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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브리라고 불리기엔 아까워 Too good to be called Bire 버팔로 브리 본문
음냐, 치즈 이름 좀 보세요.
처음엔 광고 문구인 줄 알고 포장에서 치즈 이름 찾아 한참 헤맸습니다. 이태리에서는 모짜렐라를 까만 버팔로 물소젖으로도 만들고 일반 소젖으로도 만들지요. 버팔로 물소젖 모짜렐라가 정통이죠. 값도 훨씬 비싸고요. 일반 소젖 모짜렐라와는 맛이 많이 다릅니다. 짠 맛이 부족한데 우마미가 짙으니 제 입맛에는 일반 소젖 모짜렐라에 비해 좀 닝닝하고 느끼했으나 먹다 보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영국에도 버팔로 물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버팔로 물소젖으로 모짜렐라도 만들고 브리도 만들고 이런저런 치즈들을 만들곤 합니다. 마피아들이 산업 폐기물을 무단으로 투기하는 바람에 이태리에서 전통적으로 모짜렐라를 만들어 오던 지역의 환경이 요즘 썩 좋지가 못합니다. 그래서 영국인들과 영국의 레스토랑들은 영국산 버팔로 모짜렐라를 많이 찾습니다. 버팔로 물소젖으로 브리도 만든다는 사실은 저는 이 치즈를 사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버팔로 브리라니, 신기하죠? 누리터를 뒤져 보니 프랑스 밖에서는 버팔로 물소젖으로 브리 스타일 치즈를 만드는 나라가 꽤 있더라고요.
이 치즈는 'biodynamic'과 유기농을 추구하는 잉글랜드 남부 햄프셔Hampshire 주의 어느 농장에서 만듭니다. 제가 살고 있는 주입니다. 'Biodynamic'은 우리말로 뭐라고 옮겨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 농장에서는 치즈뿐 아니라 다양한 농축산물을 내고 있는데 하나같이 맛과 품질이 좋아 각종 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철학이 뚜렷하고 실력도 좋은 농장입니다.
포장 뒷면에도 써 있듯, 이런 류의 치즈는 항상 유통기한이 임박해 떨이로 나왔거나 냉장고에 좀 두었다 유통기한이 좀 지난 다음에 먹는 게 더 맛있어서 저는 4일 지나서 먹었습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냈을 때는 껍질에서 버섯 향과 막 깎은 잔디 향이 물씬 납니다. 맛있게 먹기 위해 실온에 30분 가량 두었더니 버섯 향은 그대로이나 잔디 깎은 향은 없어지고 건어물 우마미가 나기 시작합니다. 껍질이 브리나 꺄몽베흐처럼 맵지는 않습니다. 껍질만 떼어서 씹어보았는데, 질감이 다른 흰곰팡이 연성 치즈와 달리 좀 독특합니다. 한국의 '누네띠네' 파이 과자 먹을 때처럼 껍질은 파삭brittle하고 안은 찐득gooey거립니다.
속살은 수분이 매우 많고 매끄럽습니다. 보슬보슬 부서지지 않고 입에 쩍 들러 붙습니다. 버팔로 모짜렐라 먹을 때처럼 진한 우마미가 느껴집니다. 쌉쌀한 맛도 좀 납니다. 러본Lubborn 서머셋 브리처럼 고소하고 진한 우유 풍미나 단맛은 나지 않습니다. 우마미가 진하고 쓴맛이 살짝 있어 뒷맛은 꼭 마른 오징어 같은 건어물을 먹고 난 듯합니다. 이 치즈는 실온에 좀 두어 풍미를 회복시킨 것보다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 걸 먹었을 때가 오히려 더 산뜻하고 맛있었습니다. 애호가가 많은 치즈입니다. 다 좋은데 저는 이름이 마음에 안 듭니다. '이게 버터가 아니라니, 믿을 수 없어I Can't Believe It's Not Butter!' 미국산 스프레드 보는 것 같으니 하루 빨리 좋은 이름을 찾아서 붙이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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