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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 본문
으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목록이지요.
원스타 24곳 중 한식은 4곳, 일식은 올해 새로 진입한 4곳을 포함해 6곳.
원서동 <한식공간>이 빠졌네요. (→ 2021년 연말까지만 영업하고 폐업)
중식도 퓨전을 표방하는 집 하나 빼고는 없고요.
'미쉐린' 서울판은 점점 일식을 기리는 장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습니다.
바꿔 생각하면,
일식에는 파인 다이닝으로 선보이기 좋은 요소들이 많다는 뜻도 되겠지요.
스시가 특히 그런가 봅니다.
가이세키 집도 다 있네요.
가이드 측에 '우리 프렌치와 재패니즈 정도는 돼야 파인 다이닝 운운할 자격이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항상 듭니다. '다들 프렌치나 일식 스타일로 정제해서 선보이시오.' 서울판이니 한식당에는 하는 수 없이 별을 주는 것 같달까요.
일식은 일상식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 '싸고 맛있는 집' 목록에 외국 음식 중 가장 많이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일본 외에 일식당 비율 높은 나라는 아마 한국이 아닐까 싶은데, 통계를 한 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미쉐린 목록을 볼 때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식민 지배를 받았던 과거사가 상기돼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맛있기는 합니다. 저도 일본 면요리와 돈카츠 자주 사 먹으러 다니니까요.
이건 제 견해인데,
파인 다이닝으로서의 한, 중, 일 3국 음식을 비교하자면,
우리 음식은 기름기가 너무 없고 차가워 보여 고기 요리를 제외하고는 다들 전식starter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입니다.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유지를 풍성히 얻기 힘들었던 땅에서 생겨난 식문화이니 어쩔 수 없죠. (만성 기름기 부족으로 인한 피부병을 예방하기 위해 일년에 한 날을 정해 다같이 견과류를 깨 먹는 전통이 있는 나라?)
중식 코스 요리는 반면, 기름을 넉넉히 쓰고 전분 소스까지 활용해 윤기 좔좔, 일단 때깔부터가 '넘사벽'이고, 뜨거운 온도 덕에 향이 피어올라 후각을 자극하니 받자마자 침이 고입니다.
일식도 날해산물이 많아 차가워 보이지만 알록달록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멋이 있는데다(그릇이 특히 훌륭) 거긴 또 튀김이 있으니 우리보다는 사정이 낫죠.
그러니까,
기름지고 유혹적인 맛과 향에서는 중식에 밀리고, 화려하고 깔끔한 멋에서는 일식에 밀린다, 이런 얘기가 되겠습니다. 우마미 강도에 있어서도 중식과 일식이 우위에 있는 것 같고요. 첫 인상을 비교하는 거니 여기다 대고 또 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우리 한식을 흉보냐며 히스테리 부리는 분 없기를. 제 생각입니다, 제 생각.
미식 블로거 '팻투바하' 님 유명하시잖아요.
저도 그 분 블로그 가서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이름난 파인 다이닝 맛집 '눈팅'을 자주 했는데요,
한식 파인 다이닝과 중식 파인 다이닝 포스팅이 이어서 올라올 때가 있어 차례로 읽다 보면 본의 아니게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한식 파인 다이닝은 뭐랄까, 그놈의 '정갈함' 살린답시고 가뜩이나 기름기 적은 퀴진을 지나치게 정제해서 내니 식욕 돋구는 때깔이 부족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따뜻해 보이지도 않고요. 맛이 너무 심심할 때가 많죠. 블로그들의 고급 한식당 리뷰 읽을 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도 바로 '담백하다' 아닙니까.
그래도 일상 한식에는 맛있는 것들이 많아 다행입니다. 가성비 맛집 목록을 보니 면류, 국밥 및 탕류, 고기구이류가 특히 강세를 보이네요. 끄덕. 이쯤돼서 다시 소환해 보는 '글로벌 국밥 감탄사 DNA 썰'.
한식 파인 다이닝에서도 그놈의 '정갈함', '담백함' 좀 내려놓으면 진한 맛, 막강한 장맛을 살린 훨씬 재미있고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선보일 수 있을 텐데, 하여간 미쉐린 서울판이 새로 발간될 때마다 아쉽습니다.
정리하자면,
가성비 맛집에는 한식당이 수두룩한데 별 하나 받은 한식당은 왜 이리 적은가 -
- '파인 다이닝'에 대한 가이드 측의 고정관념도 한몫 하겠지만,
- 파인 다이닝으로서의 한식은 타 퀴진에 비해 식욕 당기는 매력이 부족하다.
- 기름기, 때깔, 온도, 향 측면에서 특히 그러하다.
- 정갈함, 담백함, '궁중', 이딴 개념에 너무 매몰돼서 그런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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