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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라이어와 오븐 차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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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 열선과 팬 작동 유무로 각 기능별 조리 원리 이해하기.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귀국 후 벌써 세 번째 오븐 구매입니다.
첫 오븐은 단열이 잘 되지 않아 예열 시간이 길어져서, 두 번째 오븐은 덩치가 커 예열 시간이 길어져서 필요한 분들 찾아서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금방 예열되는 소형으로 샀습니다.
영국에서 쓰던 오븐 생각에 오븐은 무조건 용량 큰 걸 사야 한다고 고집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부엌도 좁고 크리스마스 만찬에 칠면조 낼 일도 없는, 부피 작은 조촐한 음식이나 해먹는 소박한 집이 덩치 큰 오븐을 쓸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부엌 가전들로 작업대가 보통 복잡한 게 아닌데요.
현재 단단의 좁아터진 부엌 작업대에 올라와 있는 가전들
• 전자 레인지
• 에어프라이어 오븐
• 수비드 머신
• 진공 포장기
• 순간 비닐 접착기
• 푸드 프로세서
• 푸드 프로세서에 딸린 블렌더가 유리 재질이라 너무 무거워 막 쓸 수 있는 가볍고 싼 플라스틱 재질의 것 따로
• 토스터
• 전기 물끓이개
너무 좁아요. 단을 올려 위로 쌓기도 했는데, 제가 키가 큰 사람이 아니니 두 단 이상 쌓는 것도 불가능해 작업 공간 확보에 애먹고 있습니다. 오븐이라도 덩치를 줄여 봐야죠.
이 소형 에어프라이어 오븐을 사고 나서 알게 된 사실
저는 요즘 유행하는 에어프라이어가 결국 컨벡션 오븐과 같은 것을 서랍형으로 디자인만 다르게 하고 이름만 바꿔 단 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위의 사용설명서 그림을 보니 작동하는 방식에 미묘한 듯 큰 차이가 있더군요. 이 제품은 덩치도 작은 게 위에 열선이 무려 네 줄이나 배치돼 있습니다. 그 열선 '위'에 팬fan이 달려 있고요.
에어프라이어 기능으로 선택하면 위쪽 열선 네 개를 모두 쓰고 고속의 팬을 써서 순식간에 고온을 내 튀기는 효과를 줍니다. (위만 금세 탈 수 있으니 잘 지켜봐야 합니다. 투명창이 없는 에어프라이어는 구운 정도를 확인할 수 없어 저는 불안하고 답답해서 못 쓸 것 같아요.)
컨벡션 오븐 기능은 네 개의 위쪽 열선 중 두 개만 쓰고 아래 열선 두 개를 추가로 쓰면서 팬을 돌립니다. 오븐 요리는 고른 열로 천천히 익혀야 하니까요.
성질 급한 한국인들과 에어프라이어의 궁합은 찰떡이겠으나
만만디 영국에서는 요리 한 번 하기 위해 오븐을 30분씩 예열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바삐 돌아가는 한국에 오니 이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집니다. 한국인 템포를 다시 찾았나 봅니다. 이번에 산 것은 17리터 작은 오븐이라 5분만 예열해도 180˚C에 뚝딱 도달. 이것만으로도 아주 살 것 같아요. 생활 템포가 빠른 한국에서는 좌우간 금방 예열되는 오븐이 최고입니다.
에어프라이어는 조리시간이 훨씬 짧더군요. 예열도 필요없이, 냉동고에서 식품을 꺼내 바로 넣고는 10분, 길어도 15분이면 끝. 인기 있을 만합니다.
그런데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한 음식들이 저한테는 썩 만족스럽지가 않습니다. '우악스러운' 열을 쓰니 결과물이 바삭한 게 아니라 딱딱해요. 게다가, 바닥과 속까지 뜨겁게 익히려면 표면 중 삐죽 솟은 곳은 금방 까맣게 되기 일쑤여서 탄내가 음식에 배여 최적의 맛을 내주질 않습니다. 애초 튀김용으로 개발된 도구이니 당연한 거죠. 튀김은 에어프라이어로, 오븐 요리는 오븐으로 조리하면 문제 없을 텐데, 오븐 있는 가정이 많지 않으니 한국의 냉동식품들은 오븐에서 구워야 맛있는 것들까지 전부 에어프라이어로 '굵고 짧게' 조리하도록 지시를 합니다. 포장에 적힌 조리시간이 짧아야 판매도 잘 될 테고요.
냉동 '포르투갈 에그 타트pastel de nata'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영국 수퍼마켓의 냉동 에그 타트 조리 지침 - 팬fan 오븐 180˚C 20-22분, 일반 오븐 200˚C 20-22분.
• 한국 수퍼마켓의 냉동 에그 타트 조리 지침 - 에어프라이어 180˚C 10-13분, 전자 레인지(뭣?) 700W 1분.
(영국 가정집 오븐은 오늘 소개해 드리는 에어프라이어 겸용 오븐보다 커 음식물이 아래 위 열원으로부터 많이 떨어져 놓이게 됩니다. 이 점 감안하시고 위의 수치들을 보세요. 제가 산 소형 오븐으로 데우려면 온도를 20˚C 가량 낮춰야 합니다.)
왕년에 오븐 요리 좀 하셨던 분들이여, 결과물에 어떤 차이가 날지 대번 감이 오지 않습니까? 마트에서 산 냉동 포르투갈 에그 타트를 영국식, 한국식으로 각각 데워 먹어 보았는데 예측 가능하게도 맛 차이가 많이 납니다. 에어프라이어로 데우면 타트지 윗부분은 '파삭'이 아니라 딱딱, 옆면은 눅눅, 바닥은 축축해지고, 충전물filling까지 충분히 데우려 하면 타트지 윗부분이 타서 에그 타트에 원치 않는 탄맛을 남깁니다.
즉, 오븐에 조리해야 할 음식을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해서는 제대로 된 맛과 식감을 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태생이 오븐 요리인 것들은 오븐에서 데운다' 기억하면 편합니다. 아무거나 에어프라이어에 돌릴 생각 말고 에어프라이어로는 에어프라이어에 맞는 식품이나 데워 먹어야죠. 그런 면에서 덩치 작으면서 두 가지 기능이 다 있는 이 제품은 괜찮아 보입니다. (사실 냉동 튀김도 오븐으로 데워 먹는 게 더 낫습니다. 시간이 걸려 그렇지. 둘 중 하나만 사야 한다면 당연히 오븐 추천.)
열 번 정도 써 본 바로는 별문제 없고 만족스러웠으나, 몇 번 써 보지도 않고 상품 평을 하면 우스우니 1년 정도 다양한 기능으로 써 보고 나서 이 아래에 추천을 하든 뜯어 말리든 추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방에 새 식구가 들어와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겁니다. 이름은 '훈훈이'로 지었습니다. 잘 지내 보자꾸나, 얘야. ■
☞ 우악스러운 단단이 오븐 온도계의 정확도를 확인하는 방법
☞ [음식우표] 홍콩과 마카오의 에그 타트, 에그 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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