 재미있는 게요, 원료인 써빌 오렌지Seville orange는 스페인산인데 조리법은 스페인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영국이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영국음식으로 분류가 되죠. 영국은 전세계를 휘젓고 다니던 습관이 있어 자기네 땅에서 나지 않는 재료로도 자국 음식을 창조해 먹는 재주가 있습니다. 영국 땅에서는 감귤류가 나지 않아 전량 수입해야 합니다. 대신 사과와 베리류는 잘돼 제가 늘 신은 공평하다고 말합니다. 써빌 오렌지가 잘되려면 여름이 뜨겁고 겨울이 차야 합니다. 겨울이 차지 않으면 써빌 오렌지의 외피가 주황색으로 예쁘게 물들질 않고 녹색으로 남습니다. 크리스마스 전 수확하기 직전에 비가 잠깐 내..
채식주의자도 잡식주의자도 한마음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영국식 버섯대파치즈 토스트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이 재료들 사러 에 갑니다. 우선 밤양송이 버섯chestnut mushroom, brown mushroom 400g짜리 손수레에 담으시고요, (버섯을 익히면 '애걔?' 한 줌 되는 거 잘 아시죠? 가기 힘드니 간 김에 많이 사 오세요. 저는 항상 두 꾸러미씩 사 옵니다.) 손질한 대파도 500g짜리 두 개 한 묶음 사 오시고요, (영국에서는 리크leek를 썼었습니다. 둘 다 똑같이 맛있습니다.) ▣ 빈티지 체다 500g짜리도 한 덩이 집어오세요. 양이 많은 것 같아도 체다는 조미료와 소스로 풍풍 사용할 수 있으니 걱정 말고 담으세요. 쓰고 남은 건 치즈갈이로 갈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됩니다. 냉동..
▣ ▲ 수퍼마켓의 2021년 크리스마스용 쵸콜렛 코인 무스 케이크.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구석구석 관찰해 보세요.) ▲ 제품 소개. 10인분짜리 럭셔리 쵸콜렛 무스 케이크가 고작 20파운드. 영국인들 체감 환율로는 약 2만원. 'Hesto from Waitrose - The Giant Cracking Penny' 성분: milk chocolate (26%) (sugar, cocoa butter, whole milk powder, cocoa mass, skimmed milk powder, flavouring, emulsifier (soya lecithin), spices), dark chocolate (26%) (sugar, cocoa butter, emulsifier (soya lecithin)..
제가 현재 치과 진료를 받고 있어서 이 좋은 파티 철에 음식을 잘 못 먹습니다. (꽈당) 영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 사진이나 올리면서 침 흘려 봅니다. 수퍼마켓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내놓았던 '포크 스터핑' 변주 제품인데요, 오븐용 두툼한 도기 그릇에 제대로 담겨 있길래 그릇이 탐나서 집어왔었습니다. 집고 보니 유통기한 다 됐다고 대폭 할인. 꺄. 이러면 더 신나죠. 그릇 값도 안 되겠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양념 소세지 고기 위에 처트니를 한 층 깔고 반건조 살구와 당절임 크랜베리를 얹었네요. 크리스마스 기분 제대로 났었죠. 오븐에 구우면 새콤달콤한 처트니 층이 고기에 스며들어 맛을 더하고 윤을 내는 겁니다. 180˚C 팬 오븐에 55분 굽고 난 뒤. 크으. 반짝반짝. 일반 포크 스터핑도 맛있는..
가 글쎄 파티 시즌을 맞아 만들기 까다로운 비프 웰링턴을 냉장 레디 밀ready meal 형태로 다 팝니다. 한국에서 비프 웰링턴 레디 밀을 다 보다니, 허허,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이미 내고들 있었지만요. 영국에서도 가정집에서 이거 만들어 내면 다들 폭풍감동합니다. 영국은 한국보다 고기값이 싸긴 하지만 어쨌거나 귀한 부위이니 재료비를 꽤 들여야 하고, 솜씨도 좋아야 하고, 시간과 정성도 많이 들여야 하거든요. 이렇게 포장돼서 온답니다. 붓으로 표면에 달걀 노른자 칠을 해준 뒤 오븐에 넣어 굽기만 하면 그날의 메인 디쉬 완료. (에어 프라이어에 구우면 안 됩니다!) 것은 맛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우마미 짙은 쇠고기와 버섯에 향초와 향신채, 버터 듬뿍 쓴 퍼프 페이스트리를 쓰..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답게 보내기 위한 조건 1. 밖에 나가 어딘가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아무리 못해도 한 번은 꼭 봐야 한다. 2. 크리스마스 음악이 있어야 한다. 3. 크리스마스 식품을 뭐라도 먹어줘야 한다. 음료도 OK. 4. 값싼 것이라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어야 한다. 내가 나한테 해도 OK. 흐음... 제 생각인데, 어떻습니까, 동의하십니까? 추가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1. 잘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스틸튼 치즈 사러 갔다가 봤고요, 권여사님 댁에 가서도 봤고요, 비록 사진상이지만 멋쟁이 대학 선배 블로그에 가서 손수 꾸민 걸로도 봤고요, 2. 크리스마스 음악은 장문의 글과 함께 여러분께도 소개해드렸고요, 3. 크리스마스 치즈와 비스킷과 음료도 챙겨 먹었고요..
영국의 비스킷 장르 중에 투명해진 당절임 생강을 넣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당절임 생강을 '스템 진저'라고 하는데, 생강가루를 넣은 전통 비스킷은 동네마다 자기들 판이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스템 진저를 넣은 것들은 좀 더 고급으로 쳐주고 값도 더 나갑니다. 대개는 생강맛을 물씬 내기 위해 생강가루와 스템 진저를 같이 쓰죠. 스템 진저도 두 가지 타입이 있어 케이크와 푸딩에는 시럽에 담긴 것을 쓰고, 비스킷에는 물기 없는 것을 씁니다. 식감이 다릅니다. 비스킷용은 찐득이며 치아에 들러붙습니다. 사진에 있는 것은 한국에도 들어와 있는 의 스템 진저 비스킷입니다. 그런데 스템 진저 비스킷도 (1) 쇼트브레드 타입, (2) 딱딱한 진저 스냅 타입, (3) 일반 비스킷 타입으로 또 나뉩니다. 사진에 있는 것은 깨..
후우... (예쁜 걸 보면 한숨 쉬는 버릇이 있음.) ▲ 입당송introit을 부르며 입장하는 소년 성가대원들. 다쓰베이더의 사촌 누이께서 농사 지어 보내주신 자두를 7월 한달 동안 맛있게 먹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천도복숭아를 한 상자 보내셨는데, 날이 가물어서 그럴까요? 올해는 자두도, 천도복숭아도, 예년보다 맛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대신 요즘 나오는 오이는 무지 쓰더군요. 잉크를 먹는 듯하니 당분간은 오이를 사지 말고 기다려야겠습니다. 배송중에 상처 난 과일은 잘 손질해 잼으로 만듭니다. 매년 과일을 보내주시니 잼 만들기는 이제 연례 행사가 되었습니다. 잼과 피클 만들기 취미가 있는 다쓰베이더가 귀국해서도 취미를 버리지 않고(휴~) 여러 과일들로 잼을 만들곤 하는데, 솜씨가 제법 좋아 어느 잼이든 다 ..
적금이 만기가 되어 필요한 물품들을 이것저것 사 들이는 중입니다. 수비드 기계가 널리 보급되면서 값이 내려 이제는 가정집에서도 살 만해졌네요. 요리에 관심 많은 젊은이들이 늘어 앞으로는 혼수에 수비드 기계도 포함되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대개는 고기 잘 먹겠다고 수비드 기계를 들이죠. 고기 잘 안 먹는 다쓰 부처는 채소와 생선을 잘 먹어 보겠다며 주먹 불끈 쥐고 들였습니다. ㅋ 그간 온도계 꽂아 가며 저온(50˚C)의 올리브유 냄비에 꽁피confit하듯 연어를 익혔었는데,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어서 맘 편하고 몸 편하려고 샀어요. 기대가 됩니다. ■ ▲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menthal의 수비드 가정식. 연어를 소량의 올리브유와 함께 진공sous-vide 포장해 50˚C 수조water ba..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여러분, 연휴를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저는 본가도 시가도 가지 않고 집에 콕 처박혀 실컷 자고 실컷 먹고 있습니다. 단 며칠이라도 '멍 때리며' 쉴 수 있으니 제겐 단비 같은 연휴입니다. 명절 두 번 중 한 번은 늘 이렇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직소 퍼즐 사 둔 게 몹시 궁금해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그래서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에 맞춰 보았는데, 꺄오, 어찌나 아기자기하고 복잡한지 맞춰 본 역대 직소 퍼즐 중에서는 이게 젤루 재밌었습니다. >_< 직소 퍼즐을 맞출 때는 대개 직선을 품고 있는 가장자리 조각들 먼저 골라내 테두리부터 맞춘 뒤 안을 채워 가잖아요? 저는 머리를 좀 더 괴롭히려고 아무 조각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들어 맞췄는데, 이렇게 하면 시간이 많..
오랜만에 글 씁니다. 오늘 글도 깁니다. 이번에는 다들 좋아하시는 감자칩 한 봉지, 아니, 두 봉지 갖고 오셔서 컴퓨터 앞에 앉으세요. 크롬Chrome 화면으로 보시면 더 좋습니다. ▲ 윌리엄과 케이트의 결혼식 다음날 집에서 즐겼던 영국 , 같은 두껍고 단단한 질감의 'hand-cooked' 고급 제품 브랜드를 속속 생기게 자극했다는 것.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브랜드별 이야기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사 일반 감자칩 제품군 영국의 감자칩 시장 점유율 1위인 의 감자칩들입니다. 영국에서는 감자칩 30-40g을 1인분으로 잡습니다. 펍pub에 가면 돈 없는 대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이런 소포장 감자칩 한 봉지 앞에 놓고 술 마시고 있는 장면을 수두룩 볼 수 있습니다. 안주도 없이 깡술 마시는 사람도 ..
(지난 3월 8일에 써 두었던 글을 까먹고 있다가 이제야 공개합니다. 풋마늘 철 지난 지 한참 됐죠. 뒷북도 이런 뒷북이.) ▲ 마트에서 지난 2월 말에 발견한 풋마늘. 저는 남들 다 아는 풋마늘을 귀국한 뒤 ☞ 우육면 글 쓰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닥터 드레 님이 덧글로 알려 주셨죠. 보라색 밑동 부분이 마늘로 발달하기 전 파릇파릇한 잎 상태일 때가 풋마늘이라는데, 마늘, 마늘종, 산마늘(명이나물)은 알고 있었어도 풋마늘은 올해 처음 보고 처음 사 봤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도 집에서 풋마늘은 먹어 본 적이 없는데[서울], 다쓰베이더한테 물어 보니 자기도 어릴 때 집에서 풋마늘 먹어 본 기억이 없다네요[경북]. 마늘은 1년 내내 볼 수 있지만 풋마늘은 특정 시기에만 잠깐 볼 수 있어 기억이 더 안 나는..
집에서 베이킹 좀 하시는 분들은 오븐 온도계 하나만 믿지 않고 온도계를 하나 더 써서 온도를 확인하시잖아요? 그런데 두 온도계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엔 어느 놈을 믿어야 합니까? 저희 집 오븐도 별도로 넣은 온도계와 온도 차가 많이 납니다. 저는 어떻게 해결했냐면요, 물이 100˚C에서 끓는다는 점을 이용해 별도의 온도계를 냄비에 넣고 물과 함께 끓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과격하죠. 망가지면 까짓거 또 사면 되죠. 우오오오, 맹렬히 끓습니다! 한참 끓을 때 냄비를 불에서 떼어 온도계를 들여다보니 정확하게 100˚C! 고로, 이 온도계가 정확하고 오븐이 30˚C 높은 것으로 판명! 땅땅땅 앞으로는 오븐을 30˚C 낮춰서 맞춰야겠습니다. 온도계 속에 스며 들어간 물은 어쩌냐고욤? 적당히 뺀 뒤 오븐에 넣어 ..
집에서 7,8분 거리에 규모 큰 식료품점이 있습니다. 같이 구경해 보시죠. 지하로 들어가면 한 쪽에는 유럽 와인이, 맞은편에는 미대륙 와인과 청주·소주 같은 동아시아 술, 그리고 위스키가 있고, 중앙에는 미니어춰 술과 도수 센 술, 그리고 향 나는 증류주가 있습니다. 키르쉬Kirsch 보고 반가워서 한 병 샀습니다. 선택지가 많지는 않아요. 물로 희석해 도수를 낮춘 저렴한 것 두 개만 있었습니다. 술 종류에 맞는 각종 잔들. 진열만 근사하게 해놓고 관리는 안 해서 잔마다 먼지가 뽀얗습니다. ㅋ 별도로 세심하게 보관중인 고가의 와인들. 바로 마실 수 있도록 냉장 보관중인 술들. 영국음식에도 술이 자주 쓰이는데요, 적·백 와인, 강화 와인인 포트port, 에일ale, 사과주인 싸이더cider, 버머쓰verm..
▲ 영국에 있을 때 즐겨 해먹던 스위트콘 수프. 사골국물이 따로 없네그랴. 한국의 국도 맛있고, 서양의 수프들도 맛있고. 여러 식문화의 맛을 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죠. 영국 클래식 수프 중에 ☞ 리크와 감자를 써서 만드는 수프가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에 스위트콘을 추가해 변주를 준 것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고든 램지 요리책에서 봤습니다. 금방 완성되는 달고 고소한 수프입니다. 단단은 유제품 들어간 수프를 좋아해 영국 살 동안 행복했습니다. ☞ 브로콜리 스틸튼 수프 ☞ 콜리플라워 체다 수프 ☞ 크리미 머쉬룸 수프 ☞ 훈제 대구 수프, 컬런 스킹크 지난 2017년 11월, 마트에 갔다가 좋아하는 식재료인 리크를 발견했습니다. 흥분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으며 꺅꺅 날뛰다가 '오늘은 해야 할 요리가 ..
"영국에서 보던 꽃들 많이 그립지? 옛다." 귀국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권여사님이 단단을 불러 느닷없이 그릇 수십 장을 하사하셨습니다. 여러분. 그릇 '여러 장'도 아니고 그릇 '수십 장'입니다. 단어에 유의하십시오. 수십 장. 우왕ㅋ굳ㅋ >_
▲ 잼 만들기 위해 준비중. 2017년. 루바브rhubarb, 블러쉬 오렌지 과육과 껍질. 영롱하게 반짝이는 잼. 예쁜 병에 담긴 시판 잼 보는 것도 기분 좋은데 내 손으로 만든 잼 보는 건 얼마나 행복할까요? 각국의 유서 깊은 잼 회사들이 내놓는 훌륭한 잼들을 이제는 한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집 잼'이 주는 기쁨은 따라갈 수가 없죠. 부지런한 초록손이들은 심지어 자기 집 정원에서 수확한 과일로 잼을 만들기도 하는데, 올망졸망 다 다른 모양의 병에 나누어 담은 뒤 뚜껑 닫아 날짜와 이름표 붙이고 바라볼 때의 그 뿌듯함. 구경하는 사람도 다 뿌듯. 영국 살 때 다쓰 부처도 잼, 콤포트, 처트니, 케첩 등을 제법 만들어 쟁였었습니다. 아이스크림처럼 잼도 집에서 손수 만들면 수퍼마켓에서는..
▲ 토스터에 구운 뒤 버터를 바른 크럼핏. 자태도, 맛도, 향도, 식감도 예술. 오늘은 구멍 송송 뚫린 재미있는 모양의 영국 빵 '크럼핏'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티타임 트릿teatime treat'으로도 좋고 간단한 아침 식사로도 좋아요. 만일 상온에 두어 부드러워진 버터의 '소울 메이트'를 꼽으라면? 저는 이 크럼핏을 꼽겠습니다. 사진 좀 보세요. 토스터로 갓 구운 크럼핏에 버터를 바르면 버터가 사르르 녹아 구멍 속으로 쏙쏙 들어가 박히는데, 한 입 깨물 때마다 표면 바삭, 속살 찐득+폭신, 버터 찌익. 크으... 그런데, ☞ 잉글리쉬 머핀과 크럼핏을 헷갈려하는 분들이 많아요. 둘을 나란히 놓고 보신 적이 없어 그런 것 같은데, 같이 놓고 보면 대번 차이를 느끼실 겁니다. 둘은 반죽, 맛, 향, 표..
▲ 오븐에 구운 수퍼마켓의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 냉장 간편식ready meal. 겨울이라서 제가 영국의 '컴포트 푸드'들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영국에 살 동안 쌀쌀한 날에는 ☞ 라이스 푸딩, ☞ 스티키 토피 푸딩, 브레드 푸딩, 밀크티와 ☞ 쇼트브레드, 애플 파이 중 하나를 먹으며 추위를 이겨내곤 했습니다. 영국은 한국보다 한참 덜 추운 나라이지만 온돌이 없고 PVC 재질이 아닌 나무로 멋부린 창호들이 많아 창 틈으로 찬 공기가 쓩쓩, 심적으로는 더 춥게 느껴져요. 한국인들이 젯상에 올리고 남은 나물들로 비빔밥 해먹고, 남은 밥으로 각종 볶음밥 만들어 먹듯, 빵이나 감자를 주식으로 삼는 국가들도 남은 것들로 이것저것 재미있는 음식들을 해먹곤 합니다. 남은 재료들로 해먹는 음식치고 맛없는 거 내 못 ..
먼저, 영혼까지 위로하는 뜨거운 ☞ 스티키 토피 푸딩 사진들을 보십시오. ▲ 아니, 미국인들아, 스티키 토피 푸딩은 이렇게 차갑게 서빙하면 안 돼! 깍쟁이 같은 생과일은 또 웬 말이야. ▲ 나이젤라는 영국인이라서 확실히 자국 음식에 대한 이해가 있고만. 단맛은 깊고 풍부한 맛의 다크 머스코바도 슈가와 블랙 트리클black treacle을 쓰는 게 좋다. 저 위 영상처럼 바닥이 분리되는 'springform cake tin'을 쓰지 말고 이런 두툼한 도기 오븐 용기를 쓰자. ▲ 1인용으로 나온 제품들을 사다 데워 먹어보았는데 맛이 다인용 큼직한 것에서 덜어 먹는 것만 못하다. ▲ 수퍼마켓의 고급 스티키 토피 푸딩. 사 먹어본 것들 중에서는 이 제품을 가장 좋아했다. 스티키 토피 푸딩 성분: Muscovad..
▲ '저탄고지족lchf dieter'들을 위한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2인분. 동그랗고 까만 것이 바로 블랙 푸딩. ▲ 수퍼마켓에서 사 온 말굽 모양의 잉글랜드 버리Bury 블랙 푸딩. 전통 형태다. ▲ 이 말굽 모양의 블랙 푸딩은 첫 사진에 있는 것처럼 동전 모양으로 납작납작 썰지 않고 이렇게 말굽 모양을 살려 반으로 갈라 잉글리쉬 머스타드를 발라 먹는다. ▲ 아예 두께 1cm 정도로 썰어서 파는 지름 큰 것들도 있다. 칼질 필요없이 바로 요리에 쓸 수 있어 편하다. (사진을 누르면 큰 사진이 뜨니 포장에 쓰인 성분과 영양정보, 광고 문구들을 찬찬히 읽어 보세요.) ▲ 포장에서 꺼낸 블랙 푸딩. 하얗게 박힌 것들은 귀리, 보리, 돼지 지방, 양파, 돼지 껍질. 잉글리쉬들은 저렇게 흰 부재료가 살라미처럼..
▲ 타마린드tamarind 오늘은 '브라운 소스'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영국 소스 중 갈색 나는 소스는 많습니다. 무엇이 소스를 갈색 나게 만드는 걸까요? ① 얼마 전에 소개해 드린 ☞ 대추야자 열매나 타마린드[위 사진]처럼 재료 자체가 갈색을 띠어 결과물인 소스가 갈색이 되는 경우 ② 양파나 버섯 등 밝은 색 나는 재료들이 오래 볶여 갈색으로 변색되는 경우 ③ 갈색 기운이 희미하게 있는 소스를 한참 졸여reduction 농축시켰을 때 짙은 갈색이 나는 경우 등이 있지요. 프랑스인이 생각하는 브라운 소스와 영국인이 생각하는 브라운 소스가 좀 다릅니다. 프랑스인들은 '브라운 소스' 하면 아마 육수에 미르프와(mirepoix, 양파, 당근, 셀러리 다진 것)와 부케 가르니(bouquet garni,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