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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라바 Baklawa 본문
그는 "괴로울 땐 뭔가 단 걸 먹어봐" 하며 꿀로 범벅이 된 작은 과자를 내밀었다. 바클라바였다. 벌꿀과 피스타치오가 버무려진 달콤한 터키 페이스트리. 바클라바를 입에 넣고 씹자 걱정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마치 잠시 고통을 잊게 해 주는 마약과 같이. 그날 나는 처음으로 카운터 앞에 앉아서 오랫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의 아버지를 닮은 사람을 알고 있어." "그도 타향에서 60년째 살고 있지. 이젠 그곳이 고향이 된 듯해. 그가 실향민이고 그의 아들도 실향민이었기 때문에 나 역시 태어날 때부터 실향민이었어. '지금 현재 이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늘 겉도는. 언제 어느 곳에 있든 늘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나의 방랑벽은 어쩌면 그에 기인한 듯도 해." "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어. 죽을 때가 되었을 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 그리고 전혀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 나는 후자야. 만일 내가 죽음을 선고받는다면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로 향하겠어."
- 터키인 거리. 황시내 <황금물고기> 중에서
바클라바는 모양마다 맛이 조금씩 다 다른 섬세한 과자였습니다. 달기로 치면 일본 화과자보다도 더 달더군요. 어찌나 달던지 쓰디쓴 탕약이 다 그리울 정도였습니다. 터키인들이 언제부터 이 과자를 즐기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설탕과 꿀이 귀했던 옛 시절에 단맛은 곧 '사치'를 뜻하지 않았던가요? 분명 이 과자는 서민적이면서도 어딘지 호화로운 느낌이 있습니다. 바삭함, 끈적함, 쫄깃함 - 저 작은 과자 한 조각에 든 각기 다른 식감의 조화도 훌륭하고요.
'터키인 거리' 에피소드는 황시내의 <황금물고기>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바클라바'라는 터키 과자도 이 글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어제 수퍼마켓 과자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집어왔더랬습니다. 황시내의 수필집에는 과자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그가 말하는 '모라비안 쿠키'라는 것도 언제 한번 꼭 맛보고 싶습니다.
참,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엊저녁 이 과자를 사 와서 다쓰베이더와 둘이 하나씩 맛본 후 포장을 도로 잘 여며 놓았었습니다. 이 블로그에 올릴 요량으로 날이 밝으면 자연광 아래서 바클라바 사진을 좀 찍어 두려고 했거든요. 아 글쎄,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이 양반이 저 대신 이 바클라바 사진을 다 찍어 놓았지 뭡니까. 잘했다 칭찬해 주려고 하니 사진용으로 남겨 둔 바클라바들이 너무 먹고 싶어 얼른 찍고 먹어치웠을 뿐이라나요?
그럼 그렇지, 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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