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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수고 많으셨습니다

단 단 2021. 4. 2. 01:12

 

 

"수고 많으셨어요." 봉안하기 전 다들 한 번씩 토닥토닥.

 

 

 

 

외숙모께서 고된 세월을 뒤로 한 채 영면에 드셨다.

향년 85세.

 

46세에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단단의 외삼촌) 곁에 46년이 지나서야 눕게 된 것이다. 시누이인 우리 권여사님, "아이고, 우리 오빠가 새언니 못 알아보겠네." 너스레를 떠셔서 다 같이 웃기도 했다. 남편 여의고 홀로 아이 셋 키우며 40여 년을 더 사셨다니, 겪으셨을 신산에 잠시 만감이 북받친다.  

 

귀국한 지 4년이 흘렀고 그간 네 분의 친척 어른이 돌아가셨다. 일년에 한 분 꼴로 돌아가신 셈이다. 이 나이가 되면 죽음 앞에 무덤덤해질 때도 됐건만 아직도 고인 생각하며 며칠씩 눈물을 찔끔거린다. 마음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태어나 사는 일을 '천벌'이라 여기는 나는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았다.) 누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긴 한숨 한 번 내쉬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소곤거리는 습관이 있다. 후...

 

가만 있자, 이 달에 엄마 생신이 있지, 한국인 평균수명대로라면 엄마 생신도 앞으로 열 번밖에 못 챙겨 드리겠구나. 모골이 송연해진다. 생신 때 맛있는 것 사 드리고 잘 놀아 드려야겠다.  

 

영원히 살 사람처럼 기고만장 뾰족해져서 블로그에 꼬장꼬장 음식 타박이나 하고 있으니 한편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고생스런 인생, 맛있는 것만 골라 먹고 죽어도 시원찮다는 생각도 들고, 마음이 복잡하다. 죽음을 앞둔 병상에선 내 입으로 물 한 모금 삼켜 보는 것도 감지덕지일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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