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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시그니엘 호텔 비채나 Bicena - 광주요 그릇 열전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잠실 시그니엘 호텔 비채나 Bicena - 광주요 그릇 열전

단 단 2021. 6. 30. 00:58

 

 

 

 

미슐랑 스타 한식당 방문기를 올려 봅니다.

 

한식.

친숙한 우리 음식이어서 그런지 막 다루고 막 내는 식당이 많아요. 넌더리나서 돈 아꼈다가 좋은 그릇에 정성껏 준비해 내는 집만 다니기로 했습니다. 내 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그릇이 좋든, 재료가 좋든, 맛이 좋든, 셋 중 하나는 충족을 해야 외식하는 의의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곳은 셋 다 충족할 확률이 높습니다.

 

 

 

 

 

 

 

 

 

호텔이라 그런지 층고가 높습니다. 다른 식탁에는 벌써 손님들이 앉아 계셔서 우리 자리 옆의 빈 식탁 한 곳만 조용히 찍어 봅니다.

 

 

 

 

 

 

 

 

 

해파리 같기도 하고 버섯 갓 같기도 한 천장 조명.

조명만 봐도 식욕이 무럭무럭.

 

 

 

 

 

 

 

 

 

81층입니다. 태어나서 가장 높은 곳에서 식사를 한 날입니다. 이보다 더 높은 층에서 식사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덧글에 자랑해 주세요. 층이 너무 높아 도시가스가 올라오질 못해 인덕션을 쓴다고 들었습니다.

 

왼쪽 아래에 뻗어 있는 도로가 잠실대교로 이어지는 잠실대로이고 그 위로는 성남이 보입니다. 오른쪽에 성남공항이 보이고요. 한국은 산이 많아서 그럴까요? 대도시는 확실히 평지에 녹지가 부족합니다.

 

 

 

 

 

 

 

 

전광식 주방장의 인삿말과 음식 소개입니다. 클릭해서 큰 사진으로 읽어 보십시오. 6월 중순이었는데도 봄 메뉴를 내고 있었는데, 한국의 식당들은 7월이 되어야 여름 메뉴를 선보이나 봅니다.  

 

 

 

 

 

 

 

 

 

평일 점심에는 "산천" 코스 한 가지만 운영됩니다. 이 차림표에 올라와 있는 음식들을 "추가요리"까지 전부 주문해 사진에 담았으니 즐거운 감상 되시기를 바랍니다. 코스 구성이 좋죠?

 

 

 

 

 

 

 

 

 

제공된 음식을 올려 놓는 평평한 대접시charger plate, service plate, underplate입니다. 각 손님마다 무늬가 다릅니다. 

 

이 집은 한식기 회사인 <광주요>가 운영하는 한식당입니다. 그릇을 전부 <광주요> 제품으로 쓰고 있으니 그릇 덕후들께서는 그릇들을 눈여겨보십시오. 현재 판매하고 있는 그릇들입니다.

 

 

 

 

 

 

 

 

 

물잔, 유기 수저, 수저 받침, 전부 <광주요> 제품입니다.

 

 

 

 

 

 

 

 

"맞이요리 - 봄채소와 부각".

 

부각 3종은 각각 들깨, 육포, 명이장아찌로 맛냈다 하고, 봄채소 3종은 왼쪽부터 맛장을 담은 무, 쌉쌀한 봄채소 부케, 딸기를 얹은 콩묵이라고 합니다. 음식 설명 해주시는 분이 제가 적은 순서대로 먹으면 좋다고 권했습니다. 다들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았습니다.

 

물컹거리고 진득거리고 질깃거리는 음식 천지인 한식에서 부각은 구세주 같은 존재입니다.

 

생무를 그릇 삼아 맛장을 담아 내다니 기발합니다. 우리 모두 아삭거리면서 즙 쏟아지고 달면서도 알싸한 생무의 매력을 잘 알지만 뽀얀 생무를 식탁 위에 그냥 올리는 일은 없죠. 그런데 파인 다이닝 테이블에 이렇게 떠억 올라왔습니다. 주방장님이 재밌으신 분 같아요. 청량하고 맛있었습니다. 뭐, 서양에서도 생래디쉬radish 저민 걸 올리니까요. 

 

이 집의 큰 장점 - 음식마다 커틀러리를 부지런히 바꿔 줍니다. 한식 첫 코스에 작은 포크가 나와서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요리 (1) - 도다리쑥국".

 

도다리쑥국 또 봅니다. 이 집은 무를 갈아서 얹고 그 위에 예쁜 보리지borage 꽃 한 송이와 쑥을 작은 것으로 한 잎 얹었습니다. 

 

 

 

 

 

 

 

 

 

포 뜬 도다릿살을 세 쪽으로 어슷썰어 제공해 먹기 편했죠. 활도다리는 잡아서 바로 익히면 깊은 맛을 이끌어낼 수 없기에 하루 숙성시킨 뒤 국물에 담가 익히지 않고 따로 쪘다 하고, 국물은 도다리뼈와 쑥으로 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식공간>의 도다리쑥국에 비하면 생선맛도 국물맛도 진했습니다. 너무 진해 이를 비린내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흰살생선은 담백하고 가벼운 맛으로 먹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죠.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맛은 나쁘지 않으나 꼴은 형편없는 도다리쑥국 다듬기

 

 

 

 

 

 

 

 

 

"처음요리 (2) - 메추리강정".

 

메추라기 다릿살에서 뼈를 제거한 뒤 빈 자리에 새웃살과 전복살을 채웠습니다. '강정'이면 달고 끈적한 장에 버무려져 나와야 하는데 그건 재미를 위해 먹는 이의 몫으로 남겨 둔 것 같습니다. 튀김도 맛있고 보리고추장도 진하면서 맛있었습니다.

 

 

 

 

 

 

 

 

 

"추가요리 (1) - 생복만두".

25,000원.

"소고기와 가리비, 버섯으로 속을 채운 전복에 버섯육수를 곁들인 생복만두".

 

일행 중 전복을 좋아하는 분이 있어 추가로 주문해 보았습니다. 잘 손질한 전복 속에 가리비, 표고, 소고기로 소를 채워 넣었고, 감태를 수북이 얹은 뒤 잣가루와 말린 전복 가루를 뿌렸습니다. 

 

식재료에도 유행이 있죠. 제가 영국 가기 전에는 한식당이나 집밥에서 감태를 보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어딜 가나 보입니다. 전복도 굉장히 흔해졌고요. 

 

 

 

 

 

 

 

 

 

덜어 담은 내 몫. 

역시 파인 다이닝. 생복만두 소에서 떨어져 나온 가리비인지 표고인지 조각 두 개가 보이는데, 재료 썬 것 좀 보세요. 각 맞춰 일정한 크기로 썰었습니다. 전복은 별 맛이 없으니 소와 감태와 조미료 차원에서 뿌린 가루들이 맛을 내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전복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저는 소와 곁들이 해조류의 강한 우마미에 힘입어 맛있게 먹었는데, 전복 좋아하는 일행은 오히려 비리다고 먹기 힘들어했습니다. 

 

 

 

 

 

 

 

 

 

주식인 고기요리에 딸려 나오는 겉절이.

막걸리식초와 멸치액젓으로 맛낸 이 겉절이가 아주 맛있었습니다. 집에서 흉내 내 보고 싶어 이 날 이후 가는 곳마다 막걸리식초를 찾아 보았는데 구하기가 의외로 힘드네요. 막걸리를 사다 업장에서 직접 만들어 쓰는 걸까요? 인터넷으로 주문해야겠습니다. 

 

 

 

 

 

 

 

 

 

"중심요리 - 흑돼지찜".

"전통 양념 간장에 부드럽게 쪄낸 후 훈연".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좋았습니다. 씨겨자간장에 찍어 먹습니다. 통통한 씨겨자도 파인 다이닝 한식당에서 요새 자주 보입니다. 양파는 맛있는 소스에 담가 살짝 절인 뒤 불로 지졌습니다. 파 썬 것을 유심히 보십시오. 저도 저렇게 갈매기 모양으로 썰어 장식해야겠습니다. 이런 사소한 걸 배워서 집밥에 써 먹으려고 제가 고급 한식당에 갑니다. 

 

 

 

 

 

 

 

 

"중심요리 - 건조숙성채끝등심".

30,000원 추가.

"30일 숙성 후 건조숙성하여 천일염으로 구움".

 

돼지고기를 꺼리는 일행이 흑돼지찜 대신 주문한 소고기구이입니다. 솔잎 위에 얹어서 냈습니다. 일행에 의하면 고기맛을 잘 살렸다고 합니다. 

 

 

 

 

 

 

 

 

 

참, 식사에 와인이나 <광주요>에서 생산하는 막걸리, 쌀소주 5종 등을 곁들일 수도 있습니다.   

 

 

 

 

 

 

 

 

 

"추가요리 (2) - 전복장".

50,000원.

"14가지 향신재료를 함께 달인 간장에 재워 만든 전복장".

 

전복 좋아하는 일행이 밥에 곁들여 먹자고 또 다른 전복요리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전복은 무슨 맛으로 먹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징어, 문어, 새우, 백합 등은 자기 맛이 뚜렷하고 식감도 좋고 맛있는데 전복은 아직도 맛을 잘 모르겠어요. 고급 한식당에서 먹어 봐도 모르겠더라고요. 이 불쌍한 중생을 계몽시켜 주실 분? 전복은 무슨 맛으로 먹나요? 아, 몸에 좋다는 말은 하지 마시고.

 

중식당에서 먹은 전복 요리들은 말렸다 불린 거라서 맛이 농축돼 그랬는지, 아니면 중식 양념이 워낙 맛있어서 그랬는지, 다들 맛있었습니다. 가지와 전복은 한식당보다는 중식당들이 맛을 더 잘 내는 것 같아요. 제 입맛에 전복은 해산물 중 우마미가 특히 부족한 편에 드는데, 그러니 복잡하지는 않더라도 양념을 정말 맛있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전복장은 식감이 질겼고 좋아하지 않는 '바다향'에 강한 레몬향만 기억에 남습니다. 어딜 가나 전복을 내니 조금 지겹기도 합니다. 

 

 

 

 

 

 

 

 

"채움요리 - 솥밥과 소고기무국".

"매일 도정한 쌀로 지은 솥밥과 오랜 시간 맑게 끓인 소고기무국".

 

큰 사진으로 올렸으니 클릭해서 크게 띄워 놓고 이것저것 살펴보십시오. 생일을 맞은 손님에게는 (접니다.) 소고기무국 외에 예쁜 합에 담은 미역국을 더 줍니다. 반찬으로는 멸치볶음, '무만두', 궁채장아찌, 김치가 나왔는데, 궁채도 제가 영국에 가 있는 동안 새로 유행한 재료 같습니다.

 

이 집은 쌀밥 맛있기로 소문난 집인데 어쩐 일인지 이 날은 밥이 썩 맛있지 않았습니다. 다시마물로 지었다는데 <한식공간>이 워낙 밥을 잘 지어 내서 다쓰 부처의 기준이 높아진 모양입니다.

 

일행 중 한 명은 배추김치 아래·위에 지나치게 고운 고춧가루 양념을 너무 많이 깔고 끼엊은 것이 마치 케첩 흥건하게 뿌린 것처럼 보여 식욕이 떨어진다며 김치를 먹지 않았습니다. 저도 배추김치의 켜켜이 담긴 배추줄기 모습 감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탁한 양념이 끼얹어져 있으니 덜 아름다워 보이고 식욕이 반감돼 안타까웠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김치를 왜 이렇게 담아서 냈을까요?  

 

일행 중 두 명이나 밥 양에 비해 반찬 양이 모자란다고 아쉬워했습니다. <한식공간>처럼 밥에 부재료가 섞여 있으면 반찬 양이 적어도 되는데 맨밥일 때는 반찬이 넉넉히 있어야 하죠. 다른 블로그 방문기에서도 반찬이 모자랐다는 분을 보았습니다. 주방장님, 반찬 좀 넉넉히 담아 주세요.

 

 

 

 

 

 

 

 

 

Happy birthday to me.

 

 

 

 

 

 

 

 

 

멸치볶음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단단.

이제 중급 이상의 한식당 멸치볶음은 견과류와 건과일 넣은 것으로 평정이 된 듯합니다. 어느 집을 가든 이 형태의 멸치볶음을 봅니다. 이 방식의 조리법이 보기에 가장 깔끔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멸치에 윤이 나면서 티끌 없이 단정해 보이거든요. 부재료들이 있으니 보기에도, 씹기에도, 심심하지 않고요. 맛도 잘 어울리긴 합니다. 이 집은 특이하게도 건과일로 감말랭이를 썼습니다. 멸치와 호두강정은 바삭, 감말랭이는 찐득, 맛있었습니다. 멸치가 날렵하면서 쪽 곧은 것이 세심하게 선별한 재료라는 느낌을 대번 들게 합니다.  

 

 

 

 

 

 

 

 

 

만두피를 밀가루 대신 데친 무로 사용하고 여기에 두부, 버섯, 양파 같은 채소로 소를 채웠다는 무만두.

데친 무를 어떻게 접착했는지가 궁금하고 참신했지만 만두는 푸근한 '컴포트 푸드'라고 여기는 저한테는 역시 부들부들 쫀득쫀득해 영혼을 위로해 주는 곡물류 전분류 피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만두 자체의 맛은 나쁘지 않으나 밥 반찬으로는 적합치 않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건 일행이 20,000원 추가금을 내고 주문한 청포묵화반.

"사골육수로 지은 밥에 봄나물과 청포묵을 곁들인 화반".

 

장을 많이 넣었더니 짰다네요. 종지에 있는 장을 다 넣었을 때가 적정 염도가 되고 싱겁게 먹을 분들은 그보다 적게 넣도록 하는 게 비빔장 내기의 기본 아닌가 싶습니다.

 

 

 

 

 

 

 

 

"맺음요리- 증편, 곶감수정과".

 

"멥쌀, 백련초, 화요막걸리를 섞어 발효숙성시킨 증편".

백련초로 색을 낸 막걸리 증편 위에 석이버섯채 한 가닥이 올라갔습니다. 안에는 어... 거피한 콩인지 밤인지 노란색의 부드러운 소가 들어 있었습니다. 다녀온 지 한참 돼서 까먹었어요.;; 증편은 색도 곱고 질감도 가볍고 맛도 좋아 떡을 썩 즐기지 않는 저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곶감을 곱게 갈아 만든 '란'과 계피와 원당으로 맛을 낸 곶감수정과".

'분자요리'화한 곶감수정과로, 살짝 깨물면 얇은 막이 폭 하고 터지면서 곶감 간 것과 수정과 물이 와르르 쏟아져 나옵니다. 후식에는 이런 'wow factor'가 좀 있어 주면 좋지요. 재미있고 맛있었습니다. 이게 이 집의 '시그너춰' 요리입니다. 다들 꺄 즐거워하며 먹었습니다.

 

 

 

 

 

 

 

 

 

전망 좋고, 분위기 좋고, 그릇 좋고, 담음새 좋고, 음식 맛 괜찮은 편이고, 접객 좋고. 생일을 맞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왔습니다. 고춧가루, 고추장, 된장, 간장 기반의 한식 장들과 양념들을 골고루 선보이되 창의적으로 해석해 제공한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장들이 다들 진한 맛을 내면서 맛있었습니다. (겉절이, 인상적이었어요.) 담음새가 세련돼 '인스타그래머블'하니 젊은 여성분들이 애인이나 배우자와 함께 특별한 날에, 효녀들이 부모님 생신이나 부모님 결혼 기념일에 가족들 모시고 많이들 오는 것 같습니다.

 

☞ [인터뷰] 비채나 전광식 주방장의 음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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