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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단 단 2020. 7. 1. 23:17

 

 

 

 

수업 시간에 미니말 음악을 다루는데 학생들이 대중음악에서의 짧은 장식악구 반복(riff)과 예술음악에서의 고집악구(ostinato, ground bass 등)를 미니말 음악과 헷갈려 합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음악을 비교해 들려 주다가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음악도 들려 주게 되었죠. 음악에 붙은 영상이 인상적이어서 여러분께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미니말 음악을 영어로는 'minimal music', 'minimalism music', 'minimalist music', 셋 다 써서 표현합니다. 미술 쪽에서 먼저 쓰던 용어를 영국 작곡가 마이클 나이만Michael Nyman이 음악 분야에 처음으로 가져다 쓰면서 학술 용어로 굳어졌습니다.) 


걸어 드린 영상은 오리지날 뮤직 비디오가 아니라 독일인 영상 작가의 단편을 누군가가 <라디오헤드>의 음악과 합친 겁니다. 음악과 영상이 하도 잘 어울려 저는 오리지날 뮤직 비디오인 줄 알았습니다. 누군지 몰라도 참 감각 있는 분이죠. 영상은 확실한 미니말리즘이고, 음악은 반복이 주된 기법이긴 하나 미니말리즘이라 부르기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라...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영상인데, 

영상 속 주인공의 'right place'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저는 이제 한국인 평균수명의 반을 넘긴 나이를 살고 있지만 아직도 어떻게 사는 게 제 인생의 'right place'인지 모릅니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고, 더 좋아질 수도 있고, 고만고만하게 현상 유지를 하다가 생을 마칠 수도 있겠죠.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몰라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지겨울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반복되는 날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언제, 어디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인생은 미니말 음악과 닮았습니다.

 

30대 때만 해도 나이를 열 살만 되돌릴 수 있다면 더 나은 선택들을 해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을 텐데, 하며 자주 회한에 젖곤 했는데요,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여어여 주어진 천명을 채우고 벗어나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죠. 현재의 삶이 남에게 뻐길 만한 번듯한 것이어서가 아니라, 큰 탈 없이 지금까지 온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감사한 인생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소박해져서 그렇습니다.

 

인간이 신으로부터 받은 천벌 세 가지 -

 

1. 죽을 때까지 이런저런 병으로 고생해라.

2. 죽을 때까지 밥벌이하느라 고생해라.

3. 죽을 때까지 먼저 죽은 이들을 그리워하며 마음 한 구석 쓸쓸해져라.

 

1번과 2번 때문에 지구 위 모든 생명체에 연민을 느낍니다. 너도, 나도, 측은합니다. 3번 때문에 다쓰베이더와 다투지 않습니다. 인생의 반 이상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으니 남은 반도 금방 지나갈 겁니다. 사랑할 시간도 모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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