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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여행] 고어 호텔 주변 아침 산책 본문
▲ 고어 호텔과[빨간 점]
산책하면서 사진기에 담은 곳들[파란 점].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답을 맞히는 분께는 소정의 칭찬과 가상 홍차 한 통 보내드립니다.
엄마와 이모부께는 답을 알려드렸습니다.
2월인데 저렇게 잎도 푸르고, 벚꽃도 피고, 새도 짹짹.
잉글랜드 남부는 여간해서 기온이 영하로 잘 안 내려갑니다.
우기라 비가 좀 부슬부슬 와서 그렇지 겨울에도 여행할 만하죠.
<Imperial College of Science and Technology>.
우리로 치면 과학기술대.
어우, 무슨 과기대 건물이 이렇게 멋집니까.
공부할 맛 나겠어요.
이 학교에서만 노벨상이 15개 나왔다고 합니다.
침실 네 개짜리 한 가구당 우리돈 150억쯤 하는 고급 아파트.
켄싱턴이 부촌이라고 제가 말씀 드렸죠.
마주보고 있는 아파트도 만만찮고요.
장식이 과하지 않고 우아해 사진기에 한번 담아보았습니다.
이건 왕립 음악 대학인 <Royal College of Music>.
이 동네 건물들 다들 참 근사하죠?
제 지도교수의 모교입니다.
<Royal Academy of Music>과 이 <Royal College of Music>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Victoria & Albert Museum>이 가깝다는 이유로 이 학교를 선택하셨다고 합니다. ㅋ 수업 마치고 늘 박물관으로 달려가셨다네요. 정말 대단한 박물관임엔 틀림없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곳입니다. 이번 여행 때도 두 분 모시고 관람을 했습니다.
이번 여행 사진 중 백미는 바로 이것, <로얄 알버트 홀> 앞의 엄마와 이모부. 사진을 눌러 확대해 보세요. 엄마가 지금 이모부 독사진을 정성껏 찍어주고 계십니다. ㅋㅋㅋㅋㅋㅋ 이모부 표정이 참 좋게 잘 나온 사진인데 만인 공개 블로그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제가 마우스로 배트맨 가면을 그려서 씌워 드렸습니다. (권여사님, 가면 안 쓰신 원본 사진 있으니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옛날 얘기 한 토막.우리 이모부가 서울에서 대학생활 하실 때 방 많은 우리 외가에 하숙을 하셨었답니다. 그때 하숙집 딸이었던 우리 예쁜 이모와 '썸을 타셨던' 모양입니다. 하숙하면서 당시 중학생이던 우리 엄마 숙제와 공부를 봐주기도 하셨다는데, 말괄량이 우리 엄마가 숙제도 안 하고 하도 나가 노니 화가 나신 우리 이모부,
"에잇, 공부 안 할 거면 학교 때려 치라!"
하시며 책가방을 냅다 마당에 던지셨답니다. ㅋㅋ
50년이 훌쩍 지나 당시의 일을 말씀해주시는데 아 글쎄 우리 권여사님,
"솔직히, 난 그때 형부 하나도 안 무서웠다고."
ㅋㅋㅋㅋㅋㅋ
그러던 두 분이 이제는 칠십이 넘으셔서 이렇게 이국 땅에 여행 와 사진을 찍고 계십니다. 제가 다 만감이 교차했더랬죠. 틈날 때마다 두 분께 옛날 얘기 해 달라고 졸라야겠어요.
이모부와 엄마가 사진 찍고 계신 위로는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었던 알버트공 입상이 서 있습니다. 1851년에 대박람회The Great Exhibition를 개최하고 그 수익금으로 이 일대 땅을 사들여 각종 교육 시설과 문화 시설을 짓는 데 앞장섰으니 이 근처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알버트 공을 기릴 만합니다.
런던 여행 오셔서 이것저것 기념물 사진을 많이 찍기는 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뭔지 도통 모르겠다는 분들 많죠. 아래의 연결을 참고하세요. 기념물에 새겨진 문구에서부터 설립 배경, 설립 비용까지,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 런던의 온갖 기념물들에 대한 정보를 모아 놓은 누리집
두 분 다 많이 걷기를 불편해하셔서 아침 산책은 여기까지만 했습니다. 다음은 저희 둘이 두 분 오시기 전날 더 가본 곳들 사진입니다.
어른들이 보신 건 로얄 알버트 홀 남쪽이었고, 북쪽에 있는 정문의 길 건너편에는 좀 더 거창한 알버트 공 기념물이 있습니다. <The Albert Memorial>이라고 부릅니다. 조형물이 크고 근사해서 여기 와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이 많아요.
☞ 가상 투어 해보기
(마우스로 이리저리 움직여 보세요.)
주인공인 알버트 공보다는 아래에 있는 위인들 하나하나를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철학자, 과학자, 미술가, 음악가, 문인 등의 조각입니다. 유명하다는 사람은 다 모셔 놨어요.
구색 갖춰 늘어 놓고 즐기기 좋아하는 영국인들 기질이 이런 곳에서도 드러나 재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국뿐 아니라 타국 위인들도 죄 모셔다 놓고, 세상 모든 문물도 다 담을 기세입니다. 이건 아프리카 대륙을 상징.
웅장한 건물들 틈으로 뜻밖에 층 낮은 집들과 소박한 뒷골목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걸어보았습니다. <Ennismore Gardens>라는 골목이었습니다.
아, 유럽에 잠깐이라도 거주한 적 있는 분들은 몹시 그리워 할 정겨운 돌길! (cobbled streets) 생각보다 돌이 깊게 박혀 있어 놀랐습니다. 벽돌처럼 납작한 게 아니라 연필처럼 아래로 깁니다.
이 골목 거주민들이 다들 한 감각 하더라고요. 어찌나 아기자기하게 자기 집 앞을 꾸며 놓았는지.
이 집도,
이 집도,
이 집은 아예 나무 벤치까지.
저 나무 벤치가 참 비싼 건데 그냥 저렇게 고정도 안 하고 밖에 턱 내 놨어요.누가 한밤에 트럭 대고 실어가면 어쩌려고.
저도 정원 한 뼘 생기면 이렇게 꾸며야겠어요.
막 돋아난 새순.
저것도 일일이 돈 주고 사다 심는 건데 여긴 남의 집 밖의 예쁜 화초를 뿌리채 캐 가는 사람이 없나 봅니다.
이 예쁜 골목의 끝에 나타난 것은 <홀리 트리니티 브롬튼 처치> 뒷마당. 런던 살 때 다녔던 교회입니다. 뒷마당인데 운치 있죠. 한겨울에 잔디 파란 것 좀 보세요. 어딜 가나 사계절 저런 잔디를 보고 사는 사람들이니 집안에도 열심히 카펫들을 깔아댑니다. 저도 이제 맨바닥을 보면 허전하고 마음이 시려요. 광화문의 <영국문화원>에도 카펫 참 잘 깔려 있죠. 카펫이 깔리면 구둣발 소리 안 나고 실내가 조용해서 좋지요.
"Oh Enter into his gates with thanksgiving"
성경의 시편 구절 같네요.
150년 전에 쌓았다는 벽돌담.
색이 제각각인데다 투박하죠. 그래도 탄탄하게 잘 쌓았습니다. 다쓰 부처는 영국 와서 벽돌담 관찰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렇게 여러 색으로 이루어진 투박한 담을 특히 좋아하는데, 다쓰베이더는 크림으로 과자 샌드해 놓은 것 같다며 군침도 다 흘립니다. ㅋ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이 소박한 골목을 빠져나가면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온듯 번화한 상점가Brompton Road가 펼쳐집니다. 볼거리 가득한 주방용품점 <디베르티멘티>를 구경할 수 있고, 계속 걸으면 <해로즈> 백화점도 갈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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