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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화이트 폭스 White Fox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화이트 폭스 White Fox

단 단 2015. 2. 23. 00:00

 

 

 

 레스터셔 Leicestershire, England

 

 

 

 

 

 

 

 

 


레드 폭스의 자매품 화이트 폭스입니다. 레드 폭스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1월에 정식으로 출시한 치즈입니다. 그야말로 세상 빛을 본 지 한 달이 갓 넘은 따끈따끈한 신생 치즈입니다. 저온살균 소젖으로 만들고 18개월 장기 숙성을 시킵니다. 뭐, '화이트 폭스'라니, 레드 폭스에서 아나토annatto 색소만 뺀 거겠지, 생각을 하고 사 왔는데요, 포장을 끌러보니 체다와 똑같이 생겼네요. 아니, 이런 게으른 사람들 같으니. 이름은 성공한 전작에서 빌려오고 치즈는 원래 있던 체다를 본따 만든 건가.

 

 

 

 

 

 

 




허허, 이거, 쪼개고 난 치즈의 결까지 체다와 똑같구만.
외모도 체다와 똑같은데 향을 맡아보니 향도 체다와 똑같습니다.
엥이, 못마땅합니다. 새로 개발한 치즈라면서.



한입 깨물어 씹어보니 영락없는 체다 맛이 납니다. 18개월이나 숙성을 시켰지만 장기 숙성 체다의 그 톡 쏘는 탄산 느낌과 양파의 쨍한 산미는 안 나고 순한 어린 체다 맛이 납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씹고
다섯 번째 씹으니
장기 숙성 치즈의 특징인 젖산칼슘 결정calcium lactate crystals이 바삭거리며 씹히고,
그 뒤로는
어라?
맛이 바뀝니다.
체다에서 한국 크라운제과의 '뽀또' 샌드 맛으로 바뀌었습니다. !@#$%-.-?Qx? 치즈크림으로 샌드한 뽀또 아시죠? 그 맛이 나요. 크래커와 치즈크림을 동시에 씹는 듯한 고소한 맛이 납니다. 허, 그것 참 희한하네요. 크래커처럼 하도 고소해 치즈용 크래커도 따로 필요 없겠습니다.

 

다 삼키고 나니 이번에는 입 안에 질 좋고 진한 영국의 더블 크림 맛이 남습니다. 장기 숙성 치즈를 먹고 났는데 신선한 유크림 맛이 남다니요? 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요. 신기한 치즈입니다. 외모도, 향도, 질감도, 첫 맛도, 체다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았는데 씹다보면 전혀 다른 치즈로 변하고 다 삼킨 뒤에는 치즈가 아닌 고소하고 신선한 유크림을 한술 먹은 것 같습니다. 입안도 개운해집니다. 치즈를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가 있죠?

 

 

 

 

 

 

 

 

 

 

이 치즈는 간식용 치즈로 더없이 훌륭합니다. 맨입에 그냥 먹기에는 체다보다 나아요. 대신 체다가 가진 그 뚫고 나오는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해 요리에 쓰면 치즈 맛은 많이 안 나겠습니다. 요리에 쓰지 마시고 그냥 드세요. 잘 만든 아주 맛있는 치즈입니다.

 


레드 폭스 vs 화이트 폭스
생산자가 같고 이름이 비슷하지만 레드 폭스와 화이트 폭스는 전혀 다른 맛이 납니다. 레드 폭스는 레드 레스터와 하우다를 합친 맛이 나면서 단맛이 강한 반면(지금껏 먹어본 숙성 치즈들 중 단맛이 가장 많이 남), 이 화이트 폭스는 체다 맛에 좀 더 가까워 산미와 짠맛과 우마미가 돋보입니다. 질감도 다릅니다. 레드 폭스는 캬라멜처럼 부드럽고 찐득하게 입 안에 들러붙으면서 녹아내리는 와중에 젖산칼슘 결정이 깨작깨작 씹히는 반면, 화이트 폭스는 좀 더 단단하고 체다처럼 까슬거리면서 녹습니다. 젖산칼슘 결정이 레드 폭스만큼 많이 씹히지는 않고요. 값이 싸니 둘을 같이 사서 비교해가며 동시에 즐기면 재미있을 겁니다. 이 치즈들을 지금에야 맛본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리 맛봤으면 다른 치즈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 같네요. 벨튼 팜Belton Farm이 실력이 좋아요.

 

영국 무알콜 음료 중 가장 좋아하는 <비버> 사의 진저 비어를 곁들여 먹었습니다[발음에 유의].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먹고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습니다. 잘 만든 치즈가 값은 또 왜 이렇게 쌉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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